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훔치는 도둑
기르답 지음 / 씨엘비북스(CLB BOOKS)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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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르답 작가의 장편소설 꿈 훔치는 도둑을 읽었다. 제목처럼 사람들의 꿈을 훔치는 도둑이 주인공으로, 사람들의 집에 몰래 들어가 이마에 손을 짚고 꿈을 꺼내 유리병에 담고, 수집가에게 팔아 돈을 번다. 그 돈으로 집세와 공과금을 내고 바에서 술을 마신다.

 

도둑은 지금껏 읽은 그 어떤 책보다도 무뚝뚝한 주인공이었다. 아무 관심도, 욕망도 없는 도둑은 오로지 꿈을 훔치고 판다.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도둑에게도 변화의 씨앗이 자라난다.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두 명 생긴 것이다. 한 사람은 어린 꼬마로, 도둑이 훔쳐간 꿈을 돌려달라고 항의하러 왔지만 이내 마음을 열고 도둑에게 관심을 가진다.

 

다른 사람은 젊은 여자로 꿈을 훔쳤다고 하면 화를 내고, 그게 아니더라도 남의 집에 무단침입한 것에 대해 분노하지만 이 여자만은 꿈을 훔쳐가줘서 고맙다는 말을 한다. 그렇게 기묘한 교류가 시작된 도둑에게는 서서히 변화가 나타난다.

 

꿈 훔치는 도둑은 걸으면서도 읽고 싶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책이었다. 도둑의 단조로운 삶이 이토록 재미있을 줄이야. 아쩨사 도둑은 꿈을 훔칠 수 있는 건지, 그리고 왜 꿈을 훔치는 건지 무척이나 궁금했다. 그리고 이 책은 멋지게 그 이유를 밝혀낸다.

 

책을 읽으며 왜 꿈에는 두 가지 뜻이 있는 걸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잠자는 동안 꾸는 꿈과 이상이나 희망 같은 꿈. ‘dream’ゆめ도 마찬가지로 두 뜻 모두 가지고 있다. 현실에서 꿈을 이루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꿈속에서라도 이루라는 뜻으로 같은 단어에 넣어준 것은 아닐까.

 

어쩌면 정말로 꿈은 필요 없는 거라고. 바이올린의 꿈을 기억하는 자는 슬퍼하고, 바이올린의 꿈을 갖지 않는 자는 웃는다고. 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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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산책가
카르스텐 헨 지음, 이나영 옮김 / 그러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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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르스텐 헨의 《책 산책가》는 5월에 읽은 책 중 가장 훌륭했다. 책 산책가 ‘칼 콜호프’가 아홉 살 소녀 ‘샤샤’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칼은 서점에서 단골고객에게 책을 직접 배달해주는 일을 한다. 고객이 부탁한 책도 있고, 취향에 맞게 칼이 엄선한 책도 있다. 나 역시 주위에서 책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꽤 많이 들어봤기에 더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평범한 일상의 행복을 누리고 있던 칼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책방 운영을 이어받은 사장 ‘자비네’가 책 배달 서비스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이다. 또한 책 배달의 여정에 불청객이 함께 하게 된다. 바로 소녀 ‘샤샤’인데, 칼의 무시에도 불구하고 옆에서 끊임없이 말을 걸고 고객을 같이 만난다.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일상에 균열이 일어나자 칼은 혼란스러워한다.


