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멸망 일주일 전, 뭐 먹을까?
신서경 지음, 송비 그림 / 푸른숲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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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숲 지원 도서입니다

지구 멸망 일주일 전...

먹는 거 말고 뭣이 중한디?!!!

... 라고 말할 수 있는 한 남자 먹방 VJ 봉구씨가 주인공입니다.

지구의 파업 선언으로 인류 멸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치킨집 사장님도 족발집 사장님도 중국집 사장님도 파업에 들어갔습니다.

마트도 텅텅 길거리도 텅텅, 배달 음식 당연히 안됩니다.

지구 최후의 날엔 가족, 애인, 친구와 함께!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당연한 일 아닌가요?

.

.

😥😥😥

넵, 아닙니다!!

봉구씨는 고아에요, 가족이 없습니다.

왕따는 아니었지만 협소한 인간관계, 친구도 없구요.

주제를 알고(?) 첫사랑도 자체 포기, 고로 애인도 없다는 사실.

지구 멸망을 코 앞에 두고 VJ 봉구씨는 방구석에서 홀로 결심합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어제보다 맛있는 사과를 먹으련다!

지구 최후의 날까지 먹방을 찍으며 시청자와 함께 하겠노라!!

그게 나의 사명이다!!!

크레이프 케이크와 시루떡.

매실 장아찌와 삼겹살.

연어 스파게티와 해물탕, 군만두, 까눌레.

첫사랑 그녀(의 할머니)가 만든 것과 꼭 닮은 도시락.

최후의 먹방, 최후의 만찬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봉구씨의 식탁으로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조폭 같은 이웃 아저씨, 보험왕 여사님, 방송마다 트집 잡던 안티팬, 첫사랑 반장 그녀까지요.

외로울 줄 알았던 봉구씨의 인생 마지막 길이 유례없이 요란북적 시끌벅적한 가운데 카운트다운이 시작됩니다.

지구 멸망

10초 전...

5초 전.............

3초 전.........................

1초 전.............................................................................

지구 멸망 일주일 전, 뭐 먹죠?

지구 멸망 일주일 전, 누구랑 먹죠?

지구 멸망 일주일 전, 그런 게 중요한가요?

지구 멸망 일주일 전, 진짜 오면 어쩌죠?

인류 최초의 재난 SF 요리 만화를 보고 급 깨닫습니다.

지구 최후의 날엔 우리 다 피치 못하게 가정식이에요 여러분.

치킨도 사치일 그날을 위해 비상식량 하나쯤 꼬옥 품고 삽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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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스토텔레스 시학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35
아리스토텔레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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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지성 지원 도서입니다

그거 아세요? 고대 그리스에서는요. 아테네식 달력으로 보자면 3일에 한번꼴로 잔치가 열렸대요. 그중 봄에 열리는 디오니소스 축제가 유명했는데요. 그 이유는 세 명의 극작가를 선발해 세 편의 비극과 한 편의 풍자극으로 경연을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잘 알지는 못해도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소포클레스, 에우리피데스, 아이스퀼로스가 디오니소스 축제 때 디오니소스 극장에서 <오이디푸스 왕>, <안티고네>, <이피게네이아> 등의 작품을 올리고 상도 받고 그랬대요. 몇날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연극 경연은 얼마나 흥미진진한 볼거리였을까요? 3일에 한번씩 놀자판이 벌어진다니 아아 그리스는 역시 천국이었어! 제가 그리스로마 신화에 푹 빠졌던 이유가 있다니까요. 신화 곳곳에서 넘쳐나는 여유로움을 이미 느끼고 있었던거죠!

놀거리로 미어터졌던 그리스에서도 단연코 화제였던 비극과 희극, 서사시, 서정시를 학문이자 철학으로 길어 올린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의 제자이자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가정교사였던 전설 같은 인물이시죠.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을 통해서 "플롯, 스토리텔링, 모방, 비극, 에피소드, 카타르시스" 등을 설명하구요. 비극이 서사시보다 더욱 우월한 이유를 얘기하면서 비극이 비극답기 위해서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낱낱이 분석하고 알려줍니다. 플라톤과는 반대로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의 우월성을 인정하며 두 작품으로 시학의 사례를 설명할 때가 많아 흥미진진했어요. 그 시절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는 성경 같은 존재였다는 얘기에 뿌듯뿌듯, 두 작품을 다 좋아하는 독자라서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호감까지 무한상승하고야 말았습니다.

