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슈의 발소리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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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라키의 머리를 읽은 지 석 달 만에 사와무라 이치의 신작 젠슈의 발소리를 읽었다. 둘 다 같은 작가의 호러 소설이고 단편집이라는 점에서 너무 빨리 만난 이 작품이 식상하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소설을 읽으며 걱정이 기우였다는 것을 느꼈다.

 

젠슈의 발소리는 작가의 전작보다 훨씬 호러가 강화된 작품이었다. 소설을 읽는 내내 강력한 공포가 작품의 전체 분위기를 휘어잡는다. 첫 번째 이야기 [거울]부터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는데, 결혼식에 간 한 인물이 겪는 끔찍한 이야기다. 현실인지 꿈인지 헷갈리는 가운데 서술되는 이미지가 저절로 상상될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다. 마지막에 나오는 결말까지 완벽한 이야기였다.

 

두 번째 이야기 [우리 마을의 레이코 씨]는 괴담에 관한 이야기다. 초등학생 때 빨간 마스크 괴담을 엄청 무서워했다. 그러다 엄마가 자신이 어렸을 때도 유행했다고 말을 하자 무서움이 조금 줄어들었던 기억이 있다. 레이코 씨 괴담은 빨간 마스크보다 더 충격적인 괴담이었는데 이야기의 전개까지 경악스러웠다.

 

다음 이야기 [요괴는 요괴를 낳는다] 역시 정말 재미있었다. 단편집은 모두 다 재미있기가 쉽지 않은데 이 작품이 정말 드문 경우인 것 같다. 30년 만에 실종된 남편의 쌍둥이 형이 나타나는 이야기인데 요괴보다도 아내가 겪는 일이 더 끔찍한 작품이었다. 역시 진짜 무서운 것은 사람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사와무라 이치를 처음 만난 보기왕이 온다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친구를 만나러 대전역으로 가는 KTX를 타고 있었다. 기차 안에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까먹을 정도로 소설에 몰입했었다. 그 후로도 많은 훌륭한 작품을 낸 작가가 참 대단한 것 같다. 이른 시일 내에 다음 작품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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