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행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김해용 옮김 / 예담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등골이 오싹오싹 해지는 공포특급 같은 이야기가 끌리는 계절입니다. 덥고, 습하고, 끈적끈적하고. 높은 불쾌지수에 자칫 누구 하나 걸려봐라 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저는 심약한 성격이라 사람 대신 책을 잡았습니다. 야행. 일본 특유의 분위기가 물씬 풍겨나는 환상적이고 기이한 이야기였지요.

"야행 열차(夜行列車)의 야행이거나 아니면 백귀야행(百鬼夜行)의 야행일지도 모르죠." (p15)

야행이라니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 의아하게 생각하는 와중에 작가는 화랑주인의 입을 빌려 곧장 답변을 해줍니다. 야간에 운영하는 열차. 그리고 귀신들의 심야 행진. 야행 속에는 이 두 가지의 이야기가 모두 담겨 있었는데요. 주인공이랄지. 이야기의 중심인물인 오하시군은 학생 시절 다니던 영어학원의 동료들과 반가운 만남을 가집니다. 구라마 진화제에서 연기처럼 사라져버린 하세가와씨의 일 이후로 꼬박 십년 만의 자리였지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오하시군은 낮의 거리에서 하세가와를 본 것 같다는 고백을 하게 됩니다. 그녀를 쫓아 화랑으로 들어갔지만 하세가와를 만날 수는 없었고, 대신에 기시다 미치오라는 죽은 화가의 신비한 동판화를 보게 되었다는 것이었죠. 물론 잘못 봤을거라 생각한다고 사족을 달았지만 어쩐 일인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동료들의 증언이 이어집니다. 하세가와를 본 것은 아니지만 기시다 미치오라는 화가의 동판화라면 여행한 곳에서 본 적이 있으며, 나 또한 매우 기이한 경험을 했다 하구요. 집 나간 아내를 찾아 방문하게 된 여관에서 아내와 똑같은 얼굴의 여자를 만나게 된 첫 번째 밤과 미래를 보는 할머니로부터 죽음을 예언받는 두 번째 밤, 어릴 때 헤어졌던 친구가 예전 그 모습 그대로 나타나 손짓하는 세 번째 밤과 사람인지 귀신인지 알 수 없는 붉은 머플러의 소녀가 있는 네 번째 밤으로 동료들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동판화를 보게 된 동료들이 어김없이 마주쳤던 얼굴 없는 여인과 밤의 열차 소리, 상식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기기묘묘한 체험들은 그 옛날 전설의 고향을 보는 듯이 소름끼치는 두려움을 안겨주었는데요. 그와 같은 공포는 모든 밤들을 이으며 시작한 다섯 째 밤, 밝혀지는 비밀로 대단히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서사로 변모합니다. "세계는 언제나 밤이에요" 라고 하세가와는 말하지만, 언제나 밤인 세계가 있다면 극처럼 언제나 새벽인 세상도 있는 거겠지요. 밤과 새벽의 얼굴을 가진 각기 다른 두 세계가 하나가 된 어느 한밤의 이야기, 모리미 도미히코가 안내하는 야행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