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피


배는 마치 누군가가 썩은 이빨로 물고 씹는 것처럼 속이 울렁거리게 끊임없이 흔들렸다. - P12

"물수리다." 페이스는 추워서 이를 딱딱 부딪히면서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페이스의 6살 먹은 동생 하워드가 뒤늦게 몸을 돌리는 바람에 열은 색 몸통에 날개 가장자리만 진한 그 멋진 새는 그만 안개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 P12

"우리 지금 저기 가는 거야?" 하워드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앞에 있는 유령 같은 섬을 바라봤다. - P13

아버지를 볼 때마다 페이스는 항상 두려운 마음과 존경하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 P14

오늘 아버지를 보자 사무치는 연민이 느껴졌다. - P15

머들은 이 좁은 공간에 자신의 짐을 넣으려고 하는 사람은 누구든 막으려고 작은 체구로 버티고 서 있었다. - P15

하워드는 엄마 앞에 서면 수줍어하면서도 엄마를 아주 좋아하고, 페이스도 어렸을 때는 하워드처럼 엄마를 숭배했다.  - P16

올해 들어서 페이스는 그런 엄마에게 익숙해지면서 예전에 품었던 엄마에 대한 환상이 조금씩 깨지고있었다. - P16

"하지만 우리는 왜 가냐고? 아버지는 우리를 중국에 데려가지 않으셨잖아. 인도도 그렇고, 아프리카도 안 갔고, 몬지아에도 안 갔잖아." 마지막 나라는 몽골 발음을 하워드식으로 한 것이다. - P18

"아, 페이스, 넌 정말 얼마나 의지가 되는 딸인지 몰라." 머틀은 애정어린 하지만 한편으로 지친 끝에 체념하고 받아들이는 그런 마조를 페이스에게 지어 보였다. - P19

그러다 어느 일요일에 교회에서 집으로 걸어서 돌아오고 있을 때 갈색 홈부르크 모자(좁은 챙이 말려 있는 남성용 모자-옮긴이)를 쓴 한 남자가 다가와 연신 꾸벅꾸벅 인사를 하면서 자기 소개를 했다.  - P20

. 페이스는 마음속에 수많은 의문을 안고 있있고, 그 의문은 나무상자 속의 뱀처럼 똬리를 튼 채 온몸을 비틀고있었다.

아, 하지만 난 할 수 없어. 절대로 그것에 굴복해선 안돼.

페이스의 마음속에서 그것은 이름 없는 존재였다. - P21

페이스가 가장 저항하기 힘든 건 뜻밖에 생긴 기회였다. - P21

페이스가 난간을 따라 천천히 걷는 동안 보슬비가 우산을 적셨다. 페이스는 자신이 다시 그것에 굴복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 P22

페이스는 아버지와 삼촌을 불과 3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서 들키지 않고 훔쳐볼 수 있는 자리를 상자 두 개 사이에서 찾아냈다. 아버지 몰래 아버지를 보다니 아주 특별한 신성모독처럼 느껴졌다. - P23

2

베인



사기꾼이라니.
비에 젖어 축축한 갑판 위를 걸으면서 멍하니 지나가는 섬들을 바라보는 동안 그 말이 케이스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어떻게 사람들이 아버지를 사기꾼이라고 의심할 수 있지? - P25

삼촌이 손으로 가리켰다.
"저기! 저기가 베인이야."
다가오는 섬은 처음에는 그다지 크지 않아 보였지만 페이스는 곧 그 섬이 가까워지면서 뱃머리가 점점 가늘어지는 배처럼 생긴 걸 알아차렸다. - P26

처음에 페이스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긴 아무도 살지 않는 섬일 거야. 자기가 원해서 사는 섬일 리가 없어. 여기사는 사람들은 분명 세상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일 거야. 오스트레일리아에 있는전과자들처럼 범죄자들이 살고 있을 거야. 그리고 우리처럼 세상에서 도망친 사람들이 살고 있을 것 같아.
우린 도망자들이야. 어쩌면 여기서 영원히 살아야 할지도 몰라. - P26

배가 부둣가에 정박했을 때 빗발이 다시 거세졌다. - P27

클레이는 정중하게 페이스의 아버지와 악수했다.
"그렇습니다. 목사님. 전 베인의 부목사입니다."
페이스는 부목사란 목사가 돌봐야 할 교구가 너무 많거나 일이 너무 많은 목사를 돕기 위해 고용된 일종의 목사보라는 사실을 알고있었다. - P28

페이스 가족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페이스는 확신했다. 교회의 스캔들이 벌써 메인에도 도착했을까? - P28

일꾼들은 크지만 비바람에 시달리고 낡은 마차 지붕에 아주 힘들게 선더리 가의 짐들을 보기 흉할 정도로 높게 쌓아 올린 다음 밧줄로 묶어 고정시켰다. - P29

페이스는 마음속에서 분노와 짜증이 치밀어 올라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그게 뭐 대수인가? 지금 온갖 신문이 우리 가족을 갈기갈기 찢어발기고 있는데, 어머니는 정말 우리가 홀딱 젖으면 사람들이 우릴 더 멸시할 거라고 생각해요?

