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랑탐정 정약용
김재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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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백하자면 처음 잠깐 제목을 착각한 탓에 정약용이 유랑탐정이 아니라 유령탐정이 된 줄 알았다. 정약용 선생이 귀신이 되어 이가환이라는 가공의 인물 곁에서 실학적인 관점에서 수사를 돕고 조선팔도를 유람하며 백성을 구휼한다? 신선한데?? 성균관 스캔들의 남정네들과도 같은 미남자가 둘이나 등장하는 표지를 표며 상상의 나래를 펼쳤지만 아뿔싸! 찬찬히 책소개를 보니 유령이 아니라 유랑이었고 이가환 또한 정약용과 같은 실학자이자 천주교도인 실존인물임을 알고 남몰래 웃었다. 능력만 되면 나도 소설 한번 써보는 건데 에잇! (ㅋㅋㅋ)

천연두의 후유증으로 눈썹이 세 갈래로 나뉘어 삼미자라 불리게 된 담이 크고 똘똘한 어린 약용과 천재적인 머리로 자신이 읽은 서책은 모조리 외우고 다니는 백과사전 가환은 세상에 둘도 없는 친우이자 선후배이다. 이런 순전한 두 사람이 살인사건에 처음 관련이 된 것은 약용이 십대 때의 일로 산허리를 넘던 두 사람의 앞에 나타난 "진"이라는 남자 때문이었다. 복숭아 향내 풍기는, 서양과 동양의 철학에 해박한, 외모조차 아름답던 남자는 어딘지 이승의 것이 아닌 듯한 매력을 풍겼고 약용과 가환은 순식간에 그를 흠모하게 된다. 무언가에 취한 듯 혼절했다 깨어난 그들 앞에 장기가 모조리 발출된 세 구의 시신이 놓여 있지 않았다면 그날의 만남은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을텐데. 환상은 깨어졌고 남은 현실은 끔찍해서 이후 두 사람은 진과 관련한 어떤 이야기도 입에 올리지 않게 된다. 약용이 암행어사로 출두한 연천에서 약용이 개발한 거중기에 매달린 장기 없는 시체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옛날 진이 만든 시체를 떠올리게 하는 잔인한 손속, 장기없는 시체들의 연쇄적인 발견, 거중기에 숨겨진 암호가 약용을 부르고 있었다. 어째서 그를? 왜 이제와 그를? 무엇 때문에? 라는 의문 또한 진, 그를 만나야만 풀 수 있으렸다. 싸라기 금이 쏟아진다는 광대골에서 아가리를 쩌억 벌린 채 유혹하는 진과 정면으로 마주한 두 사람이 벌이는 휘몰아치는 한판 대승부. 약용의 무사귀환을 장담하면서도 어흥~ 하며 산채의 호랑이까지 등장하는데야 흥미진진 눈을 뗄 수가 없다.

비슷한 소재를 선점한 영화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존재 탓인지 조선 후기 탐정이 된 정약용이 생각만큼 새롭거나 신선하지는 않았다. 약용과 가환이 파헤치는 진의 흑막과 살인사건들도 어딘가 익숙하고.  그러나 조선의 다빈치 약용이 주인공이라는 것만으로도 흥미가 동하는 구석이 있으므로 시대물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언젠가 한번 읽어봐도 좋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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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강아지 - 낭소의 몽글몽글 그림에세이
낭소 지음 / arte(아르테)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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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번도 강아지를 키워본 적이 없는데도 강아지로부터 받는 위로가 어떤 것인지를 알게 합니다.
복실복실 새하얀 털에 맛있게 구운 빵 같은 귀를 가진 몽글몽글 어여쁜 숲 강아지 때문입니다.
숲 한 모금, 숲 두 모금 차례까지 예쁘기만 한 책에서 강아지를 만나 힘든 하루를 잊고,
강아지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고,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즐거움에 빠지고, 
강아지로부터 위안받는 그 사람이 꼭 저인 것만 같습니다.

작은 글밥 뒤로 책을 꽉 채운 그림을 보다 보면 무릎에 닿아오는 온기가 느껴지는 듯도 하구요.
푸른 잔디밭을 몇 장에 걸쳐 뛰어다니는 강아지가 마지막 페이지의 순간엔
멍멍 짖으며 제 품으로 뛰어들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녀 뒤를 종종걸음으로 쫓던 강아지가 어느 새 그녀 보다 앞장서 뛰어가고
그녀와 같은 걸음을 걷다가 결국 그녀 뒤로 쳐지며 줄에서 달아나버린
족히 십여년의 세월이 압축된 그림 앞에선 가슴이 뭉클,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합니다.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상실인데도 강아지가 사라진 그녀의 집 문간과 거실과
방과 산책로를 쫓다보니 저절로 마음이 아린 탓입니다.
이런 것이 글과는 또다르게 작용하는 그림의 힘인 거겠죠?

