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현대 건축에서의 이분법의 붕괴


1
자율화에서 이분법의 붕괴로

근대 건축이 개념들의 자율화나 영토화를 추구한다면, 현대 건축은 개념들의 용해나 탈영토화를 추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에서 자율화(autonomisation)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가?  - P68

자유 평면, 입면-구조의 자율화

예를 들어 근대 이전의 파사드(façade)와 내부 벽면(paroi)은 기둥이나 벽 같은 구조체의 종속적 요소였다. 코르뷔지에는 자유 평면(plan libre)의 개념에서 구조체로부터 입면과 내부 벽면을 자유롭게 만든다 - P68

더 스테일, 슈뢰더 주택, 리트벨트 의자

(전략). 리트벨트(Geritt Rietvelt)가 설계한 슈뢰더(Schröder) 주택에서의 파사드, 내부 벽면, 기둥은서로 독립되고 각각의 요소들은 각각에 대해서 독립적이다. 건물의 모서리는 벽들에 의해서 닫혀있지 않고 개방된다. 상자 형태의 건물은 미끄러지는 벽면들의 자율성에 의해서 열린다.  - P69

조닝, 기능주의, 보차분리, 주거·노동 분리

(전략). 근대 건축가나 도시계획가들은 생성이나 기능들의 이질적 가능성보다는 각각의 프로그램과 기능들의 자율성과 정체성을 추구하였다고 말할 수 있다. - P70

이분법과 영토화, 자율화에 의해서 근대 건축과 근대 도시론은 필로티를 사용하여 건물을 땅에서 떼어놓는다². 


2 필로티에 의해서 건물과 땅이 분리되는 측면도 있지만, 건물에 의해 분리되었던 두 영역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측면도 있다. 근대 건축의 모든 작업이 분리와 불연속성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 P70

자율화 vs 내재성, 근대건축 vs 현대건축

자율화의 사유는 데카르트적인 합리주의적 분석, 이분법, 코드화, 영토화, 정체성(identité)의 사유와 관련된다. 이것은 쟝르들의 혼합, 탈영토화, 이질성, 내재성, 생성의 사유와는 대립된다.  - P70

콜하스, MVRDV, FOA, 이토, 헤르조그의 예

(전략).
헤르조그와 드 프롱(Herzog & de Meuron), 이토 토요(Ito Toyo)의 건물에서, 하중을 받는 벽과 표피(enveloppe) 사이의 자율적 구분은 사라진다. 헤르조그의 베이징 올림픽 스타디움(2002-2008)에서 하중을 받는 요소(élément portant)와 받쳐지는요소(élément porté)는 하나가 된다. 이토 토요의 토드(Tod) 매장 건물(2002-2004)에서 창틀의 역할을 하는 중첩된 나무 모양은 동시에 구조체의 역할을 한다.  - P71

대립 쌍

(전략). 근대 건축에서는 건축 개념들의 자율화와 영토화에 의해서 건축의 여러 대립쌍들의 분리에 촛점이 맞춰졌고, (후략). - P71

모든 대립 쌍들이 근대 건축의 시대에 개발되거나 형성된 것은 아니며, 어떤 대립쌍들은 최초의 건축에서부터 존재했었다. - P72

2
도시/건축


1) 네트워크, 순환

팀텐팀텐(Team 10)과 메가스트럭춰 운동은 도시 구조의 관점에서 도시와 건축의 연속적인 관계를 찾고자 한다.  - P73

안도 타다오

안도 타다오의 건물들은 팀텐의 도시적 동선과 네트워크와 연관이 있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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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문

‘텍스트힙‘과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의 공존 속,
읽기의 미래를 묻다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말은 오랫동안 출판계와 함께한 수식어다. (중략). 서울국제도서전 입장권이 조기 매진되더니 오픈런은 물론, 인파로 책 구경이 쉽지 않고 인기 굿즈가 동이 났다는 소식이 들렸다. - P7