시학은 비극과 서사시의 1권, 희극의 2권으로 쓰여졌는데 현재는 1권만 전해지고 있어요. 그래서인지 책이 아주 얇습니다. 역자 해제를 빼면 116 페이지. 시학이라고 아주 시집 같은 두께에요. 진지하게 농담 중, 웃어주세요 (。・∀・)ノ゙시학과 서사시 중에서는 비극을 중점적으로 해서 설명하는데요. 책의 말미에 가면 어째서 비극을 더 우위에 놓았는지 알게 됩니다. 시는 무엇일까요? 좋은 시가 되려면 어떤 플롯으로 구성을 해야 할까요? 플롯과 에피소드는 어떻게 구분하죠? 어째서 희극은 우리보다 못한 사람을 모방하고 비극은 나은 사람을 모방하게 된 걸까요? 무얼 비극이라 하지요? 말미암아 일어나는 일과 다른 일 뒤에 일어나는 일의 차이는 얼마나 클까요? 비극적인 결말이 불행하다고 해서 작가를 비난해서는 안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적합한 결말이라는 건 도대체 어떻게 판별하면 좋죠? 비극과 서사시의 고유한 즐거움은 무엇일까요? 공포와 연민에서 인간은 어떻게 카타르시스를 찾아낼까요?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는 어째서 이렇게 재미날까요?!!!

비극 혹은 서사시 뿐만 아니라 문학 전반으로 확대해서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을 이야기들이 많았어요. "에피소드의 수도 많아졌다. 그 밖의 것들과 그것들이 더해진 과정을 일일이 열거하는 것은 우리로서는 버거운 일이기 때문에 읽은 것으로 해두자."(p22)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하지만요. 안타깝게도 아리스토텔레스 시대 사람들이 보거나 들었던 비극과 서사시가 우리한테는 익숙하지 않잖아요. 정말로 읽은 것으로만 하고 넘어갔으면 도대체 내가 뭘 읽는 건지를 몰라서 많이 해맸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도 역자님께서 각종 상세한 주석으로 비극과 서사시의 내용을 알려주셔서 읽은 것으로 두지 않고 읽은 상태로 만든 후에 넘어갈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본문보다 주석의 글자 수가 더 많은 것 같다는 함정만 감수한다면 그리스로마 신화의 바탕이 된 이야기들을 이불처럼 깔아둔 책이라 의외로 포근(?) 익숙(?) 따뜻한(?) 감상 시간을 가지실 수 있을 거에요. 우리 다 그리스로마 신화 한 권 정도는 읽었잖아요. 뒤돌아보지 말라는 약속 하나를 어겨서 영영 아내를 잃어버릴 뻔한 오르페우스, 아가멤논의 딸로 아르테미스의 제물로 바쳐진 이피케네이아,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한 오이디푸스, 아이깁토스의 아들들을 죽인 다나오스의 딸들 등등. 것봐요. 다 아는 인물들이죠? 소크라테스와 플라톤과 알렉산더 대왕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전설 같은 시대에 쓰인 책을, 2021년의 제가 읽었고 소개하고 있단 사실이 신기하고 두근두근 합니다. 고전을 만날 때마다 항상 느끼는 감정이지만 요. 이런 순간이 참 경이롭잖아요. 올해도 제 고전 사랑은 쭈욱 계속됩니다. (^∀^●)ノ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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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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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책방 지원 도서입니다

엄마와 엄마와 동거 중인 라일 아저씨는 한 때 마약 중독자였습니다. 먼저 정신을 차린 라일 아저씨의 도움으로 이제는 두 사람 다 마약을 하지 않고 있고요. 대신에 마약 판매일을 합니다. 영화를 보러 간다는 둥 데이트라 애들이랑은 같이 못간다는 둥 애써 숨겨보지만 귀신 같은 엘리의 눈을 속일 수는 없죠. 잔디깎이 풀밭이에 들어 있는 헤로인 봉지쯤 눈치 챈 지 오래라구요. 무엇보다 엘리는 아주 어려서부터 보모인 슬림 할아버지한테 교육 받았는걸요. "세세한 것들을 놓치지 말아라. 그럼 그 시간을 영원히 지속시킬 수 있다"(p128) 혹은 "꼭 구체적으로 써야 된다.. 상세하게. 구체적인 내용을 전부 다 집어넣어. 일상생활을 시시콜콜하게 적어주면 녀석들이 고마워해, 자기들은 이제 그렇게 못 사니까. 너희 학교에 화끈한 선생님이 있으면, 그 선생의 머리는 어떻고, 다리는 어떻게 생겼는지, 그 선생이 점심으로 뭘 먹는지. 기하학 선생이면, 칠판에 망할 삼각형을 어떻게 그리는지. 어제 과자 사 먹으러 가게에 갔으면, 자전거를 타고 갔는지, 걸어서 갔는지, 가는 길에 무지개를 봤는지. 눈깔 사탕을 샀는지, 아니면 비스킷? 캐러멜? 무슨 소린지 알겠지? 구체적으로 쓰란 말이다."(p109)

