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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한의원
배명은 지음 / 텍스티(TXTY) / 2024년 1월
평점 :
배명은 작가의 장편소설 《수상한 한의원》을 읽었다. 잘나가던 한의사 '승범'은 배신을 당해 시골 마을 우화에 쫓겨나듯 온다. 다시 돈을 모아 서울로 올라가려던 욕망과는 달리 첫날부터 맞은편 한약방 주인 '수정'과 한바탕하고, 한의원에는 개미 한 마리 얼씬하지 않는다. 한약방에서 귀신 환자를 고쳐준다는 이야기를 들은 승범은 비밀을 캐러 매일 한약방을 방문한다.
표지와 제목을 본 친구들이 이번엔 한의원이냐고 물었다. 쏟아져 나오는 힐링 소설을 두고 한 말이다. 백화점, 세탁소, 편의점 등 장소로 끝나는 소설에 익숙해진 것이다. 나 역시 이번 작품이 비슷한 결의 소설이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수상한 한의원》은 조금 다른 노선을 택했다. 굳이 꼽자면 《옥토》가 생각난다.
《수상한 한의원》이 기본적으로 힐링의 기운을 뿜고 있고 귀신의 한을 풀어준다는 것은 맞다. 그러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은 기존의 힐링 소설과 전혀 다르다. 한을 품은 귀신 손님이 한의원을 찾아오고 문제가 해결되며 에피소드가 마무리되지 않는 것이다. 이 작품은 호흡이 훨씬 길고 이야기도 더 복잡하다. 수정과 승범의 관계도 한마디로 딱 잘라 정리하기 어려운 애증이다. 이 모든 것이 새롭고 신선했다.
자로 나눈 듯 인물이 선과 악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도 이 소설의 특별한 점이다. 모든 인물에 장단점이 있어 이 인물을 응원했다 저 인물을 응원했다 하게 되는 매력이 있다. 돈밖에 모르는 승범과 고집불통의 수정이 어떤 길을 택하는지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것이다.
결말로 향하는 여정이 조금 편하다는 느낌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부족하지 않은 소설이었다. 이렇게 재밌는 소설은 언제든 환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