 출판 종수는 늘었으나 초판 부수는 더 줄어들었고, 재판을 찍는 책도 현격히 줄어들었다. - P8

숫자로 보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2025년11월 발표된 국가데이터처의 「사회조사」에 따르면 1년에 책을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은 전체 인구의 48.7퍼센트, 즉 절반에도 못 미쳤다. - P8

요즘 사람들에게 읽는 행위는 어떤 의미일까? 새로운 매체가 쏟아지는데 책은 언제까지, 어떤 위치로 존재할까? - P9

 독일과 유럽의 사례를 중심으로설명하는 책이지만, 출판·미디어계가 처한 독자 감소에 따른 위기는 한국 현실과 너무 흡사하여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 P10

읽기의 위기는 우리에게 하나의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정말로 스스로 책을 읽고 있는가?"

헤이북스 편집부 - P11

독서의 위기

왜 우리는 더 이상 읽지 않게 되었나?

탄탄한 문해력과 몸에 밴 독서 습관이 기대되는대학에서도 학생들의 텍스트 이해력이 낮아지고 있다는불만이 나온다. 이를 그저 해묵은 불만으로치부할 수는 없다.


‘독서의 위기‘라는 말은 독서 자체만큼이나 오래된 표현이다. (중략). 챗GPT와 대규모 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에 기반한 AI 챗봇이 등장하며 ‘여전히 독서가 필요한가‘ 하는 질문이 전면에 떠오르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 P17

 현재는 충격의 여파가교육 기관과 출판사, 작가 집단에 퍼지고 있으며, 몇 년 사이 위기가 점점 심각해지는 형세이다. 인쇄 매체 발행 부수가 줄고, 도서 시장에서 해마다 고객이 사라진다. 또한 실증 연구에따르면 독해 능력이 감소하고 있다.  - P18

신문 시장의 발행 부수 변화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 P19

특히 미디어 기업 악셀 슈프링어 Axel SpringerSE는 자사 브랜드인 빌트지를 온라인 동영상시장에 안착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 P20

독서의 위기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시간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때가 많다. 지난 10년을 단순히 현재만의 관점으로 관찰한 것인지, 비교대상이 20세기 전반인지 후반인지, 혹은 19세기까지도 해당하는지, 아니면 오직 21세기만이 비교의 대상인지에 따라 또 다른 물음이 생겨난다. - P21

문맹 인구의 숫자나 독서의 양과 질은 단순히 정부의 문화 정책 문제가 아니다. - P21

얼마 전 어김없이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순간 내 입에서 "여러분 중 집에 책장 있는 사람이있어요?"라는 질문이 튀어나왔다. (중략).
이 일화를 뒷받침할 사례는 차고 넘친다. 가구 회사 이케아가 ‘빌리 Billy‘ 책장을 한때 단종시켰거나, 책장이 아닌 장식용 선반으로 사용하도록 디자인을 변경했다고 많은 이가 이야기한다.²


2 빌리는 1978년부터 생산된 이케아의 대표적인 책장 시스템으로, 2018년까지 전 세계에서 7700만 세트가 팔렸다.
이케아는 1990년에 일시적으로 판매 목록에서 빌리를 제외했다가 고객들의 거센 항의에 판매를 재개했고, 1992년에는 디자인 변경으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 P23

취리히의 영문학자인 엘리자베스 브론펜Elisabeth Bronfen은 2023년 여름 스위스 주간지 벨트보헤Weltwoche⁷의 문화면 인터뷰에서 대학생의 독서 행태 변화를심층적 독서와의 작별로 묘사했다.


7) Elisabeth Bronfen, 「Was mich am meistenerstaunt, ist die hartnäckige Fähigkeit, zuverdrängen」,인터뷰어: Florian Keller, "DieWochenzeitung, 2023.08, 23, https://www.woz.ch/2334/elisabeth-bronfen/was-mich-am-meisten erstaunt-ist-die-hartnaeckige-fachigkeit-zu-verdraengen, 접속일: 2025, 01, 20. - P24

독서의 위기와 관련해 실증주의의 권위를내세우며 디지털 뇌사, 주의력 결핍이라는 암,
미디어 치매⁹ 등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우선 제쳐두자.


