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자들 창비청소년문학 76
김남중 지음 / 창비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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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막의 계획도시, 스파다인의 황무지에 어둠이 내렸다.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별들을 머리에 이고 다함의 소녀 지니와 렌막의 소년 소우의 눈이 가까워 진다. 소우의 눈 속에 가득한 별들을 헤아릴 수 있을 만큼, 그 별들 사이로 유성우 하나가 떨어지는 걸 볼 수 있을만큼, 소우의 눈동자를 보다 깜짝 놀란 지니가 다시 하늘을 올려다 볼 만큼.

소우가 지니의 머리에 손을 얹고 땅을 바라보게 했다.
"내가 유성 보는 법 알려 줄게."
"정말?"
지니는 착한 아이처럼 시키는 대로 고개를 숙였다.
"시간 날 때마다 하늘을 보는 거야. 땅을 보다가 고개를 들면서 하나, 둘, 셋!"
(아이들이 고개를 든 순간 새끼 손가락 같은 꼬마 유성이 마법처럼 떨어져 내린다.)


ㅡ 해방자, p126, 창비

신이 하늘에 대고 성냥을 켠 것 같다던 (p125) 유성에 대한 비유가 예쁘고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이 귀여워 머릿속에 남은 장면이다. 그런 그들에게 도마치 지구의 은퇴자 대반 할아버지가 전하는 말이 절절했다. "인생은 짧다.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는 거야(p124)" 대반 할아버지와 그의 연인 술미 할머니는 그러지 못했다. 전수학교를 통해 렌막으로 기술이민을 왔던 그들은 렌막시티에서 의무적으로 강제하는 복합예방접종을 맞으며 일찌기 성욕을 거세 당했다. 성욕이 일지 않는 몸이 편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욕구가 사라지며 남녀간의 사랑이라는 인간적인 면모 또한 손상 당했다. 주사를 맞지 않게 될 경우  후유증까지 커서 자칫 목숨을 잃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내해야 하므로 복합예방접종은 그 자체로 국가가 국민에게 휘두르는 효율적인 관리 도구가 되기도 한다. 국가에  의해 사랑할 권리를 철저하게 봉쇄 당한 시민들. 정부는 이성간의 접촉 예컨대 키스와 같은 것들을 정부에 신고해야 할 중범죄, 요양원에 격리 되어 치료 받아야 할 이상 증세 등으로 치부하는 법을 만들었고 결혼과 출산 또한 정부의 철저한 심사 속에서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만 허가받을 수 있는 자격증이 되었다.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렌막의 정규시민이나 이등시민인 기술 이민자들은 좋은 일자리와 좋은 잠자리 좋은 식사를 배정 받을 수는 있어도 생식욕구만큼은 철저하게 지워진 채 일벌처럼 일하다 스파다인과 같은 은퇴인들의 도시로 내몰리게 된다. 그럼에도 어느 세상에서나 그러하듯이 이곳 렌막시티에도 반골 기질을 가진 인사들이 있다. 정부의 감시가 소홀한 틈에 또는 실수로 또는 자의로 복합예방접종을 맞지 않게 된 소수의 사람들로부터 시작된 반정부단체 피닉스. 자유롭게 사랑하고 자유롭게 관계를 가져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권리를 달라! 그런 피닉스가 있는 스파다인으로 렌막의 정규 시민 소우와 다암의 불법 이민자 지니가 휩쓸리는 와중 정부와 피닉스 간의 대립은 점점 본격화 되고 이들을 제압하기 위한 군대가 전차를 타고 도시를 밀고 들어온다. 황폐화 된 도시 다암을 떠나 인간답게 살고 싶었던 지니, 그러나 캥커루 클럽이라는 불법적인 술집을 운영하는 진다이에게 저당잡혀 버린 인생. 렌막의 정규 시민이지만 소심하고 나약한 소년 소우, 친구 킴의 도움으로 복합예방접종을 피했지만 "사랑"과 "욕구"라는 감정에 몰입되어 친구 킴에게 키스를 하는 범죄까지 저지르고 도망치듯 렌막을 빠져나온 불안정성. 복잡한 두 인연이 우연처럼 만나 풋풋한 사랑과 격렬한 투쟁, 샘 솟는 희망을 보여주고 있었다.


