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집
기시 유스케 지음 / 창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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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 유스케의 ‘검은 집’을 읽었다. ‘악의 교전’, ‘크림슨의 미궁’에 이어

세 번째로 읽는 그의 작품이다.

우리나라에서 배우 황정민이 나온 영화의 원작이기도 한 ‘검은 집’은

사이코패스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주인공 신지는 보험 회사의 직원으로 한 소년이 자살한 현장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때부터 그의 악몽은 서서히 시작된다.

 

 주변에서 굉장히 무섭다는 말을 들어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사실 초반부에는 어느 정도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지만

무서운 사건은 전혀 일어나지 않아서 도대체 언제 무서워지는 것인지 약간 지쳤었다.

하지만 고모다와 사치코가 나오고 내용이 굉장히 섬뜩해졌다.

사실 요새는 사이코패스가 흔한 소재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드라마나 영화, 책에서 많이 만나볼 수 있다.

그런데 이 책은 1997년에 출간되었음에도 불구하고(그래서 사이코파스라는 용어가 나온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묘사가 섬뜩하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에 거슬리는 자들을 모조리 죽이려고 시도하여 정말 무서웠다.

특히 후반부에는 몰아친다는 표현이 딱 적당할 정도로

죽이려는 자와 죽임을 당할 위험에 처한 자의 사투가 처절했다.

 

 조금 놀라웠던 것은 사이코패스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었다.

개인적으로 사이코패스는 단지 무서운 존재이며

격리시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고 있었는데,

작가는 그러한 생각을 비판하고 있었다.

메구미의 입을 통해서 사람은 처음에는 모두 선한 존재이며,

환경으로 인해 그릇되게 변하는 사람은 있지만, 그 사람의 탓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어떤 생각이 맞는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다른 의견에서도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경험을 가지게 된 것 같다.

한국에서 만들어진 영화도 보고 싶다.

 

P.S. 중학생 때에 학교 도서관에 이 책이 있어서

         50쪽 정도까지 읽다가 지루해서 덮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 끝까지 읽지 않기를 정말 잘한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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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과 다의 환상 - 상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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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의 장편소설 ‘흑과 다의 환상’을 읽었다.

다른 서평에서도 말했지만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몇 번을 읽어도 그녀의 작품을 읽는 것이 참 즐겁다.

‘흑과 다의 환상’ 또한 세 번째로 읽는 것인데 역시나 너무 재미있었다.

 

 대학 동창 리에코, 아키히코, 마키오, 세쓰코 네 명이서 졸업한 후

19년 뒤에 Y섬으로 여행을 하면서 서로의 속마음을 드러낸다.

책은 총 네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으며,

리에코 - 아키히코 - 마키오 - 세쓰코의 입장에서 서술된다.

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는 우선 독자로 하여금

네 명과 같이 여행을 떠난 기분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숲을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네 명의 바로 옆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현실적인 대화들이 이어진다.

비록 한 번도 소설을 써본 적은 없지만, 재미있는 소설이 되려면 흥미로운 소재와 사건과 더불어

그러한 소재와 사건들을 매끄럽게 전해주는 문장들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온다 리쿠는 그러한 점에서 매우 뛰어난 작가이다.

책을 읽는 동안 따분한 느낌을 전혀 주지 않으면서

소설에 몰입하게 만드는 능력이 무척 훌륭한 것 같다.

또한 이 책의 서술자 네 명의 캐릭터를 생생하게 불어넣어서

단지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종잇장처럼 얄팍한 등장인물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면서 매력이 넘치는 인물들을 창조해 내었다.

사실 숲을 걸으면서 서로 다투거나 누군가 사고를 당하는 것 같이 큰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

단지 그들은 이야기를 하면서 때로는 사색에 잠길 뿐인데,

독자로서는 매우 흥미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여행을 하면서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지만

네 사람 사이에는 유리라는 인물의 강력한 그림자가 있다.

온다 리쿠의 전작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에서도 매력적인 인물이었던 유리인데,

그 유리가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리에코는 유리의 가장 친한 친구였고, 마키오는 유리와 연인 관계였으며,

아키히코는 유리의 먼 친척이다.

