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14
필리파 피어스 지음, 수잔 아인칙 그림, 김석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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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역에 걸린 쌍둥이 동생 피터와 떨어져 톰은 이모네 집으로 강제 여행을 가게 됩니다. 이모네 집은 정원은 커녕 오를 수 있는 나무 한 그루도 없는 다세대 주택이고, 홍역을 퍼트릴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톰은 강제 격리를 당한 상태인데요. 아이가 없는 이모와 이모부는 갑갑한 톰의 속도 모르고 9시에 안잔다고 톰을 혼내곤 책도 못읽게 수거를 해버립니다. 단단히 화가 난 톰은 엉엉 울고 싶은 심정으로 침대에 누웠지만 이리뒤척 저리뒤척 영 잠이 오지 않습니다. 그렇게 불면으로 몸부림치던 톰의 귀에 들려오는 한밤중의 괘종시계 소리!! 댕, 댕, 댕, 댕... 어느 덧 자정을 알리는 열두 번의 종소리를 지나 또 다시 댕~ 이게 뭐죠?! 이 미스테리한 열세 번째 괘종시계 소리라니요!! 세상 어느 곳에 열세 번이나 울리는 시계가 있을 수 있을까요. 시계가 고장난 것이 아니라면 지금 이 순간 어떤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닐까요. 호기심으로 화르륵 불타오른 톰은 소리를 쫓아 일층으로 내려가게 되고 우연히 현관 뒷문을 열게 됩니다. 페인트 칠 된 난간과 쓰레기통, 평범한 주차장이 나와야 할 그곳에 등장한 것은 아름드리 나무로 가득 채워져 있는 아름다운 정원이었는데요. 다세대 주택 뒷마당에서는 결코 등장할 수 없는 옛복식을 걸친 하녀와 정원사와 꽥꽥대는 오리들은 그야말로 덤!! 꿈에나 그리던 놀이터였습니다.

그렇게 매일 밤 톰은 뒷문을 열고 이상한 세계 속으로 달려갑니다. 귀여운 고아 소녀 해티와는 친구가 되었구요. 자신을 악마로 보는 정원사 아벨의 무시무시한 눈초리에 겁을 먹기도 합니다. 열세 시의 정원에서 나무를 타고, 새총을 만들고, 담벼락을 오르고, 놀이집을 엮고, 스케이트를 타고 한밤을 횡단하는 갖은 모험들은 어릴 적 하나도 해보지 못한 경험임에도 유년의 낭만으로 가슴을 가득 채워주었는데요. 만약 어릴 적 이 책을 읽었더라면 열두 시의 시계를 넘어다보며 열세 시의 마법을 찾기 위해 현관문을 열었다 닫았다 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해리포터가 플루가루를 뿌린 벽난로로 다이애건 앨리로 뚝 떨어졌던 것처럼, 메리가 친구 디콘, 콜린과 함께 비밀의 화원에서 기적을 일궈낸 것처럼,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의 모험으로부터 훨씬 성숙한 마음으로 언니의 품속으로 회귀했던 것처럼 여기 이 책에도 그렇게 마법 같고, 신비하고, 아름다운 판타지가 가득합니다. 시간을 거슬러 과거의 소녀와 미래의 소년이 만나 쌓아가는 우정,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조급한 열세 시의 시간들, 정원 가득 펼쳐지는 아이들의 웃음과 헤어졌던 두 사람의 재회를 성사시켜준 바솔로뮤 주택의 비밀까지!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꼭 한번 만나보시기를 바라며, 저는 샘솟는 동심과 향수에 젖어 내일도 또 어린이 책을 읽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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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만의 만화일기 1 허영만의 만화일기 1
허영만 지음 / 시루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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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객, 타짜, 각시탈 등 허영만 선생님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도 유명하지만요. 선생님의 작품 중 제가 가장 좋아했던 건 티비 만화 "날아라 슈퍼보드"였어요.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나쁜 짓을 하면은~~ 지금도 주제가를 부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열창 할 수 있을 정도인데 당시 42.8 프로라는 어마어마한 시청률을 자랑했더라구요. 일요일 낮이면 전국노래자랑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이 만화를 보곤 했던 열혈 시청자로 후에 선생님의 작품임을 알고 다른 책도 읽어보려 시도를 했습니다. 헌데 순정만화에 푹 빠져있던 제 취향엔 맞지가 않아서 그저 영화가 나올 적마다 이게 선생님 작품이구나 하는 감탄으로만 감상을 마무리하곤 했지요. 그러니까 제게는 이 책 "허영만의 만화일기"가 영상매체가 아닌 책으로 만나는 선생님의 첫 작품이 된 셈입니다.