예뻤겠다고 말하는 지니보다 예쁜 게 있을까?
귀엽다고 말하면 귀엽고 슬프다고 말하면 슬플 것이다. (p126)

소우가 지니를 두고 예쁘다고 생각했듯이 내게는 책이 참 예뻤다. 일러스트레이터 신모래씨의 작품인 표지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다수의 인물이 한결같이 고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지니와 소우, 다미 아빠와 킴, 술미 할머니와 대반 할아버지, 그리고 피닉스를 이루어가는 작은 새 같은 사람들까지. 정부의 탄압과 강제, 디스토피아 세계를 규정하고 있는 책이니만큼 폭력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세상일 거라 생각했지만 이야기는 동화 같이 사랑스럽고 그 자체로 연애시같은 예쁜 장면들이 넘쳐났다. 얼마전 읽은 <사자왕 형제의 모험>의 렌막판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두 아이들의 모험은 용감하고 씩씩한 형 요나탄이 다함의 소녀 지니로, 겁 많고 소심한 동생 칼이 렌막의 소년 소우로 환생한 듯이 친숙해서 렌막이라는 별세계를 구상하고 있어도 낯설지가 않았다. 생존권과 존엄권의 대립을 보여주는 듯한 배경과 장치들이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어 한층 깊은 의미와 재미도 더해주었고 말이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가 넘쳐나는 이 시대의 자발적 거세자 중 한 명인 나로서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안락한 삶과 사랑할 수 있는 권리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당연 전자를 택하겠지만 사랑을 위해 모든 걸 포기하고 창문 넘어 도망친 소년 다우의 열정엔 이해를 넘어 순간 가슴이 설레기도 했다. "미안해하지 마. 끝까지 사랑하면 되는 거야!(p192)"라고 외치며 젊은이들을 살려 보내려는 피닉스의 어른들, 갓난아이들의 미소에 울음을 터트리는 젊은 어머니들의 모성, 특히나 그들이 보여주는 투쟁은 역사와 현실에서뿐만 아니라 소설 속에서도 감동스러워 코가 시큰했다. 여자가 아닌 갓난아이를 보기 위해 캥거루 클럽(술집)을 찾는다는 렌막시티의 남자 다미 아빠, 소우와 지니의 앞에 펼쳐질 다채로운 인생을 알려주는 듯한 앵무새 등 뜻밖에도 웃음이 나는 아기자기한 대목들도 많고 디스토피아 문학치고는 가볍고 산뜻한 점이 참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어른뿐만 아니라 초등학생, 청소년에게도 권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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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 무덤
강희진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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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to Poongdo!

