-
-
쌍둥이
후지사키 사오리 지음, 이소담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평점 :
누군가에게 내가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 안달이 난 마음을 나는 슬픔이라고 불렀다. 누군가의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지만 그 누구에게도 특별한 존재가 되지 못하는 비참함을 슬픔이라고 표현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어서, 누군가에게 소중하게 여겨지고 싶어서 나는 울었다. 그래서 그때, 눈물을 흘릴 만큼 간절하게 바라던 말을 해준 쓰키시마를 나는 똑똑히 기억한다. "네가 있을 곳은 내가 만들 테니까, 울지 마." (p22-23)
사춘기 예민하고 섬세하고 아프고 혼란스러운 감정들이 페이지마다 묻어나는 성장소설을 만났다. 일본의 4인조 밴드 SEKAI NO OWARI의 피아노 연주와 라이브 연출을 담당하는 후지사키 사오리가 쓴 데뷔소설이자 제 158회 나오키상 후보작에 오른 <쌍둥이>다. 어째서인지 어려서부터 친구가 없었던 나쓰코. 친구를 사귀고 싶어 이런저런 방법을 다 써봤지만 매번 왕따만 당했다. 겨우겨우 동성 친구를 만들었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나쓰코의 방에서 용돈을 훔치는 게 목적이었던 것 같다. 사랑받고 싶다고, 되는 일이 없다고, 외롭다고, 슬프다고 울음을 터트리는 나쓰코에게 위로가 되는 건 피아노와 한 살 많은 남자친구 쓰키시마 밖에 없다. 네가 쓸쓸해 보여서 좋았다고, 친해질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얘기하는 녀석에게 어떻게 반하지 않을 수 있을까.
쓰키시마로 말하자면 완전히 날라리 같은 녀석이다. 중학생 밖에 안됐는데 머리를 노랗게 물들이고 귀를 뚫고 학교를 대충대충 건성으로 다닌다.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어떻게 하느냐며, 자신은 그런 걸 참을 수가 없단다. 앞날을 걱정한 부모님의 권유와 호기심으로 미국에 유학을 갔지만 채 한달도 되지 않아 일본으로 돌아온다. 공황장애와 ADHD의 증세가 심각해진 탓이다. 쓰키시마는 나쓰코를 감정의 쓰레기통으로 이용한다. 도돌이표처럼 계속되는 힘들어, 싫어, 귀찮아에 나쓰코가 두 손 두 발을 다 든 날 그는 나쓰코의 목에 커터칼을 들이민다. 그러고도 둘은 친구다. 용서하고 화해하고 다시 시작한다. 그러나 연인은 아니다. 나쓰코는 이성으로써 쓰키시마를 사랑하지만 쓰키시마는 자주 여자친구가 바뀐다. 나쓰코의 마음을 알지만 결코 나쓰코의 마음을 받아주지도 않는다. 그저 쌍둥이이고 싶단다. 서로를 너무 잘 알아서, 너무나 비슷한 감정을 공유해서, 너는 내 목표를 네 것인냥 공유해 주니까 너를 잃고 싶지 않단다. 두 사람이 물방울이면 서로 다른 색이라도 하나로 합쳐질 수 있을텐데 두 아이가 다 각진 돌멩이 같다. 그래서 두 사람은 싸우고 부딪히고 서로를 깔고 뭉개고 짓이긴다. 계속해서 함께. 계속해서 같이 성장해 간다. 어디까지 함께일 수 있을지는 이 소설로 결코 알 수 없었지만 "어쨌든, 무사히 잘 살아가라고" <양과 강철의 숲> 작가 미야시타 나츠와 함께 외치게 된다.
후지사키 사오리의 성장기와 밴드 생활이 고스란히 반영된 나쓰코와 쓰키시마의 사춘기 시절. 어른이 된다고 걱정이 줄지는 않겠지만 탄산을 쏟은 듯 부글부글 하고 용암처럼 뜨겁던 가슴이 차츰차츰 식어가는 때가 온다고, 갈팡질팡한 그 마음까지 그리워지는 때가 온다고 아이들에게 얘기해 주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