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살무사 할멈을 밝혀내기 어렵다면 우리 란포에게 상담해주세요." - P210

"다쿠조 씨는 다케요 씨가 가져온 센차에는 입을 대지 않으신 거죠?"
"네. 그분이 마신 건 요타가 가져온 호지차뿐이랍니다." - P211

다케요 할멈의 뒤쪽 복도에서 다쿠조가 날뛰고 있었다. 마치 바닥이 뜨거운 철판으로 바뀐 것 같았다. 자세히 보니 털이 반쯤 빠진 쥐가 다쿠조의 발밑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 P212

"아, 이런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뚜껑에 손을 대자마자 그렇게 말하고는 부엌으로 돌아갔다. 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붓는 것을 잊은 듯했다.
"우단 차인 교쿠로(그늘에서 재배하는 센차의 일종으로, 고급품으로 여겨진다ー옮긴이)입니다."
30초쯤 후에 돌아와서는 찻잔에 차를 따르고 나나코의 손가에 건넸다. - P213

"오후 11시 40분에 오신 분이죠? 분명 제가 상대했습니다"
손님이 방문한 기록을 적어두는 듯 수첩에 적은 문자 위를 손으로 따라가며 답했다.
"차의 취향을 여쭈었더니 차가우면 뭐든 좋다고 하셔서차가운 센차를 드렸습니다. 가지고 계신 금액이 적었기에남는 방이 없다고 전했더니 10분 정도 만에 돌아가셨어요."
다쿠조에게 들은 이야기와도 어긋나지 않았다. - P214

고메 할멈은 순간 화장을 한 이마에 주름을 잡았지만, "끓는 물에 손가락을 넣어버렸답니다. 정말 부끄럽네요" 하고곧장 손가락을 접어 부어오른 부분을 숨겼다.
그 변명에서는 위화감이 느껴졌다. - P215

"무언가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 연락해주세요."
마지막까지 예의 바른 고메 할멈의 모습에 나나코는 어쩐지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 P215

5


(전략).
세 할멈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다쿠조를 죽인 범인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아마 그녀일 거라는 짐작은 하고 있었다.
명탐정은 아니지만 구로즈카라는 유곽 마을, 혹은 이 마을 여자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같은 생각에 이를 것이다.
하지만 나나코는 도저히 그녀가 살무사 할멈이라고 믿기지 않았다. 아직 설명되지 않은 점도 남아 있다. - P216

나나코는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
오랫동안 잊고 있던 감정,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가슴을가득 채웠다. 이보다 더 잔혹한 일도 많이 봐왔지만, 이 정도로 간담이 서늘해진 것은 오랜만이었다. - P219

그때 문득 악마가 속삭였다. 유녀와 남자들은 불타오르는고부토리 언니에게 정신이 팔렸다. - P219

나나코는 화가 났다. 언제는 도망가라더니 이제는 돌아오라니, 너무 제멋대로 아닌가. - P220

"기노미 거리가 시끄럽다 했더니, 그걸 기회로 도망치려는거군. 약삭빠른 건 좋지만, 어떻게 감시초소를 빠져나갈 셈이지?"
나나코는 제정신을 차렸다. - P221

문득 사면발니라도 발견한 듯한 태도로 노파가 말했다. "그런데 당신, 꽤 훌륭한 게 들러붙어 있네."
순간적으로 거리를 둘러보았다.
인적은 없었다. - P221

낮에 방문한 세 곳의 유곽. 그중 어느 한 곳에서 본 것이어떤 사실을 암시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는.......
안개가 걷히듯 하나의 답이 떠올랐다.
이대로라면 살무사 할멈을 자백으로 몰아넣을 수 있다. - P223

6

(전략).
"네가 혼자서 말하는 걸 봤다는 사람이 많아. 마치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였다던데. 너, 머리를 맞은 탓에 이상한 게 보이는 거 아니야?" - P224

