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 욥기 43장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
이기호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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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보는 이기호 작가님. 이번에도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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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라이즈 아르테 미스터리 16
T. M. 로건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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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손을 잡고 높은 계단을 올라가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의미심장하다. 아니다. 어쩌면 높은 계단의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모습일까. 역광으로 그늘진 남자와 아이의 모습이 앞을 향한 것인지 뒤로 돌아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마치 앞으로 조셉의 앞에 펼쳐질 고난들처럼. 가파르고 혼몽한 속임수가 표지를 뚫고 책을 잡는 순간부터 독자를 향해 돌진해온다. 

엄마보다 아빠보다 BMW와 아우디와 르노를 먼저 말했다는 아이가 엄마의 차를 한눈에 알아보는 건 어쩜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멀의 차가 호텔로 진입했다. 아내를 놀래켜주기 위해 부자가 멀의 뒤를 따른다. 목요일이었고 퇴근시간이었다. 장소가 호텔이지만 조셉은 조금도 아내를 의심치 않았다. 거래처와의 만남 때문일 게 뻔했고 조금 기다렸다 깜짝 이벤트처럼 아내 앞에 등장해 함께 집으로 갈 생각이었다. 진실로 멀이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 베스의 남편과 마주앉아 있을 줄은 몰랐다. 친밀한 접촉을 시도하고 대화하고 싸우다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뛰쳐나갈 줄은 진정 몰랐다. 결혼 십 주년. 누구는 거짓말이라고 할지 몰라도 조셉은 여전히 멀을 보면 가슴이 뛴다. 멀 또한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러니 믿어야 했다. 제가 본 게 무엇이든 오해가 있을 것이기에 조셉은 멀을 쫓아나간다. 늦었다. 멀의 걸음이 너무 빨라 이미 그녀의 폭스바겐이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남은 이는 벤. 베스의 남편과 대화해야 했다. 벤은 조셉과 마주치자 마자 험한 말을 뱉어내고 아무 것도 모른다며 그를 무시하더니 폭력을 행사했다. 조셉 입장에선 정당방위였다. 그저 차로 자신을 처박는 벤을 밀어내려던 것 뿐이었다. 그 자신이 한때 럭비선수였고 너무 큰 몸과 힘을 가지고 있기에 주의도 했다. 그럼에도 벤은 넘어졌고 쩌억 소리가 날만큼 머리를 크게 박았으며 곧이어 아래로 피웅덩이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사고를 목격한 아들 윌이 천식발작을 일으키지 않았다면 결코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사건의 어느 순간 휴대폰이 실종되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구급차도 불렀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 모든 불운이 몰려오듯 윌은 숨 넘어가기 일보직전이었고 휴대폰은 사라졌다. 호텔에 호흡기가 있다고 예측하기도 힘들었다. 차를 몰고 집으로 달려갔고 호텔 주차장으로 돌아왔을 땐 벤도 벤의 차도 조셉의 휴대폰도 모든 게 사라지고 없었다.

"거짓말을 잘하려면 기억력이 좋아야 돼.."