9) 이런 수사적 표현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문화비관주의 산업이 자리 잡았다. 이와 관련해 독일에서는 만프레드 슈피처 (Manfred Spitzer)가가장 잘 알려져 있으며, 국제적으로는 매리언울프(Maryanne Wolf)나 니콜라스카(NicolasCarr) 같은 작가가 있다. - P25

독서를 관찰하다

읽고 쓰는 순간, 누군가 우리를 관찰하고 있다

읽기와 쓰기에 대한 새로운 관찰 시스템이 탄생했다.
이 시스템은 현재 진행 중인 텍스트 생산 분야 인공지능혁명의 핵심 기반 중 하나이며, 챗GPT를 비롯한대규모 언어 모델은 이를 토대로 한다.


(전략). 학계와 문화면은 독서 행위를 관찰하는거점이며, 변화에 민감하고 방어적으로 반응한다. 독서의 변화에 대한 해답과 전략을 모색하고, 이를 여론과 지원 기관에 제시하는 일은 이들의 존재 이유 중 하나다. - P28

방금 인용한 정의를 내린 이반 일리치 Ivan Illich⁵를 비롯해 (중략). 1991년 일리치는 다음과 같이 썼다. "이제 더 이상 책은 교육체계의 가장 중요한 토대가 아니다. 우리는 교육의 성장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화면이 글자와 지면, 그리고 책 읽기를 대체하고 있다."¹²



5 192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철학자이자 역사학자다. 신학자로 사제 서품을 받고 신부로 생활하다가 1969년 사제직을 버린 이후에는 연구와 저술 활동에 전념했으며 현대문명과 자본주의에 대한 급진적 비판을 담은 다양한 저서를남겼다.
제 1자


12) Ivan Illich, 『Im Weinberg des Textes. Als das Schriftbild der Moderne entstand』, Frankfurt a. M. 1991, 11쪽 - P29

. 지금처럼 많이 쓰고 읽는 시대는 없었다 - P29

또한 모든 소비는 읽기와 쓰기가 연결되어있다. - P30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글이나, 아마존 같은 온라인 쇼핑몰 댓글 창에서는 제품을 미리 경험한 사용자와의 질의응답이 펼쳐진다. 이는 상황에 따른다양한 수준의 글쓰기를 촉발한다.  - P30

이 시스템은 현재 진행 중인 텍스트 생산 분야 인공지능 혁명의 핵심 기반 중하나이며, 챗GPT를 비롯한 대규모 언어 모델은 이를 토대로 한다.  - P31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이 가져온 읽기의 팽창은 주로 짧은 형식에 기반하며,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에 집중된다.  - P31

구조적 관점에서 보면 이는 대화 또는 서신 교환과도 비슷하다.¹⁴


14) 우편을 통한 친밀감 형성의 역사에 대해서는다음을 참조. Bernhard Siegert, 『Relais. Geschickeder Literatur als Epoche der Post 1751-1913』, Berlin 1993. - P32

2010년에서 2020년까지의 10년 동안 소셜미디어는 폭발적으로 팽창했다. 이와 동시에많은 사람이 주목하지는 않았지만 의미 있는 변화도 있었다. - P32

시그널과 텔레그램은 사용자가 통제하는 종단간 암호화E2EE⁶와 휘발성 메시지 기능을 개인정보 보호 도구로 내세웠다. 그리고 ‘아랍의 봄‘과 스노든의 폭로 사건⁷이 암호화와 메시지 접근 권한 통제가 지닌 중요성을 입중했다. 

6 종단간 암호화End-to-End Encryption는 발신자부터 수신자까지 메시지가 암호화되어 전송되는 방식이다. 종단간암호화가 구축되지 않은 경우, 발신자의 메시지는 중간 서버에서 암호화가 해지되어 수신자에게 전달된다.