"남천루에는 예쁜 아가씨가 많다며 우리 여주인도 항상 부러워해요. 뭐, 저는 한 명도 본 적 없지만."
그건 마쓰바 할멈이 아니면 말할 수 없는 자조였다. - P226

다케요 할멈의 귀가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 역시 다쿠조에게 이야기를 들은 시점에 추측할 수 있었다. 다케요 할멈이다쿠조에게 낸 센차가 차가웠기 때문이다.
구로즈카에는 손님에게 갓 끓인 센차를 내는 풍습이 있다. - P229

하지만 다쿠조의 이야기를 들은 시점에 이 추리는 그저추측의 영역에 불과했다. 그것이 확신으로 바뀐 것은 진주루에서 다케요 할멈의 이야기를 들은 후 다쿠조가 소란을피웠을 때였다. - P230

(전략).
그렇다면 고메 할멈이 범인일까요? 여기에서 떠올려야 하는 건 역시 살무사 할멈이 내건 예고문이에요." - P231

고메 할멈의 오른손은 집게손가락부터 새끼손가락까지손끝이 붉게 부어 있었다. 본인은 뜨거운 물에 손을 담갔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사람의 손가락은 뜨거운 것을 만지면 곧장 떼어내기 마련이다. 하나둘이라면 몰라도 실수로 네손가락에 화상을 입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다. - P232

. 피부가 가벼운 화상을 입게 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일광화상이다.  - P233

유희인지 푼돈 벌이인지는 모르지만, 고메 할멈은 황홀루에서 일하지 않는 시간에는 얼굴의 화장을 지우고 다도인모자를 쓴 채 길을 걷는 손님에게 점을 치는 일을 했다. - P233

그러면 다시 의문이 떠오른다. 반나절 전 황홀루에서 이야기를 나눈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어째서 점쟁이가 된 고메 할멈은 나나코와 처음 만난 것처럼 행동했을까. - P233

L당연히 그들 대다수는 몸에 결함이 있다.
본인들은 물론, 손님들도 이를 특별한 일로 여기지 않는다.  - P235

"4일 밤, 다쿠조 씨에게 차를 내어준 사람이 한 명 더 있습니다." - P236

다쿠조의사인을 오해한 이유는 또 하나 있다.
눈앞에 나타난 다쿠조의 유령이 자신은 독살당했다고 믿고 있었다는 점이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할까. - P237

"젊은 주인님이 잇폰마쓰 씨에게 차를 내주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사쓰마 순사는 "뭐라고?"라며 눈썹을 모았지만, 거기에서말이 끊겼다. 젊은 주인의 안색이 창백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다. - P239

"범인이 특정 손님을 노리고 독을 먹인다면 그것이 가능한 건 매일 많은 손님에게 차를 내어주는 할멈들뿐이에요. 젊은 주인님은 예고문을 내걺으로써 유곽에서 일하는 할멈들에게 의심이 쏠리게끔 하려 했던 거죠." - P240

7

사람에게 말도 못 거는 유령이 누군가를 저주해서 죽이는것이 가능할까? (중략).
잇폰마쓰 후미히코가 죽은 것이다. - P242

"남천루의 나나카마도 맞지? 살아 있다는 말은 미나토회의 야쿠자에게 시집을 간 건가?"
도키오는 나나코의 온몸을 핥듯이 훑어보고는 오른손의여행 가방에 시선을 고정했다.
"뭐야. 그런 거였어?" - P243

택시를 갈아타고 일곱 시간. 두 개의 현을 넘어선 곳에서두 사람은 마침내 차에서 내렸다.
그곳은 하다카미라는 항구도시였다.
두 사람은 번화가에서 조금 떨어진 공동주택에 방을 얻었다. - P245