슬림 할아버지의 말씀을 습자지처럼 빨아 들인 엘리의 성장기는 그래서인지 무척이나 두껍습니다. 670 페이지. 거기다 이야기 구석구석 더께가 앉아 가루비누 팍팍 풀어 보글보글 삶고 찌고 방망이로 어지간히 두들겨 햇볕에 널어 말리지 않으면 참 뽀송뽀송해지기가 힘든 류의 책이에요. 엘리의 이웃에 살며 어린 시절부터 보살펴준 슬림 할아버지는 택시 기사를 살해에 감방에 갇혔다가 두 번이나 탈옥한 적이 있는 죄수구요. 아버지는 자식들을 차 뒤에 태우고 달밤에 댐으로 직진했단 말이에요. 덕분에 죽다 살아난 엘리의 형은 선택적 함구증이 와서 일체 말을 안합니다. 엘리는 오로지 자신의 뛰어난 관찰력과 오거스트가 허공에 끄적이는 손가락 메모로 그와 소통하지요. 이후 알콜 중독자의 길로 들어선 아버지는 기운이 있을 땐 책을 읽고 기운이 없을 땐 엎어져 주정하는 삶에 길에 들어서 변기에 대고 오줌도 제대로 못싸요. 남편과 헤어져 새삶을 찾는다는 게 하필이면 마약 중독자와 동거한 엄마는 마약쟁이가 됐구요. 그나마 개과천선한 게 마약판매상이니 제발 좀, 애들은 가라! 이곳이야말로 노키즌 구역이 되어야 마땅할 장소 아닌가요?

애는 애라서 어떻게든 행복할만한 거리들을 찾아 웃으며 살려고 하는데 타이터스 브로즈라고 이름부터가 범죄자 쀨인 양아치가 조폭 같은 부하 하나 달고 와서는 라일 아저씨도 끌고 가고 엘리의 손가락도 잘라 버려요. 뽀송뽀송이 뭔가요.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수록 더욱 구질구질 해지는 엘리의 삶이 딱하고 짠해서 책을 계속 읽기가 너무너무 힘들었습니다. 저노무 골목, 저노무 인간들 빡빡 빨거나 빡빡 쓸어 버리고 엘리도 오거스트도 그리고 다른 많은 아이들도 평화롭게 살 게 해주고픈 마음이 굴뚝 같았어요. 슬럼가 정말 너무 무서움요. 아참. 흥분해서 쓰다 보니 한 가지 빼먹었는데 슬림 할아버지가 말하는 '시시콜콜하게 적어주면 고마워하는 그 녀석들은" 바로 범죄자들입니다. 감옥에 있으면서 편지 한 장 못받을 짠한 죄수들의 사정을 알고 있던 슬림 할아버지가 엘리의 펜팔 친구로 교도소 아저씨를 점찍어줬다는 사실! 여기 누가 노키즈존 팻말 좀 붙여줘요. 제발요. 플리즈~ (○` 3′○)