부목사의 얼굴이 아주 지쳐 보였다. - P32

‘흠, 난 여기 오두막에서 기다리면서 말의 짐을 덜어줘도 괜찮을것 같은데." 마일스 삼촌이 말했다. - P32

"난 내 표본들을 지켜야 해." 에라스무스 목사는 사나운 목소리로 말허리를 잘라버렸다. - P33

목사는 차갑고 냉정한 눈빛으로 식구들을 쓱 훑어봤다. 그의 시선이 머틀과 하워드를 거쳐 페이스에 머물렀다. 페이스는 아버지가 자신의 체중과 중요성을 저울질하고 있는 걸 알아채고 얼굴을 붉혔다. - P33

마일스 삼촌과 클레이가 트렁크와 상자 들을 하나씩 끌고 집 안으로 들어오는 동안 페이스는 무용지물이 된 기분으로 멍하니 빗물이 뚝뚝 떨어지는 보닛(아기들이나 여자들이 쓰던 모자로 끈을 턱 밑에서 묶게 되어 있음-옮긴이)을 흔들었다. - P34

이 상자에 아버지의 개인적인 서류가 다 들어 있었다.  - P34

"비가 좀 그칠 것 같아 보이는데요. 클레이 씨, 절벽 주위를 같이 걸으시겠어요 그 발굴 작업에 대해서 이야기도 해주실 겸?" 마일스 삼촌이 말했다.  - P35

페이스는 편지들에 얼룩이 묻거나 구겨지지 않게 가장자리를 살짝 잡고 봉투에서 하나씩 꺼냈다. 과학 잡지들과 주고받은 편지들. 아버지의 논문을 출판한 출판사들이 보낸 편지들. - P35

 마침내 관심이 가는 편지 하나를 발견했다.

(중략).

그때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서 페이스는 화들짝 놀랐다.
(중략). 페이스는 자신이 편지에 엄지손가락모양의 암묵을 남겼다는 사실을 깨닫고 장악했다. - P36

3

불 코브


마차가 비탈길을 올라가는 동안 페이스는 장갑에 묻은 얼룩을 감추려고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자신이 혐오스러워서 속이 메슥거릴 지경이었다. - P37

아버지에게 적이 있는 게 틀림없어. 누군가 아버지를 파멸시키려는 거야. - P38

"마일스 캐티스톡 씨와 선더리 양인가요? 전 가정부인 제인 벨렛이라고 합니다." 그 부인은 남자 같은 저음의 목소리에, 작고 빈틈없이 보이는 눈이 깐깐해 보였다.  - P39

어머니가 마침내 숨을 돌리기 위해 말을 멈췄을 때 페이스가 물었다.
"아버지는 어디 계세요?"
머들은 지친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버지는 도착하시자마자 식물 표본들을 둘 곳을 찾으러 나가셨다. 온실로는 충분하지 않은 모양이야. 그 식물 때문에 야단법석을 피우면서 폴리(과거 시골 저택에서 정원에 짓던 장식용 건물-옮긴이)에 가신 지 꽤 됐다" - P40

"폴리가 완성되기 전에 돈이 다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러다 전쟁이 끝났고요. 한동안 사과를 넣어두는 창고로 쓰였지만.... 비가 새서. 벨렛 부인이 대답했다.
"식물을 두기엔 특이한 곳이네." 머틀은 생각에 잠겨 혼잣말을 하고 나서 한숨을 쉬었다. - P41

페이스가 달려가서 상자 옆에 쭈그리고 앉아, 상자에 귀를 대고 들어봤다. 상자 속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벨렛 부인, 이 상자를 제 방까지 좀 올려다주시겠어요?" - P42

"자기 전에 우유 술(과거 뜨거운 우유에 맥주나 와인을 섞어 마시던 술-옮긴이)을 갖다줄까요?" 가정부가 물었다. - P42

"아버지가 중국 뱀을 키우시거든요!" 페이스는 서둘러 설명하면서 벨렛 부인의 눈썹이 살짝 올라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고기・・・・・ 신선한 고기 한 조각이면 될 거예요." 페이스는 더듬거리면서 이로써 첫인상을 망쳐놓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 P43

뱀이 죽지 않을 거라는 걸 확인하고 난 후에야 페이스는 장갑에 잉크 얼룩이 묻은 걸 기억해냈다.  - P44

바람이 덧문들과 빗장이 걸린 문을 사정없이 흔들었고, 가끔 때걱거리는 소리 너머로 멀리서 마치 짐승의 목구멍에서 나오는 것 같이 크게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P45

페이스는 마음속으로 아버지에게 말했다. 난 아버지를 믿어요. 다른사람이 뭐라고 하긴 아버지를 믿어요. - P45

문을 열자 작은 옥상 정원이 보였다. 정원의 작은 석관들이 이슬에 젖어 얼룩덜룩했다. - P47

페이스는 옷을 입고 탐험을 계속했다. (중략).
안돼! 그건 포기해야 해.
애써 곧 견진성사를 받을 거라는 생각을 다시 떠올렸지만 그 생각을 하자 평소처럼 두려움이 밀려왔다.  - P47

