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 - 근대의 문을 연 최후의 중세인 클래식 클라우드 26
이길용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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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클라우드 루터 편 넘 잼났어요. 저자의 다른 종교학 책도 읽어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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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커뮤니티 2 - 완결, 다드래기 만화
다드래기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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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비 지원 도서입니다.

 

치매에 걸린 막례 여사를 모시는 한 편 암에 걸린 사위를 병간호 하는 딸을 지켜봐야 하는 세봉씨. 사위의 장례식 후 눈물 흘리는 딸을 위로하며 막례씨는 오래 살아 미안하다고 한다. 환갑도 넘은 딸을 어린애마냥 가슴에 보듬고 눈물을 훔친다.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났다. 엄마아부지 건강하게 오래 살아 주세요ㅠㅠ 초반엔 심성 곱고 혼자 밥도 잘해먹고 청소도 잘하고 노후 자금 빵빵하고 자식도 잘 키운 덕수씨와 함께 꽃길 걷기를 바랬는데 세봉만두가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지금은 연애나 하시며 홀로 편하게 나이 드셔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주인공들 중에 세봉씨가 제일 좋았다.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 허사장의 손을 잡고 집을 뛰쳐나온 영남씨. 두 딸에 대한 미안함이 왜 없었겠냐만은 그 집에 남았다면 결국 남편 손에 죽고 말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영남씨의 큰딸은 엄마를 용서하지 않는다. 홀로 도망친 것도, 자신들을 그 집에 남겨 둔 것도, 같은 여자인 허사장과 사랑해 살림을 차린 것도, 무엇보다 행복해 보이는 것이 밉다. 싫다. 허사장은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영남씨를 붙들기 위해 자신을 경멸해마지 않는 영남씨의 딸을 찾아간다. 영남씨가 수술만 할 수 있다면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도 영남씨의 보험금도 가진 것 전부를 내줘도 아깝지 않다.

 

교감 선생님과 여전히 별거 중인 경욱씨. 사진관 2층을 전세낸 경욱씨는 종교와 남편에게서 풀려나 자유로운 삶을 시작한다. 교감 선생님의 동정심 작전에 넘어가 살림이라도 해주면 어쩌나 걱정도 많았지만 노놉. 쏘쿨한 경욱씨는 예전 집을 둘러보며 혼자서도 잘 사네, 계속 잘 사쇼 하곤 몸만 쏙 나와버린다. 아내에게도 팽, 자식에게도 팽, 손녀들에게도 팽 당한 교감 선생님. 이젠 정신 좀 차리셔야죠??

 

안녕 커뮤니티에 들어왔다가 소리소문 없이 사라져버린 쪽방촌 분례씨. 알고 보면 어마무시한 부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안녕 커뮤니티의 미스테리를 담당한다. 쪽방촌을 헐어 사람들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새로운 주택지를 형성하려는 분례씨의 이상은 그곳을 팔지 않으려 하는 땅주인의 거절로 난항에 부딪힌다. 시끄러운 소음과 먼지를 일으키며 하나씩 철거되어가는 쪽방촌. 그곳에서 더 버티질 못하고 밀려나는 쪽방촌의 사람들. 어느 인생이든 그렇겠지만 쪽방촌 사람들에겐 사는 게 참 힘들다.

 

다사다난. 일도 많고 어려움은 더 많은 안녕 커뮤니티 2권이다. 문안동이 전혀 무난하지 않아서 걱정이 태산 같았다. 여느 만화와 달리 착한 사람과 나쁜 사람이 곧이곧대로 딱딱 분리되지 않는다. 누구는 옳은 말 옳은 선택만 하고 누구는 나쁜 말 나쁜 선택만 하면 손들어주기도 편들기도 편할텐데. 안녕 커뮤니티 속엔 그런 게 없다, 적당히 좋고 적당히 나쁜 사람들, 사연 많은 우리들. 왜 아니겠는가? 결말마저도 보통처럼 흘러가지 않는다. 적당한 위로로 타협하는 법도 없이 순식간에 닥쳐온 위기일발에 정말이지 충격 먹었다.

 

잘 살고 싶다. 가족들 모두 아픈데 없이 건강했으면 좋겠다. 노후 자금 열심히 준비해야지. 기침만 해도 아프다고 전화하는 엄머는 걱정이 덜한데 아파도 아무 말씀이 없는 아버지가 걱정이다. 전화 더 자주 드리고 들여다봐야겠다. 의지하며 살 수 있는 사람들과의 연결고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생각하게 해준 안녕 커뮤니티. 서로의 안부를 물어봐주자. 별 일 없이 산다는 말에 누구는 두 다리 쭉 뻗고 못잘거다 노래하지만 우리 그런 생각일랑 말고 편안하라고 건강하라고 또 행복하라고 서로의 안녕을 빌어주자. 별 일 없어 다행인 서로의 인생을 응원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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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커뮤니티 1 - 다드래기 만화
다드래기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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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 지원 도서입니다.