말하기 좋아하는 이야기꾼 엘리, 범죄를 다루는 신문기자가 되고 싶은 엘리, 신경쇠약에 걸린 남자와 마약쟁이와 마약쟁이인데다 배신자이며 가정폭력범이기까지한 남자마저 사랑하는 엄마를 용서하는 엘리, 시간을 돌아왔다고 주장하는 특별하고도 신비한 형 오거스트를 사랑하는 엘리, 두 다리를 벌벌 떨며 오줌이라도 지릴 것처럼 겁먹는 와중에도 가족을 지키기 위해 두 팔을 벌리는 엘리, 어른들이 띄엄띄엄 알려주는 단편적인 이야기에 질려버린 엘리, 그래서 구체적으로 제 소년기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엘리, 연상의 기자 케이틀린 스파이스를 사랑해 빅뱅과도 같은 첫키스를 하게 된 엘리. 670 페이지 속 다양한 사건 어쩌면 모험들 속에서 다른 독자들은 또 어떤 엘리를 발견하게 됐을지가 궁금합니다. 저한테는 많은 부분이 오리무중, 수수께기 같았던 책이기도 해서요. 엘리와 오거스트는 정말로 세상 저편의 문을 열었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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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 - 삶과 책에 대한 사색
어슐러 K. 르 귄 지음, 이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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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시의 마법사>, <바람의 열두 방향>, <남겨둘 시간이 없답니다>까지 소장하고 있는 책이 열 권이 넘는데 정작 르 귄의 책을 읽어 본 건 이 책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겁니다>가 처음이에요. 더 미루지 말고 어떻게든 읽으라고 게으른 독자의 취향을 저격해서 쓴 책만 같은데요. 실은 르 귄이 어딘가에서 말하거나 올리거나 작성한 조각글들을 수집한 산문집이었어요. 문학상을 받을 때엔 수상소감을, 문학제 기념행사에서는 축하연설을, 학교에서는 강연을 하기 위해 글을 썼구요. 출판사에서 의뢰를 받아 쓴 책 서문의 양도 상당했습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르 귄이 개인적으로 읽은 책의 서평들이었어요. 다수 서평이 맨체스터 가디언에 실렸으니 아주 사적인 독서라고 말하기는 힘들겠으나 악평까진 아니어도 어리둥절하거나 취향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가감없이 표현을 했더라구요. 르 귄의 서평을 읽으며 내 서평 구려병에 걸릴 뻔 했는데요. 생각해 보니 글 쓰는 일이 업인 세계적인 작가님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게 외려 건방진 일 같더라구요. 저는 아마추어니까요. 못 쓰는 게 당연한 겁니다. 헹!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겠다"는 제목이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가 아마 제일 궁금하실 것 같아요. 저도 그랬거든요. 동일한 문장이 "책의 죽음" 편에서 등장하는데요. "우리 손끝에 달린 온갖 유혹에도 불구하고, 나는 책 읽기를 익힌 고집스럽고 내구력 있는 소수가 오랫동안 그러했듯 앞으로도 계속 책을 읽으리라 믿는다. 종이든 화면이든,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읽을 것이다. 그리고 책을 읽는 사람들은 대개 그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하기에, 그리고 막연하다 해도 그 공유가 중요하다고 느끼기에, 어떻게 해서든 책이 다음 세대에도 존재하도록 만들고야 말 것이다."(p183) 이 주제로는 사실 책을 읽는 사람보다 책을 안읽는 사람들이 더 많이 걱정하는 것 같아요. 제가 학생일 때에도 요즘 애들은 책을 안읽는다, 독서 인구가 줄고 있다고 염려하는 어른들이 많았어요. 오죽하면 방송국에서 <책을 읽읍시다> 같은 프로그램을 편성해서 전국에 어린이 도서관들을 열어 줄 정도였으니까요.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하다못해 대학생이 된 후에도 언론의 걱정은 여전했습니다. 거의 매년 설문 조사 결과가 등장하고 이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전문가 의견이 제시되었지만 독서 인구가 폭발했다는 얘기 같은 건 살아생전 들어본 적이 없어요. 남은 인생, 저는 여전하게 책을 읽겠지만 여전하게 많은 사람들이 책의 존재 가능성을 걱정하겠지요? 그런데 르 귄은 전혀 다른 시각에서 독서 인구의 문제를 얘기하더라구요.

"왜 지금 우리는 모두가 책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p124)/ "독서가 한물갔다고 독자가 죽을까?"(p174) "읽는 사람들은 언제나 소수파였어요. 엘리트가 아니라, 그냥 소수파에요."(p197) 수월하게 읽고 쓰는 사람들이 지금 시대에나 흔하지 해방 후 대한민국만 해도 문맹률이 얼마나 높았나요. 지금은 아니지만 저희 외할머니도 저 초등학생 때가지만해도 까막눈이셨어요. "책의 세기라고 불렀던 과거, 많은 사람이 소설과 시를 읽고 즐기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던 때라 해도, 얼마나 많은 사람이 졸업 후까지 독서에 많은 시간을 들이거나 낼 수 있었겠는가? 그 시절엔 대부분의 미국인이 힘들게 일했고 오래 일했다.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사람은 늘 있었고,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언제나 적지 않았겠는가? 우리가 그 숫자를 모르는 건, 그때는 걱정할 설문조사 결과가 없었기 때문이다."(p131) 책을 읽는 사람이 다수였던 시절 같은 건 애초부터 없었는데 전 왜 과거에 더 많은 독자가 더 많은 책들을 섭렵하며 책을 사랑했을 거란 환상을 가졌던걸까요? 모든 학생들이 책 한 권쯤 심장에 품고 사는 그런 시절이 꼭 있었던 것만 같아서 줄어드는 독서 인구를 참 쓸데 없이도 걱정했습니다. 그때도 지금도 읽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소수 취향을 존중하는 사회잖아요. 우리 앞으로도 열심히 읽어요! 갖가지 취향의 책들 찾을 수 있다면 어떻게든 찾아 읽는 독자로 남아봅시다!

