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리트의 껍질
최석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해 마지막으로 읽은 책은 최석규 작가의 장편소설 《마그리트의 껍질》이 되었다. 주인공 '규호'는 다리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당하고 2년 간의 기억을 잃는다.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기억을 되살리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그의 주변에서는 이상한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마그리트의 껍질》은 스릴러 소설로써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 책이 끝까지 숨기고 있는 비밀이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규호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이 의심스러워 보였다. 회사 직원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수림, 도서 대여점 직원부터 정신과 의사까지 무언가 수상한 면모를 보인다. 이 모든 것이 규호의 편집증 때문일까 아니면 실제로 어떤 음모가 꾸며지고 있는 것일까.


소설은 기억 조작이나 세뇌 같은 윤리적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악을 강제로 선으로 만들 수 있다면 그 방법은 과연 옳은 것일까? 모두가 선이 된다면 그 중 약한 선이 악이 된다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소설이 그리는 미래가 섬뜩하게 느껴졌다.


이 소설의 장점은 강렬한 결말에도 있다. 책을 많이 읽다보니 시간이 지나면 어떤 내용이었는지만 대략적으로 기억나고 결말이 기억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이 책의 경우 많은 시간이 흘러도 또렷하게 기억날 서 같다. 결말이 이 소설의 호감도를 한층 끌어올려주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시작으로 팩토리나인에서 출간되는 소설이 모두 기본적 재미를 보장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다음에는 또 어떤 흥미로운 이야기를 소개할지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버스 - 욕망의 세계
단요 지음 / 마카롱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박중독자의 가족>이라는 웹툰을 일부 본 적 있다. 웹툰에서 다루고 있는 도박은 내가 흔히 생각하는 카지노 같은 것이 아니었다. 바로 ‘주식’이었다. 주식에도 중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단요의 장편소설 《인버스》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주인공은 스물셋의 나이지만 청춘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선물 옵션으로 큰돈을 벌었다가 다시 큰돈을 잃은 그녀에게는 무기력만 남아있다. 주식 블로그를 하면서 알게 된 ‘정운채’에게 돈을 빌린 그녀는 다시 한번 위험한 도박을 시작한다.


장류진 작가의 《달까지 가자》가 무척 재미있으면서도 어딘가 불편한 구석이 남아있었다면, 이 작품은 그 찝찝한 부분을 끝의 끝까지 파고든다. 주식에 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어 어떤 원리로 어떤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잘 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나’의 절박함과 광기에 가까운 집착은 깊숙이 느낄 수 있었다.


언제고 가파른 오르막과 내리막을 그릴 수 있는 시장 앞에서 주인공은 아파트라는 꿈을 위해 밥도 잠도 포기한 채 매달린다. 그 끝에서 주인공은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조마조마하면서도 너무 궁금해 쉼 없이 소설을 읽어나갔다. 기억에 담아두고 싶은 좋은 문장이 많았음에도 그것들을 필사하거나 표시하는 시간이 아까워 계속해서 다음 장을 넘기고 말았다. 차근하게 다시 읽어보아야 할 것 같다.


거북이의 노래 <빙고>의 가사 ‘쉽게만 살아가면 재미없어’를 좋아하지 않았다. 쉽게 사는 것이 제일 재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읽고 나니 돈을 버는 데에는 역시 적당한 어려움은 필요해 보인다. 이야기가 끝난 후에 ‘나’는 정말 위험한 도박을 그만둘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역시 시체가 있었습니다 옛날이야기 × 본격 미스터리 트릭
아오야기 아이토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 마음에 어떤 바람이 부는 것일까. 이상하게 지칠 때가 많은 요즘, 미디어에도 소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좋아하던 책도 읽지 않게 된 나에게 필요한 것은 ‘가벼움’이었다. 영화도, 드라마도, 책도 가볍게 즐길만한 것이 필요했다. 이번에 읽은 아오야기 아이토의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역시 시체가 있었습니다》는 딱 알맞은 책이었다.


일본의 옛날이야기에 시체를 첨가한 후 탐정이 이를 해결한다는 설정이 무척이나 신선하다. 동화를 차용한 고바야시 야스미의 죽이기 시리즈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옛날 옛적 어느 마을에 역시 시체가 있었습니다》가 훨씬 덜 잔혹하고 단편이라 덜 무거운 편이다.


빛나는 대나무 속에서 가구야 공주를 발견하는 ‘가구야 공주‘는 엄지 공주, 주먹밥이 쥐구멍으로 굴러가서 금은보화를 얻게 되는 ‘데굴데굴 주먹밥’은 금도끼 은도끼가 생각나서 친숙했다. (엄지 공주, 금도끼 은도끼 모두 우리나라 전래동화인 줄 알았는데 둘 다 아니었다.)


어디선가 들어봤을 법한 친숙한 이야기에 시체가 끼어든다. 시체에는 살해당한 흔적이 남아있고, 탐정이 등장하여 사건을 해결한다. 동화의 기원을 거슬러 올라가면 무척이나 잔인하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작품은 잔인하기보다는 추리물에 더 가깝다. 범인이 어떤 트릭을 이용했는지,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가 논리적으로 제시된다. [일곱 번째 데굴데굴 주먹밥]에는 무려 시간여행까지 나온다. 제일 재밌게 읽었다.


일상의 피곤함에 찌들었다면 이 작품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살인 사건이 나오지만 등장인물은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인물, 심지어 동물일 수도 있다. 그만큼 지금 여기 존재하는 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인다. 지루한 일상은 잠시 잊고 만나본 적 없는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 보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말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좋은 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원청 -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위화의 장편소설 원청을 읽었다. ‘허삼관 매혈기로 이름만 알고 있던 작가인데 드디어 그의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주인공 린샹푸의 일대기를 그린 이 작품은 굴곡진 인생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다.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기고, 크나큰 절망도 맞닥뜨리는 이 남자의 삶을 읽는 것은 무척 재미있었지만 고통스럽기도 했다.

 

원청의 장점은 높은 몰입도에 있다. 중국 소설이고 시대도 먼 과거의 이야기인데 독자를 완벽하게 몰입시키는 능력이 책 안에 있다. 작중 인물이 슬퍼할 때는 나도 같이 슬퍼지고, 기뻐할 때는 나도 같이 기뻐지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

 

당장 생존을 보장받지 못하는 이들의 삶은 너무도 아슬아슬하고 위태롭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서도 행복을 찾고 화합하고 배려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시대가 바뀌어도 달라지지 않는 미덕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한 배려로 구원이 이루어지고 또 은혜를 갚는 장면이 이어진다.

 

시대가 시대인만큼 고문당하고 목숨을 잃는 잔혹한 장면이 여럿 있어서 눈살이 찌푸려지기도 했다. 책을 너무 몰입해서 읽었는지 꿈에서 어떤 남자에게 목을 졸리는 악몽을 꾸기도 했다. 그 정도로 책에 푹 빠져있었다.

 

두꺼운 분량에 촘촘한 인물들이 들어있어서 이들의 퇴장이 무척 아쉬웠다. 일대기라서 인물의 사망이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는데도 한 명이 떠날 때마다 나까지 충격을 받았다. 연말에 몰입해서 읽을 수 있는 좋은 소설, 원청.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