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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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 너무 싫다. 피티 선생님은 그동안 수업을 하면서 나보다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운동이 싫은 이유는 간단하다.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스쿼트를 하며 허벅지에 통증을 느끼고 벤치프레스를 하며 가슴이 뻐근해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근육이 생기기 위해서는 고통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 너무나 싫다. 선생님은 자꾸 재밌지 않냐고 강요하지만 한 번도 동의한 적이 없다.


정보라 작가의 장편소설 《고통에 관하여》는 고통을 서로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어떤 이들은 고통을 숭배한다. 고통을 겪고 그것을 극복하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핏 보면 일리가 있는 이야기 같다. 성경에도 비슷한 내용을 본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정도가 심해지며 여러 끔찍한 일들이 일어난다.


또 다른 이들은 고통을 없애야 할 것으로 본다. 수많은 연구를 통해 중독 없이 고통에서 해방되는 일상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여기에는 숨겨진 추악한 비밀이 있다. 이 두 관점에 서 있는 사람들은 어떠한 일을 계기로 한자리에 모이고 그들의 관계가 이리 튀고 저리 튀며 소설을 이끌어간다.


소설을 읽으며 작가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 가늠이 안되어 무서웠다. 소재도 소재지만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이 냉혹하고 과격해서 놀라웠다. 문장 자체는 깔끔해서 가독성이 좋고 너무 재밌는데 이야기의 수위가 높아 다음 장을 읽는데 망설이게 되었다.


그럼에도 300쪽이 넘는 분량을 하루, 아니 두 시간 만에 읽게 만든 뛰어난 재미가 소설에 있었다. '고통'이라는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소재로 이렇게 근사한 소설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 이 소설을 읽으며 현실의 고통을 잠시 잊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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