세쓰코는 유리와 마키오가 싸우고 있을 때를 목격한 인물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었던 유리에 대한 진실은

그 자체로는 대단하다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 진실이 밝혀지기까지의 과정이 무척이나 흥미로워 전혀 아쉽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여행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도 저런 곳에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며 걷고 싶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의 기척이 잘 느껴지지 않는 고요한 숲 속에서 걸으면서 이야기를 한다면

일상에서는 하지 못했던 진솔한 이야기들을 정말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책을 읽으면서 이 작품은 연극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인물도 많이 필요하지 않고, 대사만으로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그녀의 작품 중 ‘불안한 동화’를 읽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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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 저택의 피에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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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편 소설 ‘십자 저택의 피에로’를 읽었다.

십자 저택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

독특하게도 피에로의 시점에서도 이야기가 전개된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일 뿐만 아니라 굉장한 다작을 하는 작가로도 유명하다.

나도 그의 작품을 이번 작품까지 17권 읽었을 정도로 좋아하는 작가라고 할 수 있는데,

많은 작품들을 내다보니 아주 재미있게 읽은 작품, 재미있게 읽은 작품,

재미없지는 않지만 재밌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망설여지는 평작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아쉽게도 이번 ‘십자 저택의 피에로’는 평작의 작품이었던 것 같다.

 

 두 명이 죽는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다양한 동기들을 가지고 있는 저택의 사람들은 의심을 받는다.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있으며, 전형적인 추리 소설을 탈피하기 위해서 피에로의 시점까지 집어넣었다.

범인의 정체와 범행을 저지른 이유도 나름 신선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작가의 초기 작품이라 그런지 아주 만족스럽다고 말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느낌이 있었다.

얼마 전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고작이라고 할 수 있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어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그의 작품 중에서 아주 재미있게 읽은 것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환야’, ‘가면산장 살인사건’, ‘회랑정 살인사건’이며

재미있게 읽은 작품은 ‘레몬’, ‘유성의 인연’, ‘백야행’, ‘옛날에 내가 죽은 집’,

‘방황하는 칼날’, ‘용의자 X의 헌신’, ‘백마산장 살인사건’이다.

‘호숫가 살인사건’, ‘공허한 십자가’, ‘방과 후’, ‘동급생’, ‘탐정클럽’은 나쁘지 않은 정도였다.

아마 ‘몽환화’를 다음으로 읽게 될 것 같은데 재미있는 작품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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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페이스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2
소피 해나 지음, 박수진 옮김 / 레드박스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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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피 해나의 장편 소설 ‘리틀 페이스’를 읽었다.

출산한지 얼마 되지 않은 앨리스가 2시간 동안 외출을 한 사이에 자신의 아이 플로렌스는 없고

다른 아이가 집 안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소재가 매우 흥미로워서 구매한 책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소재의 흥미로움을 끝까지 온전하게 이어가지는 못한 작품이었다.

 

 소설은 플로렌스의 엄마 앨리스의 입장과 경찰 사이먼의 입장에서 번갈아 전개되어 나간다.

둘의 시점이 교대로 나오지만 사이먼은 앨리스보다 더 미래의 시점에서 전개되어서

독특한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이 작품의 소재는 정말 충격적이면서도 흥미롭다.

잠깐 외출한 사이에 아이가 뒤바뀌어 있다는 것을 알면 얼마나 경악스럽고 놀라게 될까.

게다가 남편은 이 아이는 자신들의 아이가 맞다고

정신이 이상해진 것 아니냐고 의심하기까지 하면 정말 미칠 노릇일 것 같다.

하지만 이 충격적인 소재는 상황을 한정시켜버린 단점도 존재했던 것 같다.

아내 앨리스는 이 아이는 절대로 자신의 아이가 아니며 진짜 플로렌스를 찾아달라고 울부짖는다.

남편 데이비드는 앨리스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며

이 아이는 자신의 아이가 틀림없으며 아내가 왜 이렇게 변해 버렸는지

이유를 알지 못하다가 결국 굉장히 이상하고도 불쾌한 행동들을 하게 된다.

서로가 평행선처럼 좁혀지지 않는 의견 차이를 계속 보이다보니

소설은 조금 느슨해지고 긴장감이 줄어들게 되었다.

