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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답을 알고 있다 - 몸과 마음이 편해지는 뇌클리닉
다니엘 G. 에이멘 지음, 김승환 옮김 / 부키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뇌는 인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외부에 대한 인식, 시각과 청각 등의 감각, 신체의 움직임, 지능, 성격 등 모든 것이 뇌에서 비롯된다. 멘사 회원이 되고 나서부터 지능지수에 대해 꽤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물론 어릴때만큼은 아니겠지만 성인들도 두뇌를 많이 사용하거나 하면 지능지수를 약간이나마 높일 수 있다고 하니 대천재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영재 정도는 되고 싶다는 일종의 희망을 아직은 갖고 있다. 그런데 대니얼 G.에이멘의 책 <뇌는 답을 알고 있다(원제 Making a good brain great)>를 읽고, 그동안 뇌에 대해 잘 모르던 내용들과 더불어 뇌의 건강을 개선시켜서 삶의 질을 높이는 많은 방법들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 에이멘은 정신과 전문의, 신경과학자로 활동하면서 20년 동안 3만건이 넘는 뇌 SPECT 영상을 분석해왔고, 그것을 바탕으로 뇌 문제로 고통받는 환자들을 진료해 왔다. 예로 제시된 사례들을 보며 그 동안 나이가 들어서, 혹은 선천적으로 성격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되어 왔던 많은 증상들이 알고 보니 스트레스, 머리 부상, 뇌의 과활성 등으로 인해 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일부 흉악범죄자 중에도 뇌를 다치거나 해서 뇌 기능의 문제로 인해 범죄를 저지르게 된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뇌를 심하게 다치면 의식을 잃거나 하지만, 약간의 부상을 입으면 본인도 잘 모르고 지나가기 때문에 머리 부상은 참 무서운 것이다. 뇌를 싸고 있는 두개골 안쪽에는 뼈로 이루어진 울퉁불퉁하고 거친 모서리가 많기 때문에 머리에 충격이 가해지면 뇌가 부딪혀서 혈관들이 터지거나 하는 것이다.
또한 뇌의 각 영역이 과도하게 활성화되거나 저활성 상태일 때 발생하는 여러 가지 질환에 대해서도 알 수 있었다. 전전두엽이 저활성되면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정신분열증, 행동장애 등이 발생할 수 있고 뇌의 기어 변속 장치에 해당하는 앞띠이랑(전대상)이 과활성되면 강박장애, 섭식장애, 투렛증후군 등이 발생한다. 깊은 번연계가 과활성되면 우울증과 부정적 사고, 주기적 기분장애가 발생하며 뇌의 중심부에 있는 기저핵이 과활성되면 불안장애나 일중독 등이 발생한다. 기억과 정서를 담당하는 측두엽 역시 저활성, 과활성 상태일때 정서와 관련된 여러 질환이 발생한다. 협응과 속도 조절 등을 담당하는 소뇌가 저활성 상태가 되면 자폐, 발달장애, 글씨 쓰기가 어려워짐, 신체의 균형을 못 잡는 현상이 발생한다. 또한 그러한 상태들에 있을 때는 어떠한 치료를 해야 하고, 어떠한 약물이나 보조제가 도움이 되는지도 자상하게 알려주고 있다.
그러면 우리는 뇌를 건강하게 하기 위하여 어떻게 해야 될까? 우선 '완벽한 뇌'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뇌에 치명적인 물리적 외상을 피하기 위하여 럭비 같은 위험한 운동과 오토바이 타는 것을 삼가라고 저자는 말한다. 마약류는 물론이고 카페인이나 알코올, 니코틴 같은 것도 뇌에 독성물질로 작용하므로 줄이는 편이 좋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뇌는 80퍼센트가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많은 양의 물을 마시는 것 역시 중요하다. 생선류에 들어 있는 오메가3는 대뇌피질을 구성하는 DHA를 공급하므로 치매 등을 예방한다. 단백질과 지방, 탄수화물이 조화된 균형있는 식사를 하고, 말린 과일 등의 간식을 먹는 것도 꽤 좋다. 써놓고 보니 일반적인 건강론 혹은 장수론과도 비슷한 면이 있는 듯 하다. 뇌가 건강해야 몸의 나머지 부분도 건강할 수 있으니까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항상 무엇인가를 배우고 공부하고, TV나 게임 등을 줄이고 전혀 새로운 영역을 배우는 것에 도전해 보는 것도 두뇌 회전에 도움이 된다. 또한 치유 음악이나 명상 역시 뇌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된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뇌 건강에 큰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피할 수 있다면 과도한 업무 등을 피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하며 자기최면이나 심리상담 등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이 책의 뒤쪽에는 뇌 건강에 도움이 되는 ALC나 오메가3, 알파리포산, 은행잎 추출물, 비타민B, 코엔자임Q10 등의 여러 가지 보조제들이 나오는데, 효과와 권장 용량 등을 한눈에 볼 수 있게 표로 만들어둔 점이 꽤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의 제일 끝부분에는 '훌륭한 뇌를 위한 15일 프로그램'이라는 것이 나오는데, 위에 열거한 것들을 실천하며 일기처럼 작성해 나가는 것이다. 실제로 해보면 뇌 건강에 꽤 좋을 듯 하다.
이 책을 읽으며, 예전에 몰랐던 많은 것들이 알고 보니 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실 나는 균형을 잘 못잡는 편이라 툭하면 넘어지고 부딪혀 다치고, 때로는 정신이 너무 산만해서 집중을 못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는데 이런 것이 알고 보니 뇌에서 비롯된 것이라니, 내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어 어떤 면에서는 약간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하지만 저자처럼 뇌 영상을 바탕으로 진료하는 곳이 한국에는 별로 없고, 또 교통사고 등의 정말 큰 부상을 입지 않고서야 뇌 사진을 찍지 않으며 보험 처리도 되지 않아 꽤 비싸기 때문에 뇌에 이상이 있다고 쳐도 그것을 알아내서 거기에 맞는 치료를 받는 일이 꽤나 어려운 것이 안타깝다. 이러한 뇌 영상 분석 기술을 많은 곳에서 활용하게 되면 원인 모를 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빛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