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 이야기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29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지음, 천은실 그림, 정영선 옮김 / 인디고(글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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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고 지원 도서입니다



우리에게는 소공녀 세라로 유명한 이야기에요.

일본의 후지 티비에서 만들어진 유명 애니메이션도 그렇구요.

책의 번역도 일본의 것을 고스란히 가져와 소공녀인 경우가 많았어요.

근간에는 세라 이야기로 거의 통일인 같죠?

어린 시절 소공녀를 좋아하지 않는 여자애는 거의 없었을 거에요.

레이스 달린 드레스에 예쁜 구두.

조랑말도 마차도 하녀도 무엇보다 세라만을 위한 특별한 방도 모두 부러웠어요.

세라는 정말이지 공주님 같았거든요.

마침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로 세라 이야기가 출간되었길래요.

천은실 작가님의 사랑스런 삽화와 함께 추억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려 합니다.

1887년의 영국, 민친 여학교로 출발해 볼까요.


 

교장 선생님, 세라는 책을 읽는 아닙니다. 꼬마 여자애가 아니라 꼬마 늑대처럼 내용을 꿀꺽꿀꺽 삼킨답니다.”

 

_세라 이야기, 인디고, p21



일곱 세라는 인도에서 돌아와 민친 여학교에 당도한 참이에요.

처음엔 엄마가 없는 세라를 위해 크루 대위가 기숙 학교를 선택한 알았는데요.

읽다 보니 당시 부유한 영국인들 다수가 아이를 기숙 학교에 보냈는가 봐요.

로티부터 열세 라비니아까지 학교는 다양한 나이대의 여자 아이들로 붐볐거든요.

심술궂지만 욕심 많은 민친 교장은 젊고 부유한 크루 대위의 맘에 들기 위해

세라의 엉뚱함이나 상상력을 칭찬하지만 속내는 전혀 달랐어요.

' 애가 정말 싫어.'


  

세라 말로는 공주는 겉모습과는 상관이 없대. 부자인지 아닌지도 상관없고. 오로지 생각과 행동에 따라 공주가 된다는 거야.”

_세라 이야기, 인디고, p94

 

 

세라는 여느 아이들과는 정말 달랐거든요.

떼를 쓰거나 우는 일도 없었구요.

공주님처럼 어여쁘고 너그러웠어요.

책을 좋아하고 상상력이 풍부해서 공감 능력도 뛰어났구요.

자연히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따뜻한 아이일 밖에 없었죠.

민친 교장은 번이고 세라를 골탕 먹이려고 하는데 안되요.

세라가 프랑스어로 대화하는 모습을 봤을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민친 교장은 프랑스어를 못하거든요.

교장 선생에게 기회가 세라가 11살이 되던 생일날이었어요.

" 이제 거지야."

"아빠도 돌아가셨고 가족도 없고 너를 돌봐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무리 춥고 배고파도 공주님처럼 품위를 잃지 않으려구요.”

_세라 이야기, 인디고

 

 

세라는 다락방으로 쫓겨나요.

저학년의 수업 조교부터 시작해 온갖 허드렛일을 떠맡는데요.

하물며 밥도 안줘서 온종일 쫄쫄 굶는 일이 다반사에요.

세라를 공주마마라 떠받들던 친구들은 세라의 불행을 비웃구요.

하인과 하녀들도 킬킬대며 세라에게 궂은 일을 떠넘겨요.

세라는 상상력의 힘을 발휘해 보려고 해요.

이곳은 바스티유 감옥이고 자신은 무고하게 갇힌 죄인이라구요.

품위를 잃지 않는 공주님이 되겠다고 다짐하지만

배가 너무너무 고플 때는 상상력마저 힘을 잃어버리는 같아요.

한날은 엉엉 울음이 터져서요.

가장 친한 친구이자 인형인 에밀리를 집어던지기도 했어요.

마리 앙투와네트를 본받아 굳세게 버티겠다 다짐하지만

왕비는 결국 처형 당했다는 알고 계시죠?

세라는 과연 춥고 쓸쓸한 다락방을 벗어날 있었을까요?