아내를 취조한다. 믿지 못해서가 아니다. 믿고 싶어서다. 멀이 대꾸한다. 호텔에 간 적 없는데? 벤을 만난 적이 없는데? 다시 벤을 만나기는 했지만 일 때문이었는데? 그리고 다시 벤을 만난 것은 실은 벤의 협박 때문이었는데?그리고 또 다시 벤과는 키스 한번이 전부였을 뿐인데? "이 창녀 같은 년!" 이라는 욕설과 함께 벤이 숨겨둔 멀의 알몸 사진 수백 장을 베스가 들고오기 전까지 멀이 토해낸 거짓말이 몇 개이던가. 아내를 믿고 싶은 조셉은 매번 갱신되는 거짓말에도 또 매번 속아 넘어간다. 이것으로 멀의 거짓말은 끝이라고 믿었다. 이렇게까지 사람이 뻔뻔할 줄은 그도 몰랐고 독자인 나도 예상치 못했다. 거짓말 하는 사람의 기억력 따윈 문제가 아니다. 상대가 나를 믿고 싶어한다면 그 거짓말의 수준이 아무리  바닥을 칠지라도 먹힌다. 양심적인 사람은 비양심적인 인간의 바닥따위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조셉이 그 증거다. 그 사이 잠적하여 실종신고까지 들어간 벤은 조셉의 휴대폰으로 페이스북을 조작하고 사회적으로 매장시켜버리겠다고 협박하고 조셉의 가정의 깨트리겠다고 장담하며 네 아내는 내것이다 따위의 도발을 전화와 메신저, 메일 등으로 수시로 건내온다. 그러니 조셉은 벤이 살아있으리라 여긴다. 벤이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경찰의 의심을 이해할 수가 없다. 이 모든 증거를 조작으로 몰고 자신을 벤의 살해용의자로 올리는 경찰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벤은 살아있다. 조셉에겐 증거가 있다. 그러나 조셉의 눈에만 보이는 증거다. 조셉이 화자이기에 조셉이 내보이는 이 증거가 사실인지 아내를 뺏기고 싶지 않아하는 편집증적인 남편의 집착인지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신뢰는 깨졌지만 아내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는 남편의 무한한 사랑과 끝도 없는 믿음이 경이롭기도 했다. 멀의 뻔뻔함에 기가 차면서도 숨어버린 벤의 목적과 행위가 지나쳐 전개가 오리무중처럼도 비춰졌다. 그러다보니 또 밤을 꼴딱. 가정을 지키려는 순정남의 초인같은 의지가 새삼 빛나는 시대, 저 남자의 사랑과 마주한 여자와 아이가 조금 부럽다. 놀라운 반전도 그 부러움을 상쇄시키지는 못했다. 과연 이 반전을 예상할 수 있는 독자가 한 명쯤은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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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인간
찬호께이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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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작가로 본격 이름을 떨치기 전 찬호께이는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염가 통속소설을 썼다. 편집자의 요구로 '초능력'과 관계한 이야기를 쓰게 되었는데 같은 주제로 글을 쓴 다른 작가들이 엑스맨과 같은 영웅을 만들어낼 적에 그는 정반대로 초능력을 쓰는 악당을 창조한다. 떡잎부터 남달랐던 찬호께이!! 풍선처럼 상대의 몸, 이를테면 혈관과 피부와 내장 등을 부풀리고 꼬고 막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남자는 히어로의 길이 아닌 살인청부업자로 자리매김하고 독자들은 악당에게 환호하는 길티 플레져의 세계로 인도된다. 죄책감을 느낌과 동시에 인생 참 편하게 사는 그로 인해 상쾌한(??) 즐거움이 폭발. 양심의 가책에도 불구하고 짜릿짜릿해. 배덕의 찐한 맛이 소설에 가득하다. 내 상상이 아니니 괜찮겠지 하는 책임전가는 덤. 내가 나쁜 게 아냐. 작가가 나쁜 놈을 넘 웃기게 쓴거라고~

청부업에 종사한지 3년. 꽤 명성을 떨친 풍선인간의 주특기는 독극물로 알려져있지만 앞서 이야기한데로 초능력자다. 상대의 몸에 슬쩍 닿는 정도만으로 명령어를 입력, 시공간에 관계없이 심장마비, 경추손상, 호흡곤란 때때로는 눈알 폭발, 목 세 바퀴 돌려 찢어버리기 등으로 상대를 죽일 수 있다. 죽이는 게 이렇게 쉬워도 되는지 걱정이 될 정도로 무척 편리하다. (쓰고 보니 잔인한데 읽을 때는 스윽 넘어가니 이게 웬일?) 그가 왜 풍선인간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작가가 무성의해서가 아니라 원인이 쓰인 단편이 다른 책에 포함되어 이 책에 실리지 못한 탓이다. 어쨌든 지금 그는 목표물을 기다리며 햄스터 풍선을 만드는 중이다. 어릿광대의 앞에서 찡얼찡얼 앵알앵알 가열차게 떼를 쓰며 햄스터를 요구하는 어린 것의 목을 비틀어버릴까 하다가 꾹 참고 전직을 되살려 멀쩡한 햄스터 풍선을 하나, 다시 얼굴이 반 밖에 없는 풍선 하나를 만들어 준다. 햄스터를 함께 키웠더니 한 마리가 다른 한 마리 얼굴을 뜯어먹어버리더라 라는 얘기도 함께. 어린애가 놀라 대성통곡 하며 사라진다. 훗 :) 하고 그는 통쾌하게 웃지만 이거참 찌질찌질한 주인공일세. 여배우의 의뢰를 받았을 땐 돈이 아니라 몸을 요구하기도 한다. 여배우의 모든 팬들이 이 순간의 나를 부러워하겠지 생각하면서. 와 이 시키 장난아니게 비열하잖아 라고 생각했지만 그건 잠시, 얽힌 다른 얘기가 있다. 무양심이긴 한데 성적으로 더럽지는 않다. 휴, 하마터면 실망한 뻔. 원빈도 아니면서 허세 잔뜩인 대사도 읊조린다. "뭐, 오래지 않아 제 이름이 세상에 다 알려지게 되겠지만요. 킥킥!"이라니. 만화냐?? 맨정신으로 할 말은 아니었다고 스스로도 생각하지만 괜찮다. 다 곧 죽을테니까. 대미의 반전이 담긴 <마지막 파티>가 특히 기가 막히다. 글쎄 풍선인간이!!... 미안하다. 설명할 수 없다. 어떻게 써도 눈치 빠른 사람에겐 스포가 될 것 같아서 기타 모든 내용 생략.

