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성취 고객센터
마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론 작가의 장편소설 소원성취 고객센터를 읽었다. 쏟아져 나오는 힐링 소설이 지겹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는다. 수식어와 장소가 만나는 소설은 거른다는 말도 들었다. 괜스레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비슷한 형식을 지녔어도 저마다 특성을 갖고 있을 것이다. 물론 유행에 편승할 뿐인 함량 미달의 소설도 있겠지만 그동안 읽은 대부분의 힐링 소설은 1인분의 몫을 하고 있었다.

 

소원성취 앱을 만든 '소원'은 과학적으로 힐링을 제공한다. 고객을 직접 만나 이루고 싶은 소원을 듣고 그에 기반하여 핸드폰을 손본다. 새롭게 태어난 핸드폰은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 악플이 두려운 웹 소설 작가는 앱을 통해 순화된 댓글을 읽을 수 있으며, 여기저기 이용당하다 정작 도움이 필요할 때는 의지할 곳이 없는 사람에게는 인간관계를 줄여주는 자동 답장 서비스가 이루어진다.

 

소설을 읽으며 판타지와 현실의 경계 사이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르긴 몰라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과학 기술을 이용하면 소설에 나오는 다양한 기능이 현실에서도 구현 가능할 것 같다가도 어떤 장면을 보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게 이 소설의 매력이기도 한 것 같다. 현실의 쓴맛을 살짝 감춘 채 적당히 달콤한 시럽을 뿌린 것 같았다.

 

뻔하지 않은 전개 또한 이 소설의 장점이다. 위로가 필요한 사람이 소원성취 앱을 깔고 위안을 얻는다는 고루한 전개를 예상한 사람에게 이 작품은 급커브를 안겨준다. 뒤처리는 셀프라는 뒷면의 소개가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고객마다 앱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서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나볼 수 있었다.

 

내가 이루고 싶은 소원은 무엇일까. 지금 생각나는 것은 수면이다. 한 번도 안 깨고 푹 자고 싶다. 이 소원을 말하면 '소원'은 내 핸드폰을 어떻게 고쳐줄까. 자는 동안 어떤 전자파가 내 뇌를 조종해 렘수면을 조절해 주려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주의 속삭임 - 제2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보름달문고 93
하신하 지음, 안경미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로 다른 결의 독창적인 이야기로 만들어진 SF 동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우주의 속삭임 - 제24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보름달문고 93
하신하 지음, 안경미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신하 작가의 소설집 《우주의 속삭임》을 읽었다. 어른보다 훨씬 디지털 세상을 먼저 접하는 아이들이 SF 동화를 읽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총 다섯 가지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이 작품을 읽으며 아이들이 참 좋아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 작품의 특별한 점은 다섯 가지의 SF 이야기가 서로 다른 결을 지녔다는 것이다. 어떤 이야기는 한없이 동화 같다가도 어떤 이야기는 차갑기 그지없다. 머나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과 지금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 같이 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첫 번째 이야기 [반짝이는 별먼지]는 우주 복권에 당첨된 할머니의 이야기다. 전체적으로 현실과 상상의 경계에 묘하게 걸쳐 있는 기분이 들었다. 50년 전에 당첨된 복권의 상품을 드디어 수령하게 된 할머니는 정말 어디로 간 것일까. 반갑게도 책 안에 들어있는 책갈피에도 복권 응모 큐알 코드가 들어있다.


[타보타의 아이들]는 불모지 행성 이끼를 정성껏 키우는 로봇의 이야기다. 영화 <월-E>가 생각나기도 했는데 똑같은 설정에 안주하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 보여서 좋았다. 어떻게 결말을 낼까 궁금했는데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식이라 더 흥미롭게 읽었다.


[들어오지 마시오]는 학교 폭력을 다루고 있어 마음이 조금 아팠다. 소설 속 이야기여도 가슴을 찌르는 것은 마찬가지다. 대신 이야기에서는 무아무아족이 도움을 준다. 귀여운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후반부에 등장하는 액션 장면에는 깜짝 놀랐다.