 

그렇게만 된다면 저는 석탄 통이 아무리 무거워도 상관없어요.

이야기 들을 생각만 하면 주방장님이 저한테 무슨 짓을 해도 견딜 있어요.”

_세라 이야기, 인디고, p89

 

사람은 불행한 일로 시험을 당하잖아. 나에게 찾아온 불행한 일이 너까지 시험하고 말았어.      하지만 네가 얼마나 멋진 사람인지 보여주었고.”

_세라 이야기, 인디고, p164




세라 이야기는 가지 마법 같은 힘을 알려 줍니다.

하나는 이야기의 힘이구요.

하나는 태도의 힘이에요.

상상과 현실에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낼 아는 세라의 힘이

하루종일 노동에 시달린 하녀 베티와 엄마가 없어 외로운 로티와

소극적이고 우둔한 어멘가드에게 기운을 불어넣는 모습을 살펴 보세요.

이웃집 신사와 하인의 귀로 전달된 소원이 꿈처럼 이루어지는 모습도요.

자기계발서 중에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라는 책이 있는데요.

제목에 어울리는 고전 속의 인물을 꼽으라면

무조건 세라 크루를 지목하겠어요.

상황과 감정에 상관없이 꾸준히 공주님 같은 품위를 지키니까요.

"무엇도 나를 괴롭히거나 화나게 없어."

불만족스러운 상황도 당당하게 받아들이구요.

때로는 터무니없을만큼 대담한 행복도 꿈꿔보면 어떨까요?

물론 상상만 해서는 안되겠죠?

세라도 하녀 일이 끝난 다음엔 공부를 마친 후에 잠이 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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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는 괴물들 - 드라큘라, 앨리스, 슈퍼맨과 그 밖의 문학 친구들
알베르토 망겔 지음, 김지현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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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끝판왕 같은 느낌, 나도 언젠가는 이렇게 책을 읽고 싶다ㅠㅠ 진짜 최고! 완전 재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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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주는 괴물들 - 드라큘라, 앨리스, 슈퍼맨과 그 밖의 문학 친구들
알베르토 망겔 지음, 김지현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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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지원 도서입니다

 

뭐죠? 뭐 이렇게 끝내주는 책이 다 있죠. 고전 속 다양한 의미로 괴물 같은 캐릭터들을 재조명하는 책인데요. 이 책을 쓴 작가 본인부터가 워낙 괴물 같은 독자다 보니 해석이 정말 어마어마합니다. 조명할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각양각색의 인물을 비추는 스포트라이트에 눈이 멀 지경이었어요. 주인공으로 오래오래 사랑 받아온 캐릭터들은 말할 것도 없구요. 알베르토 망겔의 조명 밑이 아니었다면 제가 끝내 놓치고 갔을 조연들도 많았습니다. 알았다고 생각했던 인물들의 전혀 다른 모습을 포착할 때나 주인공의 짙은 그늘에 묻힌 조연의 얼굴을 마주할 때마다 어안이 벙벙해졌어요.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 책장 앞을 서성이기도 했구요. 책장에 손을 뻗었다가 몇 차례 접기도 했습니다. 끝내주는 괴물들 속 고전을 꺼내고 싶어져서요. 끝내주는 괴물들을 읽고 난 내 눈에 그들의 이야기가 다르게 읽힐지 궁금해서요. 그렇지만 끝내주는 괴물들부터 먼저 완독하고 싶어서요. <끝내주는 괴물들>을 읽는 동안이 올 들어 고전이 최고로 땡겼던 밤이었네요 ㅋㅋ

 

 

 

