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게 아니라, 외교적인 우정이 지닌 한계를 감안할때 핌 부부와 레더러 부부는 훌륭한 4인조였다. (중략). 비와 매그너스는…………… 솔직히 메리는 두 사람이 아주 조금이지만 지나치게 친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끔 했다. - P36

「매그너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중략). 자네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 티켓을 거머쥐게 말이야. 자네처럼 선동적인 연설을 잘하는 사람을본 적이 없거든.」 - P37

매그너스는 양해를 구했다. 매그너스는 누구에게나양해를 구한다. - P37

 그랜트 레더러가 비를 흘깃 보고, 비레더러가 그랜트를 흘깃 보았다. (중략).
경계를 늦춘 그 한순간의 시선으로 두 사람 사이에 무엇이 오간 거지? 매그너스가 정말로 비와 자는 사이인가?  - P38

「그랜트는 카이사르를 찾는 카시우스²야.」

2 카이사르의 암살 음모를 이끈 인물 중 하나. - P38

메리가 기억하기로는 바로 이 순간에, 그러니까 그녀가 여전히 수다를 떨면서 남편의 운이 바뀌기를 간절히바라던 그때에 남편이 식탁 상석의 자기 자리로 돌아가며 손가락 끝으로 맨살이 드러난 그녀의 어깨를 스치는것이 느껴졌다. - P39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여보?」 그녀가 촛대 너머로 남편에게 소리쳤다. 핌 부부는 겁이 날 정도로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므로, 아예 대놓고 질문을 던진것이다. - P40

밤은 시작할 때와 마찬가지로 완벽하게 끝나간다. 현관홀에서 메리와 매그너스는 겉옷을 걸치는 손님들을 도와준다. 손님들이 소매를 한 짝씩 훌륭하게 꿸 때마다, 메리는 평생 남들을 배려해 온 매그너스의 팔이 뻣뻣해지고 손가락 끝이 굽는 것을 알아차린다. - P41

외교관인 핌 부부는 추위를 무시한다. 그런 면은 정말로 영국인답다. - P41

메리는 바지 속에서 손가락을 빼내고, 두 사람은 돌아서서 팔짱을 낀 채 집으로 들어간다. 「무슨 일 있는 건 아니지?」 그녀는 아까 걸려 온 전화를 생각하며 묻는다. 그는 정말 아무 일도 없다고 대답한다. 「당신을 원해.」 - P43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어.」 그녀가 조금 부끄러워하며말한다. 난 이 사람만큼 머리가 빠르지 못해 속상하게시리. 갑자기 끔찍한 생각이 든다. 「설마 당신 해고당한 건아니지? 그녀가 말한다.
매그너스는 고개를 젓는다. 「릭이 죽었어.」 - P45

「그럼 자유라는 건 무슨 말이야?」 메리가 거칠게 소리친다. 자제력이 모두 날아가 버린 탓이다. 「뭐가 자유로운데? 그러고는 아주 분별 있게 울음을 터뜨린다. 두 사람 몫을 혼자 다 할 수 있을 만큼 큰 소리로, 레스보스에서부터 여기까지 따라온 무서운 의문들을 익사시켜 버릴만큼 큰 소리로. - P46

핌은 기운차게 커튼을 닫고 불을 켰다. 더는 노래는 부르지 않았다. 몸이 민첩해진 것 같았다. - P46

핌은 책상으로 다가가 상판을 꺼낸 뒤, 모조 가죽 상판위에 주머니의 물건들을 올려놓고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자신의 신분을 바꾸기 위해 수중의 물건들을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 P49

조용한 교외의 화장터에서, 그는 원래 극소수였을 조문객이 누군가의 감시자들 때문에 부자연스럽게 늘어난것 같다는 의심이 들었다. 그 의심을 증명할 길은 없었다. - P50

사무실 안에서는 회색 옷을 입은 두 남자가 렌터카 계약서를 작성하는 데 시간을 너무 오래 끌고 있었다. 그래도 그는 굴하지 않고 여행가방을 탁송 수하물로 먼저 맡긴 뒤, 지금 들고 있는 이 탑승권으로 세관을 통과해 비위생적인 라운지에 앉아서『타임스』로 얼굴을 가렸다.  - P51

핌은 탑승권을 잘게 찢어 재떨이에 버렸다. 어디까지가계획이고, 어디까지가 임기응변이었을까? (중략). 버스 티켓, 히스발 레딩행. - P52

불꽃이 잦아들자 그는 재를 무너뜨린 뒤 외투를 벗어의자 등받이에 걸었다. 그러곤 서랍장에서 미스 더버가손으로 직접 짠 낡은 카디건을 꺼내 입었다. - P53

