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싶다 문득 시리즈 5
안톤 파블로비치 체호프 지음, 이상원 옮김 / 스피리투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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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니겠어요? 자고 자고 또 자도 잠이 고픈 곰탱이라서요. 제목에 무지무지 공감하며 책을 펼쳤습니다. <자고 싶다>는 아홉 편의 목록 중 다섯 번째에 올라있는데요. 심정적으로는 제일 첫 자리에 세워주고픈 이야기였어요.



#다섯 번째 이야기_자고 싶다


이런 망할 것이 있나. 아기가 우는데 잠을 자!”_자고 싶다 중, p47


열세 살 먹은 애보기 바르카는 하루종일 일을 합니다. 말이 좋아 애보기지 식모가 따로 없어요.

밤에는 아기를 돌보고요. 낮에는 주인마님이 시키는 온갖 허드렛일을 합니다. 헛간에 장작을 가지러 가고 불을 피우고 차를 준비하고요. 덧신을 닦고 계단을 치우고 손님을 안내합니다. 방을 정돈하고 상점으로 뛰어가 장도 보구요. 차시중을 들면서 내내 주인 어른의 명령에 대기해요. 긴 노동 끝에 찾아온 밤, 바르카는 잠들지 못합니다. 예민한 아기가 밤새 울다 깨다를 반복해서요. 바르카의 머릿속엔 지금 한 가지 생각밖에 없어요. "자고 싶다." 주인 마님께 들키지 않고 잠들고 싶어요.  방법이 있을 것도 같습니다. 아기만 조용히 해준다면, 아기의 목청만 틀어막을 수 있다면, 아기야 제발.. 바르카 이 불쌍한 것!😭 섬찟하고 소름끼쳤지만 열세 살 바르카의 숙면을 비난할 수 없었어요.



#두 번째 이야기_삶에서 하찮은 일


아이들의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

_삶에서 하찮은 일 중, p13


올가 이바노브나 이르니나와 동거 중인 니콜라이 일리치 벨랴예프. (이름 좀 보세요. 역시 로씨아죠? ㅋㅋㅋ) 외출 중인 애인을 기다리며 남자는 그녀 아들과 대화를 나눕니다. 요즘 무슨 일 없냐며 근황을 묻던 중에 알게 된 사실. 이가 엄마 몰래 아빠를 만난다네요. 자는 아이를 살살 꾀어 아빠와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알아냅니다. 엄마한테 비밀로 해줄게, 아저씨한테만 말해봐." 들으나 마나 제 욕이지 뭘 확인한담;;; 뒷담화의 내용에 분노 폭발한 남자는 급기야 집에 온 애인에게 따져 묻고요. 아이는 아저씨! 비밀이라고 했잖아요!! 엉엉 울며 소란을 피웁니다. 순식간에 시끄러워진 응접실의 풍경에 무척 아연해졌어요. 어쩌면 생에 처음으로 어른의 거짓말과 맞부딪혔을 꼬맹이에게 위로를 전합니다.  



정말로 모든 것이 다 끝나려면 아직 얼마나 멀었는지!”

_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 중, p232


오페라에서 상사의 대머리에 기침했던 체르뱌코프는 창자가 터져 죽고요. 아들의 죽음을 누구에게도 위로 받지 못한 마부 요나는 말을 찾아가 모든 것을 이야기해요. 정신과의사였던 안드레이는 정신병자로 몰려 자신의 병원에 수감되구요. 심심한 남편을 지겨워하며 화가와 바람을 피웠던 올가는 남편도 잃고 화가도 잃어 버리네요. 달팽이처럼 자기 껍질 속에 숨어살던 상자 속 사나이 벨리코프 선생과도 만났는데요.상황은 비극적인데 어째 제 눈에는 벨리코프의 마지막이 행복해 보이더라구요. 자기 몸에 딱 맞는 상자를 찾아 깨지 않는 잠에 빠져들어 그는 분명 만족했을 겁니다. 여자를 저급한 종족이라 무시하던 유부남 구로프는 유부녀 애인을 보며 생각해요. '이 불쌍하고 애틋한 것 같으니라고.' 그녀가 나를 사랑하는 게 가엽고 내가 그녀를 사랑하는 것도 가엽고. .. 이래서 불륜남 불륜녀들이 그렇게 구질구질 애달픈 거구나. 아내랑 남편은 안중에 없이 떳떳하게 못만나는 서로가 제일 불쌍하다 이거지. 이렇게 해석하라고 쓴 이야기는 아닐테지만 불륜이라면 흰눈이 떠져서 고운 해석 불가;; 


안톤 체호프가 따라 오세요, 하고 그어 놓은 줄이 눈에 보였는데요. 저 자꾸 삐딱하게 읽는 독자였어요. 읽으라는데로 안읽고 자꾸만 포장을 벗겨 버리고 싶더라구요. 어쩌면 그것까지도 안톤 체호프의 안배였을까요? 비극같기도 하고 희극같기도 하고 이래서 칭송 받는 작가인가 보다 했습니다.



+ 스피리투스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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