작가가 대놓고 말한다. 순수하게 오락성만을 목표로 썼다고. 독자도 대놓고 말하겠다. 약간 저질이긴 한데 목표에 이백프로 부합한 책이라고. 전직 프로그래머라더니 멀쩡한 작품도 잘 쓰지만 바이러스 먹은 또라이 같은 캐릭터도 잘 살린다. 툭탁툭탁 대충 쓴 것 같은데 짤막한 네 개의 단편 중 허투루 빠지는 얘기도 하나 없다. 롤러코스터를 탄 듯 아찔하지만 가볍고 유쾌한 킬러를 만나고 싶다면 이 작품이 최고다. 풍선인간, 2권 투척도 얼른얼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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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화여가 2
명효계 지음, 손미경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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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아래
첫 사람을 위하여
세상 끝날까지
변함없을 사람을 위하여
땅 위에서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하여

- 나태주, 다만 오늘 여기 中



무림맹에서 가장 잘 나가는 문파 열화산장의 무남독녀 외동딸, 생그럽고 아름다운 외모, 천진난만한 성격, 세 남자의 전폭적인 사랑과 지지를 두고 "열여가 이 세상 다 가진 여자!" 라며 부러워하기엔 이거 좀 안타까운 일들의 연속이다. 1권의 말미 옥자한을 치료한 후 빛으로 사라진 은설의 뒤를 이어 열여가의 첫사랑 전풍이 혼인한다. 열여가도 아니고 그의 첩도 아니고 아예 다른 인물과의 정약결혼이다. 전풍의 비열함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그가 혼례식에서 첩의 배를 찌를 적엔 열여가뿐만 아니라 나까지 놀라고 말았다. 태어나지도 않은 자식을 살해한 아비, 전풍의 마음 속에 그늘을 드리운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이와 같은 잔혹한 태도 때문이었을까. 열화산장의 주인 열연명은 수제자 전풍이 아닌 아무 능력없는 딸 열여가를 후계로 임명한다. 아랫사람들 입장에서는 꽤나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열화산장이 들썩들썩. 그런 와중에 열여가는 산장을 떠나 옥자한과 함께 궁으로 간다. 옥자한과의 시간으로 마음의 평온을 찾은 것도 잠시 왜국 공주와 옥자한의 혼약 얘기가 나오며 그가 전쟁터로 자진해서 출정하고 기다렸다는 듯이 열연명이 살해된다. 열여가는 맨정신을 유지하기가 힘들다. 폭약사용에 능한 벽력문을 음모의 수뇌로 지목하는 전풍에 의해 무림엔 피바람이 불기 일보직전인데 열여가는 도통 그와 같은 전모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 아비의 죽음을 전하는 전풍의 눈동자가 너무나 냉혹했기에 그에 관한 의심을 떨치기가 힘들고 결국 그녀 스스로 증거를 찾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한다. 

1권에 비해 2권은 한층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이야기들로 구성이 된다. 열여가와 전풍 등의 어린 후기지수들뿐만 아니라 바로 앞의 세대인 열연명과 그의 지기들 얘기가 함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1권에는 없던 인물 실종된 줄만 알았던 천하제일무술인 암야라까지 등장하며 열여가의 로맨스 전선 위엔 전례없는 폭풍우가 휘몰아친다. 열여가ㅡ 은설ㅡ옥자한ㅡ전풍으로 묶인 사각관계로도 부족했는지 타인의 불행을 기쁨으로 삼는 철저하게 악인인 암야라까지 이 애정전선에 몸을 던진 것이다. 폭염이 키운 장마처럼 네 남자의 사랑이 열여가의 인생에 폭우를 뿌리는 가운데 물고 빠는 퇴폐와 피 튀기는 긴장이 더해지며 여가의 주변은 점점 더 막장스러워진다. 여가와 전풍이 한데 얽힌 출생의 비밀과 너무나 뜻밖의 근친상간, 장애도 극복하고 시간도 묶어버리는 마법 같은 주술이 더해진 이곳 모든 지옥의 중심엔 사랑이 있다.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 그리고 무림전체가 이 사랑에 농락 당한 것과 다름이 없는데 문제는 그 사랑에 너무나 설득력이 없다. 네 남자에게 마음껏 애정을 쏟을 준비가 된 독자조차도 황당함을 금할 수 없는 전개가 지속되어 결론적으로 조금 안타까운 작품이 되고 말았다. 작가의 다음 이야기엔 공감 가능한 사랑이 훨씬 많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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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호에서는 303호 여자가 보인다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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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는데 헤어진 남자친구가 내 침대 옆에 서 있다면 기분이 어떨까? 함께 데이트를 하던 집도 아니고 개인 계정에 언뜻 올린 휴가지의 정보만으로 자신을 쫓아온 거라면? 그 놈의 손에 라이플 총이 들려있고 곧 총구가 내 이를 부수며 목구멍까지 틀어박힌다면? 나를 죽이려던 놈이 나를 벽장에 가두고 그 앞에서 자살 한다면?? 나는 제정신으로 인생의 다음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을까? 죽지 않고 살았지만 케이트는 한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할만큼 심각한 공황장애를 앓았다. 심리상담과 부모님의 애정이 아니었다면 다음 페이지는 커녕 아랫줄로도 내려가지 못했을 인생이라는 책에 그녀는 미국행을 써넣는다. 육촌인 코빈과 집을 바꿔 살게 된 것이다. 공항, 택시, 터널, 베리 가 101번지로 향하는 여정에서부터 후회를 시작한 그녀의 앞에 오드리 마셜이라는 여자의 이름이 떨어지며 케이트는 오히려 미국생활에 활력을 찾는다. 조지라는 사이코패스를 불러들였던 그녀의 피가 또다른 불행을 끌어들인 것 같다는 확신과 함께.

