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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머물다 밖으로 나가고 싶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일본 소설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좋아합니다. 한동안 많이 읽었는데요.. 나라마다 특유의 감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 소설은 대국답게 스케일이 크고 황당한 내용이 많고 일본 소설은 아기자기한 맛이 있고 기이하고 기괴한 이야기를 정말 평온하게 풀어내서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에쿠니 가오리 역시 제가 좋아하는 일본 작가입니다. 그녀는 가볍고 깨끗하게 또 덤덤하게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지만 감동도 있고 재미도 있어서 좋아합니다.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작품 [냉정과 열정 사이 Rooso], [도쿄타워]를 저도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작가가 쓴 에세이집이라서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답니다.
이 책은 제가 그동안 제가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생활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누구라도 사람을 좋아하게 된다면 나를 만나지 않을 동안의 그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 사람이 평소에 어떻게 생활하는지가 제일 궁금할 겁니다. 어떤 음식을 먹고 어디를 여행하고 어떤 책을 읽으며 누구를 만나는지 등등이 궁금해지는데 이 책에는 에쿠니 가오리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의 작가고 그녀의 소설을 좋아했을 뿐 좋아한다고 해도 사실 그녀에 대해서 잘 몰랐습니다. 이 책을 읽어보니 그녀가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소설가라 괴팍하고 까탈스러운 생활을 할 줄 알았는데 매일 목욕 2시간을 해야 되고 술을 좋아하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하고 한 번씩 보이는 허당의 모습을 보니 인간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우리가 흔히 알고 지내고 특이해서 좋아하는 아는 언니 같았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책도 소개해 줘서 너무 좋았습니다. 저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와 음식 재료 같은 것도 좋았습니다. 직접 해먹어 보고 싶지는 않지만 좋아하는 음식 만으로도 그 사람을 알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소설처럼 깔끔하고 담백하신 분 같습니다.
에쿠니 가오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면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책 한 권에 자신을 오롯이 다 드러내고 담아내는 게 힘들 건데 이 책을 읽으면 에쿠니 가오리에 대하여 많은 것을 알 수 있고 이 책을 읽고 그녀의 소설을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습니다. 그녀의 말처럼 글을 쓰는 것은 글자라는 구멍으로 자신을 조금씩 밖으로 흘려보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 흘려보내는 것들을 보고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어 조금은 기쁩니다. 그런 기쁨을 다른 분들도 느껴보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