허영만의 만화일기는 제목 그대로 일기, 일상 이야기이기 때문에 반찬(음식 얘기가 정말 많아요!), 식당, 친구, 가족, 나이, 여행 얘기 등이 속닥속닥 아기자기하게 풀어집니다. 고은 선생님의 "바람의 사상"이라는 시로 엮은 일기장을 보고 그럼 나는 만화로 일기를 써야지 하고 12년도 부터 쓰기 시작한 게 벌써 36권째라고 하시는데요. 책상 앞에 앉아 작정하고 그린 그림이 아니라 택시에서 잠깐, 지하철에서 잠깐, 티비에 출연한 날 잠깐, 밥 먹다가 또 잠깐, 여행 갔다가 또 또 잠깐. 그렇게 낙서하듯 메모한 하루하루를 엮은 책이라 그림도 이야기도 간단하고 간결합니다. 그림체도 아주 친근하구요. 선생님 귀여워요~ 하면서 읽게 되는 장면들이 아주 많았어요. 한 시간은 꼭 잔다는 낮잠과 아침 누룽지엔 꼭 꼭 새우젓 3개! 식사 준비는 문하생들이 아닌 선생님이 손수! 그러나 문하생들은 나가 먹는 걸 더 좋아하는 얘기들이 그랬습니다. 특히나 택시 타서 "그림 흔들려요, 천천히 가세요!" 하시는 모습은 어찌나 우습고 재미나던지요. 택시 기사님이 그 말씀을 듣고 얼마나 황당했을까 싶어 깔깔 웃었습니다. 평생을 그림을 그리고선 또 그림으로 일기를 채우다니 지겹지는 않으실까 신기하기도 했구요. 퇴고를 거쳤음에도 메모 상태 그대로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틀린 맞춤법도 수정 없이 처리해 놓은 점도 재미났습니다. 어마어마한 악필이신데 (일기장만 날려 쓰신 걸 수도 있지만요) 보기 편한 모양새가 아니라 쓰신 그대로 페이지에 박혀서 이것은 무슨 글자인가 눈을 부릅뜨고 해독하는 맛이 제대로랄까요. 어떤 글자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있지만 목표 하신 그대로의 날 것 느낌이라 저는 좋았어요. 단어 몇 개쯤 못알아본대도 읽는데 하등 지장도 없구요.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무너져야 당연하다." (p113)
"한번 작정했다고 틀림없이 지킨다면 인간이 빡빡해서 어디 쓰겠나!" (p113)

