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레스트 검프
윈스턴 그룸 지음, 정영목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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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98센티에 110키로그램, 깡충하게 크고 우람한 원작 소설 속 포레스트 검프를 목격하고 저는 놀라고 말았어요. 그야 제가 알고 있는 포레스트 검프는 톰 행크스 뿐이니까요. 그도 체구가 작은 사람은 아니지만 떡 벌어진 통나무 같은 느낌의 남자는 아니잖겠어요. 이때부터 이 소설은 영화와는 완전히 다른 작품인거야 라고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실제로도 내용이 아주 많이 달랐다...라고 말해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ㅠㅠㅠ 영화가 나온 때가 1994년. 저는 안방 티비로 영화를 보았으니 그보다 몇 년 지난 때에 포레스트를 만났겠지만요. 족히 10년은 더 되었을 일이라 상세하게 비교하며 읽는 건 불가능이었답니다. 저도 한번 본 책이나 영화의 장면을 똑딱똑딱 기억하고 조립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머리 넘 나빳!ㅠㅠ

소설 속의 포레스트는 영화의 그와 마찬가지로 백치에요. 정확히는 운동과 음악, 수학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이는 백치천재랄까요. 엄청 빠르구요, 엄청 힘이 쎄요, 하모니카를 잘 불고요, 아이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잘 그려요. 거기다 아주아주 운이 좋지요. 16살이라 믿기지 않는 큰 체구가 감독 눈에 띄어서 풋볼을 시작했구요. 그때부터 그의 운명이 완전히 바뀌어서 세상 온갖 곳에서 그에게 손짓하기 시작합니다. 바보라고 놀림 당하던 그가 대학에 들어가 최고 선수상을 받고요. 학점이 빵구나 군대에, 거기서 다시 베트남 전쟁에 끌려가지만 전우들을 구한 공로로 훈장도 받아요. 존슨 대통령도 보고 닉슨 대통령도 만나고 물에 빠진 마오쩌둥도 구해주고 베트남 전쟁 반대 시위도 하고 정신병원형에 처해지기도 하고 나사의 컴퓨터 인간이 되어 원치 않게 우주인이 되서 지구밖으로 떠나기도 해요. 우주선이 오지의 섬에 떨어져 원주민의 밥이 될 뻔한 적도 있었어요. 대박이죠? 그 밖으로도 탁구선수, 프로레슬러, 영화배우, 노숙자, 체스선수, 새우 사업가, 정치인 등 다방면으로 자리를 옮겨가며 활약을 하는데 그런 그의 성공과 이주 뒤에는 언제나 그녀 제니가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알고 지낸, 포레스트가 아주 오래도록 짝사랑 했고, 또 그 사랑이 허무하지 않아 두 사람이 뜨겁게 어루만지며 함께 한 시간도 적지 않았는데 포레스트는 두 번이나 커다란 실수를 저질러요. 매번 그녀를 놓치고 후회하고 쫓기를 반복하죠. 영화에서의 제니는 철모르는 모습으로 제 기억 속에 남아있는데 소설 속 그녀는 남자 보는 눈은 없었을지 몰라도 인생에 대한 가치관이 아주 뚜렷하고 강인한 사람이었어요. 갈수록 호감형? 제니가 꼬마 포레스트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던 영화와는 다른 결말이 제게는 꽤 감동이었습니다.

넷플릭스에 보니 포레스트 검프 영화가 있어서 오늘은 책은 그만 읽고 영화를 한번 더 보려고 해요. 오프닝에서 포레스트 검프의 앞에 불시착 했던 새하얀 깃털이 엔딩에서 다시 자유롭게 날아오르던 모습도 보고 싶고요. 깃털을 묻어놨던 그림책이 뭐였는지도 확인하고 싶어요. 너무너무 유명해서 이젠 좀 지겨운가 싶은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은 거야"도 들어봐야죠. 참고로 이 유명한 대사를 책에서도 만날 수 있을까 눈을 씻고 찾아봤지만 나오지 않않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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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질한 악마 새움 세계문학전집
표도르 솔로구프 지음, 이영의 옮김 / 새움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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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내내 저를 고문한 책입니다.

제목은 찌질한 악마인데 읽을 때마다 수면 악마에 씌인 책 같다고 생각했어요.

