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청의 왕 : 탑의 소녀 + 왕의 탄생 - 전2권 나르만 연대기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소미아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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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미아이 지원 도서입니다

 

 

 

 

 

 

 

트러블 여행사, 보건실의 마녀 선생님, 기묘한 모모 한약방, 십 년 가게, 요괴의 아이를 돌봐드립니다, 그리고 청의 왕까지. 5, 6월에 출간됐거나 출간 예정인 히로시마 레이코의 책들입니다. 출판사도 소미아이, 베틀북, 미래엔아이세움, 주니어김영사, 길벗스쿨, 위즈덤하우스까지 아주 다양한데요. 도대체 얼마나 재미있길래 한일 양국 아이들의 지극한 사랑을 받으며 급기야 놀라운 번역 러시까지 일구어 냈는지 궁금했어요. 드래곤 라자를 완독한 후 새로운 시리즈를 찾던 차에 들려온 나르만 연대기 출간 소식에 눈이 번쩍 뜨인 이유이지요. 앞서의 책들과 비교하면 청의 왕 표지가 꽤 고학년스러워서 어른 독자 입장에서 접근성이 좋기도 했구요. 읽고 난 소감은요. 어린이 독자님들 이렇게 재밌는 책들 혼자 보기 있어요? 이모, 삼촌들한테도 좀 팍팍 권해줘봐요. 정말, 넘넘넘넘, 엄청엄청, 무진장 재미있어서 아주 신났습니다.

 

 

나르만 왕국은 풍요롭고 편리하기로 이름 높은 곳이에요. 사막 한 가운데 유일하게 물이 솟는 곳에 지어진 도시라는 점도 특별하지만요. 나르만을 다른 도시와 구분 짓는 제일 큰 차이점은 그들이 마족을 노예로 부린다는 겁니다. 명예를 중시하고 자유롭기 그지없는 마족이 어떻게 인간에게, 그것도 도시 전체에 복종하게 되었을까요? 나르만 왕국을 제외한 다른 모든 도시민들이 이를 궁금해하지만 왕국은 비밀을 꽁꽁 숨긴 채 알려주지 않습니다. 단지 왕의 어떤 거대한 힘으로 포장할 따름이지요. 도시민들 또한 마족을 부리고 갈취하고 약탈하는데 주저함이 없어요. 그들에게 마족은 인간에게 이용 당하기 위해 태어난 종족일 뿐이니까요. 마족을 존중하는 몇 몇 왕국에서는 나르만과의 교류를 끊다시피 했지만 알게 뭔가요. 이러나 저러나 나르만 왕국은 세계 제일 가는 부유한 왕국인걸요.

 

풍족하고 무엇하나 부족하지 않을 것 같은 도시에도 빈민은 있는가 봅니다. 나르만의 뒷골목에서 한 소년이 구타를 당하고 있어요. "이 좀도둑놈아!!" / "나리, 살려 주세요! 저는 설탕을 훔치지 않았어요!!" 길고양이처럼 쓰레기를 뒤져 빵이나 썩은 과일 등을 찾아내던 하룬에겐 날벼락 같은 일이었습니다. 딱딱한 빵도 감지덕지할 판국에 비싼 설탕을, 자그마치 한 봉지나 훔쳤다니 억울해 하늘이 노랗게 보일 정도였어요. 그러나 노예까지 대동하고 나온 부자는 하룬의 말을 들어줄 생각이 없습니다. 오히려 항변하는 하룬에게 화가 나 그를 마른 우물에 빠트려 죽이라고 명령까지 해요. 노예 사내에게 제발 살려달라고, 내가 불쌍하지 않느냐고, 도망 가 죽은 듯이 살겠다고 싹싹 빌지만 노예에게는 동정심도, 홀로 사고할 수 있는 지성도 없어 야무지게 하룬을 집어던질 뿐입니다. , , ! 우물의 깊은 바닥에 떨어진 하룬은 무사히 두 눈을 뜰 수 있었을까요?