1. 이건 어린이야! 오늘 막 발견했어!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모두 완독했지만요. 사실 만족할만큼의 재미는 느끼지 못했어요. 말장난도 유머도 도통 뭐가 웃기다는 건지를 모르겠고 시는 이해가 안가구요. 캐릭터들은 귀엽다기보다 기괴해서 매력을 느끼기 이전에 무서웠어요. 모조리 다 좀 제정신이 아닌 것 같잖아요. 초중등 아이들도 즐겁게 완독하는 책인데 참 이상하지요? 그런데 알고 보니 앨리스는 "우리는 모두 미쳤다는 진실을 깨우쳐주는"(p55) 책이 래요. "우리는 앨리스와 마찬가지로 스스로의 눈물 속에 자신과 남들을 모두 익사시킬 위험을 감수한다. 도도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어느 방향으로 달리는지, 얼마나 가망이 없는지 따지지도 않고 우리 모두가 승자가 될 것이고 상을 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흰 토끼처럼 남들이 우리를 영광스레 받들어야 할 의무라도 있는 양 이리저리 명령을 내리고 다닌다. 애벌레처럼 다른 동족들의 정체를 따져 물으면서 정작 우리 자신의 정체에 대해서는 잘 모르며 심지어는 정체성을 잃을 위기에 처하기까지 한다. 공작 부인처럼 신경에 거슬리는 행위를 하는 젊은이들에게 벌을 주어야 한다고 믿지만 그들의 행동 이면에 어떤 근거가 있는지에는 별 관심이 없다. 모자 장수처럼 여러 사람을 위해 차려진 음식과 음료를 독차지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며, 목마르고 배고픈 사람들에게 갖고 있지도 않은 와인을 마시라고 하거나, 오늘만 빼고 다른 날에만 있는 잼을 권하기도 한다."( p56) 그 뒤로도 쭉쭉 이어지는 앨리스가 알려주는 우리의 미친 짓들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후들후들 떨었던 거 안비밀입니다. 알베르토 망겔은 햄릿 속 인물과 앨리스를 비교하기도 하는데요. 앨리스가 "나를 마셔요"라고 적힌 유리병을 잡고 제일 먼저 확인한 게 ""의 표시 유무였대요. "이런저런 불쾌한 일을 당한 아이들에 관한 짧고 훌륭한 이야기를 몇 편 읽은"(p58) 앨리스가 위험을 회피하는 모습이 덴마크 왕자보다 훨씬 합리적이라나요? 끝내주는 괴물들을 읽으며 전 오늘 막 앨리스를 발견한 느낌이었구요. 월요일부터 곧장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읽을 생각입니다.

 

2. 도대체 거트루드는 누구인가?

 

햄릿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챕터 6의 제목 "거트루드"를 보고 이 양반이 도대체 누구지?? 하는 의문을 품은 독자가 혹시 저 뿐일까요? 아니, 제발, 안 돼, 다들 몰랐다고 해주세요. 보바리 씨, 빨간 모자, 드라큘라, 앨리스, 파우스트, 모르는 인물 하나 없이 쭈욱 넘어가다가 거투르드가 나와서 저 잠시 당황했단 말입니다. 햄릿을 읽었음에도 햄릿의 어머니인 그녀를 전혀 떠올리지 못했어요. 비중이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존재감이 막 넘치는 인물도 아니잖아요. 끝내주는 괴물들 속에 있기에는 많이 부족하지 않은가 했지만 어이쿠, 알베르토 망겔이 거트루드의 입장에서 쓴 단편소설 같은 글을 읽으며 생각이 바뀌더군요. 왕궁 생활이 너무 따분해서 음모론에 빠진 것만 같은 아들(=햄릿)을 둔 어머니 거트루드의 속내에 씁쓸한 한편으로 낄낄 웃음이 터져버렸는걸요. "기름때에 전 침대에서 뒹굴며 타락에 팍팍 삶긴 수고양이 같은 클로디어스가, 곰팡이 핀 이삭 같은 남자가 사랑을 위해 살인을 불사하는 걸 상상하다니 아들 제정신이니?" 하는데야 웃음이 안날 수가 없잖아요. 거트루트가 거의 처음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며 선택한 결말이 전 솔직히 기억이 안나요. 그래서 햄릿에서 가장 감동적인 대사였다는 (어디까지나 알베르토 망겔 기준) 그녀의 말도 물론 기억하지 못합니다. 햄릿 재독은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지만 휴... 그래요, 도전 갑니다. 아잣!!!

 

 

3. 로빈슨 크루소는 누가 봐도 영국 신사?