커피를 사발로 마시고 각 잡고 책상에 앉았는데도 읽다 보면 어느 새 졸고 있더란 ㅋㅋㅋ

초반, 중반, 결말까지 잠을 떨쳐내며 읽느라 온몸의 진이 다빠졌어요.

그래도 끝이 오기는 와서 감격스럽게도 막 읽기를 완료했습니닷. 캬캬캬캬>_<

(벋뜨! 작품 해설은 포기!)


"저열함, 야비함, 천박함, 옹졸함, 쩨쩨함, 유치함, 소심함, 이기적임, 게으름, 탐욕스러움,

오만함, 뻔뻔함, 음란함, 잔인함, 불결함, 비겁함, 참을성 없음, 신경질적임...

어느 한 사람에게 인간의 온갖 악덕을 한 스푼씩 집어넣는다면, 그는 어떤 인물이 될까?"


표지 뒷 페이지에 적혀있는 의문의 답이 바로 찌질한 악마의 주인공 "페레도노프"입니다.

페레도노프는 육촌 여동생 바르바라와의 결혼을 두고 고민에 빠져있어요.

못생기고 나이도 많고 성격도 안좋은 바르바라에게 마음이 1도 없지만

그녀와 결혼하면 공작부인이 장학관 자리를 주겠다고 약속을 했거든요.

문제는 그 약속을 장본인인 페레도노프가 받지 못했다는 거에요.

페레도노프와 결혼하고픈 욕심이 넘치는 바르바라의 거짓말일 수도 있지 않겠어요?

그는 바르바라에게 약속의 증거를 가져오라고 아주 성화입니다.

그러는 와중에도 자신과 결혼하고 싶어하는 다수 여성들과의 맞선 아닌 맞선을 보며 바르바라 애를 태우죠.

그런데 아무리 봐도 이 남자가 왜 이리 인기인지 모르겠단 말이죠;;

찌질함 1. 이사갈 거라고 살고있는 집 벽지를 일부러 더럽힘

찌질함 2. 고양이를 두들겨 팸

찌질함 3. 바르바라 얼굴에 침을 뱉음

찌질함 4. 건포도 한 봉투를 몰래 훔쳐먹고 어린 가정부에게 뒤집어씌움

찌질함 5. 교사라는 직위를 이용해 약한 학생들을 놀리고 잘못한 일도 없는데 학부모에게 고자질

찌질함 6. 모든 사람들이, 특히 친구가 자신을 질투할 거라고 생각해서 먼저 공격함

찌질함 7. 교사인데 읽은 책이 한 권도 없음, 신문도 안봄, 모든 소식은 소문으로

찌질함 8. 본인이 찌질해서 그런지 주변에 찌질한 사람만 얽힘,

읽다 보면 페레도노프 주변에는 안 이상한 사람이 없으며 그냥 사회 전체가 다 찌질함;;;

페레도노프의 이 모든 찌질함에도 불구하고 바르바라가 그와의 결혼을 너무나 강렬하게 원하므로

결국 가짜 공작부인의 편지를 만들어 두 사람은 결혼에 골인을 합니다.

결혼할 때에도 누가 음해할까봐 아무한테도 소문 안내고 몰래 숨어서 치르는 찌질함.

그런데 또 다들 알고 찾아 오는 결코 철두철미하진 않은 찌질함 뒤로도 후줄근한 사건사고들이 펼쳐져요.


재미있느냐? 라고 물으신다면 딱 잘라 "넵!!" 하고 답하지는 못할 것 같아요 ㅎㅎㅎ

그래도 읽을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여러 많은 책들 사이에서도 고전으로 분류되고 번역이 되는거겠죠?

지옥 악마들의 세례를 아주 고루고루, 그러나 정량(?)에는 못미치게 받은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런 인간들을 품은 악독하지만 서글픈 사회에 대한 이야기에요.

드문 스타일의 주인공이니만큼 호기심을 가지고 도전해 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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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가 잠든 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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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어느 때에야 확실하게 죽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사고가 나자마자 심장이 멈춘다면 고민할 일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심장이 뛰고 있다면? 인공호흡기를 달아야 하지만 어쨌든 숨을 쉴 수 있다면? 장밋빛 뱔그레한 뺨에 보솜보솜한 손가락, 알사탕 같은 발가락 끝까지 온기가 느껴진다면? 설령 뇌의 거부 전부에서 뇌파가 발생하지 않는단들 그를 두고 곧장 자식의 '사망'으로 기정사실화 할 수 있는 부모가 있을까? 살아있지만 어디까지나 시체로 자식을 묻어야 한다고 인지하는 게 과연 가능하기는 할까?