사진관 박사장이 며칠째 연락이 없다. 홀아비라도 딸이 둘이나 있으니 손주들 재롱 보러 가서 안부도 잊었는가 하며 건물주 방덕수 할아버지는 무사태평하게 생각한다. 찾아야 할 사진이 있는 설쌍연 할머니만 마음이 급한데 누님-아우 하며 친하게 지내는 자전거집 사장 춘복이 할아버지를 앞세워 결국 잠긴 문을 따고 들어가기에 이른다. 사진이 목적인냥 얘기했지만 실상은 일주일 째 연락두절인 박사장이 걱정된 탓이다. 어디 멀리 갔는지 말끔하게 청소한 깨끗한 집에 1차로 놀라고 그런 청결함에 어울리지 않는 쓰레기 냄새에 2차로 놀란다. 영문을 몰라 박사장을 부르며 방문을 열고 들어간 춘복이 할아버지가 쌍연 할머니의 앞을 가로막으며 외친다. "안 돼요, 누님. 경찰, 경찰!" 사진관 박사장이 죽은 것이다. 홀로, 소리소문도 없이, 세상을 등졌다.

충격에 빠진 덕수 할아버지는 펑펑 눈물을 쏟는다. 딸들이 둘이나 있는데 뭐한다고 지애비 죽는 줄도 몰랐냐는 이웃들 입찬 소리에 체면불구하고 상가집의 밥상을 들어 엎기도 한다. 그런 소리 말라고, 철철이 보약이니 반찬이니 살뜰이 챙겨 아버지 찾아온 딸들, 부친 팔도유람까지 시킨 자식들이 어떻게 불효자냐 박사장 딸들 대신 화를 낸다. 한번만 더 챙겨 볼 걸, 방심하지 말걸, 망자를 보낸 후회로 가슴을 친 덕수 할아버지는 결심한다. 안녕 연락망을 만들자. 자식이 열이어도 목구멍이 포도청에 제 가정 지키느라 바빠 부모에게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것이 현실. 젊은 시절 자신들이라고 어디 달랐을까. 자식들 짐 지울 생각 말고 늙은 우리네가 서로서로 신경 써 안부를 묻자는 것이다. 아파서도 죽고 다쳐서도 죽고 걷다가도 죽고 자다가도 죽을 수 있는 서러운 나이가 된 어르신들이 연락망에 이름을 남겨 릴레이로 이웃에 전화를 건다. 죽어도 깨끗하게 갈 수 있게 빨리 찾아주자며 의욕을 다진다. 가는 데는 순서 없고 고독사만큼은 피하고 싶은 우리 <안녕 커뮤니티>에서 뭉쳐 보자고!

고만고만하게 못살던 오래된 동네 문안동. 아파트와 빌라촌, 다닥다닥 붙은 가난한 주택가, 쪽방촌이 모여 새로운 인구 유입 없이 쇄락해 가는 중이다. 복덕방, 김밥집, 사진관, 자전거 수리점 같은 작은 가게들이 있지만 주인장도 손님들도 온통 할머니 할아버지 뿐인 노쇄한 동네에 <안녕 커뮤니티>라는 새바람이 불어 온다. 필리핀 며느리가 받은 성희롱에 분기탱천해서 동네 영감들에게 달려가는 덕수 할아버지와 환갑이 넘어 짝사랑에 빠진 춘복이 할아버지, 손자손녀 대놓고 차별하다 아내에게 팽당한 교감 선생님과 만혼에 별거와 냉담자이기를 선택한 당당한 할머니 경욱씨, 치매에 걸린 모친을 돌보며 동네 사랑방 같은 김밥집을 운영하는 세봉 여사님 등 전화기를 통해 오가는 문안동 주민들의 삶에 함께 화내고 함께 웃고 함께 울며 1권 605 페이지를 단숨에 독파했다. 노인이 되어서도 내 힘으로 잘 먹고 잘 살다가 고통 없이 자연사하는 것이 목표인데 "죽음뿐인 미래를 무섭거나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작가님의 마음과 죽음의 순간을 연대로써 위로하는 다정한 상상력에 연말연초 큰 위로를 받았다. 남은 2권 안녕 커뮤니티의 모두가 안녕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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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터 - 근대의 문을 연 최후의 중세인 클래식 클라우드 26
이길용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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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사건! 루터잖아요. 다른 나라도 아니고 자그마치 독일의 종교 개혁가이자 신학자. 16세기를 살았던 보수적 혁명가의 일생이 재미있을 턱이 있냐고 생각했단 말입니다. '교과서 읽듯이 인내심을 갖고 읽어야겠구만.' 마음의 준비를 착착하고 있었거든요. 알맹이를 까보니 세상에 클래식 클라우드 안에서도 비교 대상이 없어요. 시리즈 중 총 열 권을 읽었는데 단연코 최고입니다. 정말이지 흥미진진, 웃기고 기막히고 신비롭고 재미나고 좋은 거 혼자 다가진 잘난 책이었어요. 루터 편이라고 그냥 지나쳤으면 완전 곤란할 뻔 했다니까요. 다들 후회하지 마시고 제 말 믿고 얼른 서점으로 달려가세요. 오늘이 <루터> 읽기 제일 좋은 날!! 먼저 읽는 독자가 이기는 독자입니닷!! 근데 그 전에 책에 대해서 좀 알고 싶다 하시면 아래 제 서평을 읽어 주십셔. 저라면 서평 읽을 시간도 아까우니까 책부터 찾아읽겠습니다. 음하하하하>_<

