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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 거부자 ㅣ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설흔 지음 / 우리학교 / 2023년 5월
평점 :
청소년 문학을 꾸준히 출간하는 곳이 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죽이고 싶은 아이》, 《나로 만든 집》을 펴낸 ‘우리 학교’에서 이번에 SF 청소년 문학을 가져왔다. 설흔 작가의 《결정 거부자》다. 소설 속 세상은 현실 세계보다 훨씬 차별이 심하다. 모든 사람은 열다섯 생일의 열두 번째 종이 울리면 두 성별 히나와 브로글 중에 하나로 결정되고, 철저히 계급 사회가 펼쳐진다.
‘Red Stage’와 ‘Blue Stage’가 번갈아 진행되어 처음에는 어느 하나가 과거의 이야기일까 생각하며 읽었는데, 두 이야기는 같은 주인공을 공유하는 다른 세계다. 최근 많이 볼 수 있는 멀티버스 세계관인 셈이다. 레드 스테이지는 아버지와 ‘피비’, ‘시드니’의 관계에 중점을, 블루 스테이지는 ‘나’와 ‘지선’, ‘소유’의 관계를 다룬다.
소설을 읽으면서 어떻게 이런 가혹한 세상을 창조할 생각을 했는지 놀라운 마음이 들었다. 외모와 성별은 물론 직업까지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없는 이 세상에서 ‘잘’ 살아남기 위해서는 운이 좋거나 누구든 이용해야 한다. 청소년이 이 소설을 읽고 무엇을 느낄지 궁금했다.
히나와 브로글이라는 새로운 이름까지 지어가면서 성별을 만든 이유는 아마도 세계관의 전복을 더 확실히 하기 위함일 것이다. ‘모부’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는 가모장 사회, 모든 사람이 원하는 성별은 여성인 히나이며 브로글이 되는 순간 실패자가 되는 설정도 의미심장했다. 다만 이 흥미로운 설정이 조금 더 잘 활용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꿈도 희망도 없는 세계 속 ‘내’가 마지막에 내릴 선택은 무엇일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