풍도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책을 덮고 리뷰를 쓰려 인터넷을 켰다가 네이버 창에 풍도라는 섬 이름을 검색해 봤다. 혹시나 남해의 외딴섬 그 조그만 낙도의 이름이 뜨지는 않을까. 내셔널지오그래픽에서 방송한 풍도의 초분 영상이 유투버에 올라와 있고, 갖가지 종류의 천으로 장식된 남해전자호에서 굿을 벌이는 무당의 사진과 미국인처럼 영어하는 섬의 아이들과 어른에 대한 기사가 올아와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거대한 돌미역이 펼쳐진 곽도 뒤편으로 소피아와 파출소장과 선장과 송기사와 이장, 수달과 남편 없는 아낙들, 아버지가 없고 또는 어머니가 없는 아이들이 활짝 웃으며 갯가에서 허리를 펴고 화면을 향해 손을 흔드는 영상이 올라와 있을 것도 같고 말이다. 그들의 순박한 미소와 어촌 뙤약볕에 까맣게 탄 살결이 보여주는 성실함으로 숨은 이면 따윈 생각지도 못한 채. 화면 저 멀리로 태국여자와 천자와 돼지와 이엉꾼과 철수가 뒤엉켜있는 중에 나뭇가지 위에선 올빼미 한 마리가 운다한들 그걸 알아본 사람은 아무도 없이 오로지 풍도의 아름다운 자연 경관에 대한 찬양만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인터넷을 떠들썩하게 울리지 않았을까 그런 의미없는 상상들을 해본다. 작가가 만들고 작가가 설정한 배경이라는 것을 알아도 어쩌면 또 몰라 하는 기대감 속에 검색창 밑으로 올라온 풍도는 그러나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풍도동, 책 속의 풍도와는 다른 곳이었다. 다른 차원의 세상 대한민국 땅에는 없는 곳. 정유정의 종의 기원 속 군도신도시처럼 풍도 또한 가상의 섬이었지만 그 땅이 보여주는 폭력과 잔인함이 너무나 친숙해 현실인냥 착각하게 되는가 보다. 가고 싶진 않은데 궁금한 땅, 궁금한 섬 풍도, 풍도 속 사람들, 그리고 주인공 나.


 

 

"무당, 이엉꾼, 태국년, 이 연놈들은 예전에 문둥이들보다 더 흉악한 풍도의 적인 기라!"

ㅡ 올빼미 무덤, p252, 은행나무

관광객들이 밤에 숲속을 돌아다니다가 고양이들의 공격을 받아 아이가 다리에 상처를 입었다. 그날부터 마을에서는 대대적인 고양이 소탕 작전이 이루어졌다.
(...)
"동네가 죄다 쥐판이라예. 고양이들을 모두 죽이고 나서부터 마을이 이래예."
       
ㅡ 올빼미 무덤, p21-22, 은행나무

섬의 분교장으로 부임한 나는 섬으로 가는 배의 선실에서 죽은 누나를 닮은 여인을 만난다. 그 여인의 인도로 섬 과부들의 기둥서방 노릇을 하던 무당이 죽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게 되고 이를 추적하는 와중 또다른 행방불명자 전 분교장 선생 양씨와 학생인 철수의 아버지, 문둥병에 걸린 듯 얼굴이 일그러져 있는 이엉꾼과 그가 키우는 개에게까지 얽히게 된다. 나는 도움을 얻기 위해 파출소장과 이장을 찾지만 외지인으로 섬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파출소장의 잦은 음주와 건실하지 못한 작태는 믿음을 주지 않고 마을의 존경받는 이장 또한 무언가 숨기는 듯 행동이 꺼림칙하다. 친절한 듯 속내를 알 수 없기는 자신과 가장 가까운 송기사도 마찬가지. 와중에도 그의 비문증 증세는 점점 심해져 눈과 시력은 안개가 끼인 듯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들이 벌어지고 환상처럼 나타난 태국여자에게서 비치는 누나의 모습으로 인한 몽상과 혼동, 마을의 숨겨진 진실, 섬사람들의 욕망이 한꺼풀 한꺼풀 벗겨져가는 중 나에게로 다가온 죽음의 그림자는 점점 짙어져만 간다.