페스트가 휩쓸고 간 유럽. 암흑 같은 죽음이 시시때때로 도사리는 독일의 작은 도시 아이슬레벤에서 태어난 루터는 어린 시절부터 신의 징벌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성장했습니다. 페스트로 사랑하는 두 동생을 잃어야 했고, 백년 가까이 전쟁을 벌이는 이웃 나라들의 끊이지 않는 다툼에 휩쓸릴지 모른다는 불안을 겪어야 했으며, 민중의 시름을 달래주어야 할 종교의 분열과 타락 또한 목격했지요. 법을 전공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기대를 외면한 채 종교에 귀의한 그의 가슴에는 차근차근 단독자로서의 자기 자신과 은총을 내리는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 생겨나게 됩니다. "오직 성서, 오직 믿음, 오직 은총." 하느님을 앎에 있어 교회라는 매개는 필요하지 않다는 깨달음, 신앙은 교회와 인간 사이의 문제가 아니라 신과 인간 사이의 문제이며 인간은 집단이 아닌 단독자로 신 앞에 나아가야 한다는 자각으로 종교 개혁을 이끌게 됩니다. 신과 나 사이에 어떤 장애물도 놓지 말자, 그것이 타락한 교회 타락한 종교인이라는 장애물이라면 더욱 깨끗히 치워버리자, 루터의 선언은 개신교도가 아닌 제가 듣기에도 참으로 속이 트이는 시원한 발언이더군요.

95개 논제를 비텐베르크성교회문에 내걸 때만 하더라도 자신의 주장이 전 독일을 넘어 전 유럽에 개혁의 불꽃을 일으키는 도화선이 될 줄은 몰랐다는 루터. 마녀 사냥에 동조하고, 농민이 아닌 권력자의 편에 서서 전투를 저지하려 했으며, 종교개혁의 지지를 얻기 위해 헤센의 방백 필리프의 정부를 인정하는 등 도태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한계를 보여주어 실망도 했지만요. 집단이 아닌 개인의 주체적 자아 의식을 강조하며 종교와 문화에 새로운 길을 열고 근대의 시작을 힘껏 이끌어 나간 혁명가의 빛을 바래게 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지금의 우리가 종교개혁의 의미를 되새기려면 '루터'라는 한 개인에게만 초점을 맞추어서는 곤란하다. 그보다는 그가 어떤 시대, 어떤 문화, 어떤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그런 일을 했는지를 반복적으로 되물어야 할 것이다. 결국 인간은 역사의 존재이기 때문이다."(p235) 루터뿐 아니라 루터 주변의 흥미로운 인물들, 그 시절의 사람들에게는 절망스럽지만 현재의 우리에게는 흥미진진한 배경들을 루터의 주장과 함께 착착 날라주는 이길용 저자님의 배려이자 안배로 책은 무척이나 재미있고 수월하게 읽힙니다. 저와 같은 인문교양도서의 초보 독자들에게 올해 이보다 강추하고 싶은 책은 없을거라 장담해요. 최고!

+ 이길용 저자님의 <이야기 종교학>, <이야기 세계종교>를 장바구니에 담아놨는데 혹시 읽어보신 분 계신가요? <에바 오디세이>는 오뒷세이아랑 연관된 책인 줄 알고 담았는데 알고 보니 신세계 에반게리온 분석책이더라구요. 종교학 박사님의 이력이 너무 독특해서 웃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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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우의 집 - 개정판
권여선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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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 지원 도서입니다.



"나는 그들의 고통은 물론이고, 내 몸에 나온, 그 어린 고통조차 알아보지 못한다.

고통 앞에서 내 언어는 늘 실패하고 정지한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내 어린 고통이 세상의 커다란 고통의 품에 안기는 그 순간의 온기를 위해 이제껏 글을 써왔다는 걸.