별 특별할 것 없는 우리네 평범함으로 무장한 에피소드에 거장 만화가로서의 일상이 살짝 끼얹어져 있습니다. 프리랜서도 주말을 더 좋아한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었지만요. 그 밖의 다른 이야기는 "흠, 별 건 없군" 하는 동질감이 있었습니다. 일흔에 가까운 ( 이 때가 2011년) 연세에도 음식 앞에서 무너지고, 아내와의 티비 쟁탈전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외로운 도보여행을 즐기고, 식당에서 혼자 먹는 밥에 어색해 하는 친근한 선생님, 친근한 할아버지와의 만남이 아주 즐겁습니다. 현재 2권까지 나와있는데 워낙 야한 얘기들은 1, 2권에서 다 빼서 따로 책을 엮으신다고 합니다. 정말 야한 상상 많이 하셔서 대머리 되신걸가요, 껄껄껄. 이것은 선생님 본인께서 추측하신 내용으로 대머리 비하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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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듀본, 새를 사랑한 남자 - 2018년 행복한아침독서 선정 푸른지식 그래픽 평전 10
파비앵 그롤로 & 제레미 루아예 지음, 이희정 옮김, 박병권 감수 / 푸른지식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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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듀본, 새를 사랑한 남자. 미국 조류학자의 아버지 오듀본의 일대기를 담은 그래픽 평전입니다. 엘 데포, 딜라일라 더크와 터키 중위 같은 그래픽 노블은 만나본 적이 있지만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담은 위인전은 처음이었는데요. 만화이기 때문에 낯선 이국의 과학자에 대한 이야기도 아주 흥미롭게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곤충계에 파브르가 있다면 조류계에는 오듀본이 있습니다. 파브르가 곤충의 습성과 생태를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철학적인 관점으로 고전의 가치를 드높인 것처럼 오듀본 또한 필사적인 관찰과 연구, 표본에 대한 낭만적이고도 생생한 묘사로 인정받는 학자 중의 한 명입니다. 평생의 역작인 "미국의 새들"은 소더비 경매에서 자그마치 108억원에 거래되었으며, 그의 새 그림들은 컬러링북으로 현재에도 꾸준히 출간될만큼 아름다움을 자랑합니다. 한국에서도 출판사 유나에서 "새 그리고 정원"이라는 제목으로 15년도에 발간이 됐으니 새 그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한번쯤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는 파브르만큼 유명세를 타지도 못했고, 다른 학자에게 밀려 영국으로 떠나야했던 비운도 겪었던 만큼 소더비의 경매가마냥 처음부터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삶을 살지는 못했습니다.

나폴레옹 전쟁을 피해 미국으로 이주한 오듀본은 이웃 아가씨 루시와 결혼하며 가장으로 성실한 삶을 살려고 노력합니다. 두 딸을 병으로 잃고 두 아들을 키우는 와중에 아버지 사업을 이어받아 이리저리 살아보려 애를 썼던 모양이지만 쉽지가 않았어요. 풍차사업 등 너무 앞선 아이템에 발목이 잡혀 감옥에 가기도 했고, 사기꾼으로 오해를 받거나, 베짱이로 비하하는 시선에 시달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힘든 와중에도 그의 마음 속에는 결코 억누를 수 없는 꿈 하나가 있었는데요. 그건 바로 새!! 자유롭게 하늘을 날아다니는 미국의 풍요로운 환경 속의 새들이었습니다. 새를 쫓고 싶은 갈망, 미국의 새들을 모두 관찰하고, 그리고, 세상에 알리고자 하는 짐념이 결국 그를 집에서 떠나가게 만들었지요. 가족과 헤어져 조수 조지프와 인디언 안내인 쇼건을 만나 떠나게 되는 모험은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 버금가는 치열함으로 가득합니다. 뗏목을 타고 가다 병에 걸리고, 곰을 만나고, 강도에게 약탈을 당하는 등 몇 번이나 생사의 고비를 넘겨야 했어요. 그 이후에도 고난과 음모와 모략 속에서 굳센 정신으로 꿈을 이뤄가는 오듀본의 모험이 흥미진진한데요. 가족에 대한 그리움, 인정받지 못하는 작업, 불안, 가난 등 절절이 느껴지는 그의 고뇌에 공감하면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열정에는 절로 존경심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평생에 걸쳐 오로지 한 가지 꿈만을 품고 정진정명 한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느낌일까요? 어떤 용기와 얼마만큼의 인내로 무장해야 가능한 일인 걸까요? 400장도 넘는 새들의 사실적인 수채화로 미국 생태계를 기록하고, 새들의 귀소본능을 최초로 밝혀내고, 그 이름으로 하여 많은 자연보호기구를 탄생시킨 오듀본. 그의 학문적인 성취를 깊이 있게 알긴 어려웠지만 여러 좌절에도 꿋꿋하게 일어서서 다시금 새에 매진하는 집념이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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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행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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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골이 오싹오싹 해지는 공포특급 같은 이야기가 끌리는 계절입니다. 덥고, 습하고, 끈적끈적하고. 높은 불쾌지수에 자칫 누구 하나 걸려봐라 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저는 심약한 성격이라 사람 대신 책을 잡았습니다. 야행. 일본 특유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는 환상적이고 기이한 이야기였지요.

