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푸어 - 왜 일할수록 가난해지는가
NHK <워킹푸어> 촬영팀 지음 / 열음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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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워킹푸어 현상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NHK에서 2008년에 만들어졌다. 한국에 아직 소개되지는 않아서 자막이 없었지만 무난하게 볼 수 있었다. (구글 동영상 검색에서 ワーキングプア로 검색하면 나온다. 공개되어 있는 것이니 저작권 문제 없이 무료로 볼 수 있을듯 하다. 75분짜리 동영상이다.)

저번에도 한번 워킹푸어에 대한 책을 읽고 리뷰를 쓴 바 있는데(데이비드 K.쉬플러의 <워킹 푸어, 빈곤의 경계에서 말하다>), 그 책은 미국인 저자가 써서 미국의 워킹푸어 현상을 주로 다루고 있었다. NHK스페셜에서 만든 다큐 워킹푸어는 일본의 워킹푸어 현상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많아서 좀 더 와닿는 면이 있다. 

투잡 쓰리잡을 해가면서 잠도 거의 못자고 쉬는 날도 없이 일하지만, 생활을 꾸려나가기는 너무 벅찬 사람들이 꽤 많았다. 아이 둘을 키우는 이혼한 어머니가 낮에는 비정규직 사무직, 심야에는 도시락공장의 발주 아르바이트를 하며 잠도 4시간밖에 자지 못하고 버는 돈은 정말로 적다. 아이들과 얼굴 맞대는 시간은 저녁밥을 먹는 시간 뿐이다. 물론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가거나 할 수도 없다. 그러다가 가족 중에 누군가 크게 아프기라도 하면 그 가정은 헤쳐나갈 방법이 없을 것이다. 가슴아픈 이야기다. 

또한 읍 소재지의 작은 시골에 사는 어떤 20대 초반의 여성은, 아픈 아버지를 간호해야 하기 때문에 일자리가 많이 있는 도시로 가지도 못하고, 아주 적은 돈을 주는 아르바이트자리에서 동생과 함께 일하고 있다. 그 둘이 번 돈으로 생활을 꾸려나가기는 무리였다. 둘 중에 한 사람만 없어도 그 가정은 무너진다. 그리고 깡통 줍는 노인들은 우리나라에만 있는게 아니었다. 일본에도 깡통, 폐지 등을 주워 팔아서 간신히 연명하는 노인들이 있었다. 연금을 받지 못하거나, 받더라도 너무 적은 액수라 생활을 꾸려나가기 힘들기 때문에 노인들이 깡통을 줍는 것이다. 부부 중 한쪽이 치매라도 걸리면 그 부담은 더 커진다. 

이러한 '일하는 빈곤층'들의 생활은 비참하다. 부실한 식사와 초라한 주거환경,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앞으로 나아질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사람들은 항상 내일이 오늘보다 더 나아질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희망을 갖고 일하고 공부한다. 하지만 이러한 워킹푸어들은 아무리 힘들게 일해도, 그날그날의 생활을 간신히 유지하거나 더 악화될 뿐, 나아질 희망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절대 그들이 게을러서, 공부를 안해서 그런 삶을 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실하게 살아가지만, 먹고 살 만한 돈을 주는 일자리가 없다. 정사원으로 고용해주지도 않고, 기껏해야 파견사원(비정규직)이나 불안정한 아르바이트자리 뿐이다. 더욱이 시골에는 일자리 자체가 별로 없다. 좀 더 나은 기회를 얻기 위해 대학에 진학하거나 필요한 자격증 공부 같은 것을 하고 싶어도, 자신이 일하지 않으면 집안의 생계가 막막해지기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공부를 할 수도 없다. 

그런데 얼마 전에 그 다큐멘터리를 책으로 만든 버전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나왔다. 내가 다큐를 제대로 보고 듣고 이해했을까 궁금해서 책을 읽었는데, 다큐의 내용 그대로였다. 다큐에 나오지 않은 에피소드도 몇가지 있었다. 워킹 푸어, 이것은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에도 이러한 워킹푸어들이 꽤 많이 있다. 얼마 전에 나온 책 <4천원 인생>도 이러한 한국의 워킹푸어 현상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한겨레신문에서 특집으로 연재했던 글들을 묶어 책으로 냈다고 한다. 작은 공장의 생산직, 고깃집에서 일하는 아주머니, 마트의 임시직 판매원들 등...일이 고되고 노동시간이 길지만 받는 대우는 형편없는, 그러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점점 갈수록 혹독해져가는 이 나라의, 혹은 전세계적인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저 마음이 무거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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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0-10-04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년에 군 생활하는 동안에 뉴스에서 '워킹푸어'에 대해서 떠들길래
올해 전역하고나서 워킹푸어에 대해 궁금해서 읽었는데.. 읽고나니
교고쿠도님의 마지막 구절처럼 막막하기도 하고,, 괜히 읽었다는 생각도 해보았답니다-_-
그래도 현실을 단지 좋은 쪽으로만 볼 수 없기에 이 책 속 내용을
남의 나라 일처럼 무시할 수 없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ㅋ

교고쿠도 2010-10-04 21:16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책을 읽기 전에 일본 NHK에서 나온 다큐를 먼저 봤는데, 정말이지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 사람들이 게으르거나 능력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하다 보니 그러한 빈곤층으로 추락해서...그들의 상한 치아가(인터뷰 하는 사람들의 치아가 육안으로 보기에도 많이 상해 있더라구요.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지요...), 그들의 초라한 식사가 저를 슬프게 했습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