 

"그나저나 크루소가 신사인 것은 확실한 사실이다. 그는 영국 국교회를 믿으며(난파선에 카톨릭 서적이 몇 권 남아 있었지만 챙기지 않았다고 한다), 자신과 비슷하게 생기지 않은 사람은 모두 야만인이라고(아니면 식인종이나 흑인이라고) 굳게 믿고, 제국의 국경 밖 황무지에 문명을 개척하는 임무를자신만만하게 떠맡는다(그 황무지가 기껏해야 바람에 닮아빠진 바위 무더기에 지나지 않는데도)."(p152) 알베르토 망겔은 작가 입장에서 무지하게 삐딱한 독자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독자의 독자인 제 입장에서는 그의 삐딱함이 그렇게 웃기고 흥미진진 할 수가 없어요. 루소가 에밀이 밤마다 읽을 책으로 로빈슨 크루소를 선택한 이유마저 아주아주 삐뚤어진 눈으로 추측하는데 왜죠? 왜 때문에 제가 뼈 맞는 것 같죠? 프라이데이와 크루소 사이에 존재했던 불공정의 기술을 저또한 아무 편견 없이 그리고 저항없이 받아들였다는 사실 앞에 뼈가 얼얼합니다. 반성하겠어요.

 

4. 비록 괴로움만 쌓일지라도 삶은 내게 소중하고, 나는 그걸 지킬 것이오.

프랑켄슈타인 말고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 말합니다.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소망이 생명 창조라고만 생각했지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면서도 "여자를 통하지 않고 생명을 탄생시키는 일"(p241)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어요. 여성의 존재감이 느껴지지 않는 작품들에도 전 아무 거부감이 없었고요. 여태 그걸 의식도 안했었나봐요. "정자만으로 생명을 창조하는 것은 연금술사의 목표요, 가부장의 꿈이자, 매드 사이언티스트의 지향점이다. 아담의 갈비뼈로 만든 이브, 피그말리온의 상아상 여자, 제페토의 목각 인형 피노키오, 18세기와 19세기 초에 메리 셸리와 그 주변인들을 강렬히 매료시켰던 자동인형의 발명도 모두, 남자들이 여자의 도움 없이 스스로 생명을 창조하는 능력을 상상했던 결과다. 즉 임신할 수 있는 독점적 능력을 여자들에게서 빼앗고자 했던 것이다."(p241) , 진짜요?? 난 왜 몰랐지?? 이브는 그럼 인류 최초의 한부모 가정 자손인건가요??? 아담은 인류 최초의 홀아비도 아니고 이게 뭐야? 뭐지??? 뜬금포 물음표를 쌓아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존재감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알베르토 망겔과 달리 전 정말 쓰잘데기 없는 생각만 하는 망독자인 것 같아요.

 

끝내주는 괴물들을 읽으며 돈키호테가 아닌 시데 아메데 베넹헬리(세르반테스가 돈키호테의 저자라고 주장하는 아랍인)에 처음으로 관심을 가졌습니다. 구운몽과 서유기가 영어로 번역되어 해외 독자들에게 읽힌다는 사실도 알게 됐어요. 참고로 알베르토 망겔은 아주 당당하게 팔선녀의 이름자 해석을 틀려서 한국 독자들을 웃겨줍니다. 책벌레라 불리는 카소본 씨와도 인사를 나눴는데요. 그가 한 말은 아니지만 "서로의 애정이 동등할 수 없다면 / 더 사랑하는 사람이 나이기를" 이라는 문구 앞에 가슴이 찡 했습니다. 나이를 먹어 이기적이 된 탓일까요? 이제는 더 사랑하는 사람이 너이기를 바라는 나만 남았네요;; 각 나라에서 가장 사랑받는 동화 속 인물로 그 나라를 정의해볼 수 있다는데 저랑 같이 고민 좀 해주시겠어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받은 동화 속 인물은 대체 누구인가요? 콩쥐?? 가만 생각하면 콩쥐도 엄청 초인 아닌가요??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우리 인간들에겐 괴물 같은 존재들이 너무나 필요한가 봅니다. 문학 작품 속 이렇게나 많은 괴물들이 존재하는 걸 보면 말예요. 네모 선장은 (저희 세대는 나디아부터 떠올리지만 실은 해저 2만리의 등장인물) 12천권의 장서가 꽂힌 서재에서 정적과 고독이 넘치는 독서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하아아안참 못미치지만 대신에 제 책장에는 알베르토 망겔의 <끝내주는 괴물들>이 있다 이겁니다. 이 책을 길잡이 삼아 저도 소박한 책장 아래 올 여름 고전 속의 괴물 같은 캐릭터들과 재회해 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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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청의 왕 : 탑의 소녀 + 왕의 탄생 - 전2권 나르만 연대기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아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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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아이 지원 도서입니다