 

 다행히도 중반부를 지나면서 경찰 사이먼의 수사가 천천히 진상의 퍼즐을 맞추어 나가면서

소설에 집중할 수 있게 하였다.

이윽고 드러나는 반전과 앨리스와 데이비드 중 거짓말을 하고 있는 사람이 연이어 밝혀지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후반부의 반전은 놀라웠고 충분히 인상적이었지만

거짓말을 하고 있는 사람은 예상하지 못했음에도 조금 부족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예전에 보았던 영화 ‘공범’처럼 자신의 아버지가 유괴범인지 아닌지 계속해서 의심하지만

결국 진실이 밝혀지고 나서도 개운한 느낌을 주지 못한 것처럼

이 책 또한 시원한 느낌은 주지 못한 것 같다.

거기다 매끄럽지 않은 번역들이 몇몇 부분에 있어서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480쪽이라는 적지 않은 페이지를 끝까지 읽을 수 있게 하였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지루하지는 않았다.

이 작품은 시리즈의 첫 작품으로 계속해서 다른 작품들도 나왔다고 한다.

사이먼과 찰리가 계속해서 등장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음 작품까지는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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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
온다 리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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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리쿠의 장편소설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를 읽었다.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작가 한 명을 고르라고 한다면

주저 없이 온다 리쿠를 고를 수 있을 정도로 온다 리쿠를 좋아한다.

사실 온다 리쿠는 히가시노 게이고, 미야베 미유키에 밀리지 않을 정도로 많은 작품들이 출간되었지만

대중적인 인지도는 두 작가에 비해 부족하다.

하지만 그녀는 나의 개인적인 취향과 너무나 딱 맞는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는 아주 고마운 작가이다.

온다 리쿠의 작품 중에서 몇 번을 읽어도 질리지 않는,

제일 좋아하는 작품들 중 하나가 바로 ‘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열매’이다.

 

 책은 2월의 마지막 날 기숙학교에 입학하게 된 리세에게

여러 가지 알 수 없는 사건들이 일어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4월에 입학식을 하게 된다고 하지만

이 학교는 왠지 모르게 3월에 입학식을 연다.

책의 등장인물들은 의아해했지만 우리나라는 원래 3월에 입학을 하기 때문에 전혀 위화감이 없었다.

미즈노 리세가 다니는 기숙학교는 흡사 호그와트의 스릴러 버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신비롭고 아름답다.

수업의 질이 뛰어남은 물론이고 자신의 특기와 취미를 위해서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학교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저런 학교에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묘지 팀이 아니라 요람, 양성소 팀으로..

 

 학교의 불안한 분위기, 경악스러운 여러 사건들, 매력적인 캐릭터까지 가득한 이 작품은

작가가 애정을 가지고 썼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탄탄하고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사실 해결되지 않은 의문점이나 설정 상의 구멍은 찾아보면 분명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것을 제치고 책에 흠뻑 빠져들게 할 정도로

훌륭한 스토리텔링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 감탄스럽다.

특히 온다 리쿠의 가장 뛰어난 점 중 하나는 바로 악의를 굉장히 잘 표현한다는 것이다.

각자 이유는 다르겠지만 누군가를 증오하고, 상처 입히고 싶은 마음과

그러한 마음에서 비롯되는 말과 행동들을 섬뜩하며 섬세하게 그려내는 점은

누구도 따라할 수 없을 것이다.

인간의 심리를 드러내는 작품들을 좋아하는 나에게 이보다 더 잘 맞는 작가가 있을까.

하지만 호불호가 분명하게 갈릴 수 있을 만한 작품으로,

후반부의 결말이나 전개 과정이 다소 황당하다고 느끼는 사람들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의 후속 작품은 ‘황혼녘 백합의 뼈’,

그리고 그 후속 작품 ‘장미 속의 뱀’은 아직 연재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장미 속의 뱀’또한 언젠가는 꼭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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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an 2016-02-15 2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애정하는 작가예요. 특히 삼월은 붉은 구렁을, 흑과 다의 환상, 밤의 피크닉을 좋아하죠. 같은 작가를 좋아하신다니 반가와요~~

체리시 2016-02-17 0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세 작품 너무 좋아해요^^ 특히 흑과 다의 환상은 곧 다시 읽을 계획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