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만의 만화일기 1 허영만의 만화일기 1
허영만 지음 / 시루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식객, 타짜, 각시탈 등 허영만 선생님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도 유명하지만요. 선생님의 작품 중 제가 가장 좋아했던 건 티비 만화 "날아라 슈퍼보드"였어요.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나쁜 짓을 하면은~~ 지금도 주제가를 부르라면 처음부터 끝까지 열창 할 수 있을 정도인데 당시 42.8 프로라는 어마어마한 시청률을 자랑했더라구요. 일요일 낮이면 전국노래자랑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이 만화를 보곤 했던 열혈 시청자로 후에 선생님의 작품임을 알고 다른 책도 읽어보려 시도를 했습니다. 헌데 순정만화에 푹 빠져있던 제 취향엔 맞지가 않아서 그저 영화가 나올 적마다 이게 선생님 작품이구나 하는 감탄으로만 감상을 마무리하곤 했지요. 그러니까 제게는 이 책 "허영만의 만화일기"가 영상매체가 아닌 책으로 만나는 선생님의 첫 작품이 된 셈입니다.

허영만의 만화일기는 제목 그대로 일기, 일상 이야기이기 때문에 반찬(음식 얘기가 정말 많아요!), 식당, 친구, 가족, 나이, 여행 얘기 등이 속닥속닥 아기자기하게 풀어집니다. 고은 선생님의 "바람의 사상"이라는 시로 엮은 일기장을 보고 그럼 나는 만화로 일기를 써야지 하고 12년도 부터 쓰기 시작한 게 벌써 36권째라고 하시는데요. 책상 앞에 앉아 작정하고 그린 그림이 아니라 택시에서 잠깐, 지하철에서 잠깐, 티비에 출연한 날 잠깐, 밥 먹다가 또 잠깐, 여행 갔다가 또 또 잠깐. 그렇게 낙서하듯 메모한 하루하루를 엮은 책이라 그림도 이야기도 간단하고 간결합니다. 그림체도 아주 친근하구요. 선생님 귀여워요~ 하면서 읽게 되는 장면들이 아주 많았어요. 한 시간은 꼭 잔다는 낮잠과 아침 누룽지엔 꼭 꼭 새우젓 3개! 식사 준비는 문하생들이 아닌 선생님이 손수! 그러나 문하생들은 나가 먹는 걸 더 좋아하는 얘기들이 그랬습니다. 특히나 택시 타서 "그림 흔들려요, 천천히 가세요!" 하시는 모습은 어찌나 우습고 재미나던지요. 택시 기사님이 그 말씀을 듣고 얼마나 황당했을까 싶어 깔깔 웃었습니다. 평생을 그림을 그리고선 또 그림으로 일기를 채우다니 지겹지는 않으실까 신기하기도 했구요. 퇴고를 거쳤음에도 메모 상태 그대로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서 틀린 맞춤법도 수정 없이 처리해 놓은 점도 재미났습니다. 어마어마한 악필이신데 (일기장만 날려 쓰신 걸 수도 있지만요) 보기 편한 모양새가 아니라 쓰신 그대로 페이지에 박혀서 이것은 무슨 글자인가 눈을 부릅뜨고 해독하는 맛이 제대로랄까요. 어떤 글자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남아있지만 목표 하신 그대로의 날 것 느낌이라 저는 좋았어요. 단어 몇 개쯤 못알아본대도 읽는데 하등 지장도 없구요.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무너져야 당연하다." (p113)
"한번 작정했다고 틀림없이 지킨다면 인간이 빡빡해서 어디 쓰겠나!" (p113)

별 특별할 것 없는 우리네 평범함으로 무장한 에피소드에 거장 만화가로서의 일상이 살짝 끼얹어져 있습니다. 프리랜서도 주말을 더 좋아한다는 건 참 신기한 일이었지만요. 그 밖의 다른 이야기는 "흠, 별 건 없군" 하는 동질감이 있었습니다. 일흔에 가까운 ( 이 때가 2011년) 연세에도 음식 앞에서 무너지고, 아내와의 티비 쟁탈전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외로운 도보여행을 즐기고, 식당에서 혼자 먹는 밥에 어색해 하는 친근한 선생님, 친근한 할아버지와의 만남이 아주 즐겁습니다. 현재 2권까지 나와있는데 워낙 야한 얘기들은 1, 2권에서 다 빼서 따로 책을 엮으신다고 합니다. 정말 야한 상상 많이 하셔서 대머리 되신걸가요, 껄껄껄. 이것은 선생님 본인께서 추측하신 내용으로 대머리 비하가 아님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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