 

 

 

 

 

 

 

트러블 여행사, 보건실의 마녀 선생님, 기묘한 모모 한약방, 십 년 가게, 요괴의 아이를 돌봐드립니다, 그리고 청의 왕까지. 5, 6월에 출간됐거나 출간 예정인 히로시마 레이코의 책들입니다. 출판사도 소미아이, 베틀북, 미래엔아이세움, 주니어김영사, 길벗스쿨, 위즈덤하우스까지 아주 다양한데요.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길래 한일 양국 아이들의 지극한 사랑을 받으며 급기야 놀라운 번역 러시까지 일구어 냈는지 궁금했어요. 드래곤 라자를 완독한 후 새로운 시리즈를 찾던 차에 들려온 나르만 연대기 출간 소식에 눈이 번쩍 뜨인 이유이지요. 앞서의 책들과 비교하면 청의 왕 표지가 꽤 고학년스러워서 어른 독자 입장에서 접근성이 좋기도 했구요. 읽고 난 소감은요. 어린이 독자님들 이렇게 재밌는 책들 혼자 보기 있어요? 이모, 삼촌들한테도 좀 팍팍 권해줘봐요. 정말, 넘넘넘넘, 엄청엄청, 무진장 재미있어서 아주 신났습니다.

 

 

나르만 왕국은 풍요롭고 편리하기로 이름 높은 곳이에요. 사막 한 가운데 유일하게 물이 솟는 곳에 지어진 도시라는 점도 특별하지만요. 나르만을 다른 도시와 구분 짓는 제일 큰 차이점은 그들이 마족을 노예로 부린다는 겁니다. 명예를 중시하고 자유롭기 그지없는 마족이 어떻게 인간에게, 그것도 도시 전체에 복종하게 되었을까요? 나르만 왕국을 제외한 다른 모든 도시민들이 이를 궁금해하지만 왕국은 비밀을 꽁꽁 숨긴 채 알려주지 않습니다. 단지 왕의 어떤 거대한 힘으로 포장할 따름이지요. 도시민들 또한 마족을 부리고 갈취하고 약탈하는데 주저함이 없어요. 그들에게 마족은 인간에게 이용 당하기 위해 태어난 종족일 뿐이니까요. 마족을 존중하는 몇 몇 왕국에서는 나르만과의 교류를 끊다시피 했지만 알게 뭔가요. 이러나 저러나 나르만 왕국은 세계 제일 가는 부유한 왕국인걸요.

 

풍족하고 무엇하나 부족하지 않을 것 같은 도시에도 빈민은 있는가 봅니다. 나르만의 뒷골목에서 한 소년이 구타를 당하고 있어요. "이 좀도둑놈아!!" / "나리, 살려 주세요! 저는 설탕을 훔치지 않았어요!!" 길고양이처럼 쓰레기를 뒤져 빵이나 썩은 과일 등을 찾아내던 하룬에겐 날벼락 같은 일이었습니다. 딱딱한 빵도 감지덕지할 판국에 비싼 설탕을, 자그마치 한 봉지나 훔쳤다니 억울해 하늘이 노랗게 보일 정도였어요. 그러나 노예까지 대동하고 나온 부자는 하룬의 말을 들어줄 생각이 없습니다. 오히려 항변하는 하룬에게 화가 나 그를 마른 우물에 빠트려 죽이라고 명령까지 해요. 노예 사내에게 제발 살려달라고, 내가 불쌍하지 않느냐고, 도망 가 죽은 듯이 살겠다고 싹싹 빌지만 노예에게는 동정심도, 홀로 사고할 수 있는 지성도 없어 야무지게 하룬을 집어던질 뿐입니다. , , ! 우물의 깊은 바닥에 떨어진 하룬은 무사히 두 눈을 뜰 수 있었을까요?