 

한편 바위산 위의 탑 속에서는 한 소녀가 무기력하게 갇혀 있습니다. 소녀는 이름을 모르고 나이도 모르고 부모님도 모르며 하물며 자신이 갇혀 있는 곳도 어디인지 알지 못합니다. 다만 아는 것은 때때로 알지 못하는 남자들이 찾아와 그녀 몸에 상처를 내고 피를 빼간다는 것 뿐이에요. 피를 내주면 남자들은 재미있는 책이나 예쁜 장신구를 주지만 그 뿐, 그들은 곧 문을 잠그고 떠나버립니다. 그러면서 말하죠, "너는 반드시 여기 있어야 해."지겹고 허탈하고 시시한 하루하루 속에서 소녀가 제정신을 유지하는 게 마냥 신기할 정도에요. 문이 열리고, 소녀의 앞에 하룬이 등장했을 때도, 그래서 놀라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잠시의 방문이 끝나면 또 사라질 사람, 얼른 피나 빼가라지 덤덤하게 굴 수 있었던거죠. 설마하니 그 소년이 자신에게 "파라"라는 이름을 지어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요. 꽉 막힌 탑에서 마법 같은 힘을 찾아내 자신을 해방시켜 줄 거라는 것도 몰랐으니까요.자신이 인간이 아니라는 것도, 마족의 족쇄로써 나르만 왕국에 이용 당하는 중이라는 사실도, 오늘의 탈출이 아니면 앞으로 영영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비밀도. 소녀는 어쩜 이렇게 아는 게 단 하나도 없을까요? 대신에 이 모든 사실을 아는 독자만이 깜짝 놀라 "도망 가! 얼른 도망 가!!" 외칠 뿐이에요.

 

도둑으로 몰려 우물에 빠지고, 죽지 않고 일어나 우물 속에서 문을 발견하고, 문을 열었더니 아름다운 소녀가 물빛 눈을 빛내며 소년을 바라보고 있고. 이거 꼭 천일야화 속 아내를 찾아나섰다 지하왕국까지 내려간 왕자님 같지 않나요? 소녀를 보는 순간 어째서인지 하룬의 마음 속에선 찾았다!!는 기쁨이 불쑥 솟구쳐 오릅니다. 그리고 꼭 이 소녀를 구해내야겠다는 책임과 사명감을 느껴요. 마법의 성은 하룬과 파라가 문을 열고 나가는 일을 저지하려 하지만요. 파라의 방에 있던 마구가 하늘을 날아올라 두 친구를 구해줘요. 마법의 힘이 끝까지 이어지지 못해 사막의 모래 구덩이 위로 아이들을 떨어뜨리기도 했지만 덕분에 번개 사냥꾼 아반자를 만나 생에 처음으로 어른의 보호 속에 모험에 나서게 됩니다. 어린 시절 상인에게 붙잡혀 노예로 살았던 적이 있던 아반자는 탈출 노예라는 아이들의 말을 믿고 기끼어 도움을 건내거든요.

 

 

나르만의 왕좌를 이어받으려는 왕자들은 파라를 되찾기 위해 마족 위에 올라타 칼을 휘두릅니다. 마족들은 해방을 위해 노예의 인장과 다름없는 파라를 세상에서 지우려고 합니다. 하룬은 그 모든 위기 속에서 파라를 지키려 애쓰고요. 파라는 애째서인지 지워져버린 기억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몸부림 쳐요. 노예로 채찍질 당하는 마족들이 왜 자신을 미워하고 손가락질 하는지 도대체 자신에게 어떤 힘이 있어서 그들을 비천하게 만들었는지 왜 인간이 자신을 유린하는 것을 마냥 지켜보고만 있었는지 이 모든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하는지. 청의 왕은 파라가 자신의 이름을 찾고 자신의 이름을 밝히는 길을 떠나는 모험담이에요. 그 와중에 이룩하는 사랑과 용기와 희망의 이야기는 모든 모험 소설과 마찬가지로 감동이 철철 넘쳐흘러 독자를 기쁘게 하네요.

소년이 소녀를 구하고 다시 소녀가 세상을 구한다는 이야기가 어찌 보면 흔해빠져 보일 수 있지만요. 부족한 제 리뷰로는 어떻게 다 표현이 안될만큼 책이 정말정말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어요. 초등용이라고 차마 무시할 수 없는 그런 긴장감과 두근두근함이 있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과 아라비안 나이트가 더욱 동화처럼 더욱 동화답게 엮어져있는 것 같기도 해요. 둘 다가 취향인 제 입맛에 딱 맞았던 이유일까요?

 

아무래도 저 히로시마 레이코의 판타지 세계에 완전 반해버린 것 같아요. 소미아이가 빨리빨리 <백의 왕>, <적의 왕>도 출간해 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어린이 독자, 어른 독자 모두에게 강추하는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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