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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열기
가르도시 피테르 지음, 이재형 옮김 / 무소의뿔 / 2019년 6월
평점 :
우리나라는 반도라서 그런지 유난히 역사적으로 힘든 일을 많이 겪었잖아요. 우리는 일제 강점기도 있었고 6.25도 있었고 강대국 사이에 끼여서 우리만 억울하게 당하고 억압받고 피박 받으며 한 맺힌 역사투성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근데 이 책을 읽어보니 이런 일은 우리만 당했는 게 아니구나 싶네요.
2012년도에 폴란드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그 장소가 주는 무거움과 우울감과 압박감으로 숨을 잘 쉴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니 그런 감정 또한 잊고 지냈었습니다. 이 책을 읽어보니 그때의 감정이 다시 고스란히 살아나는 것 같습니다. 홀로코스트로 죽은 사람들도 많겠지만 살아남은 사람도 이렇게 고통스러운지 몰랐습니다. 살아남아서 다행이지만 사는 것 자체도 고통일 수도 있겠다 싶네요. 책을 읽으니 생존자 중에 가족들이 사망했다는 걸 알고 자살하는 사람도 있는 걸 보니 맘이 더 아프고 짠합니다.
이 책은 홀로코스트 생존자의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입니다. 의사에게 결핵으로 6개월밖에 살지 못한다는 선고를 받은 25살의 젊은이가 역시 같은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117명의 헝가리 아가씨들에게 편지를 보내서 그중에 한 아가씨와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합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 이야기라 내용이 무거울 거라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 잔잔하면서 담담하게 이야기를 그려냈습니다. 중간중간에 생존자들이 수용소에서 겪은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고통을 담담하게 표현해놨습니다.
시한부라는 이야기를 의사에게 들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저 같음 부정하다 억울해하다 울다가 마지막에는 지쳐서 조용히 우울해하면서 주변을 정리할 것 같은데 이 젊은이 미클로스는 다릅니다. 특별합니다. 신붓감을 구하기 위하여 편지를 보내는 것부터 다릅니다. 대단한 것 같습니다. 삶에 대하여 이렇게 강하게 애착하고 열정적일 수 있을까 싶네요. 다 읽고 나니 사랑이란 정말 위대하다 싶네요. 실화라고 하니 더더욱 감동적입니다. 영화로도 만들어진다고 하니 영화도 꼭 보고 싶습니다.
소설이지만 역사적인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실화라 더더욱 감동적인 소설입니다. 요즘같이 더울 땐 어디 나가시는 것보다 이런 감동적인 소설 읽어보시는 게 휴가인 것 같습니다. 휴가철에 한번 읽어보심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