이만큼이나 글밥이 적은 그림에세이는 처음이라 처음 펼쳐든 순간에는 당황스럽기도 하지만요.
그녀의 주변에서 내내 맴도는 강아지와 이별 후에 숲으로 피어난 모습을 들여다보기만 해도
그녀와 숲 강아지 사이의 풍성한 이야기를 상상할 수 있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반려견이 사랑하는 반려인과 함께 따뜻하고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2018년 무술년의 새하루 속에서 자그만 소망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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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의 다이아나
유즈키 아사코 지음, 김난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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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은 소녀소설은 몇 번이든 다시 읽을 수 있어요, 손님.
어린 시절이든 어른이 되어서든, 매번 다른 방식으로 즐길 수 있으니까요." (p320)

다이아나는 술집 마담인 미혼모 티아라의 딸이다.
교양을 모르는 무식한 엄마가 창피하고 다이아나 같은 이름으로 놀림거리가 되는 삶이 지긋지긋하다. 
15세가 되면 막연히 개명하리라는 부푼 꿈을 안고 살아간다.
아야코는 부유하고 화목한 가정의 외동딸이다.
고민 하나 없는 삶처럼 보이지만 부모의 사랑과 관심, 모범생으로서의 삶에 숨이 막힌다.
둥지 밖의 제한없는 삶에 몸을 던지고 싶지만 용기가 나지 않는다.
두 아이는 모두 책을 좋아한다.
자신에겐 없는 각자의 환경과 매력을 막연히 동경하며 책에 대한 애정과 우정을 함께 키워나간다.   
입시와 친구관계에 대한 질투, 오해가 아니었다면 우정을 지키는 것이 한결 쉬웠으련만
사소한 다툼으로 아이들은 이후 십 년 동안이나 대화 한 마디 하지 않는 남남으로 살아간다.
초등학교 3학년이던 아이들이 각각 서점 직원과 대학 졸업반으로 커나갈 때까지
몇 몇 사소한 마주침 이외에는 접점조차 없다.
다이아나의 아빠찾기는 어느 새 다이아나 홀로 진 짐이 되었고
무리없이 대학으로 진학했던 아야코는 남자라는 존재로 잔인한 일상을 맞게 되지만
모든 성장소설이 그러하듯 소녀들은 힘과 용기로 맞서 싸우며 점점 어른이 되어 간다.

각기 다른 상처와 결핍으로 서로를 부러워하던 소녀들의 아기자기한 성장이 표지만큼이나 예쁘다.
성인이 된 후보다는 어린 시절의 이야기들이 훨씬 애처롭게 마음에 스몄지만서도.
게중에서도 다이아나와 아야코가 친구가 되는 첫 장면이나
학교와 도서관 또는 각자의 방에서 책을 마주하며 우정을 키워가는 시간들에 특히나 마음이 설렜다. 
어린 시절 책이 좋아 어쩔 줄 몰라하던 내 모습이 다이아나와 아야코에게서 엿보인 탓일까.
빨간머리 앤 속의 앤과 다이아나의 우정을 동경하는 모습이 나의 어린시절과 닮아서일수도. 
한 때 단절되었던 우정이 마치 마저 읽지 않았던 책인냥 예전 그 페이지에서 다시 시작하는 마지막과
감당하기 어려운 시련과 마주하는 용기를 아끼는 책 속에서 이끌어낸 점도 감동적이다.
책을 읽는 내내 십년도 훨씬 더 전의 소녀 시절이 어제 일처럼 찬찬히 마음 속에서 솟아올랐다.
그 시절을 함께 했던 친구들과 나의 책들도.

올해는 빨간머리 앤 시리즈나 한번 독파를 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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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완벽한 1년
샤를로테 루카스 지음, 서유리 옮김 / 북펌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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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에 읽기에 이보다 적합한 제목의 책이 있을까. "당신의 완벽한 1년", 새해 첫날 완벽한 1년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부적처럼 이 책을 꺼내 들었다. 하드커버 양장 표지에는 무언가를 읽는 남자와 무언가를 쓰는 여자가 점점이 이어지는 원 위에 각기 자리해 있었고 별이 빛나는 밤과 꽃이 피어나는 시간들이 주위에 산재했다. 지금의 나처럼 무언가를 읽고 쓰며 완벽한 1년을 설계 중인걸까? 아니면 읽고 쓰는 행위를 계기로 서로의 1년을 더욱 완벽하게 만드는 사랑을 시작한 걸지도. 1일의 새벽을 소녀같은 상상력으로 시작하며 펼쳐든 소설은 정확히 이렇게 시작을 한다.

요나단
1월 1일 월요일, 7:12

이럴 수가! 완벽한 1년이라더니 시작부터 완벽하게 1일에 시작하는구나!! 2018년 1월 1일인 오늘과 요일까지 같다. 시간은 좀 다르지만 내가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이 거의 7시(에서 두어시간 빠른 5시)경이기도 했고. (너무 끼워 맞췄나??) 어쩐지 기분 좋아지는 느낌에 낄낄대며 읽기 시작한 책 속에서 그 남자 요나단과 그 여자 한나가 정처없이 나를 웃기고 울리고 두근거리게 만들었다. 독일, 함부르크, 그리폰스&북스의 사장인 요나단의 인생은 무미건조하기 그지 없다. 아버지는 치매환자이고 어머니는 그가 어릴 적에 고향 이탈리아로 떠나버렸다. 가난한 디자이너 아내에게 돈을 퍼부어가며 부유한 생활을 갖춰 주었더니 아내는 머리가 벗겨지고 배둘레햄을 싸안고 다니는 그의 가난한 친구와 바람이 났다. 그리고 남편에게 바람 사실을 고백한 딱 3일 후에 딸까지 출산한다. 물론 요나단의 아이는 아니었다. 전처와 거의 유일했던 친구와 그들의 딸의 행복을 질투하며 요나단은 오늘도 학대와 다름없는 아침 조깅을 하다 1년의 계획이 꽉꽉 들어차있는 누군가의 신년 다이어리 한 권을 발견하게 된다. <당신의 완벽한 1년> 다이어리는 그렇게 시작을 했다.

