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ping 쇼핑
에이프릴 레인 벤슨 지음, 홍선영 옮김 / 부키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우리는 항상 무엇인가를 구입하고 소비하며 살아간다. 그 대상에는 꼭 있어야 하는, 의식주와 같은 필수적인 것들도 있지만 사실 그다지 필요하지 않은 것들도 포함되곤 한다. 하지만 요즘과 같은 소비지향적인 세상에서는, 끊임없이 어떤 것을 소비하라고 여기저기서 외쳐대고 있으니 참 난감할 때가 많다. 사실 누구에게나 최신형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따위가 필요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러므로 우리는 항상 잘 분별해서 소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자신의 소비를, 스스로 제어할 수가 없다면 이미 쇼핑 중독의 경지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쇼핑 중독은 어떤 사람들이 주로 빠져들며,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는 것일까? 심리학자인 에이프릴 레인 벤슨의 <Stopping 쇼핑(원제 : To buy or not to buy)>은 이러한 쇼핑 중독에서 벗어날 방법들을 제시하고 자신의 쇼핑 습관을 통제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있다.  

우선 쇼핑 중독으로 고생하는 사람 중에는 여성이 압도적으로 많을 것 같지만,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쇼핑 습관에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연령, 성별, 사회경제적 지위, 소비 유형, 쇼핑의 숨은 동기 등이 제각각이다. 기분 전환을 위해, 자신감을 얻기 위해, 부와 권력의 이미지를 갖기 위해, 분노를 드러내기 위해, 스트레스나 상실감, 과거의 정신적 충격을 덮기 위해,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등 꽤 다양한 원인에서 사람들은 쇼핑에 빠진다. 그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신용카드 대금을 지불하지 못하거나 돈을 빌린 후 상환하지 못하고, 쇼핑 문제로 배우자 혹은 가족과 싸우게 되고, 미래를 대비한 저축도 거의 하지 못하게 된다. 사실 이러한 쇼핑 중독 역시 도박이나 알콜 문제와 같이 치료받아야 할 일종의 질병이지만, 여타의 중독들과 달리 그렇게 심각하게 인식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쇼핑 중독으로 인해 치료를 받는 사람들의 수는 많지 않다. 거의 파산하기 일보직전이 되어서야 전문가와 상의를 하게 되는 듯 하다.  

이 책에는 쇼핑 중독을 자가진단하고 자신이 중독적인 쇼핑을 하는 이유, 갖고 있는 소비 유형, 무분별한 소비로 인해 잃어버리는 잠재적인 비용과 그 비용의 절감,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쇼핑 대신에 하면 좋은 것 등 일종의 쇼핑 중독 치료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는 것들이 제시되어 있다. 자신의 경우에 해당하는 것에 체크할 수 있는 리스트도 있고, 표를 그려서 파악하는 방식도 있으며, 0부터 10까지의 척도로 평가하기, 시각화 기법, 가계부 적기, 빈칸 채우기 등 참으로 다양한 활동들로 이 책은 구성되어 있다. 또한 자신에 대한 왜곡된 생각 바로잡기, 광고나 마케팅, 인터넷, 지인들의 권유 등의 '소비 압력'에 맞서기, 쇼핑 중독에서 벗어나는 중에 다가올 위험 상황(일명 지름신의 강림)에 대비한 계획 세우기 등 전반적으로 굳이 쇼핑중독 문제가 아니더라도 여러모로 실용적인 부분들이 많다.  

하지만 신비스러운 이미지로 등장하는 일본어 단어나 중독에서 빠져나오는 방법들 중 하나로 제시하는 명상(선(禪)의 느낌이 든다), 몸의 각 부분에 의식 집중하기 등 오리엔탈리즘의 느낌이 강하게 드는 부분이 종종 눈에 띈다. 아직도 서양인들은 동양에 대한 신비로움을 갖고 있는 것일까? 또한 이 책이 미국인 저자에 의해 쓰여진 것이라 그런지 한국의 실정과 맞지 않는 부분들도 있고(예를 들자면 최저 상환 제도라던지...)추천 사이트들 역시 모두 영어로 되어 있어서 마음 편하게 이용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번역본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하다.  

그럼에도, 이 책은 자신의 의지로 소비를 제어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꽤 도움이 될 듯 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쇼핑 중독이 아닌 것이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종종 충동구매를 하고 후회했고 별로 필요하지 않은 물건인데도 인기가 있거나 다른 사람들의 후기가 좋으면 사고 싶어져서 결국 구입하곤 했다. 그러다 어느 날, 어떤 신부님이 내게 해주신 말씀이 굉장히 와닿았다. 그 신부님은 수도원에 들어간 후 항상 어떤 것이 자기 자신에게 정말로 필요한지 질문을 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 역시 어떤 것을 구입하거나 소비하기 전, 이것이 정말로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 이것을 구입함으로써 나는 후회하지 않고 이것을 잘 사용할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곤 했다. 그것은 꽤 효과가 있었고, 지금은 아무리 저렴한 것이라도 이것이 정말로 필요한지 잘 생각해서, 필요하지 않다면 아무리 좋고 저렴해도 구입하지 않는다. 물건을 구입하는 취미도 꽤 실용적으로 변해서, 실용적인 용도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구입하지 않는다. 생활방식 자체가 '자발적인 검소함'으로 돌아선 느낌도 든다. 그렇다. 이제 지름신에 휘둘려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구입하고 후회하는 것은 그만둘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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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안그림자 2011-03-17 0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있게 나는 "쇼핑중독자"가 아니예요.. 말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습니다. 정신 병리학에서는 모든 일에는 인과 법칙이 적용되어진다고, 사회적 이슈로 문제를 일으켜야만 키워드를 만들어서는 논하고 분석한고 강조를 해 되지만, 쇼핑중독자로 걸음을 한 걸음씩 내 딛게 되는 심리를 본다면 방법이 틀려 보일 뿐 외로움, 공허감, 열등감, 자존감 회복을 위해 밖으로 분출해 보려는 행동의 결과 같아 보입니다^^ 올 2월 말인지, 3월 초인지 부산에 거주하고 있는 한 여대생이 빛 1억을 갚지 못해 고층 아파트에서 떨어져서 죽었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이유는 이 책의 저자가 강조하고 있는 증세들 중의 하나로 쇼핑 중독 때문이라고 합니다. 쇼핑중독자들이 주로 눈과 손에서 놓으려고 하지 않는 품목이 무엇이건, 결과가 혼자 힘으로 해결해 낼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나기에 사회문제는 확실히 맞는 것 같지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의 쇼핑중독이라면 그것이 스트레스 해소의 분출 수단이라면 조금은 괜찮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해 보니까요^^ 엄마들이 실제로 사용도 거의 해 보지 않는 그릇들을 사재기 하거나. 아가씨들이 공허한 시간을 보내고자 서점을 배회하며 책 사재기를 하거나, 운동기구를 꼭 사용할 것 구입해놓고선 한달을 가지 못하는 것 등 그런대로, 괜찮은 쇼핑중독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교고쿠 2011-03-17 11:09   좋아요 0 | URL
결국 쇼핑에 몰두하는 현상 역시 심리적인 것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해봅니다. 사실 저는 좀 별난 인간이라, 거의 수도승적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지나가면 사라져버릴 물건에 집착하고 싶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