하나 신경 쓰이는 것은 살무사 할멈의 정체를 밝혀낸 그날 이후 다쿠조가 갑자기 사라져버렸다는 점이었다. - P247

8

게소자키에 눈이 내린 것은 3년 만이었다. - P255

나는 이 여자를 알고 있다. 불과 몇 달 전까지 어딘가의 유곽에서 일하던 유녀 아닌가
"이 아이, 전에도 구로즈카에 있지 않았어?" - P256

 젊은 여자는 침을 흘리며 의미도 알 수 없는 말을 반복했다. "시로가 내 안에서 죽은 아이의 유령이었다니, 생각지도 못했어."
역시 이 여자, 처음이 아닌 듯하다. - P257

모틸리언의 손목 - P259

0

(전략).
"역시 생각대로야. 손이 있는 걸 보면 분명 근처에 다른 부위도 있을 거야."
시우베라는 ‘어때, 멍텅구리 자식아‘라고 말하고 싶은 표정으로 무릴로를 흘겨본 후, 손목을 보존 수조에 던져 넣었다. 무릴로는 말없이 조종석에 올라탔다. - P263

자신들이 찾는 것은 단순한 시체가 아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광물이 스며들어 뼈의 성분이 치환된 시체, 즉, 화석이다.
물론 아무 화석이나 좋은 것은 아니다. - P264

1

포스타 섬에는 신이 산다.
어릴 때부터 부모와 선생에게 그렇게 배웠다.
무릴로는 더는 아이가 아니다. - P264

지금으로부터 29,976년 전, 고향 섬에서 별을 관측하며 유유자적한 노년을 보내던 우주생물학자 하카 타파리아가포스타 섬에 서식하는 모틸리언을 발견했다. - P265

모틸리언은 언제부터 지구에 살았을까. 어디에서 와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 P265

그 이후 지구는 긴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우주에 자신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조상들은 미지의 생명체에 대한 공포에 시달리며 이 행성에서 고독하게 살아 갈 수밖에 없었다. - P266

"과연 그럴까? 지구에는 단 한 곳, 아직 아무도 드릴을 꽂은 적 없는 숫처녀 같은 땅이 있어."
시우베라는 약방 안을 둘러보며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을확인한 후 말했다. - P267

"포스타 섬은 신의 섬이야. 200년 전부터 출입이 금지된덕에 아직도 모틸리언의 시체가 다수 묻혀 있어."
얼핏 듣기엔 사기로 느껴지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 P268

"포스타 섬은 연맹 보안국의 관리 구역이잖아. 바로 잡혀서 감옥에 가지 않을까?"
"딱히 해안을 지키며 감시하는 건 아니야. 배가 금속 파동센서에 걸릴 가능성은 있지만, 잘 대비하면 문제없어." - P268

"고철 덩어리를 쑤셔 넣은 고래를 배에 싣고 가는 거야. 그리고 해상의 금속 파동 센서가 반응하면 고래를 버리고 도망치는 거지. 멍청한 공무원들은 센서가 고래에 반응했다고 생각하고 빈손으로 기지로 돌아갈 거라고." - P269

"시우베라." 무릴로는 시우베라의 거친 손을 꽉 쥐었다.
"나도 한 번쯤 외계 생명체를 발굴해보고 싶었어." - P269

"오늘은 내가 쏜다! 마음껏 흡입하라고! 뇌가 우주가 될때까지 마음껏 빨아!"
말은 거창했지만, 시우베라가 내놓은 황분은 매춘가의 약방에서도 본 적 없을 정도로 혼합물이 잔뜩 섞인 조악한 물건이었다. - P271

푸자가 수조로 시선을 돌렸다. 어제 발굴한 모틸리언의 작은 손목이 가라앉아 있었다.
"이거, 지하 2체(약 8미터)에 묻혀 있었잖아."
무릴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체‘는 알도 연맹이 제정한 단위 중 하나다. - P273

무릴로 일행이 발견한 모틸리언 화석은 무언가 불행한 사정으로 길거리에서 죽었거나, 혹은 우리 조상의 공격으로 목숨을 잃고 동료들이 장례를 치러줄 수 없었던 자들이라는 말이 된다. 결국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모틸리언이 팔다리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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