7 2013년 전직 미국 국가안보국NSA 계약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가디언과 워싱턴포스트 기자에게 미 정부의 전방위적 도청 및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했다. 이를 통해 미국의 정보기관이 천문학적인 양의 전 지구적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며, 미 국가안보국의 도청과 감청 대상에는 동맹국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 등이알려지면서 디지털 시대 정보 권력의 거대한 감시망에 대한우려가 커졌다. 특히 독일 메르켈 총리도 당시 미국 정보기관의 도청 대상이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2014년 독일 연방의회가 조사위원회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 P34

 그렇지만 대다수 사용자는 텔레그램의 보안 약속을 누리지 못한다. 보안 기능을 활성화하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고, 쉽게 찾기 어려운 복잡한 설정을 직접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 P35

2020년대 들어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텔레그램은 비판적 담론부터 음모론에 이르는 광범위한 대안적 정보가 제공되는 정보 시장으로 떠올랐다. - P36

 디지털환경에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글쓰기 행위를 통해 자신을 끊임없이 드러내는 것을 의미한다.  - P36

물론 여기에도 예외가 있다. 학문 및 문학의독서 방식 중 일부는 종이에 흔적을 남긴다. 반면 메신저 메시지를 읽는 행위는 ‘읽고 쓰는 행위‘ 자체를 함께 읽을 수 있는 특징을 지닌다. - P37

오늘날의 메신저 서비스는 기업 내부에서사용하다 외부로 확장된 커뮤니케이션 도구, 그리고 1980년대 말부터 등장한 채팅 프로토콜을 그 기원으로 한다.⁹


9 채팅 프로토콜은 컴퓨터 및 전자 기기 간의 원활한 통신을위해 지키기로 약속한 규약이다. 채팅 프로토콜을 통해 신호처리법, 암호, 인증, 주소 등을 통일해야 서로 다른 기기사이의 통신이 가능하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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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뤼캉 서문

장용순의 책은 위상학, 은유와 생성, 용해와 내재성, 생기론이라는 서로 다른 주제를 통해 건축과 도시론, 그리고 철학을 공명을 일으킨다. (중략). 위상학적 접근은 특히 2차대전 이후의 건축과 도시론에서 커다란 중요성을 차지하고 있다. (후략).
(중략). 마지막으로, 장용순의 연구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젖히고, 이를 통해 새로운 이해를 제공하는 이론적인 구성물임을 밝히고 싶다.


로잔 공과대학 교수
자크 뤼캉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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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지금 정신과 의사를 만나러 가야 해요. 사람들 때문이야. 뭐라고 할 말을 생각해 내야 하는데, 의사가 나를 두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으니 참. 날보고는 그냥 평범한 아이랬어요, 알아요? 내비밀의 껍데기를 하나씩 벗기느라 정신없도록 만들어야 할 텐데." - P44

"정신과 의사는 내가 왜 수풀 속을 돌아다니면서 새들을 보고 나비를 채집하는지 알고 싶어해요. 언제 기회가 있으면 제가 수집한 것 보여 드릴게요." - P45

"(전략). 아저씨는 다른 방화수들과는 달라요. 저는 다른 방화수도 몇 명 알고 있지만 아저씨 같은 사람은 없어요. (중략). 하여튼 아저씨는 방화수라는 직업하고는 좀 맞지가 않아요." - P46

"신경 쓰지 말고 이리 와. 그놈이 자넬 싫어하든 말든, 그거야 그놈의 ‘기능‘일 뿐이잖나. (중략). 전선 몇 가닥에 축전지, 그리고 기계나 전기 장치 덩어리라고." - P50

"내일 기술자를 불러다가 사냥개를 점검해 보라고 하지."
"그놈이 날 위협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달에도 두 번이나 그랬어요."
"점검한다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 P51

"웃기는군! 기술자들의 솜씨일 뿐이잖나. 목표물을 정확하게 맞춰떨어뜨릴 수 있는 사냥이나 마찬가지야. 언제나 명중하는 게 보장되어 있지." - P52

