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그리고 테오 - 반 고흐 형제 이야기
데보라 하일리그먼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19년 3월
평점 :
절판


빈센트 반 고흐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몇 가지.

정신이상으로 자신의 귀를 잘라 창녀에게 던져준 화가.

고갱의 라이벌.

비극적인 삶을 살다 자살로 생을 마감.

해바라기, 별이 빛나는 밤, 꽃 피는 아몬드 나무, 자화상.

그리고 테오, 영혼의 동반자, 그의 동생.


<빈센트 그리고 테오>를 읽으며 추가된 이미지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르며 새롭다.

 걷는 사람, 그리고 그림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무엇 하나 완성하거나 완주한 경험이 없는 남자.

 무수한 실패로 가족들에게 패배자로 낙인 찍혔던 그 때의 나이 고작해야 스물여섯.

 그림 옆에 설명문체로 곁들여져 있는 그 스물여섯을

이전에도 분명 본 일이 있을텐데 그 때에는 왜 실감을 못했을까.

빈센트의 사망나이와 초상화를 매치시키지 못해 놀란 기억은 뚜렷한데 말이다. 

 너무나 젊다, 그 정도가 아니라 정말 어리구나 어린애였구나,

청춘이라는 말이 무색한 그들의 생애에 새삼 놀란다. 


국립중학교 자퇴, 구필화랑 입사, 교사, 잡부, 상점직원, 신학교의 학생, 전도사.

 아버지와 큰아버지의 도움으로 화가가 되기 전 그가 거쳤던 거듭된 포기와 후퇴의 과정들.

 그 와중에도 그가 걷고 있었다는 사실을 또한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구부정하고 무기력해 보였던 초상화 속 남자가

자신의 다리로 걸어다닌 세상의 거리가 이토록 어마어마할 줄 이야. 

 때로 그것은 120km의 긴 여정이기도 했는데 그런 그가 정말로 자살을 했을까?

 실패와 가난, 후회와 두려움, 때때로 사랑에 짓눌려서도

 한 발 한 발 내딛는 걸음을 주저하지 않은 것만 같은 그가?

 이런 의문을 가진 일도 오늘이 처음이다.

 


열 다섯, 형보다 네살이 어렸던 테오 또한 구필화랑의 직원으로 취업한다.

 그리고 그때부터 쭈욱 지속된 형의 후원자로서의 삶.

 결코 값싸지 않았을 미술재료들을 대어주며 형을 뒷바라지한 세월이 꼬박 10년이다.

 아버지와 갈등하며 집을 나온 형의 집세를 대납했고 우표값조차 없는 형의 병원비를 감당했으며

 형이 창녀와 동거할 때엔 창녀와 그녀 어머니, 그녀 두 아이의 삶까지 짊어져야 했다.

 어쩌면 형제가 똑같이 불행한 여자들에게 목매는 취향인지

본인이 선택한 안타까운 여자의 생활비도 나누었고

 종종 부모님과 동생들에게도 돈을 보낸다.

(놀랍게도 빈센트와 테오에겐 죽은 형 및 두 여동생과 남동생이 있었다.)

형이 하지 못하는 장남의 역할에 덧칠된 차남의 인생.

 이를 감당하다 보면 매독으로 인한 합병증들,

우울과 마비와 정신병이 더욱 심해질 도리 밖에 없지 않았을까?


마냥 사랑만 했던 형제가 아니라는 것을, 항상 의지가 됐던 형제가 아니라는 것도,

 때로는 나를 버리지는 않을까 의심했으며,

어떤 때엔 미국같이 먼 나라도 달아나고 싶은 유혹도 있었음을

 작가는 형제가 주고받은 편지, 형제가 다른 가족 다른 친구들과 주고 받은 편지들로 재구성해 알려준다.


 

돈이라는 질병에 평생을 시달렸던 남자.

 형의 질병에 대해 항체를 자처했던

그리하여 끝내는 항체로써의 삶에 먹혀버린 게 아닌가 싶은 또다른 남자.

 빈센트 그리고 테오를 읽으며

나는 예술가와 그의 전폭적인 지지자이자 후원자였던 예술가의 동생이 아니라

 무능력한 장남과 그 장남을 돌보는 일에 평생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던 마음씨 좋은 차남을 본다. 

 빈센트의 찬란한 재능 때문이 아니라 테오의 끝없는 자기 희생과 이해심에 눈이 부시다.

 이 책은 그렇게 읽어야 할 책이 아닌 것 같은데 어쩌면 좋담.

 그러나 작가인 데보라 하일리그먼의 말에 따른다면 우리는 각자의 시점을 통해

 미술을, 작품을, 누군가의 삶을 해석할 수 밖에 없으므로

이런 나의 감상도 정답이 아니라 못 밖을 순 없겠지.

 언젠가 지금의 시점에서 3센치쯤이라도 자리를 옮겨 형제의 삶을 읽을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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