한나
2달 전, 10월 29일 일요일, 8:21

역시나 독일, 함부르크, 그러나 이야기는 1월 1일에 2 달 앞서 시작한다. 한나 마르크스. 힘껏 사랑에 빠진 꽃같은 아가씨. 남자친구 지몬의 프로포즈를 기다리며 아이 돌보미 사업을 시작한 그녀의 인생은 지몬의 암으로 절망에 빠진다. 무한 긍정주의자인 한나는 지몬의 삶에 희망을 불어넣기 위해 영화처럼 버킷리스트로 가득 찬 <당신의 완벽한 1년>이라는 다이어리를 한땀한땀 완성한다. 리스트를 하나하나 지워가며 지몬의 생이 다할 때까지 함께 할 생각이었지만 다이어리를 받은 다음 날 '우리의 사랑만으로 생을 지속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는 쪽지 한장을 남긴 채 지몬이 실종된다. 그리고 지몬 대신 다이어리 속 한나가 만든 버킷리스트를 해치우고 있는 남자의 존재를 알고 분노에 휩싸인다.

다이어리 한 권으로 생에 처음 가장 완벽한 1년을 보내게 된 남자 요나단, 다이어리 한 권으로 생에 처음 가장 충격적인 1년을 보내게 된 여자 한나. 두 사람은 한 도시 안에서도 접점이라고는 없이 너무나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이었지만 한나를 사랑한 또다른 남자 지몬과 그의 다이어리 한 권으로 운명처럼 만나 사랑에 빠진다. 그리하여 완벽한 1년의 마지막과 더욱 완벽해질 1년의 시작까지 함께 하게 되었으니 이보다 유쾌하고 사랑스러운 로맨스 소설이 또 있을까. 새벽과 아침을 지나 정오까지도 내 방에서 깔깔깔깔 웃음이 그치지 않았으니 결과적으로 독자인 내게도 아주 완벽한 책이었다. 구태여 1월 1일인 오늘이 아니더라도 남은 1년을 더욱 완벽하게 보내고 싶은 순간 어느 때고 다시 펼치고픈 <당신의 완벽한 1년>이 책으로 우리 모두의 더욱 완벽한 1년을 꿈 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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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까지 딱 한 걸음 - 여전히 사랑이 어려운 나와 당신에게
심승현 지음 / 예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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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인데도 바쁜 일 하나 없이 여유만만.
늦도록 늦잠까지 자고 나니 머리가 멍멍하여 소설은 잡히지가 않는다.
쌓여있는 신갑 책탑 속 이 책 저 책을 뒤지다 십 년도 훨씬 전에 처음으로 만남을 가졌던
포포의 꼬불꼬불 기다란 노란머리가 익숙함으로 눈길을 잡는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그 시절에도 참 예뻤던 그림들이 여전히 곱다.
장난감 나라 같은 화려한 배경은 더욱 번쩍번쩍 해졌고
마흔이 넘은 작가의 감성도 아직은 빛바래지 않은 느낌이다.
훌쩍 나이 먹은 나만이 때를 타 조금은 너덜해진 마음으로 파페와 포포
그리고 여러 어린 친구들과 그들이 사랑하는 소설, 영화, 음악 속 이야기를 듣는다.

"돌이켜보면 내가
때때로 버겁고 힘겹게만 느껴지는
인생을 잘 견디며 살아갈 수 있었던 건, 
삶의 모든 순간마다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프롤로그)

"멀찍이 서서 바라보기만 하는 사람에게 향기를 내어주는 꽃은 없다.
그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한 걸음 기꺼이 다가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눈길이 가는 곳이 아니라 마음이 머무는 곳에서 사랑이 시작되므로."(p23)

2017년이 채 네 시간 밖엔 남지 않았다.
그 사이 다른 책 한 권을 더 읽지 않는다면 <사랑까지 딱 한 걸음>이 17년의 마지막 책이 되겠지.
17년에도 사랑은 내게 말기만 한 단어였지만
18년에는 누구에게든 딱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책 제목에 넌지시 얹어 본다.
외로워서가 아니라 이 나이가 되고 보니 이제는 좀 준비가 된 듯도 하여.
누군가를 향해 기끼어 다가서는 용기있는 걸음으로 다음 해가 향기롭기를.
올해와 같이 웃음을 잃지 않는 어른이기를.
부디 나날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도 그이들도. 모두가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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