살인과 실종의 장면을 명료하게 보여주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찌보면 미스터리 같기도 한 이 소설은 몽환적인 제목과는 달리 통송적인 줄거리와 구성으로 자칫 재미없는 소설로 마무리가 될 뻔도 했다. 뭍으로부터의 자금줄이 떨어지면 언제 무인도가 될지 모르는 낙도나 오래동안 씨족사회를 구성하고 살았던 집성촌, 동성동본끼리의 통정으로 인한 유전병에 대한 두려움, 관광객을 제외한 외지인에 대한 배척, 섬사람들의 존경의 대상 행대감과 그런 행대감이 벌인 한센인 몰살, 풍요롭던 역사 멸치파시와 유명 관광지로 돋움하여 잘 살고자 하는 섬사람들의 발버둥, 그러나 숨기려고 할 수록 비집고 나오는 문제들과 그 결과 발생하는 실종사건들에서 떠오르는 줄거리와 이미지는 영화 이끼나 김복남 살인 사건 등 여러 다양한 매체에서 소개되었던 격리된 사회의 문제점과 폭력성을 고발하고 있는 탓에 통속적인 면모가 두드러졌다. 또한 화자인 나의 동정과 연민의 대상이자 단순 욕정인지 근친애인지 구분 할 수 없는 속에서 몸을 섞고 또 섞기를 바라는 대상 태국여자(화자부터도 그녀를 태국여자 그 이상의 이름으로 부르는 일이 없다. 당신은 누굽니까?(p153)라는 잠시간의 물음도 그녀와 벌이는 육욕의 환상에 잊혀진다)와 무당과 붙어먹는 과부들, 그녀 또는 그녀들에 대한 화냥년과 갈보 라는 표현 등 이야기의 저 아랫바닥에서 오로지 성적인 면모로만 비추어지는 여성들의 이미지가 내게는 썩 유쾌하게 다가오질 않았다. 하지만 나인 화자가 비문증으로 보고 겪는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할 수 없는 이야기들과 그에 대한 묘사만큼은 감칠맛이 있어 여러번 반복해 읽을만 했고 이야기의 호오와 별개로 지루함 없이 넘어가는 페이지의 장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 초분이라고 하는 기묘한 무덤양식으로 인한 환상과 이야기의 끝에 다다라 등장한 거대한 쥐떼로 인해 내 손으로 넘어온 결말에 대한 자유 또한 마음에 들었다. 풍도 사람들의 기대와는 별개로 나는 그들의 끝이 머지 않았다고 상상하련다. 깃발나무 숲이 펄럭이며 돗대가 서고 바람 속으로 나아가는 섬 풍도호는 사람의 욕심처럼 자란 쥐떼들과 함께 어디쯤에선가 틀림없이 좌조되고 말 거라고. 그리고 그 위로 죽지 않은 올빼미 한 마리가 어둠 속에 큰 눈을 뜨고 창공을 훨훨 날으는 모습을 상상하면 어쩐지 통쾌해져서 책에 대한 평가도 조금은 후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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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5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역사 ⓔ 5
EBS 역사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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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흥미진진한 컨텐츠로 국사에 약한 저 같은 사람도 막힘없이 완독 가능한 책이에요. 이 책으로 자신감을 얻어 다른 역사책들도 살피는 중입니다. 추천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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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에드 맥베인.로런스 블록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이리나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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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가지 이야기 중 어느 하나 버릴 게 없어서 깜짝 놀랄 정도였어요. 단편집이면 보통 한두가지 모자라는 이야기도 있게 마련인데 빠짐없이 모든 단편이 최고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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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에드 맥베인.로런스 블록 외 지음, 오토 펜즐러 엮음, 이리나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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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일이 다 그렇지 않은가. 가장 기대가 적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이 저절로 찾아온다."
                                              
       ㅡ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p350, 칠십네 번째 이야기 중




뉴욕의 워런 가 58번지에는 전설적인 편집자 오토 펜즐러가 운영하는 미스터리 서점이 있다. 괴짜인 그는 미국의 유명 추리 소설 작가들에게 한 가지 요청을 넣는다. "크리스마스 시즌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소설을 써달라. 우리 미스터리 서점을 배경으로 하거나 어쨌든 한 장면에라도 우리 서점을 넣어서 이야기를 써줬으면 좋겠다. 대신에 인쇄는 없다!" 대형 서점들 사이에 햄버거처럼 끼여서 경영난에 허덕허덕 거기다 이제는 전자책과의 전쟁까지 치루어야 하는데 인쇄는 무슨. 무보수로 삥 뜯긴 호구 작가들이 만들어낸 이야기들은 그렇게 소책자로 만들어져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미스터리 서점에서 팔리는 책의 부록으로 딸려 나간다. 그런 세월이 어언 17년, 어느 새 소책자의 인기가 괄목하여 본책을 넘어서기에 이르고 이로써 긴 긴 세월 미스터리 서점 고객들의 독점 소유였던 단편들이 정발되어 한국의 독자들과도 만나게 되었다. 제목은 미스터리 서점의 크리스마스 이야기! 나는 이제껏 배우 윤여정씨의 "배우는 돈이 필요할 때 연기를 제일 잘한다"는 어록에 매우 공감하는 바였지만 우정과 친애의 잉여로운 갈취 속에서도 이렇게 빛나는 결과물이 나오기도 하나보다. 현실에 실존하는 장소 뉴욕의 미스터리 서점을 무대로 여전히 살아 있는 실존 인물 서점 주인 오토가 주조연으로 활약하는 17개의 미스터리와의 만남은 크리스마스 이브 밤에 절정을 이루며 내게 큰 즐거움을 선사해 주었다.


