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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대학 - 대한민국 청춘, 무엇을 할 것인가?
이인 지음 / 동녘 / 2010년 7월
평점 :
요즘의 20대는 참 불행해 보인다. 전체적으로 침체된 분위기에 열정도 꿈도 없고 살아있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대학은 원하는 공부를 하는 곳이라기보다는 취업의 전단계가 되고, 스펙을 쌓기 위해 토익과 학점관리에 매진한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해도 꽤 많은 수가 '88만원 세대', 워킹푸어로 전락하는 냉혹한 현실, 과연 희망이란 존재하는가. 또한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나가야 되는가.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저자는 김선우, 고미숙, 강신주, 박남희, 이택광, 조정환, 김시천, 고병권, 김미화, 홍세화, 구본형, 우석훈, 한완상, 고은광순, 임지현, 한홍구, 서동은 등 이름만 들어도 딱 알만한, 젊은 세대에 애정을 갖고 있는 17명의 이 시대 지성인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그것을 책으로 정리했다.
그러고보니 작년쯤, 한 대학의 교수가 <너희에겐 희망이 없다>라는 글을 기고하면서 일어난 '20대 개새끼론'이 기억난다. 분노도 열정도 연대도 모르고 스펙 쌓기에만 열중하는 20대를 비판하는 강한 어조의 글인데, 사실 그 글을 보면서 전적으로 수긍할 수는 없었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지금 터진것이지 지금의 20대가 특별히 잘못 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 책에 등장한 17명의 선생님들도 그러한 이야기를 했다. 과도한 경쟁, 소비주의, 1등만을 강요하는 이 사회가 문제가 있는 것이지 20대가 잘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정말이지 그렇다. 보면 한국같이 지독하게 빡빡하게 사는 나라가 없다. 국민소득이 더 높은 유럽 국가들도 아시아 국가들처럼 대학입시 경쟁이 심하지 않으며 노동 시간도 더 짧다고 한다. 이것이야말로 국가의, 시대의 고통이다.
또한 선생님들은 따끔한 비판도 서슴치 않았다. 비싼 등록금을 낸 만큼 자신의 권리를 찾아야 된다고, 그리고 부모님이나 사회가 원하는 길 말고 자신이 원하는 길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말이지 속이 시원할 정도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학교를 졸업하고 안정적인 직장에 취직해서 비슷한 사람과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키우는 일종의 '표준 노선'을 별 생각 없이, 또는 어쩔 수 없이 따라가고 있지 않는가. 그리고 사회적으로도 그 틀을 벗어난 사람들을 환영하지 않는다. 하지만 세상에는 다양한 삶의 방법이 있고, 이를 관철시키려면 죽을 때까지 싸워야 할지도 모른다. 또한 사회에 만연해 있는 냉소주의와 허무주의를 비판하며, 즐겁고 명랑하게 살아야 또 다른 자신을 발견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다는 말에는 뜨끔했다. 나 역시 '인생 뭐 있냐?'라는 생각으로 살아오지 않았던가.
물론 이 책에 등장하는 분들의 의견에 모두 다 동의할 수는 없었다. 예를 들면 요즘 젊은 사람들의 정신건강이 좋지 않은 것은 머리가 뜨겁고 하체가 차갑기 때문이라는데 이는 의학적으로도 딱히 근거가 없는 것 같고, 서양인처럼 쭉 뻗은 신체에 대해 자기 기운이 없고 한국에서는 자랄 수 없는 신체라고 한 것 역시 별로 공감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고뇌하는 청춘들을 위한 격려와 비판은 이 책의 머릿말에 나온 개념인 줄탁동시(啐啄同時 :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를 생각하게 하였다. 누구나 자신의 알은 스스로 깨야 하지만 바깥에서 누가 도와주면 굉장히 도움이 되고 고마운 것이다. 이 책의 저자처럼, 그리고 예전부터 그래왔듯이 나 역시 앞으로도 수도승처럼 공부를 하면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