"야행 열차(夜行列車)의 야행이거나 아니면 백귀야행(百鬼夜行)의 야행일지도 모르죠." (p15)

야행이라니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 의아하게 생각하는 와중에 작가는 화랑주인의 입을 빌려 곧장 답변을 해줍니다. 야간에 운영하는 열차. 그리고 귀신들의 심야 행진. 야행 속에는 이 두 가지의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었는데요. 주인공이랄지. 이야기의 중심인물인 오하시군은 학생 시절 다니던 영어학원의 동료들과 반가운 만남을 가집니다. 구라마 진화제에서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하세가와씨의 일 이후로 꼬박 십년 만의 자리였지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오하시군은 낮의 거리에서 하세가와를 본 것 같다는 고백을 하게 됩니다. 그녀를 쫓아 화랑으로 들어갔지만 하세가와를 만날 수는 없었고, 대신에 기시다 미치오라는 죽은 화가의 신비한 동판화를 보게 되었다는 것이었죠. 물론 잘못 봤을거라 생각한다고 사족을 달았지만 어쩐 일인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동료들의 증언이 이어집니다. 하세가와를 본 것은 아니지만 기시다 미치오라는 화가의 동판화라면 여행한 곳에서 본 적이 있으며, 나 또한 매우 기이한 경험을 했다 하구요. 집 나간 아내를 찾아 방문하게 된 여관에서 아내와 똑같은 얼굴의 여자를 만나게 된 첫 번째 밤과 미래를 보는 할머니로부터 죽음을 예언받는 두 번째 밤, 어릴 때 헤어졌던 친구가 예전 그 모습 그대로 나타나 손짓하는 세 번째 밤과 사람인지 귀신인지 알 수 없는 붉은 머플러의 소녀가 있는 네 번째 밤으로 동료들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동판화를 보게 된 동료들이 어김없이 마주쳤던 얼굴 없는 여인과 밤의 열차 소리, 상식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기묘묘한 체험들은 그 옛날 전설의 고향을 보는 듯이 소름끼치는 두려움을 안겨주었는데요. 그와 같은 공포는 모든 밤들을 이으며 시작한 다섯 째 밤, 밝혀지는 비밀로 대단히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서사로 변모합니다. "세계는 언제나 밤이에요" 라고 하세가와는 말하지만, 언제나 밤인 세계가 있다면 극처럼 언제나 새벽인 세상도 있는 거겠지요. 밤과 새벽의 얼굴을 가진 각기 다른 두 세계가 하나가 된 어느 한밤의 이야기, 모리미 도미히코가 안내하는 야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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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멸의 땅 서던 리치 시리즈 1
제프 밴더미어 지음, 정대단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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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름을 말해 봐!"
측량사가 악을 썼다. 
"네 이름을 말해 봐! 네 빌어먹을 엿 같은 이름을 말해 보라고!" 
"그게 무슨 의미가 있어! 대체 그게 무슨  의미가 있지? 난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해를 못  하겠어!" (p184)

언젠가  비무장지대의 생태환경에 관련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람에 의해 강제로 격리된 민통선이 천혜의 아름다운 온대림 숲과  초지를 일구었다는 글이었다. 사람의 손이 일절 닿지 않았기에 별다른 오염원도, 간섭도, 훼손도 없이 멸종 동물들이 살아 남았고, 각종 식물들이  꽃을 피웠다. 울창한 숲이 만들어졌다. 실제로 본 적도 없는 숲이 신비롭고 감동적인 느낌으로 눈 앞에서 아른아른했다. 통일이 없어도 좋으니  저곳이 영원히 사람의 눈에서 멀어진 자연으로 남게 되기를, 인간이 남긴 지뢰와 화약으로 스스로를 무장하기를, 침입하는 모든 인간들을 격퇴시키기를  초자연적 자아를 판타지처럼 바라게 되었다. 그리고 이 여름, 그런 상상이 고스란히 드러난 소설을 만났다. 서던 리치, 소멸의 땅이다. 이름은  X.