지하철 입구에 들어서면서 몬태그가 말했다.
"클라리세를 알고 지낸 지가 몇 년은 된 것 같아. 이상하지?"
"제가 아저씨를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나는 아저씨한테서 뭘 바라는 게 아니거든요. 우린 그래서 서로를 잘 알고 있는 거지요." - P53

"(전략). 어느 시대든지항상 그랬다고들 말하죠? 삼촌이 그러시는데 그건 틀린 말이래요. 지난 1년 동안 제가 아는 아이 여섯 명이 총에 맞았어요. 자동차 사고로 죽은 아이가 열 명이고. (후략)." - P56

"(전략). 누구든 하는 얘기들은 다 똑같아요. 남들과 다른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어요. 카페에서도 모여 앉았다 하면 그저 농담이나 주고받으며 깔깔거리기 일쑤죠. 똑같은 우스갯소리들만 하고하고 또 해요. (중략). 거기도 전부 다 추상적인 물건들뿐이에요. 지금 있는 것들은 다 그래요. (후략)." - P57

하루 이틀 사흘 나흘 닷새 엿새 이레, 방화서.
"몬태그, 기둥 잡고 오르내리는 게 마치 새가 나무에 오르듯 하는"구먼."
사흘째.
(중략).
닷새 엿새 이레.
그러고 나서 클라리세가 없어졌다. 그날 오후에도 별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언제나 마을 풍경의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그녀가 없어졌다.  - P58

어디선가 라디오 소리가 들려 온다.
"·전쟁은 언제 어느 때라도 선포할 수 있습니다. 우리들은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시커먼 새벽 하늘에 제트기가 요란한 굉음을 끌며 지나갔다.  - P59

몬태그는 자기 손에 든 카드들을 쳐다보았다.
"아아....... 저, 생각을 좀 하고 있었죠. 지난 주에 나갔던 작업 말이에요. 우리가 정리했던 그 사나이의 서재를. 그런데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죠?" - P60

갑자기 더 젊은 목소리가 또렷하게 몬태그에게 얘기하는 듯이 느껴졌다. 그가 입을 열자 클라리세가 말했다.
"방화수나 방화서가 아니라 소방수, 즉 불을 끄러 다니는 것이 일이었다면서요?"
"무슨 뚱딴지같은 소릴!"
스톤맨과 블랙이 업무 지침서를 뽑아 들고 왔다. (중략).

모두들 몬태그를 바라보고 있다. 그는 굳은 듯이 가만히 있었다.
경보가 울렸다.
천장에 매달린 종이 요란하게 자기 몸뚱이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 P63

도시 외곽의 낡은 3층집 한 채를 샅샅이 훑어 내는 것부터 시작했다. (중략).
현관문을 부수고 안으로 뛰어든 그들은 한 늙은 여자를 붙잡았다. 그 여자는 도망치려고도 하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비틀비틀거리고 있었다. - P64

스톤맨은 투덜거리면서 긴급 경보 전화 카드를 꺼내어 뒷면에 갈겨쓴 글을 보았다.

다락방이 수상합니다. 엘름 구역 11번지, E.B.

"이웃에 사는 블레이크 부인이겠구먼." - P65

몬태그가 위태위태하게 낡은 사다리를 타고 다락방을 오르는데 위에서 책들이 분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제기랄! 어째 이 모양이람.  - P65

 오직 물건만, 즉 책들만 처리할 뿐이다. (중략). 저 늙은 여자처럼 비명을 지르거나 반항을 하거나 해서 나중에 양심을 괴롭히는 일도 없다. - P65

그러나 오늘 밤에는 뭔가 어긋났다. 저 늙은 여자가 신성한 의식을 망치고 있다. - P66

"자, 이리 오시지 늙은이!"
여자는 책들 사이에 무릎을 꿇고 앉아 등유에 흠뻑 젖은 가죽 껍데기며 책날개 따위를 어루만지고 있었다.  - P68