가오루코, 가즈마사 부부는 어린 딸의 초등학교 입학 면접을 앞두고 있다. 바람, 별거, 이혼의 수순을 밟아가면서도 자식 일에는 타협할 줄 알았던 이들의 평화는 그러나 전화 한 통에 단박에 깨어진다. 딸이 수영장에 빠졌으므로. 현재 의식이 없으며 어쩌면 영영 깨어나지 못할 것이므로. 의사는 뇌사 판정을 받을 것인지 부부의 의사를 묻는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날. 가족은 더는 병원에 기거하지 않는다. 가즈마사의 회사에서 개발한 신기술은 의식이 없는 딸의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는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판막이식형 호흡기로 외부에 주렁주렁 장치를 달 필요도 없다. 가족은 미즈호와 함께 집으로 돌아와 일상생활을 영위한다. 식물인간인 아이의 팔을 들어 손님에게 인사하게 하고 아이를 데리고 둘째의 초등학교 입학식에도 간다. 열심히 더 연습해 둘째의 생일날에는 친구들이 말을 걸때마다 손을 움직이게 하고 초를 후 불어 꺼트리면 박수까지는 힘들어도 양손을 움직이게 하리라 결심도 한다. 기술의 발전은 딸의 의식없는 얼굴 위로 표정까지 찾아줄 것이다. 전기자극에 의한 조건반사일 뿐일지라도 표정이 있는 편이 훨씬 나을테니까. 오로지 그녀 가오루코에게만은 삶이 희망차다. 남편도 아들도 어머니도 동생도 조카도 이 희망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점이 안타까울 뿐. 가족이 더는 자신의 편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누구도 딸 미즈호를 살아있는 사람 취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절절이 느꼈을 때 가오루코는 분노하며 칼을 치켜든다. 모든 식구들이 모인 둘째 아이의 생일잔치에서. 칼은 딸의 가슴팍으로 향하고 있다.

"지금 제가 이 아이의 가슴을 칼로 찌른다면 저는 살인범인가요?" (p434)

히가시노 게이고는 <인어가 잠든 집>을 통해 의학의 진보가 가져온 새로운 가치문제를 우리에게 던져준다. 미즈호가 메이지 유신 즈음에 물에 빠졌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구사일생으로 물에서 건져냈다해도 자가호흡이 불가능한 순간 즉시 사망에 이르렀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에는? 보시다시피 병원으로 이송된 아이는 인공호흡기와 여타의 기술에 의존하여 어디까지나 생명을 연장시킬 수 있다. 생명을 호흡과 심장박동으로만 오롯이 해석한다면 말이다. 부모는 죽은 자식이라며 아이를 가슴에 묻을 이유도 없어진다. 과학이 허락하는 내내 숨쉬는 아이를 내 품에서 입히고 씻기며 보살필 수 있다. 어쩌면 식물인간인 아이를 걷게 하는 날까지 오게 될지도 모른다. 죽음이 과학에게 압도 당하는 순간이다. 이를 무조건 좋다거나 무조건 나쁘다고는 말할 수 없겠지만 미즈호의 팔이 움직였을 때 혐오감을 숨기지 못했던 시아버지나 연구원 호시노의 애인에게 공감한 것만은 사실이다. 책에서도 언급됐듯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이라도 목격한 듯한 공포감이었겠지. 그러나 그 프랑켄슈타인에게도 영혼은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할 때 영혼을 대체해 육체에 머무를지도 모를 한계없는 과학은 어떻게 판단하면 좋을까?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는 어떤 답을 바라며 이 소설을 썼을까? 인어가 정말로 잠든 집이 어디인가를 알게 되었을 때 나는 먹먹한 와중에도 빙그레 웃음이 났다. 정답이 있을 수 없는 문제이지만 작가와 온전히 마음이 통한 느낌으로 후련하게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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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그리고 테오 - 반 고흐 형제 이야기
데보라 하일리그먼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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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정신이상으로 자신의 귀를 잘라 창녀에게 던져준 화가.