서던 리치는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생물학자 나의 지극히 좁은 시선 안에서 X의 미스터리를 쫓는 모험물이다. X는 30여 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사람들의 출입이 금지되었고, 방벽이 드리워진 채로  방치되었다. 폐쇄 이유는 군사적인 문제로 인한 환경재앙 때문이었다고 하지만 사실인지 아닌지 알 길이 없는 상태로 여성 네 명으로 이루어진 서던  리치의 열두 번재 탐사대가 이곳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화자인 생태학자 나와 심리학자, 인류학자, 측량사로 구성된 이들  탐사대는 지금까지의 모험물에서는 만나보지 못했던 류의 비이상적 집단이다. 여타의  SF 소설 속 탐사대원들을 뽑는 과정을  보자면 그들은 단순히 지식적 재량과 능력으로만 평가되지 않는다. 팀워크와 스트레스에 대한 조절 능력, 원만한 성격, 이타심, 협업은 탐사대원의  가장 필수적인 자질이다. 마션이나 씁니다 우주일지, 인터스텔라에도 그래서 미치광이는 딱 한놈씩 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그에 비교하자면 여기 X의  탐사대원들의 선발은 어딘지 기묘하기까지 해서 X라는 폐쇄된 공간뿐만 아니라 여성이라는 이들의 통일적 성별과 비틀린 성격 자체가 엄청나게 높은  긴장감을 가져온다. 생물학자 나는 침묵을 폭력처럼 휘두르는 사람이며, 대장인 심리학자는 대원들과 소통하지 않은 채 필요할 때엔 최면으로 그들을 좌지한다. 측량사는 거의 모든 일의 해석에서 주인공 나와 대적하며, 인류학자는 제 성격을 드러내기도 전에 죽었다. 애초에 탐험이 목적이  아니라 죽으라고 보내진 듯이 그들의 손에 쥐어진 구식 무기와 변변치 않은 훈련, 서로간의 이름조차 알지 못하게 만든 심리훈련도 이상하다. 본래도  불안감 가득했던 이들 탐사대원들은 원시림의 자연에 더한 초자연적인 존재들로 점점 X의 비밀 속에  매몰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물의 울음, 강을 타고 올라와 거의 뭍에까지 오르내리는 인간 같은 눈을 한 돌고래 때, 누군가에게 조종 당하고  있는 듯한 멧돼지와 허물처럼 여기저기 벗겨져 있는 인간의 탈까지. 그러나 그런 자연보다 더 우세한 두려움을 주는 것이 정작 무기를 쥔 상대방이며  인간의, 문명의 흔적이랄 수 있는 미지의 탑과 벽을 빼곡히 채운 저주같은 문구라는 것이 이 소설의 아이러니였다. 

이들은 탐사대인가 X에 바쳐지는 재물인가. 서던 리치라는 집단이 숨기고 있는 비밀은  무엇인가. 서던 리치는 어째서 그들에게 자신의 이름조차 명명하지 못하게 만들었나. 인류의 흔적인지 지구상에 뿌리내리려는 또다른 문명의 진원지인지  구분가지 않는 탑과 저주 같은 문구는 또 무엇이었을까.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묘한 생명체들과 매일 매순간 확장되가는 X의 미스터리가 어느 하나 풀리지 않은 채로 1권은 끝이 났다. 그러나 그 수수께끼를 다 알지 못한 상태에서도 소멸의 땅은 단독적인 완결성으로 충분히 매혹적이다. 미지의 생물체에  대한 공포, 생존자들의 탈출에의 욕구, 생물학자 나의 감염과 그녀의 마음 속에서 인간으로서 존재해야 할 이유가 점점 사라지며 X에 동화되는 모습이 공포와 호기심, 두려움을 갖게 만든다. 존재의 이유가 명명하지 못한 이름처럼 바스러져버린 생물학자의 다음 이야기는 또 얼마나 즐거울 것인가. 생존물, 초자연적 미스테리, SF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주저없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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