아이들과 함께 책을 많이 읽고 싶은데, 이 책으로 포문을 열면 어떨까. 상상에 푹 빠져 재밌는 이야깃거리가 나올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안전가옥 오리지널 32
이산화 지음 / 안전가옥 / 2024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산화 작가의 장편소설 《오류가 발생했습니다》를 읽었다. 표지가 상큼하면서도 기괴해서 읽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막상 펼쳐보니 내용은 SF를 제대로 담고 있어서 놀랐지만.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이 작품은 인체를 기계로 개조하는 일이 흔한 시대를 그린다. 더 많은 돈을 벌어 육체를 의체로 바꾸고 싶어 하는 주인공 '도나우벨레'는 조사관이다. 수상한 룸메이트 '할루할로'와 수상한 사건에 얽혀 강제로 모험을 떠나는 내용이다.


하나의 세계관을 창조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그럴듯한 구성과 논리를 지녀야 독자를 설득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소설은 언어조차 달라진 미래를 배경으로 함에도 제대로 된 이야기를 힘 있게 밀어붙이는 것이 좋았다. 미래에서조차 15초 동안 광고를 봐야 한다는 점이 현실적이라 웃기기도 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육신과 영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뇌만 존재하고 나머지는 기계여도 나 자신으로 생각할 수 있는 걸까. 소설 내에서도 의체와 육체를 보는 여러 관점이 있었다. 작가의 말과 부록까지 읽어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세상에 이렇게 많은 디저트가 있는지 몰랐다.


공교롭게도 최근에 본 작품 중 하나와 비슷한 점이 있어서 더 흥미로웠다. 최근에 결이 비슷한 작품을 연달아 보는 경우가 꽤 있다. 지금은 드라마 <살인자ㅇ난감>과 소설 《디렉터스컷》이 그런 느낌을 주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상한 한의원
배명은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배명은 작가의 장편소설 《수상한 한의원》을 읽었다. 잘나가던 한의사 '승범'은 배신을 당해 시골 마을 우화에 쫓겨나듯 온다. 다시 돈을 모아 서울로 올라가려던 욕망과는 달리 첫날부터 맞은편 한약방 주인 '수정'과 한바탕하고, 한의원에는 개미 한 마리 얼씬하지 않는다. 한약방에서 귀신 환자를 고쳐준다는 이야기를 들은 승범은 비밀을 캐러 매일 한약방을 방문한다.


표지와 제목을 본 친구들이 이번엔 한의원이냐고 물었다. 쏟아져 나오는 힐링 소설을 두고 한 말이다. 백화점, 세탁소, 편의점 등 장소로 끝나는 소설에 익숙해진 것이다. 나 역시 이번 작품이 비슷한 결의 소설이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수상한 한의원》은 조금 다른 노선을 택했다. 굳이 꼽자면 《옥토》가 생각난다.


《수상한 한의원》이 기본적으로 힐링의 기운을 뿜고 있고 귀신의 한을 풀어준다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기존의 힐링 소설과 전혀 다르다. 한을 품은 귀신 손님이 한의원을 찾아오고 문제가 해결되며 에피소드가 마무리되지 않는 것이다. 이 작품은 호흡이 훨씬 길고 이야기도 더 복잡하다. 수정과 승범의 관계도 한마디로 딱 잘라 정리하기 어려운 애증이다. 이 모든 것이 새롭고 신선했다.


자로 나눈 듯 인물이 선과 악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이 소설의 특별한 점이다. 모든 인물에 장단점이 있어 이 인물을 응원했다 저 인물을 응원했다 하게 되는 매력이 있다. 돈밖에 모르는 승범과 고집불통의 수정이 어떤 길을 택하는지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결말로 향하는 여정이 조금 편하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부족하지 않은 소설이었다. 이렇게 재밌는 소설은 언제든 환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