노인과 소녀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너무 좋아하는 픽사 영화 <업>이 생각나기도 했다. 샤샤의 순수함과 당찬 모습이 칼에게 주는 긍정적인 영향을 보는 것이 참 좋았다. 후반부에 샤샤가 등장하지 않는 장면에서 칼에게 완전히 동화되어 도대체 어디 간 것인지 같이 찾아 헤매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칼이 방문하는 고객들도 무척 매력적이다. 칼은 고객에게 비슷한 이미지의 소설 속 캐릭터를 붙여서 부른다. ‘다이시’나 ‘헤라클레스’로 불리는 고객이 등장하는 장면을 읽으며 인물의 모습이나 행동을 상상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누구나 읽으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 작품 《책 산책가》를 자신있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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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 거부자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설흔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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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다섯 생일의 열두 번째 종이 울리면 인생이 결정된다. 미결정 존재인 내가 최후에 내릴 결정을 지겨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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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 거부자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설흔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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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학을 꾸준히 출간하는 곳이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죽이고 싶은 아이, 나로 만든 집을 펴낸 우리 학교에서 이번에 SF 청소년 문학을 가져왔다. 설흔 작가의 결정 거부자. 소설 속 세상은 현실 세계보다 훨씬 차별이 심하다. 모든 사람은 열다섯 생일의 열두 번째 종이 울리면 두 성별 히나와 브로글 중에 하나로 결정되고, 철저히 계급 사회가 펼쳐진다.

 

‘Red Stage’‘Blue Stage’가 번갈아 진행되어 처음에는 어느 하나가 과거의 이야기일까 생각하며 읽었는데, 두 이야기는 같은 주인공을 공유하는 다른 세계다. 최근 많이 볼 수 있는 멀티버스 세계관인 셈이다. 레드 스테이지는 아버지와 피비’, ‘시드니의 관계에 중점을, 블루 스테이지는 지선’, ‘소유의 관계를 다룬다.

 

소설을 읽으면서 어떻게 이런 가혹한 세상을 창조할 생각을 했는지 놀라운 마음이 들었다. 외모와 성별은 물론 직업까지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없는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운이 좋거나 누구든 이용해야 한다. 청소년이 이 소설을 읽고 무엇을 느낄지 궁금했다.

 

히나와 브로글이라는 새로운 이름까지 지어가면서 성별을 만든 이유는 아마도 세계관의 전복을 더 확실히 하기 위함일 것이다. ‘모부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는 가모장 사회, 모든 사람이 원하는 성별은 여성인 히나이며 브로글이 되는 순간 실패자가 되는 설정도 의미심장했다. 다만 이 흥미로운 설정이 조금 더 잘 활용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꿈도 희망도 없는 세계 속 가 마지막에 내릴 선택은 무엇일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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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미궁
전건우 지음 / 북오션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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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을 소재로 활용하는 작품을 좋아한다.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나 <아리스 인 보더랜드>, 영화 <큐브>와 같이 살인 게임을 벌이는 작품을 언제나 기다려 왔다. 소설에는 《크림슨의 미궁》 같은 작품이 있었다. 이번에 읽은 전건우 작가의 《안개 미궁》 역시 목숨을 건 게임 이야기라 흥미가 갔다.


여덟 명이 자신이 왜 여기 있는지도 모른 채 깨어난다. 그리고 알 수 없는 목소리와 함께 죽음의 게임이 시작된다. 게임은 단계별로 나누어져 있고 난이도 역시 정해져 있다. 정말 ‘게임’ 같은 상황 속에서 인물들은 혼란스러워하면서도 살기 위해 뛰어다닌다.


이렇게 게임이 진행되는 한편, 실종된 이들을 찾기 위해 나선 탐정이 있다. ‘도희’는 사건을 파헤치던 중 실종자들이 모두 ‘안개 미궁’이라는 게임과 관련되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아는 사이였던 ‘민욱’ 역시 게임에 참여한 것을 알게 된다. 잔인하고 끔찍한 게임이 진행되면서 동시에 이들을 찾는 과정이 펼쳐지는 전개가 흥미로웠다. 결국 이들이 나중에 어떻게 만나게 될지가 궁금했다.


호러 전문인 작가답게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훌륭한 소설이다. 처음에 이 작품을 읽으면서 비슷한 내용의 이야기가 많이 있기에 확실한 강점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안개 미궁》은 SF 설정을 가져와서 게임의 비현실성을 해결하는 동시에 이 사건의 배후를 더 흥미롭게 만들었다.


귀신이 나오는 소설부터 괴담, 이번에는 스릴러까지 여러 호러 작품을 내주는 전건우 작가가 다음에는 또 어떤 오싹한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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