비티가 손을 들었다. 손아귀에는 점화기가 쥐어져 있었다.
"이런 집은 법적으로 태워 버리도록 되어 있네. 게다가 이런 경우에 저 미치광이들은 대개 자살하려고 하지. 흔히 있는 일이야." - P68

여자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난 여기 그냥 있고 싶어요."
(중략).
 그녀는 한 손의 손가락을 천천히 폈다. 손바닥에 뭔가 가느다란 물체가 있었다.
부엌에서 주로 쓰는 성냥 한 개비였다.
사나이들은 그걸 보자마자 허겁지겁 집 밖으로 뛰어나갔다. - P69

불꽃은 밤에 봐야만 더 아름답기 때문일까? 더 멋지고 더 장관이기 때문일까? (중략). 몬태그는 겨드랑이에 숨겨 가지고 나온책이 심장처럼 그의 가슴을 쾅쾅 치는 것만 같았다.
"나가요."
여자의 말이 떨어지자 몬태그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 문 쪽으로 갔다. - P70

방화서로 돌아가는 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서로 얼굴을 쳐다보는 사람도 없었다. - P70

(전략).
1분 가량 지난 뒤 밀드레드가 다시 말했다.
"그렇게 가만히 서 있지 마세요."
몬태그가 뭐라고 중얼거렸다.
"예?"
그가 다시 중얼거렸다. 그러면서 엉거주춤 침대로 다가가서는 재빨리 책을 차가운 베개 밑으로 쑤셔 넣었다. 몬태그는 침대 위로 쓰러졌고 밀드레드는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 P73

갑자기 밀드레드가 낯선 여자같이 여겨졌다. 저 여자와 결혼해서 같이 살고 있다니, 믿어지지가 않는다.  - P74

몬태그는 다시 말했다.
"우리가 제일 처음 만나서 서로 알게 된 곳이 어디였지? 그리고 그게 언제였더라?"
(중략).
"기억할 수 없어?"
"너무 오래되었어요."
"10년밖에 안 됐어, 겨우 10년밖에!" - P75

"안타깝네요, 아저씨는 아무하고도 사랑을 하고 있지 않아요."
그래, 틀린 말이 아니었어.
<나와 밀드레드 사이엔 커다란 벽이 가로놓여 있었던 거야 아니, 진짜벽이 가로막고 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셋씩이나!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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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했듯, 컬리의 출발점은 ‘믿을 만한 누군가가 골라준 것을 문 앞까지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 P138

컬리에게 중요한 건 당장 오늘의 매출보다 신뢰를기반으로 오랜 시간 함께하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 P139

고객 신뢰를 브랜드 자산으로 바꾸는 멤버십

2025년 12월, ‘컬리 멤버스‘ 가입자 수는 270만 명을넘어섰다. 2024년 7월 개편한 유료 멤버십은 이후 빠르게 안착했고, 이커머스 시장에서 유료 멤버십 생존이 쉽지 않다는 평가 속에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냈다. - P140

컬리의 유료 멤버십 개편을 리드한 오유미는 2024년 컬리에 합류했다. - P141

고객의 가려운 곳 찾기

(전략). 컬리는 이전에도 유료멤버십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가입자 수가 더디게 증가하고 있었다. 오유미는 문제를 식별하기 위해 우선 포커스 그룹 인터뷰*와 고객 설문조사를 실시해 기존 멤버십에 대한 고객 인식을 파악했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생각보다 더 어지러웠다.

* focus group interview, 비슷한 특성을 가진 여러 소비자를 모아 특정 주제에 대해 토론하게 하는 정성 조사 방식. - P142

고객과 고객의 기대치 정의하기

(전략). 70%가 넘는 컬리의 높은 재구매율이 근거였다. 첫 유입이 100원 딜이나 할인 같은 프로모션을 통해서였더라도, 10명 중 7명이 다시 컬리를 찾았다 -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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