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기 인문 B조 마지막 도서 : 우리가 싫어하는 생각을 위한 자유
우리가 싫어하는 생각을 위한 자유 - 미국 수정헌법 1조의 역사
앤서니 루이스 지음, 박지웅.이지은 옮김 / 간장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언론과 표현의 자유는 몇몇 독재국가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서 어느 정도는 보장되어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이 성립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로, 불과 50년 전, 100년 전만 해도 그러한 자유는 지금보다 많이 억압되어 있었다. 앤서니 루이스의 이 책 <우리가 싫어하는 생각을 위한 자유(원제 Freedom for the Thought That We Hate)>은 미국의 수정헌법 1조의 역사를 다루며 어떻게 해서 미국이 세계에서 의사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가장 폭넓게 보장하는 나라가 되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수정헌법 1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의회는 국교를 설립하거나 종교의 자유로운 실천을 금지하는, 그리고 의사표현의 자유나 언론의 자유, 또는 사람들이 평화롭게 회동할 수 있는 권리와 불만사항의 시정을 정부에 청원할 수 있는 권리를 제한하는 그 어떤 법도 만들 수 없다."

저자는 연방헌법 제정 이후 권리장전이라고도 불리는 수정헌법 1조가 명시한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미국 사회가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여 왔는지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1791년에 제정된 수정헌법 1조가 처음부터 잘 적용되어 왔던 것은 아니다. 불과 몇 년 후에 대통령을 조롱한 사람들이 투옥되고, 그 한참 후 윌슨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비판한 사람들이 무려 징역 20년을 선고받은 것이다. 1960년경에는 뉴욕타임즈 신문사 역시 명예훼손과 관련된 문제로 피소되어 거액의 벌금을 물어야 했고, 타블로이드 신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공적 인물의 사생활 침해 사건들 역시 표현의 자유와 개인 사생활 보호 중 어떤 쪽을 더 중시해야 할지 수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수많은 시행착오들을 거치며 오늘날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표현과 언론이 자유로운 나라가 되었다. 대중들의 여론과 판사나 대법관들의 판결문들이 수정헌법 1조 제정 초기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만 봐도 점점 더 표현의 자유 쪽에 손을 들어주는 느낌이 강하다.

그러면 네오나치즘이나 이슬람 근본주의, 테러리즘 등 공공의 복리를 해친다고 여겨지는 사상이나 주장과 같은, '우리가 싫어하는 생각'들에 대한 표현의 자유는 어느 정도까지 보장되고 또 제한되어야 할까. 이는 우리에게 던져진 과제다. 또한 공익을 위한 언론의 면책 특권을 어느 정도까지 보장해야 하는지, 개인의 사생활 보호라는 가치와 충돌할 경우에는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지 역시 의문으로 남는다. 전체적으로 법률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어서 결코 쉽게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은 아니다. 하지만 객관적 시각으로 진보와 보수 어떤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중립을 지키며 서술하고 있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주목할 점은 미국에서 수정헌법 1조가 지금과 같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 주기까지는, 민주주의나 자유와 같은 기본적 가치들이 지켜지게 되기까지는 수많은 지식인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것인데 이는 한국과도 전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불과 2~30년 전 군부독재 시절만 해도 야간통행금지가 있고 머리 길이나 치마 길이까지 단속할 정도로 국민들은 자유가 없는 삶을 살아왔다. 언론사에서 목소리를 내기라도 하면 곧 보복을 당하는 암흑의 시대였다. 그때부터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은 비교적 나아진 편이다. 하지만 아직도 국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한 네티즌이 기소를 당하고 민간인에 대한 불법적인 사찰도 종종 있으며 노조 활동을 하면 좌파라고 탄압을 당한다.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의 번역자 중 한 사람은 군법무관으로 있으면서 국방부의 불온서적 지정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가 강제로 군복을 벗게 되었다고 한다. 아직도 불온서적 따위가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