고갱의 라이벌.

비극적인 삶을 살다 자살로 생을 마감.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꽃 피는 아몬드 나무, 자화상.

그리고 테오, 영혼의 동반자, 그의 동생.


<빈센트 그리고 테오>를 읽으며 추가된 이미지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며 새롭다.

 걷는 사람, 그리고 그림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무엇 하나 완성하거나 완주한 경험이 없는 남자.

 무수한 실패로 가족들에게 패배자로 낙인 찍혔던 그 때의 나이 고작해야 스물여섯.

 그림 옆에 설명문체로 곁들여져 있는 그 스물여섯을

이전에도 분명 본 일이 있을텐데 그 때에는 왜 실감을 못했을까.

빈센트의 사망나이와 초상화를 매치시키지 못해 놀란 기억은 뚜렷한데 말이다. 

 너무나 젊다, 그 정도가 아니라 정말 어리구나 어린애였구나,

청춘이라는 말이 무색한 그들의 생애에 새삼 놀란다. 


국립중학교 자퇴, 구필화랑 입사, 교사, 잡부, 상점직원, 신학교의 학생, 전도사.

 아버지와 큰아버지의 도움으로 화가가 되기 전 그가 거쳤던 거듭된 포기와 후퇴의 과정들.

 그 와중에도 그가 걷고 있었다는 사실을 또한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구부정하고 무기력해 보였던 초상화 속 남자가

자신의 다리로 걸어다닌 세상의 거리가 이토록 어마어마할 줄 이야. 

 때로 그것은 120km의 긴 여정이기도 했는데 그런 그가 정말로 자살을 했을까?

 실패와 가난, 후회와 두려움, 때때로 사랑에 짓눌려서도

 한 발 한 발 내딛는 걸음을 주저하지 않은 것만 같은 그가?

 이런 의문을 가진 일도 오늘이 처음이다.

 


열 다섯, 형보다 네살이 어렸던 테오 또한 구필화랑의 직원으로 취업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쭈욱 지속된 형의 후원자로서의 삶.

 결코 값싸지 않았을 미술재료들을 대어주며 형을 뒷바라지한 세월이 꼬박 10년이다.

 아버지와 갈등하며 집을 나온 형의 집세를 대납했고 우표값조차 없는 형의 병원비를 감당했으며

 형이 창녀와 동거할 때엔 창녀와 그녀 어머니, 그녀 두 아이의 삶까지 짊어져야 했다.

 어쩌면 형제가 똑같이 불행한 여자들에게 목매는 취향인지

본인이 선택한 안타까운 여자의 생활비도 나누었고

 종종 부모님과 동생들에게도 돈을 보낸다.

(놀랍게도 빈센트와 테오에겐 죽은 형 및 두 여동생과 남동생이 있었다.)

형이 하지 못하는 장남의 역할에 덧칠된 차남의 인생.

 이를 감당하다 보면 매독으로 인한 합병증들,

우울과 마비와 정신병이 더욱 심해질 도리 밖에 없지 않았을까?


마냥 사랑만 했던 형제가 아니라는 것을, 항상 의지가 됐던 형제가 아니라는 것도,

 때로는 나를 버리지는 않을까 의심했으며,

어떤 때엔 미국같이 먼 나라도 달아나고 싶은 유혹도 있었음을

 작가는 형제가 주고받은 편지, 형제가 다른 가족 다른 친구들과 주고 받은 편지들로 재구성해 알려준다.


 

돈이라는 질병에 평생을 시달렸던 남자.

 형의 질병에 대해 항체를 자처했던

그리하여 끝내는 항체로써의 삶에 먹혀버린 게 아닌가 싶은 또다른 남자.

 빈센트 그리고 테오를 읽으며

나는 예술가와 그의 전폭적인 지지자이자 후원자였던 예술가의 동생이 아니라

 무능력한 장남과 그 장남을 돌보는 일에 평생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던 마음씨 좋은 차남을 본다. 

 빈센트의 찬란한 재능 때문이 아니라 테오의 끝없는 자기 희생과 이해심에 눈이 부시다.

 이 책은 그렇게 읽어야 할 책이 아닌 것 같은데 어쩌면 좋담.