 

한편 바위산 위의 탑 속에서는 한 소녀가 무기력하게 갇혀 있습니다. 소녀는 이름을 모르고 나이도 모르고 부모님도 모르며 하물며 자신이 갇혀 있는 곳도 어디인지 알지 못합니다. 다만 아는 것은 때때로 알지 못하는 남자들이 찾아와 그녀 몸에 상처를 내고 피를 빼간다는 것 뿐이에요. 피를 내주면 남자들은 재미있는 책이나 예쁜 장신구를 주지만 그 뿐, 그들은 곧 문을 잠그고 떠나버립니다. 그러면서 말하죠, "너는 반드시 여기 있어야 해."지겹고 허탈하고 시시한 하루하루 속에서 소녀가 제정신을 유지하는 게 마냥 신기할 정도에요. 문이 열리고, 소녀의 앞에 하룬이 등장했을 때도, 그래서 놀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잠시의 방문이 끝나면 또 사라질 사람, 얼른 피나 빼가라지 덤덤하게 굴 수 있었던거죠. 설마하니 그 소년이 자신에게 "파라"라는 이름을 지어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꽉 막힌 탑에서 마법 같은 힘을 찾아내 자신을 해방시켜 줄 거라는 것도 몰랐으니까요.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도, 마족의 족쇄로써 나르만 왕국에 이용 당하는 중이라는 사실도, 오늘의 탈출이 아니면 앞으로 영영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비밀도. 소녀는 어쩜 이렇게 아는 게 단 하나도 없을까요? 대신에 이 모든 사실을 아는 독자만이 깜짝 놀라 "도망 가! 얼른 도망 가!!" 외칠 뿐이에요.

 

도둑으로 몰려 우물에 빠지고, 죽지 않고 일어나 우물 속에서 문을 발견하고, 문을 열었더니 아름다운 소녀가 물빛 눈을 빛내며 소년을 바라보고 있고. 이거 꼭 천일야화 속 아내를 찾아나섰다 지하왕국까지 내려간 왕자님 같지 않나요? 소녀를 보는 순간 어째서인지 하룬의 마음 속에선 찾았다!!는 기쁨이 불쑥 솟구쳐 오릅니다. 그리고 꼭 이 소녀를 구해내야겠다는 책임과 사명감을 느껴요. 마법의 성은 하룬과 파라가 문을 열고 나가는 일을 저지하려 하지만요. 파라의 방에 있던 마구가 하늘을 날아올라 두 친구를 구해줘요. 마법의 힘이 끝까지 이어지지 못해 사막의 모래 구덩이 위로 아이들을 떨어뜨리기도 했지만 덕분에 번개 사냥꾼 아반자를 만나 생에 처음으로 어른의 보호 속에 모험에 나서게 됩니다. 어린 시절 상인에게 붙잡혀 노예로 살았던 적이 있던 아반자는 탈출 노예라는 아이들의 말을 믿고 기끼어 도움을 건내거든요.

 

 

나르만의 왕좌를 이어받으려는 왕자들은 파라를 되찾기 위해 마족 위에 올라타 칼을 휘두릅니다. 마족들은 해방을 위해 노예의 인장과 다름없는 파라를 세상에서 지우려고 합니다. 하룬은 그 모든 위기 속에서 파라를 지키려 애쓰고요. 파라는 애째서인지 지워져버린 기억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몸부림 쳐요. 노예로 채찍질 당하는 마족들이 왜 자신을 미워하고 손가락질 하는지 도대체 자신에게 어떤 힘이 있어서 그들을 비천하게 만들었는지 왜 인간이 자신을 유린하는 것을 마냥 지켜보고만 있었는지 이 모든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 청의 왕은 파라가 자신의 이름을 찾고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길을 떠나는 모험담이에요. 그 와중에 이룩하는 사랑과 용기와 희망의 이야기는 모든 모험 소설과 마찬가지로 감동이 철철 넘쳐흘러 독자를 기쁘게 하네요.

