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창의 하루 클래식 365 - 음악이 있는 아침
조희창 지음 / 미디어샘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날짜를 중요시하는 편이다. 올해 민음사의 일력을 구매하여 쓰고 있는데 매일 좋은 문장을 만날 수 있어서 만족스럽다. 친구들에게는 생일 책이라는 것을 사주기도 했다. 생일이 같은 작가의 책을 사주는 것이다. 그래서 조희창의 하루 클래식 365를 고르게 되었다. 작가는 음악평론가라고 한다.

 

놀랍게도 모든 날짜에 관한 곡이 들어있는 작품이다. 그리고 QR코드로 직접 음악을 들어볼 수도 있다. 365일 동안 그날 벌어진 음악적 사건을 알 수 있는 책은 지금까지 없었던 것 같다.

 

받자마자 내 생일인 127일부터 확인했다. 에두아르 랄로의 출세작 <스페인 교향곡>을 들을 수 있는 페이지였다. 밑에 작게 나와 있는 127일의 사건을 보는데 글쎄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생일인 것이 아닌가! 나와 모차르트의 생일이 똑같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되었다. 생일이 같다고 딱히 뭐가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사실 모차르트의 음악을 자주 듣거나 피아노로 치지는 않았는데 괜히 더 흥미가 높아졌다.

 

책을 읽으면서 친구들의 생일에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알려주기도 했다. 313일에는 가곡의 장인 휴고 불프가 태어난 날이었다. 119일은 20세기 최고의 멜로디라고 불리는 <아랑훼즈 협주곡>을 들을 수 있었다.

 

매일 오늘은 어떤 음악적 사건이 있었는지 알아보고 그날의 음악을 들으며 출근 준비를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 책장에 책이 너무 많이 쌓여서 버리고 또 버리고 있다. 먼지만 쌓이고 두 번 읽을 것 같지 않을 것 같은 책을 계속 골랐다. 그런데 이 책은 두 번이 아니라 수십 번 읽을 것 같다. 오래도록 소장 가치가 있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젠슈의 발소리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도라키의 머리를 읽은 지 석 달 만에 사와무라 이치의 신작 젠슈의 발소리를 읽었다. 둘 다 같은 작가의 호러 소설이고 단편집이라는 점에서 너무 빨리 만난 이 작품이 식상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소설을 읽으며 걱정이 기우였다는 것을 느꼈다.

 

젠슈의 발소리는 작가의 전작보다 훨씬 호러가 강화된 작품이었다. 소설을 읽는 내내 강력한 공포가 작품의 전체 분위기를 휘어잡는다. 첫 번째 이야기 [거울]부터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는데, 결혼식에 간 한 인물이 겪는 끔찍한 이야기다. 현실인지 꿈인지 헷갈리는 가운데 서술되는 이미지가 저절로 상상될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마지막에 나오는 결말까지 완벽한 이야기였다.

 

두 번째 이야기 [우리 마을의 레이코 씨]는 괴담에 관한 이야기다. 초등학생 때 빨간 마스크 괴담을 엄청 무서워했다. 그러다 엄마가 자신이 어렸을 때도 유행했다고 말을 하자 무서움이 조금 줄어들었던 기억이 있다. 레이코 씨 괴담은 빨간 마스크보다 더 충격적인 괴담이었는데 이야기의 전개까지 경악스러웠다.