 그러나 작가인 데보라 하일리그먼의 말에 따른다면 우리는 각자의 시점을 통해

 미술을, 작품을, 누군가의 삶을 해석할 수 밖에 없으므로

이런 나의 감상도 정답이 아니라 못 밖을 순 없겠지.

 언젠가 지금의 시점에서 3센치쯤이라도 자리를 옮겨 형제의 삶을 읽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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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돌이 푸, 인생의 맛 - 복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간결한 지혜
벤저민 호프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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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 넌 어떻게 그렇게 하니?

"제가 뭘요?"

"애쓰지 않는 거."

"저는 어떤 일이든 많이 하질 않아요."

"하지만 네가 하는 일은 다 잘 되잖니."

"저절로 그렇게 되던데요." (p109)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받는 곰 하면 생각하는 녀석이 있죠. 바로바로 곰돌이 푸!! 오늘은 곰돌이 푸가 선생님이 되었어요. 정확히는 보조 교사라고 해야할까요? 벤저민 호프가 들려주는 노장 사상에 푸의 추임새, 이를테면 커틀스턴 파이 노래 등이 덧붙여지며 전개되는 철학서? 에세이? 자기계발도서?? 입니다.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장르가 약간 헷갈려서 부끄럽네요 ㅎㅎ 하여튼 어딘지 좀 모자라는 곰돌이로부터 배우는 노장 사상이라니 뭔가 상상이 잘 안되잖아요. 작년에 푸의 원작을 각기 다른 출판사의 책으로 두 번이나 읽었음에도 짐작도 못했거든요. 알고 보니 제가 노자를 넘 어렵게 생각했던 게 함정이었어요. 설마하니 녀석의 통나무 같이 단순한 성격을 고스란히 노자가 추구한 무위자연의 그것으로 해석했을 줄이야 ㅋㅋㅋㅋ 자그마치 1982년에 출간된 책의 재출간입니다. 당시에도 인기가 많았고 오늘날에도 푸의 많은 팬들이 찾는 책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당장에 삽화부터가 (물론 원작과 같은 삽화지만 그래도) 넘 귀여우니까요>_<



"우리는 지금 찾지 않는 것만 발견하고 있으니까

집을 찾지 않는다면 오히려 집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p31)


 

피글렛은 푸가 엉뚱한 행동을 하는데도 항상 결과가 좋다고 부러워해요. 푸와 래빗과 피글렛이 길을 잃었을 때에도 머리 좋은 래빗이 아니라 결국 푸의 아이디어로 각자 집에 도착할 수 있었거든요. 똑똑한 래빗이나 관념주의자 아울, 염세주의자 이요르와 소심쟁이 피글렛에게는 좀체 오지 않는 행운이 어쩌면 게으름뱅이 푸에게만 이렇게 넘쳐날까요? 여태 녀석의 이런 행운을 주인공 버프라고만 생각했었는데요. 어쩌면 동화 속에서마저 성격이 팔자를 만들었던 건지도 모르겠어요. 푸와 팔자라니 너무너무 안어울리는 말인가요??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벤저민 호프가 말하고자 하는 바도 결국 이거다 싶거든요. 성격이 곧 인격이고 팔자이며 운명이다. 복잡한 세상을 푸처럼 단순한 머리로 간결하게 살아갈 때 우리의 마음도 동화처럼 행복해진다~ 적당적당히 사는 것만 같지만 존재의 쓸모와 행복에 점수를 매긴다면 백점 만점일 위니 더 푸. 머리는 나쁘지만 그럼 좀 어때? 라고 안심하는 푸. 알파벳 A 따위 몰라도 꿀은 달콤하고 크리스토퍼 로빈이 좋고 피글렛과 친구들이 항상 반가운 푸. 가끔 바보라며 놀림당할 때도 있지만 괜찮아요. 지나친 걱정과 자기비하는 금물이니까요. 난 못해! 라는 한계도 두지 않기로 해요. 결과에 너무 큰 욕심만 부리지 않는다면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도 앞으로 더 많이 발견하게 될 거에요. 푸와 친구들이 그런 것처럼요. 책을 덮고 푸의 무위 줄여서 푸위의 씨앗을 가슴에 토닥토닥 새깁니다. 올 봄 무럭무럭 햇빛을 쏟아서 매일매일 싹을 틔워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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