소년이 소녀를 구하고 다시 소녀가 세상을 구한다는 이야기가 어찌 보면 흔해빠져 보일 수 있지만요. 부족한 제 리뷰로는 어떻게 다 표현이 안될만큼 책이 정말정말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어요. 초등용이라고 차마 무시할 수 없는 그런 긴장감과 두근두근함이 있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과 아라비안 나이트가 더욱 동화처럼 더욱 동화답게 엮어져있는 것 같기도 해요. 둘 다가 취향인 제 입맛에 딱 맞았던 이유일까요?

 

아무래도 저 히로시마 레이코의 판타지 세계에 완전 반해버린 것 같아요. 소미아이가 빨리빨리 <백의 왕>, <적의 왕>도 출간해 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어린이 독자, 어른 독자 모두에게 강추하는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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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곰치에게 줄 수 있는 것
최석규 지음 / 좋은땅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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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곰치에게 줄 수 있는 것

"소설에 관심 있는 분. 합평/독서토론/작법 공부하실 분. 나이/성별/직업 제한 없음. 월 2회 오프라인 모임. 회비..."

술장사, 여자 장사, 하우스 관리, 클럽 기도, 현재의 심부름 센터까지 곰치는 세상의 거친 일들을 다양하게 경험했다. 교도소에도 몇 번 다녀온 적이 있다. 세상 사람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그런 그도 한때는 문학 소년이었다. 중고 책방을 풀방구리 드나들 듯 했고 미로 같은 도서관에서 시간을 잃어버리듯 책도 읽었다. 문예반에 들어가 글도 썼다. 그가 지금까지 소장하고 있는 양장본의 희랍인 조르바는 글짓기 부상으로 받은 책이었다. 일생 처음으로 받아보는 상이었고 물론 마지막 상이기도 했다. 벌써 삼십 년도 더 전의 일로 현재 그는 불륜남녀의 뒤를 캐고 있는 중이지만. 어쩌다 갑자기 책이 생각났는지, 또 어쩌다 갑자기 "넌 어떤 세상에서 살고 싶으냐?" 던 은사의 질문이 생각났는지, 그 연이은 기억의 물꼬를 트며 곰치는 다시 책을 읽고 다시 글을 쓴다. 문학으로 가는 문을 연다. 문학에 젖어가는 곰치를 보는 내내 눈시울이 붉어지고 가슴이 뭉클했다. 새로운 꿈을 꾸기에 남은 시간은 늘 모자라다지만(p23) 그가 발 디딘 세상 말고 꿈꾸는 세상에서 그가 더욱 자유롭기를 바래본다.


할슈타트에서 온 절대 무공

"나"의 유일한 취미는 도참사상을 공부하는 일이다. 말더듬이에 돈도 못벌고 여자친구도 없고 (한 때) 존경했던 형에게는 삥을 뜯기는 인생에 유일한 희망은 <천지량해법>, 도참사상의 바이블이 말하는 대로 끊임없이 쌓은 공덕으로 내 몫의 기를 가진 자를 만나는 일일테다. 그를 만나 두 마음의 합일이 이루어지면 "나"는 다시 태어나 루저 탈출! 이라고, "나"는 진심으로 믿고 있는 것이다. (한 때) "나"는 그 대상이 태권도 하는 동네 형이라고 생각했다. 코나 파고 앉아서 잘 되면 영업 이사 자리 하나 줄게! 호언장담하는 사기꾼 같은 꼬라지를 보면 가당치도 않지만. 쯧쯧, 빚이나 갚을 것이지;; 형에게 돈은 언제 갚을 거냐고 묻다가 된통 무시 당하고 캣맘 혜영과 함께 고양이 뒤치다거리를 하며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던 중 마침내 그의 앞에 절대무공을 지녔다 자부하는 병인신 법사가 나타난다. 도참사상에서 말한 내 반쪽이 틀림없다며 "나"는 병인신 법사를 대신해 쌈짓돈을 풀어 무술대회를 개최하는데... "내" 인생 드디어 서광이 비칠 것인가!! 엉뚱한 시작, 엉뚱한 전개, 엉뚱한 결말인데 이상하게 로맨틱, 성공적이란 말이지. 여덟 개의 단편 중 절대 무공이 곰치 다음으로 마음에 들었다. "나"와 혜영, 고양이들의 밤이 절대 무공 속에 영원히 무사하기를.