+ 르 귄도 저처럼 역사, 철학, 인문서 할 것 없이 모든 책을 소설처럼 읽는대요. 르 귄이 소설처럼 읽는 것과 저의 소설처럼 읽는 일이 완전히 똑같지는 않겠지만요. 전 장르불문 책 속에서 인물과 사건과 플롯의 순을 땁니다. 물꽂이 하듯 머릿속에 순을 심고서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며 책을 읽는데 뿌리와 새싹이 넘실넘실 잘 돋아나는 책은 인문서에 두꺼워도 술술 읽구요. 그렇지 않은 책은 소설이라도 영 속도를 못내는 편이에요. 얼마전에 읽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가 그 대표적인 예. 상상의 여지도 없고 사건도 없고 말만 있어서 읽는 게 정말 힘들었어요. 그렇지만 유익한 책이니 꼭 읽어 보세요!! (나만 괴로울 순 없어 ヾ(≧へ≦)〃)

+ 르 귄이 서문을 쓰는 책, 서평을 쓴 책 중 다수가 미국, 캐나다, 영국의 책들인데 그 중 아시아인 작가의 책은 단 한 권 뿐이더라구요. 장르에 편파적인 여러 시선들, 여성 작가들에 대한 소외와 무관심에 대해 르 귄은 많은 우려를 표현했고 활동하는 내내 적극적인 목소리를 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 책에도 그와 관련한 이야기가 정말 많았거든요. 동시에 궁금해지더라구요. 르 귄의 시대에 르 귄과 같은 영미 문화권에서 책을 읽고 책을 쓰는 아시아인들은 없었나요? 백인 남성 작가, 백인 여성 작가 외에는 정말 제대로 쓰는 아시아인 작가가 없었던 게 맞나요? 여러 문학시상식에서 여성 작가가 두드러지지 못한 이유가 문학 원로들의 배척 때문이었다는 르 귄의 말이 사실이라면, 여러 출판사에서 남성 작가들의 책은 재판하면서 여성 작가들의 책은 절판시킨다는 의견도 사실이라면 혹시 아시아인이라 배척받은 작가, 절판 당한 작가도 있지 않았을까.... 과대망상이라면 할 수 없구요.

+르 귄이 추천하는 강추 도서! 눈 먼 자들의 도시, 닥터 지바고, 노변의 피크닉, 타임머신, 완전판 우주만화, 타인들 속에서, 뿔속의 꿀, 점프오브 크리크. 이중 지금 제일 읽고 싶은 책은 타임머신이에요. 그 밖의 서문, 서평들을 차지하는 책은 듣도 보도 못한 장르 작가들과 작품들이라 르 귄의 말처럼 읽다 보면 "어안이 벙벙해"(p493) 질 지경입니다. 우리가 과연, 공통의 문학 문화를 가진 것이 맞나요? 아니면 제가 장르 문학을 아직 영 모르는 걸까요? 낯선 작품들의 서평을 쭈욱 읽다 보니 고전이 등장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허클베리 핀이나 멋진 신세계, 제인 오스틴의 책들이요. 르 귄은 제인 오스틴도 사랑해요. 저도 그렇습니다~ (〃>目<)

+ 안읽는 것만 걱정하던 어른들이 이상한 걸 읽는다는 걱정을 추가했던 때가 한번 있기는 있었네요. 늑대의 유혹, 그놈은 멋있었다, 드래곤라자, 묵향, 비뢰도 같은 책들이 인기를 구가하며 학생들이 책방을 풀방구리 쥐 드나들 듯 하던 때였는데 그땐 되려 책을 읽지 말라고 했었다니까요. 선도부가 학생지도 한다고 소지품 검사를 하던 시절이었는데 늑대의 유혹이 19금 만화책이랑 같이 압류 당했었어요. 아, 물론 제 얘기는 아닙니다 ( ˘︹˘ ) 맨발의 그녀석, 너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녀석이 왜 맨발이냐고 물었던 선생님, 안녕하신가요? 모쪼록 건강하십시오~ 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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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폴리스 -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도시의 역사로 보는 인류문명사
벤 윌슨 지음, 박수철 옮김, 박진빈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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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은 역사책. 도시사가 이렇게 재미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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