1. 금광 발견, 로또 터지는 대박 흐뭇한 미스터리!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데 소설 주인공이 로또에 당첨되면 독자는 배가 부르다? 
희귀 서적을 모으는 편집자 오토이기에 유명 작가의 친필 미출간본이나 초판본에 관련한 이야기가 많다. 그리고 이런 희귀본은 당연히 돈이 된다. 달러 냄새 풀풀 풍기는 돈 되는 책 이야기.

급료 대신 추천서와 스티븐 킹의 신간 스릴러를 받기로 한 빨강머리 소녀의 품에 날아든 20만 달러의 희귀본 데인 가의 저주와 한정판 콜렉션을 유산으로 받게 된 오토의 쩐내나는 이야기 <후회하게 될 거예요>, 로마 시대 청동 주화를 훔쳤으나 어쩌다 보니 오토와 친구들의 도박판에 끼여든 양상군자 도트문더의 <아낌없이 주리라>, 재능없는 작가에게 찾아온 50만 달러 짜리 계약의 기회. 그런데 이 금광의 원작자는 누구? 반전의 미학 <모작 살인 사건>, 홈즈의 미출간본이 나타났다. 대박이냐 쪽박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긴 겨울의 한잠>. 평생 법이라곤 모르고 살았던 우리 할머니가 유명 작가의 친필 원고를 훔쳤다고요? 근데 그 원고 내가 대문 앞에 내다 버렸는데요? 쓰레기 차 파쇄기 속 사라질 운명에 처한 원고를 향해 달려가는 렉시와 오토 그리고 서점가 사람들의 이야기 <이름이 뭐길래> 

되는 놈은 헌책방 지나가다 책 한 권을 사와도 헤밍웨이 사인본이 떡 하니 나타나는 요지경한 세상 속 어디 눈 먼 책 좀 없나? 어쩐지 헌책방을 뒤져보고 싶어지는 이야기들이었다.  

 

 

2. 그까짓 사랑, 그래도 사랑 로맨스 미스터리!

크리스마스 이브 밤이다. 멀쩡한 커플들은 책 읽을 시간 따윈 없다. 오늘내일 전국의 모텔들 예약까지 꽉 찼을거다 (예전엔 이런 걸로 기사도 났었다. 지금이라고 다를쏘냐.) 나 같은 솔로나 되니까 방콕해서 이런 미스터리 집도 붙들어 읽고 그런거지. 미스터리 서점의 주고객은 틀림없이 솔로였을거야. 암. 그런데 이게 뭐야? 때리고 부수고 토막 내고 피 흘리고 유혈낭자, 폭력난무, 화끈하게 스트레스 좀 박살내려 했더니 그까짓 사랑, 그래도 사랑, 결국 또 사랑이냐!!! 오토 펜즐러 솔로의 이름으로 용서하지 않겠다. 알콩달콩, 배 아파 쓰러지는 로맨스 미스터리.

