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문
‘텍스트힙‘과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의 공존 속, 읽기의 미래를 묻다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는 말은 오랫동안 출판계와 함께한 수식어다. (중략). 서울국제도서전 입장권이 조기 매진되더니 오픈런은 물론, 인파로 책 구경이 쉽지 않고 인기 굿즈가 동이 났다는 소식이 들렸다. - P7
출판 종수는 늘었으나 초판 부수는 더 줄어들었고, 재판을 찍는 책도 현격히 줄어들었다. - P8
숫자로 보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2025년11월 발표된 국가데이터처의 「사회조사」에 따르면 1년에 책을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은 전체 인구의 48.7퍼센트, 즉 절반에도 못 미쳤다. - P8
요즘 사람들에게 읽는 행위는 어떤 의미일까? 새로운 매체가 쏟아지는데 책은 언제까지, 어떤 위치로 존재할까? - P9
독일과 유럽의 사례를 중심으로설명하는 책이지만, 출판·미디어계가 처한 독자 감소에 따른 위기는 한국 현실과 너무 흡사하여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 P10
읽기의 위기는 우리에게 하나의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정말로 스스로 책을 읽고 있는가?"
헤이북스 편집부 - P11
독서의 위기
왜 우리는 더 이상 읽지 않게 되었나?
탄탄한 문해력과 몸에 밴 독서 습관이 기대되는대학에서도 학생들의 텍스트 이해력이 낮아지고 있다는불만이 나온다. 이를 그저 해묵은 불만으로치부할 수는 없다.
‘독서의 위기‘라는 말은 독서 자체만큼이나 오래된 표현이다. (중략). 챗GPT와 대규모 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에 기반한 AI 챗봇이 등장하며 ‘여전히 독서가 필요한가‘ 하는 질문이 전면에 떠오르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 P17
현재는 충격의 여파가교육 기관과 출판사, 작가 집단에 퍼지고 있으며, 몇 년 사이 위기가 점점 심각해지는 형세이다. 인쇄 매체 발행 부수가 줄고, 도서 시장에서 해마다 고객이 사라진다. 또한 실증 연구에따르면 독해 능력이 감소하고 있다. - P18
신문 시장의 발행 부수 변화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 P19
특히 미디어 기업 악셀 슈프링어 Axel SpringerSE는 자사 브랜드인 빌트지를 온라인 동영상시장에 안착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 P20
독서의 위기에 대한 문제제기에서 시간 기준이 명확하지 않을 때가 많다. 지난 10년을 단순히 현재만의 관점으로 관찰한 것인지, 비교대상이 20세기 전반인지 후반인지, 혹은 19세기까지도 해당하는지, 아니면 오직 21세기만이 비교의 대상인지에 따라 또 다른 물음이 생겨난다. - P21
문맹 인구의 숫자나 독서의 양과 질은 단순히 정부의 문화 정책 문제가 아니다. - P21
얼마 전 어김없이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순간 내 입에서 "여러분 중 집에 책장 있는 사람이있어요?"라는 질문이 튀어나왔다. (중략). 이 일화를 뒷받침할 사례는 차고 넘친다. 가구 회사 이케아가 ‘빌리 Billy‘ 책장을 한때 단종시켰거나, 책장이 아닌 장식용 선반으로 사용하도록 디자인을 변경했다고 많은 이가 이야기한다.²
2 빌리는 1978년부터 생산된 이케아의 대표적인 책장 시스템으로, 2018년까지 전 세계에서 7700만 세트가 팔렸다. 이케아는 1990년에 일시적으로 판매 목록에서 빌리를 제외했다가 고객들의 거센 항의에 판매를 재개했고, 1992년에는 디자인 변경으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 P23
취리히의 영문학자인 엘리자베스 브론펜Elisabeth Bronfen은 2023년 여름 스위스 주간지 벨트보헤Weltwoche⁷의 문화면 인터뷰에서 대학생의 독서 행태 변화를심층적 독서와의 작별로 묘사했다.
7) Elisabeth Bronfen, 「Was mich am meistenerstaunt, ist die hartnäckige Fähigkeit, zuverdrängen」,인터뷰어: Florian Keller, "DieWochenzeitung, 2023.08, 23, https://www.woz.ch/2334/elisabeth-bronfen/was-mich-am-meisten erstaunt-ist-die-hartnaeckige-fachigkeit-zu-verdraengen, 접속일: 2025, 01, 20. - P24
독서의 위기와 관련해 실증주의의 권위를내세우며 디지털 뇌사, 주의력 결핍이라는 암, 미디어 치매⁹ 등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우선 제쳐두자.
9) 이런 수사적 표현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문화비관주의 산업이 자리 잡았다. 이와 관련해 독일에서는 만프레드 슈피처 (Manfred Spitzer)가가장 잘 알려져 있으며, 국제적으로는 매리언울프(Maryanne Wolf)나 니콜라스카(NicolasCarr) 같은 작가가 있다. - P25
독서를 관찰하다
읽고 쓰는 순간, 누군가 우리를 관찰하고 있다
읽기와 쓰기에 대한 새로운 관찰 시스템이 탄생했다. 이 시스템은 현재 진행 중인 텍스트 생산 분야 인공지능혁명의 핵심 기반 중 하나이며, 챗GPT를 비롯한대규모 언어 모델은 이를 토대로 한다.
