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잘 쓰려면 잘못된 문장부터 고쳐라
박찬영 지음 / 리베르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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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의 한계는 어쩔 수 없다지만 읽기에는 문제가 없는 리뷰를 쓰고 싶어요. 가독성이 좋아서 한 줄 한 줄 눈에 콱 박히는 리뷰 있죠? 예전에는 '내 리뷰 나만 본다'는 생각에 아무렇게나 써서 제출했는데요. 책리뷰 쓴 지 5년쯤 되니 아무렇게나가 창피하더라구요. 잘 쓰고 싶은 욕심도 생기구요. 보기 좋은 책이 읽고 싶어진다는 생각에 사진도 많이 찍고 있지만 역시 감상문의 질부터 높이고 싶달까요. 그러던 차에 만난 책입니다. <글을 잘 쓰려면 잘못된 문장부터 고쳐라>. 어느 독자님이 읽다가 무서워진 책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전 읽을 때는 모르겠더니 리뷰 쓰는 지금 이 순간이 무서워요. 책에서 배운 거 다 까먹고 벌써부터 잘못된 문장을 쓰는 것 같아요. (덜덜덜)


#내 문장력은 어느 수준인가

출판사 (주)리베르스쿨에서 편집자를 모집할 때 출제한 시험 문제가 실려있어요. 핑크펜을 들고 자신만만하게 예시 문장 고치기에 들어갔는데 웬걸요. 한 번 읽어서는 어디가 틀렸는지 모르겠어요. 두 번 세 번씩 읽고 어긋난 부분을 찾는데 어떤 문장은 아무리 읽어도 뭐가 문제인지를 모르겠더라구요. 예를 들면 이 다음 문장요. "천왕문을 지나면 곧바로 경내, 오른쪽으로는 허름한 슬라브집 요사채가 궁색해 보이지만 정면에 보이는 정면 3칸의 맞배지붕 주심포집이 그렇게 아담하고 의젓해 보일 수가 없다.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 중) 처음 읽을 땐 뭐지? 좋은데? 라고 생각했구요. 두 번 읽고는 '정면에 보이는 정면 3칸', 여기가 이상한가 싶어 밑줄 쫘악 긋고 '정면 3칸에는'으로 수정했어요. 그 다음 편집자님이 고쳐 쓰신 걸 보는데 충격 먹었잖아요. '쓰다가 만 느낌을 주는 문장, 표준어가 아닌 단어, 명사와 명사의 결합으로 인한 띄어 쓰기, 대구, 균형'을 다 따져 문장을 싹 바꾸셨더라구요. 새로 쓰여진 문장이 마음에 들고 안들고는 차치하더라도 고쳐야겠다고 생각한 부분이 이렇게나 많다는데 놀랐어요.


#꼬리물기 3원칙

① 호응하는 원칙 : 주어, 부사어, 목적어는 서술어와 어울리게 짝지어라.

② 연결하는 원칙 : 문장과 문장은 보조사, 공통어, 지시어, 리듬으로 이어라.

③ 분리하는 원칙 : 복잡한 문장은 나누고 불필요한 요소는 버려라.

문장이 엉키면 해당 서술어의 주어부터 찾아보세요. 문자 오류를 훨씬 쉽게 짚어낼 수 있어요. 간접 인용문보다는 직접 인용문일 때 문장 이해도가 높구요. 목적어나 부사 등도 다 서술어와 호응이 되야 해요. "침이나 담배꽁초를 버리지 마세요!"는 목적어가 두 개이니 서술어도 두 개여야겠죠? 침은 뱉지 말고 담배 꽁초는 버리지 말고. 꾸미는 말은 꾸밈을 받는 말 앞에 두세요. 있으나 마나 한 접속어는 쓰지 말구요. 부사어와 피수식어는 되도록 가까이 붙입니다. 문장은 접속어로 연결되기 전에 문맥으로 이어져야 해요. 앞뒤 문장을 논리적으로 연결할 자신이 없을 때 접속어가 사용된다는 걸 잊지 말고 한번 더 살펴보도록 해요. 중복되는 표현을 없애려고 대명사나 지시어를 쓰는 경우가 많은데 지나친 사용은 삼갈 것. 문장 흐름에 어긋나지만 않으면 해당하는 말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편이 좋습니다. 대등한 문장, 종속적으로 이어진 문장을 구분해서 쓸 줄 알아야 하고요. 열거나 비교의 요소를 대등하게 갖춰서 문장의 균형을 맞춰줘야 해요. 가급적이면 관용적 표현은 어기지 말고 하나의 문장에는 하나의 개념만 담을 것! 이렇게 요약해서 써놓으니 간단한데 책 읽으면서 수정 연습할 때는 왜 이렇게 어렵죠?


#바른 글쓰기를 위하여

대한민국은 비문 공화국이래요. 각종 공문과 기사와 소설과 논문과 기타등등의 지문 속에 비문이 넘쳐난대요. 비문 공화국의 시민으로서 지금 삶에 너무 익숙해졌나봐요. 솔직히 뭐가 비문이고 아닌지 읽고 또 읽어도 구분이 안가요. 어떤 문장은 비문이 낯익어 안비문이 낯설더라구요. "1세기 무렵 불교가 전파된 후, 중국은 불교와 도가를 합쳐 중국 특유의 선종을 형성하였다."(<동양 철학사를 보다> 중) 어디가 비문인지 곧장 발견하셨나요?? 사물 주어를 설명하는 여섯 번째 예시였는데도 이게 진짜 비문인 게 맞나 싶어 여러번 읽었습니다. 독자들의 읽는 재미를 감안한 탓인지 신문 기사보다는 문학 작품 속 문장들을 많이 지적하는데요. 장점은 잘 읽힌다는 거? 단점은 비문으로 공감하기가 힘들다는 걸까요?

비문인지 아닌지를 따지기 이전에 잘못된 문장에 대한 취향과 견해 차이가 발생하더라구요. 형용사가 두 번 연달아 나올 때는 '고'로 연결해 주는 게 좋다며 '숱 많은 새까만 눈썹'을 '숱 많고 새카만 눈썹'으로 고치는데요. 전 '많고' 보다는 '많은' 쪽이 취향이에요. '서산 말애불의 발견 아닌 발견은 실로 위대한 발견이었다'도 반복되는 명사를 생략하고 '서산 마애불을 찾아낸 것은 실로 위대한 발견이었다'로 수정하는데 발견+발견=위대한 발견으로 확장되어 가는 앞서 문장이 더 맘에 와닿았어요. <토지>와 여타 작품들 속 문장도 비문일지언정 원저가 더 좋더라구요. 수정 후의 문장은 입에 촥 붙는 감칠맛 같은 게 없달까요? 기사에는 적합하지만 문학에는 써억 맞지 않아 보였어요. "바른 글 => 바른 생각 => 바른 행동"인데 문학은 바르지 않은 것들을 더 많이 소비하는 곳이라 그런가봐요. 어차피 제가 쓰는 글은 소설이 아니라 아무 상관 없지만. 전 리뷰어니까요! (ㅋㅋ) 잘못된 문장을 쏙쏙 고쳐서 짧고 경쾌하고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책 소개 잘 해보겠습니다. 아자아자!

 

+리베르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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