갑자기 몸을 움직여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는 불을 끄고 재빨리 미끄러지듯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열어 창밖의 작은 광장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아침을 맞아 점차 깨어나는 창문과 생명체들을 하나씩 차례로 살피면서, 그는 감시자의 흔적을 찾아보았다.  - P53

핌은 커튼을 닫고 다시 불을 켰다. 나의 낮과 밤은 내가정할 거야. 그가 놓아둔 자리에 얌전히 서 있는 서류 가방은 강철 뼈대 때문에 이상할 정도로 뻣뻣했다. - P54

나의 채권자들과 회사의 공동 소유자들에게 럭은 밀린 돈의 처리를 자주 꿈꿨으나 이제는 그가 인정한 유일한 아들이 여기서 단번에 처리해 줄 것이다. - P55

핌은 깊이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뱉었다.
그런 일은 한 번뿐이야. 평생 한 번으로 끝이야. 다시고쳐 쓸 수도 없고, 윤색할 수도 없고, 피할 수도 없어.  - P56

2

어둡고 바람이 휘몰아치는 날이었다, 톰. 이 지역의 안식일이 대개 그렇듯이. 어렸을 때 그런 날씨를 많이 봤는데, 화창한 날은 하나도 기억에 없어.  - P57

나는 말을 하지못하는 태아 스파이로, 자기도 모르게 첫 번째 임무를 수행 중이다. 보통 첩보 작전의 과녁이 될 만한 사람이 없는 곳인데. - P58

하지만 오늘은 뭔가 일이 있는 것 같다. - P58

오렌지색 포스터는 침례교여성 연맹이 독서실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5천 파운드를 모금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그 독서실에서 누구든 책을 읽는 일은 없을 것임을 모두가 알고 있다. 그곳은 집에서 만들어 온 케이크와 콩고의 불결한 아이들 사진을 펼쳐 놓는 장소가 될 것이다. - P59

메이크피스 워터마스터가 직접 설교한다니! 게다가이 사람들은 그 이유를 알고 있다니! - 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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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콩브레


1


오랜 시간* 나는 일찍 잠자리에 들어 왔다. 


* 여기서 ‘오랜 시간‘으로 옮긴 ‘오랫동안(longtemps)‘이라는 부사는 ‘오랜(long)‘과 ‘시간(temps)‘의 합성어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맨 마지막 단락이 ‘시간 속에서(dans le Temps)‘라는 점에서 작품의 의미론적, 순환적 양상과 밀접한관계가 있으며, 또 ‘오랜 시간‘ 다음에 사용된 쉼표가 ‘들어 왔다‘라는 복합과거에 의한 구어체 문장에 문어체 양상을 부여한다는 점에서 프루스트 문장의 특징을 보여 준다. 오랜 시간 불면에 시달리며 잃어버렸던 시간을 풍요롭고 창조적인 시간으로 바꾸는 것, 바로 이것이 이 작품의 주제다. - P15

나는 잠을 자면서도 방금 읽은 책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했는데, 그 생각은 약간 특이한 형태로 나타났다.  - P15

내 눈에 부드럽고도 아늑한 어둠은, 내 정신에는 아무 이유도 없는, 이해할 수 없는, 정말로 모호하기만 한 그 무엇으로 느껴졌다. 
- P16

나는 어린 시절 뺨처럼 팽팽하고 싱그러운 베개에다 뺨을갖다 대었다. 시계를 보려고 성냥을 켰다. 곧 자정이다. - P17

다시 잠이 들었다. 이따금 나는 아주 짧은 순간, 나무 벽판이 규칙적으로 삐꺽대는 소리를 듣거나, 어둠의 만화경을 응시하려고 눈을 뜨거나, 아니면 의식의 일시적인 빛 덕분에 수면을 음미하는 그런 순간에 잠에서 깨어났다. - P17

때로는 아담의 갈비뼈에서 하와가 태어나듯이, 내가 잠자는 동안 한 여인이 잘못 놓인 내 넓적다리에서 태어나기도 했다. 그 여인은 내가 맛보려는 쾌락에 의해 만들어졌는데도, 난 그녀가 내게 쾌락을 준다고 상상했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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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와 칼,
나라 요시토모
Yoshitomo Nara
b.1959

2000년대 초반 중국 미술이 반짝 주목받긴 했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아시아 미술을 대표하는 나라는 일본입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구사마 야요이, 무라카미 다카시, 나라 요시토모는 미술에 관심이 없는 이들이라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만큼 유명하고, 그들의 작품 또한 익숙할 겁니다. - P230