 

다음 이야기 [요괴는 요괴를 낳는다] 역시 정말 재미있었다. 단편집은 모두 다 재미있기가 쉽지 않은데 이 작품이 정말 드문 경우인 것 같다. 30년 만에 실종된 남편의 쌍둥이 형이 나타나는 이야기인데 요괴보다도 아내가 겪는 일이 더 끔찍한 작품이었다. 역시 진짜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와무라 이치를 처음 만난 보기왕이 온다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친구를 만나러 대전역으로 가는 KTX를 타고 있었다. 기차 안에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까먹을 정도로 소설에 몰입했었다. 그 후로도 많은 훌륭한 작품을 낸 작가가 참 대단한 것 같다. 이른 시일 내에 다음 작품도 만나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운동이 너무 싫다. 피티 선생님은 그동안 수업을 하면서 나보다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운동이 싫은 이유는 간단하다.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스쿼트를 하며 허벅지에 통증을 느끼고 벤치프레스를 하며 가슴이 뻐근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근육이 생기기 위해서는 고통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 너무나 싫다. 선생님은 자꾸 재밌지 않냐고 강요하지만 한 번도 동의한 적이 없다.


정보라 작가의 장편소설 《고통에 관하여》는 고통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어떤 이들은 고통을 숭배한다. 고통을 겪고 그것을 극복하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일리가 있는 이야기 같다. 성경에도 비슷한 내용을 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정도가 심해지며 여러 끔찍한 일들이 일어난다.


또 다른 이들은 고통을 없애야 할 것으로 본다. 수많은 연구를 통해 중독 없이 고통에서 해방되는 일상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여기에는 숨겨진 추악한 비밀이 있다. 이 두 관점에 서 있는 사람들은 어떠한 일을 계기로 한자리에 모이고 그들의 관계가 이리 튀고 저리 튀며 소설을 이끌어간다.


소설을 읽으며 작가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가늠이 안되어 무서웠다. 소재도 소재지만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이 냉혹하고 과격해서 놀라웠다. 문장 자체는 깔끔해서 가독성이 좋고 너무 재밌는데 이야기의 수위가 높아 다음 장을 읽는데 망설이게 되었다.


그럼에도 300쪽이 넘는 분량을 하루, 아니 두 시간 만에 읽게 만든 뛰어난 재미가 소설에 있었다. '고통'이라는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소재로 이렇게 근사한 소설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 이 소설을 읽으며 현실의 고통을 잠시 잊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소설을 읽으며 현실의 고통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낙원은 창백한 손으로
박영 지음 / 은행나무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박영 작가의 장편소설 ≪낙원은 창백한 손으로≫를 읽었다. 경찰 '연우'는 후배 '상혁' 선양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에 긴급 파견된다. 이상한 점은 피해자 '차요한' 원장은 몇 시간 뒤에 연명 치료를 중단할 예정이었다는 것이다. 한편 차요한의 아들 '도진'은 살인 용의자 '유민희'를 변호하라는 협박을 받는다. 그리고 15년 전 있었던 끔찍한 비밀이 하나씩 드러난다.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재밌다'였다. 한순간도 지루해지지 않고 달려나가는 이야기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소설을 읽는다는 것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이야기에 힘이 있고 등장 인물이 잘 빚어지면 어떤 소설이든 커다란 재미를 줄 수 있는 것이다.


소설은 연우와 도진의 시점이 번갈아 진행되며 시간적 배경도 현재와 15년 전을 왔다갔다 한다. 등장 인물도 많고 사건도 복잡한 양상을 띠지만 조잡하지 않고 깔끔하게 모든 것을 정리하는 것도 좋았다.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이 소설을 3년 동안 준비했다고 한다. 확실히 긴 시간 동안 잘 다듬은 이야기였다.


미스터리 소설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정보를 얼마나 공개하냐일 것이다. 깜짝 반전을 위해 너무 적게 밝히면 뜬금없는 이야기가 되고, 그렇다고 해서 너무 많이 알려주면 김새는 결말이 될 것이다. 이 소설은 그 적정선을 기가 막히게 찾아 이야기의 재미도 설득력도 갖추었다.


철없지만 즐거운 학창 시절을 한순간에 악몽으로 만든 사건은 대체 무엇일지, 현재 일어나고 있는 끔찍한 사건의 범인과 동기는 무엇인지 상상하고 또 반전에 당하는 재미가 있었던 소설, ≪낙원은 창백한 손으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