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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히어로의 단식법
샘 J. 밀러 지음, 이윤진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7월
평점 :
#마음대로할수있는게아무것도없는세상
“사람들에게 자살하고 싶다는 말을 하지 말 것. 중요한 이야기는 절대 아무한테도 하지 말 것!(p12)”
맷은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당황스러운 주인공이 절대로 아니야.
소개할 거리가 편의점의 라면만큼이나 풍부해서 오히려 고민이지. 17세. 고등학생. 남자. 뚱뚱하고
못생김.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손톱을 물어뜯어서 손은 더 못생김. 아빠
옛날에 가출. 누나는 엊그제 가출. 엄마는 백수되기 일보
직전. 가난뱅이. 왕따. 동네에서
소문난 게이... 이런 걸 두고 누군가는 총체적 난국이라고 할 거야.
<명백히 살인이나 자살을 초래할지도 모를 학생>이라고 선생님이 보고서도 썼어. 학교에서 인기있는 애는 아닌데 관심의 정점에 서있기는 해. 전교생이
맷을 알아보고 호모 새끼라고 부르거든. 맷은 통학버스도 안타. 하도
주먹질을 당해서. 한 6천 번쯤? 호르몬으로 박터지는 어린 영장류들에 치여서 맷은 딱 죽고만 싶어. 그날
아침에도 엿 같은 오트놈이 불러서 괴롭힘을 당하는데 뜬금없이 초능력이 발휘된 거야. 진짜 난데없었다니까? 냄새를 맡았는데 그게 그냥 냄새가 아니야. 훨씬 밀도 높은 정보
같은 걸 맷의 코가 취합해. a랑 b가 친구고 a랑 c가 사귀는데 b의
입술에서 c의 침냄새가 나더라 같은 거?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마초가 12살 때 남자애와 키스했다는 걸 냄새로 캐치한다니 이게 말이 돼? 슈퍼파워 뭐 그런걸까?
#굶으면내몸무게만큼은줄일수있잖아
“찌질한 내용을 전부 빼버린다면 이것이 대체 무슨 법칙서가 되겠는가?(p37)”
맷의 누나가 가출했다고 얘기했잖아. 맷은 이 문제 때문에 엄청
열 받아 있어. 맷은 누나를 엄청 사랑하거든. 근데 누나가
자기만 두고 집을 나간거야. 누나가 가출한 원인을 따져봤더니 짚이는 건 딱 하나 뿐이야. 타리크. 맷네 학교 축구스타. 그리스로마
신화의 현대판 버전 같이 엄청나게 잘생기고 몸도 좋고 키도 크고 축구도 잘하는 앤데 누나가 가출 직전에 만났던 사람이 타리크랑 친구들이란 말이야. 그날 뭔가 잔인한 일이 벌어졌던 게 틀림없어. 슈퍼파워도 생겼겠다. 맷은 타리크에게서 진실을 알아내고, 할수만 있다면 복수도 하려고, 정신무장을 하는데 위장은 무장을 못했어. 무슨 놈의 슈퍼파워가 굶어야
힘이 지속돼. 더 오래 굶을수록, 쫄쫄 오그라든 위장이 더
강력한 파워를 내보낸다니까. 감자튀김 하나라도 씹어 삼켰다간 맹물 같은 상태로 돌아가. 다이어트 정도가 아니야. 절식이야.
먹는 척 하면서 엄마의 팬케이크를 내다버려. 목구멍에 손가락을 넣는 일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생각했지만 복수의 길은 험난한 법. 힘을 키우려면 별 수 없지. 웩웩. 토하는 일쯤이야.
#자신이얼마나망가졌는지확인할수있는검사가있다면좋을텐데
“뭣 하러 버티지? 우리는 숨 쉴 때마다 점점 더 고통과 번뇌와 노화와 질병과 외로움과 죽음에 가까워지기만 할 뿐인데, 뭣 하러 계속 살아가야 하지? (p349)”
근데 얘들아. 진짜 슬픈 게 뭔지 알아? 실은 맷이 타리크를 좋아한다는거야. 남매가 같은 남자를 좋아한다니
삼류막장인가 싶지만 그런것치곤 남매의 우정은 찐이었다고! 그러니 지금 맷 기분이 어떻겠어? 복수를 위해 슈퍼파워로 타리크의 친구가 되지만 한편으로는 이게 너무 행복한거야. 타리크랑 같은 차를 타고 같은 책을 읽고 같이 콘서트에 가고 같이 파티에서 어울리는 거 말이야. 사실 어떤 날은 집 나간 누나 생각은 1도 못했어. 그게 미안해서 맷은 또 엉엉 울고. 아이고 애기야 ㅠ .ㅠ 맷의 슈퍼파워는 대체 정체가 뭐지? 복수를 하기도 전에 맷이
죽을까봐 겁나. 먹지 않고도 30일은 산다지만 그건 가만히
누워있을 때 얘기 아니야? 맷은 벌써 두 번이나 쓰러져서 병원에 실려갔어. 타리크가 그런 맷을 걱정해. 맷의 누나에게 잔인한 짓을 하고 맷을
걱정한다라 이건 좀 말이 안되지 않아? 타리크는, 누나는, 도대체 뭘 숨기고 있는걸까? 맷의 복수는 과연 결판이 났을까? 어때? 나 좀 궁금하게 설명했어?
맷을 만나볼 마음이 생겨? 부디 그랬으면 좋겠는데. 이
책 진짜 재밌거든.
“어느새 모두가 이 글의 독자라고 상상하고 있었다. 깔끔한 상자들 속에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수백만 명의 사람, 성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구부러지거나 부러져야 했던 모든 이, 자살정 사고를 하는 자들, 자신의 몸과 전쟁 중인 사람들 말이다. (p360)”
맷의 말투를 따라하며 리뷰 써봤어요 ㅋㅋ 맷의 슈퍼파워가 진짜인지 아닌지를 모르겠어서 다른 서평도 여럿
읽었는데요, 독자들마다 생각이 다르더라구요. 저는 진짜다에
한 표. 행복하고 초능력이 넘치는 세상을 사랑하는 독자니까요. 동성애, 거식증, 왕따는 샘.J.밀러
작가가 십대 시절 직접 경험했던 일이래요. 집이 정육점을 했다는데 그래서인지 맷 엄마가 돼지도축공장의
노동자로 근무 중입니다. 맷의 아버지와는 달리 작가님의 아버지는 가정에 충실하셨던 것 같아 다행이에요. 맷과 타리크가 엄청 좋아하며 같이 읽은 작품은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인데요. 두 사람의 말을 빌자면 그 작가가 좆나
좋대요. "마치 그가 글 쓰는 방식이 내 감정 그 자체 같아.
그가 세상을 보는 시각은 또 어떻고. 세상에 얼마나 많은 아름다움과 슬픔이 있는지, 그리고 삶이 진정 우리에게 주려는 가르침을 얼마나 많은 다른 사람이 만류해서 우리가 경험하지 못하게 되는지, 너는 생각해 본 적 있어?"(p181) 저는 솔직히 그런
고민 해본 적이 없거든요. 이 책을 읽은 어린 두 독자는 일찍 그런 고민을 시작해 다른 사람의 만류에
넘어가지 않고 자신의 솔직한 욕망을 대면합니다. 아마 저보다 훨씬 나은 어른으로 성장할 것 같아요. 그래서 늦었지만 저도 길 위에서를 만나보려구요. 판타지? SF? 좀 독특한 느낌의 성장 소설을 읽고 싶은 독자님들께 <슈퍼히어로의
단식법>을 추천합니다.
열린책들 지원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