회전초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 얼마 안되는 돈이라도 벌려던 아내는 갑질하는 손님을 앞에 두고 유산을 했고 정신병을 얻었으며 책을 싸안고 방에 틀어박히는가 싶더니 이제는 아예 사라져버렸다. 집을 나간 것이다. 머리 끄덩이만 안잡았지 저주와 다름없는 말을 주고 받으며 서로에게 만정 다 떨어진 줄만 알았는데 사라진 아내는 처음에는 걱정을 그 다음엔 질투를 안겨준다. 바람이 났을지 모른다니. 환락가의 어느 모텔 침대에서 딴놈과 아내가 딴 남자와 함께 있을지도 모른다니. 아내의 뒤를 캔 심부름센터의 사장 K의 확신 앞에서 그러나 "나"는 담담히 묻는다. "아내를 언제쯤 볼 수 있을까요?"(p97)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며 예술가를 꿈꿨던 아내. 밤 9시가 다 되도록 소개팅 자리에 나타나지 않는 남자에게 허물없이 당신 덕택에 내 소설의 끝을 낼 수 있었다며 고맙다던 아내. 그 아내가 남자를 기다리고 있다. k는 그런 아내의 모습을 찍어 "나"에게 보내지만 나에게는 이제 아무 말도 의미가 없을 듯 하다. 이태원, 경리단길, 카페 글 쓰기 좋은 날, 어느 밤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여전한 그곳의 풍경. 아내도 집을 나가있는 내내 물었을까? 그이를 언제쯤 볼 수 있겠느냐고? 두 사람의 재회가 어떤 모습이었을지 궁금하다.

+ 서부 영화를 보면 총잡이 뒤에서 떼굴떼굴 굴러다니는 먼지 같은 나무뭉치가 있는데 그 식물의 이름이 회전초다. 죽은 나뭇가지가 아니라 씨앗을 품고 번식을 하려는 생명체였단다. 바람에 떠밀리며 공 같은 모양으로 살아가고 굴러가는 정말 우리네 인생 같네. 부평초 같은 인생만 알다가 회전초 같은 인생을 보니 어쩐지 새로웠다.

 

 


 

단편 <할슈타일에서 온 절대무공> 때문에 난 이 책이 일종의 장르문학 계열일거라 생각했었다. 책을 펼치고 곰치의 일생을 보노라니 기대했던 판타지가 어디에도 없어서 무척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책을 완독한지 좀 됐다. 한 두어달쯤??ㅠㅠ) 그러나 생각해 보니 일평생 깡패로 내 인생 남의 인생 깽판이나 치고 살던 남자가 문학으로 회귀한다니 이보다 더 판타지 같은 얘기도 없겠다 싶은거다. 그러면서 곰치의 이야기에 호감을 가지게 되었고 어쩐지 다시 읽고파, 단편이기도 해서 재독을 했고 다음 이야기, 또 다음 이야기로 전진하며 계속해 최석규 작가님의 글을 만날 수 있었다. 직장 생활 5년 차, 잔업을 위해 회사로 향하던 늦은 밤에 문득 다른 무엇이 되고 싶었다는 작가님. 글 쓰는 삶을 시작한 후에도 삼시세끼 글밥을 짓기 위해선 계속해 월급쟁이 생활을 해야만 하신단다. 작가님 글만 쓰실 수 있게 얼른 돈벼락 좀 맞으셔으면. 단편들이 하나 빠짐없이 다 좋아서 또 다 아쉬웠다. 토막토막 여운이 긴 여덟 편의 이야기 말고도 장편소설로도 얼른 작가님을 만나고파서. 살아본 적 없는 삶과 가보지 못한 여러 갈래의 길들을 만날 수 있어 책이 좋다. 같은 이유로 최석규 작가의 책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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