(전략). 학계와 문화면은 독서 행위를 관찰하는거점이며, 변화에 민감하고 방어적으로 반응한다. 독서의 변화에 대한 해답과 전략을 모색하고, 이를 여론과 지원 기관에 제시하는 일은 이들의 존재 이유 중 하나다. - P28
방금 인용한 정의를 내린 이반 일리치 Ivan Illich⁵를 비롯해 (중략). 1991년 일리치는 다음과 같이 썼다. "이제 더 이상 책은 교육체계의 가장 중요한 토대가 아니다. 우리는 교육의 성장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했다.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화면이 글자와 지면, 그리고 책 읽기를 대체하고 있다."¹²
5 1926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철학자이자 역사학자다. 신학자로 사제 서품을 받고 신부로 생활하다가 1969년 사제직을 버린 이후에는 연구와 저술 활동에 전념했으며 현대문명과 자본주의에 대한 급진적 비판을 담은 다양한 저서를남겼다. 제 1자
12) Ivan Illich, 『Im Weinberg des Textes. Als das Schriftbild der Moderne entstand』, Frankfurt a. M. 1991, 11쪽 - P29
. 지금처럼 많이 쓰고 읽는 시대는 없었다 - P29
또한 모든 소비는 읽기와 쓰기가 연결되어있다. - P30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글이나, 아마존 같은 온라인 쇼핑몰 댓글 창에서는 제품을 미리 경험한 사용자와의 질의응답이 펼쳐진다. 이는 상황에 따른다양한 수준의 글쓰기를 촉발한다. - P30
이 시스템은 현재 진행 중인 텍스트 생산 분야 인공지능 혁명의 핵심 기반 중하나이며, 챗GPT를 비롯한 대규모 언어 모델은 이를 토대로 한다. - P31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이 가져온 읽기의 팽창은 주로 짧은 형식에 기반하며, 사람 사이의 의사소통에 집중된다. - P31
구조적 관점에서 보면 이는 대화 또는 서신 교환과도 비슷하다.¹⁴
14) 우편을 통한 친밀감 형성의 역사에 대해서는다음을 참조. Bernhard Siegert, 『Relais. Geschickeder Literatur als Epoche der Post 1751-1913』, Berlin 1993. - P32
2010년에서 2020년까지의 10년 동안 소셜미디어는 폭발적으로 팽창했다. 이와 동시에많은 사람이 주목하지는 않았지만 의미 있는 변화도 있었다. - P32
시그널과 텔레그램은 사용자가 통제하는 종단간 암호화E2EE⁶와 휘발성 메시지 기능을 개인정보 보호 도구로 내세웠다. 그리고 ‘아랍의 봄‘과 스노든의 폭로 사건⁷이 암호화와 메시지 접근 권한 통제가 지닌 중요성을 입중했다.
6 종단간 암호화End-to-End Encryption는 발신자부터 수신자까지 메시지가 암호화되어 전송되는 방식이다. 종단간암호화가 구축되지 않은 경우, 발신자의 메시지는 중간 서버에서 암호화가 해지되어 수신자에게 전달된다.
7 2013년 전직 미국 국가안보국NSA 계약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이 가디언과 워싱턴포스트 기자에게 미 정부의 전방위적 도청 및 감시 프로그램을 폭로했다. 이를 통해 미국의 정보기관이 천문학적인 양의 전 지구적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며, 미 국가안보국의 도청과 감청 대상에는 동맹국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 등이알려지면서 디지털 시대 정보 권력의 거대한 감시망에 대한우려가 커졌다. 특히 독일 메르켈 총리도 당시 미국 정보기관의 도청 대상이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2014년 독일 연방의회가 조사위원회를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 P34
그렇지만 대다수 사용자는 텔레그램의 보안 약속을 누리지 못한다. 보안 기능을 활성화하려면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하고, 쉽게 찾기 어려운 복잡한 설정을 직접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 P35
2020년대 들어 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텔레그램은 비판적 담론부터 음모론에 이르는 광범위한 대안적 정보가 제공되는 정보 시장으로 떠올랐다. - P36
디지털환경에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글쓰기 행위를 통해 자신을 끊임없이 드러내는 것을 의미한다. - P36
물론 여기에도 예외가 있다. 학문 및 문학의독서 방식 중 일부는 종이에 흔적을 남긴다. 반면 메신저 메시지를 읽는 행위는 ‘읽고 쓰는 행위‘ 자체를 함께 읽을 수 있는 특징을 지닌다. - P37
오늘날의 메신저 서비스는 기업 내부에서사용하다 외부로 확장된 커뮤니케이션 도구, 그리고 1980년대 말부터 등장한 채팅 프로토콜을 그 기원으로 한다.⁹
9 채팅 프로토콜은 컴퓨터 및 전자 기기 간의 원활한 통신을위해 지키기로 약속한 규약이다. 채팅 프로토콜을 통해 신호처리법, 암호, 인증, 주소 등을 통일해야 서로 다른 기기사이의 통신이 가능하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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