“난 지금, 혹시  살인자의 집에  살고 있는 게 아닐까?"

303호의 문을 두드리는 여자. 친구가 실종되었다는 비명. 304호의 문을 열고 들어가며 케이트는 오드리의 살해를 점치고 이 기막힌 예감은 고스란히 현실로 돌아온다. 303호 여자 오드리 마셜이 변차세로 발견된 것이다.  불안장애의 정당한 원인이 된 사건을 앞에 두고 케이트는 304호인 코빈의 집을 뒤진다. OM이라 적힌 키를 찾는다. 폴리스라인이 쳐진 303호의 열쇠가 찰칵 맞물린다. 코빈은 오드리와 어떤 사이였을까? 문을 열고 들어가 확인하라는 신호와 위험하니 돌아가라는 신호가 머릿속에서 충돌한다,고 생각한 순간 몸은 이미 오드리의 집 안으로 들어가 주변을 훑고 있다. 그러다 보게 된다. 303호의 창을 넘어다보는 312호의 남자 앨런의 집요한 눈을. 우연일까? 우연이 아니라면 앨런은 오드리와 또 무슨 사이인걸까? 시차와 굶주림에 쫓겨 집을 나온 케이트를 누군가가 쫓아온다. 잭, 오드리의 전애인이라는 남자다. 전애인치고는 오드리의 현재를 너무 잘 알며 증거도 없이 코빈을 의심한다. 그를 만나면 죽여버리겠다는 섬뜩한 경고도 날린다. 오드리를 둘러싼 너무 많은 남자들. 데이트 폭력과 관음과 살인과 여성혐오와 복수의 사연을 몇 겹으로 걸치고 있는 주인공들의 시간이 한꺼풀씩 벗겨지며 해체된 오드리의 진실에 가까워진다. 케이트는 모두를 의심하고 동시에 모두에 안심한다. 때를 맞춘 듯 자신과 집교환을 한 코빈에 의혹을 느끼면서도 친구가 코빈에게 접근하는 일에 경고하지 않는다. 불안장애에 시달리면서도 생전 처음 본 잭과 차를 마신다. 관음증의 남자 앨런과는 (그 사실을 알면서도!) 잠자리까지 갖는다. 행위하고 후회하고 숨는다. 달아난다. 마치 이성이 없는 사람만 같다.

독자는 이 여자 어쩌려는 건가라는 불안으로, 마치 내가 신경성 환자가 된 기분으로 계속해 책장을 넘긴다. 살인자 이상으로 욕 나오게 하는 피해자라는 점에서는 정말 전작 <아낌없이 뺏는 사랑>과 아주 똑같다. 그럼에도 재미있다. 아닌가? 그래서 재미있는 건가? 이 위태위태하고 아슬아슬하고 조마조마한 주인공을 따라 사건을 쫓다보면 긴장감으로 심장이 쫄깃쫄깃한 정도가 아니라 위가 콕콕 쑤시는 스트레스와 두려움이 함께 커지므로 욕이라도 안하면 소심한 독자는 버텨낼 수가 없다. 짜증나는 여주는 작가의 안배일지도 모른다. 깨지고 깨지다 오히려 정상을 회복하는 여주에게 약간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기까지 하니까. 어쩌면 내가 너무 변태같은 독자인 건지도;; 피터 스완슨의 가장 호평받는 작품 <죽여 마땅한 사람들>도 꼭 봐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든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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