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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트라바스 ㅣ 열린책들 파트리크 쥐스킨트 리뉴얼 시리즈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박종대 옮김, 함지은 북디자이너 / 열린책들 / 2020년 4월
평점 :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한 콘트라바스 주자의 독백이다.
국립 오케스트라 소속 단원인 그는 소프라노를 사랑하고 있다.
그러나 사랑 앞에 그는 아무 존재감이 없다.
마치 오케스트라 내에서의 그의 콘트라바스처럼.
소프라노가 그의 얼굴을 또는 그의 이름을 기억할지도 의문이다.
그의 콘트라바스가 어디쯤 서는지 어디쯤에서 소리를 내는지 아무도 관심이 없는 것과 같이.
곧 있을 연주회를 앞두고 있는 그는 결심한다.
연주회의 아주 중요한 순간에 소프라노의 이름을 외치겠다고.
총리의 면전에서 울려퍼진 외침이니만큼 사라는 명성을 얻을 테고
그는 직장을, 공무원이라는 안정된 직위를 잃게 되겠지만
대신에 자유를 얻게 되리라고 아주 잠깐의 낙관을 해본다.
콘트라바스 외 아무 경력도 없는 서른다섯의 남자라면 길바닥에 나앉을 확률이 높지만.
오케스트라에 남는 것도 사랑에게 얼굴조차 없이 잊혀지는 것도 가난으로 내몰리는 것도
모두 비참하기는 매한가지이며 도무지 절망뿐이니까 그는 자신을 믿고 결심을 실행하려고 한다.
슈베르트의 송어를 판에 올려놓고 방을 나가 현관문을 닫는다.
생과 생과 꼭 닮은 악기에 대해 불만 어린 독백을 하며 맥주로 목을 축이는 남자를 보는 일은 참 짠했다.
사랑할 가치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여성을 위해 운명적 모험을 시도할 생각을 한다는 것은 놀라웠고.
작가의 주인공들 중 유일하게 인간을 사랑한 남자라는 독특한 위치 때문에 잊지 못할 것만 같은 인물이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에게 처음으로 명성을 안긴 작품이며 독일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연극으로 제작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