사실적인 그림에 익숙한 이들은 나라 요시토모뿐만 아니라 일본 작가들의 대중문화적 요소가 녹아 있는 그림들을 보면 당혹스러울 겁니다. - P230

아시아 미술시장의 제왕

나라 요시토모의 그림은 2010년대부터 각광받기 시작했습니다. (중략).
그림 속 소녀의 손에 칼은 보이지 않습니다. (중략).
(중략). 그는 2020년대에 들어선 이후에는 독보적으로 일본에서 가장 비싼 작가, 아시아에서도 라이벌이 없는 작가가 됐죠.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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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노엄 촘스키 지음, 구미화 옮김, 조숙환 감수 / 와이즈베리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언어란
무엇인가?


01

내가 이 책에서 전반적으로 다루고자 하는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은 아주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그렇다고 내가 이 질문에 만족스러운 답을 제시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니다. - P41

구체적으로는 갈수록 모호해지는 다음의 세 가지 질문을 살펴볼것이다. ‘언어란 무엇인가?‘ ‘인간의 이해력이 지닌 한계는 무엇인가(만약에 있다면?‘ ‘우리가 추구해야 할 공공선은 어떤 것인가?‘ - P41

다시 언어로 돌아가면, 지난 2,500년 동안 많은 연구가 집중적으로 진행되었음에도 언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을 구하지 못했다. 나중에 몇 가지 중요한 제안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겠지만, 공백으로 남아 있는 답을 채우는 것이 과연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의문이 생길 것이다. - P42

언어의 기본특성과 Iㅡ언어

언어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밝히려고 애쓰는 보다 근본적인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라는 질문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이유다.  - P43

그 현대적 버전은 오늘날 인류 진화 연구를 선도하는 과학자 중 한 명인 이안 태터설Ian Tattersall 이 보여준다. 지금까지 구할 수 있는 과학적 증거를 검토한 그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예전에는 진화와 관련된 증거들로 "우리가 나중에 어떤 모습일지 그 조짐을 일찌감치" 파악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 P44

 그렇다면 ‘언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우리 인간의 근대적인 모습을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태터설은 이 느닷없고 갑작스러운 사건이 아마도 5만~10만년 전이라는 아주 짧은 기간 내 어디쯤에서 벌어졌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 P44

모든 언어는 계층적 구조를 갖는 표현들의 무한집합을 제공하며, 각각의 표현은 두 개의 접합면에서 해석이 된다. - P45

(전략).
그렇다면 최소한, 모든 언어에는 기본특성을 충족시키는 연산과정이 들어 있다. 그 결과 언어에 관한 이론은 그 자체로 생성적인 문법이며, 각각의 언어는 전문 용어로 I-언어라고 하는 것이 된다. 여기서 1‘는 내재적internal, 개인적individual, 내포적intentional이라는 뜻이다. - P45

‘약한 생성‘이라는 개념도 있다. 이미 만들어놓은 일련의 법칙과 유사하게 만들어진 표현들을 가리킨다. 외재적 언어를 의미하는 ‘E-언어‘라는 개념도 있다. - P46

"언어는 유한한 수단의 무한한 활용을 수반한다"

예전에는 ‘언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이렇듯 기본 특성을 무시하는 애매한 답밖에 내놓지 못해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중략). 언어의 진화를 다룬 최신 연구들은 거의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우리는 언어가 소리와 의미를 연결시키는 모든 능력을 가리키며, 그것을 뒷받침하는 하부구조까지도 아우르는 개념이라고 이해한다."⁹

9 Dan Dediu and Stephen C. Levinson, "On the Antiquity of Language: The Reinterpre-tation of Neandertal Linguistic Capacities and Its Consequences," Frontiers in Psy-chology 4, no. 397 (2013): 1-17, doi:10.3389/fpsyg.2013.00397. - P48

훨씬 오래전, 근대 과학이 싹틀 무렵에도 다윈과 휘트니의 생각과 다소 유사한 구상이 엿보였다. 갈릴레오는 "종이 한 장에 적힌 20개글자를 다르게 배열함으로써 ... 자신의 깊은 생각을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할 방법을 찾으려고 꿈꾸었던" 사람의 "숭고한 정신"에 놀라움을 표했다. (후략).¹⁰

10 갈릴레오 갈릴레이, 《대화: 천동설과 지동설 두 체계에 관하여Dialogue Concerning theTwo Chief World Systems》, "첫째 날의 대화" 끝부분.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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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노엄 촘스키 지음, 구미화 옮김, 조숙환 감수 / 와이즈베리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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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다음에, 기본적으로 언어학에 대한 책을 읽은 뒤에 도전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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