그리하여 오늘도 미완의 다리 앞에서 직녀처럼 당신을 기다린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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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라는 다리가 없었다면 못보고 몰라서 스쳐지나갔을 아픔들, 작가님의 독자여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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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철의 집으로 이사온 원이. 일곱 살 동갑내기 두 아이는 곧잘 마음이 맞아 단짝이 되어 어울립니다. 도원결의까지는 아니어도 처녀들이 빠져 죽었다는 우물가에서 스파이를 작정하는 아이들이 어찌나 진지하던지 살풋 웃음이 났어요. 여섯 살 많은 금철의 뒤꽁무니를 졸졸 쫓아다니다 구박이나 받던 은철에게는 상상력이 풍부하고 이야깃거리가 많은 원이와 어울리는 일이 신세계만 같습니다. 비밀을 알아내는 좋은 간첩이 되기 위해 아이들은 집집마다 쏘다니며 그 집 식구들의 이름을 묻고요. 무슨 일을 하고 누구와 친하고 혹 숨은 사연은 없는지 매의 눈으로 살펴요. 그러나 일곱 살이니까요. 아이들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사정은 영 엉뚱하게만 해석 되거든요. 어른들은 아무 것도 모른다며 오해를 안고 킥킥 대거나 겁먹는 아이들을 볼 때면 귀엽고도 안타까워서 애가 탔습니다. 아이들은 아이답게 자라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데 도무지 따라주지 않는 환경들 때문에 화도 났구요. 삼악산 그늘 밑의 대한민국은 왜 그리 슬픈 모습이어야 했을까요?

산골짜기 아랫 자락으로 쭉쭉 이어지는 산복도로를 따라 들어선 집들 간의 빈부격차를 아이들은 몰라요. 원의 어머니인 새댁네가 부동산 계약서에 멋들어지는 필체로 쓴 한자를 보고 복덕방 할아버지와 은철의 엄마 순분이 놀라 까무러치는 모습도 그저 남의 일만 같지요. 큰애가 열 네살이나 되는데도 원의 어머니가 새댁이라 불리는 이유를 짐작이나 할 수 있었을까요? 집집마다 여편네 두들겨 패는 남편과 자식들 몽둥이 타작하는 어머니가 즐비한데 그중 눈에 띄게 조용하고 안온한 원의 셋방살이 풍경을 누군가는 부러워하고 누군가는 샘낸다는 사실을요. 원의 집에 모여 문을 닫아 걸고 꿍꿍 속내를 나누는 아버지 안덕규씨의 동지들이 아이들의 눈엔 알리바바와 사십 인의 도둑만 같아요. 큰아버지 집에 찾아가 봉투 하나를 받아 오면서 비를 맞던 새댁네의 심경은 아랑곳없이 맛있는 국수, 예쁜 단추로 그날의 나들이는 행복했구요. 금철의 장난으로 무릎이 부서져버린 은철의 집에 더는 손님이 없는 이유도 헤아리기 힘들어요. 안덕규씨가 국정원에 끌려가고 원이네가 간첩으로 몰려 사람들의 손가락질을 받게 되는 깜깜한 현실을 일곱 살 어린 시선으로 해석하며 의아해하고 자책하다 울고 이별하는 원과 은철 때문에 마음이 먹먹했어요.

삼벌레고개의 허리쯤에 위치한 우물가의 집. 상상조차 못했던 각종의 사건들로 해체되어 어둡게 굴러떨어지는 영과 은철의 가족사를 통해 그 시절 대한민국의 역사를 은유적으로 엿봅니다. 아이들의 상상력과 대조되는 어른들의 삭막한 세계 따위 접고 또 접어 내다버리고만 싶은데 틀림없이 그 시절의 누군가는 이런 일을 겪었겠지, 여전한 아픔으로 회상하고 있겠지 생각하니 그럴 수도 없어요. 미안해서요. 접힌 곳을 펼치고 구겨진 자리 잘 보이지 않는 글자들도 세세히 헤아려 꾸깃꾸깃한 옛날의 일들 어느 하나 잊지 않고 기억해야겠습니다. 인혁당 사건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알아 보는 시간을 가져야겠구요. 제18회 동리문학상 수상작품으로 14년도에 출간됐던 책인데 유일 단점이던 표지를 벗고 양장판 새표지로 갈아입어 이제는 무흠결의 완전한 책이 되었습니다. 도서관 대출이든 구매든 꼭 만나봐야겠지요? 고통을 다독이며 보듬고 기록하는 권여선 작가의 온기를 올 겨울 따뜻하게 품어가시길. 삼벌레고개를 떠난 은철과 원, 서평에서 다 쓰지 못한 금철과 영, 여러 많은 사람들이 부디 잘 살고 있기를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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