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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산책가
카르스텐 헨 지음, 이나영 옮김 / 그러나 / 2023년 4월
평점 :
카르스텐 헨의 《책 산책가》는 5월에 읽은 책 중 가장 훌륭했다. 책 산책가 ‘칼 콜호프’가 아홉 살 소녀 ‘샤샤’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칼은 서점에서 단골고객에게 책을 직접 배달해주는 일을 한다. 고객이 부탁한 책도 있고, 취향에 맞게 칼이 엄선한 책도 있다. 나 역시 주위에서 책을 추천해달라는 부탁을 꽤 많이 들어봤기에 더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평범한 일상의 행복을 누리고 있던 칼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책방 운영을 이어받은 사장 ‘자비네’가 책 배달 서비스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것이다. 또한 책 배달의 여정에 불청객이 함께 하게 된다. 바로 소녀 ‘샤샤’인데, 칼의 무시에도 불구하고 옆에서 끊임없이 말을 걸고 고객을 같이 만난다.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일상에 균열이 일어나자 칼은 혼란스러워한다.
노인과 소녀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너무 좋아하는 픽사 영화 <업>이 생각나기도 했다. 샤샤의 순수함과 당찬 모습이 칼에게 주는 긍정적인 영향을 보는 것이 참 좋았다. 후반부에 샤샤가 등장하지 않는 장면에서 칼에게 완전히 동화되어 도대체 어디 간 것인지 같이 찾아 헤매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칼이 방문하는 고객들도 무척 매력적이다. 칼은 고객에게 비슷한 이미지의 소설 속 캐릭터를 붙여서 부른다. ‘다이시’나 ‘헤라클레스’로 불리는 고객이 등장하는 장면을 읽으며 인물의 모습이나 행동을 상상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누구나 읽으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 작품 《책 산책가》를 자신있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