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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커뮤니티 1 - 다드래기 만화
다드래기 지음 / 창비 / 2020년 9월
평점 :
창비 지원 도서입니다.
사진관 박사장이 며칠째 연락이 없다. 홀아비라도 딸이 둘이나 있으니 손주들 재롱 보러 가서 안부도 잊었는가 하며 건물주 방덕수 할아버지는 무사태평하게 생각한다. 찾아야 할 사진이 있는 설쌍연 할머니만 마음이 급한데 누님-아우 하며 친하게 지내는 자전거집 사장 춘복이 할아버지를 앞세워 결국 잠긴 문을 따고 들어가기에 이른다. 사진이 목적인냥 얘기했지만 실상은 일주일 째 연락두절인 박사장이 걱정된 탓이다. 어디 멀리 갔는지 말끔하게 청소한 깨끗한 집에 1차로 놀라고 그런 청결함에 어울리지 않는 쓰레기 냄새에 2차로 놀란다. 영문을 몰라 박사장을 부르며 방문을 열고 들어간 춘복이 할아버지가 쌍연 할머니의 앞을 가로막으며 외친다. "안 돼요, 누님. 경찰, 경찰!" 사진관 박사장이 죽은 것이다. 홀로, 소리소문도 없이, 세상을 등졌다.
충격에 빠진 덕수 할아버지는 펑펑 눈물을 쏟는다. 딸들이 둘이나 있는데 뭐한다고 지애비 죽는 줄도 몰랐냐는 이웃들 입찬 소리에 체면불구하고 상가집의 밥상을 들어 엎기도 한다. 그런 소리 말라고, 철철이 보약이니 반찬이니 살뜰이 챙겨 아버지 찾아온 딸들, 부친 팔도유람까지 시킨 자식들이 어떻게 불효자냐 박사장 딸들 대신 화를 낸다. 한번만 더 챙겨 볼 걸, 방심하지 말걸, 망자를 보낸 후회로 가슴을 친 덕수 할아버지는 결심한다. 안녕 연락망을 만들자. 자식이 열이어도 목구멍이 포도청에 제 가정 지키느라 바빠 부모에게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것이 현실. 젊은 시절 자신들이라고 어디 달랐을까. 자식들 짐 지울 생각 말고 늙은 우리네가 서로서로 신경 써 안부를 묻자는 것이다. 아파서도 죽고 다쳐서도 죽고 걷다가도 죽고 자다가도 죽을 수 있는 서러운 나이가 된 어르신들이 연락망에 이름을 남겨 릴레이로 이웃에 전화를 건다. 죽어도 깨끗하게 갈 수 있게 빨리 찾아주자며 의욕을 다진다. 가는 데는 순서 없고 고독사만큼은 피하고 싶은 우리 <안녕 커뮤니티>에서 뭉쳐 보자고!
고만고만하게 못살던 오래된 동네 문안동. 아파트와 빌라촌, 다닥다닥 붙은 가난한 주택가, 쪽방촌이 모여 새로운 인구 유입 없이 쇄락해 가는 중이다. 복덕방, 김밥집, 사진관, 자전거 수리점 같은 작은 가게들이 있지만 주인장도 손님들도 온통 할머니 할아버지 뿐인 노쇄한 동네에 <안녕 커뮤니티>라는 새바람이 불어 온다. 필리핀 며느리가 받은 성희롱에 분기탱천해서 동네 영감들에게 달려가는 덕수 할아버지와 환갑이 넘어 짝사랑에 빠진 춘복이 할아버지, 손자손녀 대놓고 차별하다 아내에게 팽당한 교감 선생님과 만혼에 별거와 냉담자이기를 선택한 당당한 할머니 경욱씨, 치매에 걸린 모친을 돌보며 동네 사랑방 같은 김밥집을 운영하는 세봉 여사님 등 전화기를 통해 오가는 문안동 주민들의 삶에 함께 화내고 함께 웃고 함께 울며 1권 605 페이지를 단숨에 독파했다. 노인이 되어서도 내 힘으로 잘 먹고 잘 살다가 고통 없이 자연사하는 것이 목표인데 "죽음뿐인 미래를 무섭거나 힘들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작가님의 마음과 죽음의 순간을 연대로써 위로하는 다정한 상상력에 연말연초 큰 위로를 받았다. 남은 2권 안녕 커뮤니티의 모두가 안녕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