오렌지 색깔의 숏컷 헤어, 삐삐 롱스타킹을 신고 깜짝 놀랄 정도로 커다란 녹색 눈을 깜빡깜빡 뜨고 있는 미스터리 서점의 손님 매들린 앞에 닥친 위기. 요정은 가슴이 크면 안된다는 금지 조항만 존재하지 않는다면 당장 산타 요정으로 손색이 없는 그녀에게 첫눈에 반한 판매원 로저가 달려 간다. 만난지 20분 밖에 안됐지만 당신을 위해 목숨도 걸겠어요. 순정 미스터리 <콜드 리딩>. 내가 지난 밤에 한 일을 알고 싶다. 오토가 반한 연회업체 사장 진, 사라진 희귀본과 6인의 용의자. 오토의 뜨거웠던 밤과 반전의 삼각관계 <이보다 더 어두울 순 없다>. 너도 도둑, 나도 도둑, 내 마음을 훔친 도둑들. 편집자 오토의 뚜쟁이 변신 <동박 박사의 간계>. '인간은 시시각각 죽고 벌레들이 그들을 먹어치운다. 그러나 사랑 때문은 아니다(p243)' 라고 셰익스피어는 말하지만 어쨌든 크리스마스 아침 내 침대 위엔 네가 있었으면 좋겠다 <고양이 요정 스피릿>    

책을 읽는데 자꾸만 손이 시리다. 마음도 시리지만 이브 밤이 정말 춥다. 훌쩍훌쩍. JGJP 오빠의 마음이 식은 것 같아 강제로 2에서 4까지 온도를 올려 본다. 까짓 닝겐들, JGJP 오빠 품이 최고야!   

 

 

3. 스크루지 영감의 세 가지 악몽 같은 환상적인 미스터리!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듬뿍 느낄 수 있는 환상 특급 같은 이야기들. 목이 부러지고 칼에 찔리고 배신과 음모가 판을 치는 미스터리 속에서도 따뜻한 인간애는 숨길 수가 없다. 용서와 화해, 용기와 희망, 우정과 우애, 생의 깨달음. 무엇보다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빌게 되는  본격 코지 미스터리.


죽은 친우의 작품을 좇는 범죄자들을 피하기 위한 노인의 지혜 <계획과 변주>. "꼬마야, 기억해. 우리 모두는 머지않아 산타가 죽는 것을 경험한단다. 그래서 난 그걸 오래 마음에 담아 두지 않았어(p186)."  살해 당한 유년 <엄마가 산타클로스 아저씨를 죽였어요>. 셜록 홈즈 책갈피에 묻은 피의 흔적 <녹슨 책갈피 도난 사건>. 자신의 죽음을 코 앞에 두고도 친구의 인생에 미스터리를 선물하고자 하는 중년의 우정 <요정들의 선물>. 알 수 없는 인연과 결말 속 폭소와 연민 <내 목표는 신성하니>, <크리스천 킬러>. 이역만리 머나먼 타국의 당신에게 동포애를 느낀다 <칠십네 번째 이야기>. 무엇을 읽느냐 보다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고통의 그림자 속에서 사는 모든 사람, 도시, 그리고 우주... 나, 너, 우리 보라고 쓴 이야기 같았던 베로니카의 <크리스마스가 남긴 교훈>. 마지막으로 낭만과 배신의 향연, 미스터리 역자다운 <옮긴이 후기>까지. 대박, 진짜 최고인데!


크리스마스면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나홀로 집에와 맥컬리 컬킨, 러브 액츄얼리와 머라이어 캐리, 크리스마스의 악몽과 스크루지의 크리스마스 캐럴. 그리고 솔로들의 밤을 책임지는 치킨과 맥주. 내년 크리스마스에 나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하여 떠올리게 될 것 같다.  뉴욕 58번지 미스터리 서점 문을 열고 들어가면 지금 이 순간에도 시끌벅적 왁자하게 파티를 열고 있을 것 같은 오토 펜즐러와 미스터리 작가들의 환상적인 밤, 그리고 추리를 말이다.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 하나만 있으면 되니까(p244) 라곤 하지만 연인과 친구와 함께 하지 못하는 특별한 밤 꼭 필요한 특별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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