그렇지만 페이스의 머릿속에서는 불 코브의 이 집에서 뭔가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것 같다고 중얼거리는 사악한 목소리가 들렸다. - P48

목사는 울적한 표정으로 아내를 잠깐 보고 나서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말없이 아침 식사를 계속했다.
마일스 삼촌이 기대에 찬 목소리로 제안했다.
"우리 모두 재클러 박사와 같이 발굴 현장을 보러 가죠. 가족 소풍 삼아서." - P50

잔이 돌아와서 일부러 조신한척하며 빵을 놓은 도마를 내려놓고 다시 나갔다. 1센티미터 두께로 사정없이 썰어놓은 빵은 형편없는 몰골이었다. - P50

머틀은 전에 페이스에게 하인에게 명령을 내리는 적절한 방식이있다고 설명한 적이 있었다. 공손하게 지시를 하기 위해 질문하는 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 P51

하워드가 고집스럽게 왼손을 계속 쓰려고 하자 머틀은 어른들이 그런 습관을 부추기지만 않는다면 걱정할 것 없이 그냥 지나갈 일시적인 변덕이라고 주장했다. - P53

밖에 나온 하워드는 뛰어다니면서 작은 나무 권총을 겨냥해서 집의 2층 창문들을 향해 "빵" 소리를 내며 총을 쐈다. (중략).
누가 그런 하워드를 봤더라면 페이스는 동생이 ‘기운이 다 빠지도록‘ 놀게 했다고 야단을 맞을 것이다. - P5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과거의 경험을 올바르게 해석하자면 토론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잘못된 생각과 관행은 사실과 논쟁 앞에서 점차 그 힘을 잃게 된다. - P50

어떤 사람의 판단이 진실로 믿음직하다고 할 때, 그 믿음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자신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다른 사람의 비판에 늘 귀를 기울이는 데서 비롯된다. - P50

다른 사람의 생각과 자신의 생각을 비교하고 대조하면서 틀린 것은 고치고 부족한 것은 보충하는 일을 의심쩍어 하거나 주저하지 말고 오히려 이를 습관화하는 것이 우리의 판단에 대한 믿음을 튼튼하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이다. - P51

세상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을 믿고 따라도 별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 P51

검증의 문이 열려 있으면 언젠가 우리가 이성을 통해 더 높은 진리에 이르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어도 좋다. - P52

정말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자유 토론의 불가피함을 인정하면서도 어떤 현안에 대해 ‘끝장을 보듯이 철저하게 토론하는것‘ 에는 거부감을 느낀다. - P52

사람들이 무엇인가 의심쩍은 모든 문제에 대해 자유로운 토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 있음을 부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 P52

‘신념이 사라지면서 회의주의에 대한 두려움이 넘쳐나는‘¹³ 시대-사람들이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확신하기보다는 그런 생각 없이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음을 더 확신하는 시대-로 묘사되는 오늘날, (후략).


13) 영국의 사상가 칼라일Thomas Carlyle이 한 말로, 밀은 원문의 ‘그리고and‘를 ‘하지만‘으로 바꿔 쓰고 있다(Gertrude Him-melfarb (ed.), On Liberty를 참조하라]. 밀이 옮긴 대로 하면, "신념은 사라졌지만, 회의주의에 대한 두려움이 넘쳐나는 이 되기 때문에 논리가 어색하다. - P53

(전략). 따라서 나쁜 인간들을 윽박지르고못된 짓을 하지 못하게 가로막는 것은 전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다.  - P53

이런 발상을 따르게 되면, 어떤 주장이 진리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그것이 유용하냐 아니냐를 기준으로 토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 정당화된다.  - P53

어떤 한 명제가 바람직한것인지 여부를 알고 싶을 때, 그것이 진리인지 아닌지를 제쳐두고 판단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 P54

그러나 중요한 문제일수록 한쪽 면에만 치우쳐 논의하면 그것이 얼마나 유용한지 정확하게 따져볼 수 없다. - P55

법이나 대중의 정서가 어떤 한 의견의 옳고 그름에 대해 따져보는것을 허용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그것의 유용성을 부인하는것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 P55

더 들어볼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어떤 주장을 공론에 부치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것이 얼마나 나쁜 결과를 낳는지 분명히 보여주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사례를 분석하는 것이 좋다. - P55

우리는 이런 생생한 사례, 즉 법을내세워 인류가 자랑스러워해야 마땅할 훌륭한 사람들과 아주 소중한 주장들을 박해하는 경우들을 볼 수 있다. 그렇게 박해를 받은 사람들에게는 개탄스러운 일이지만, 이런 시도는 놀랄 만한 성공을 거두곤 했다. - P57

 인간은 때로 거짓에 대해서 무섭게 빠져드는데, 진리를 향한 열정이 이것보다 더 뜨겁다고할 수도 없다. - P65

오늘날 과거의 해악을 재연하려는 시도가 새로운 이익을 구하려는 시도만큼이나 우리의 조용한 일상을 뒤흔들고 있다. - P68

대중의 마음이 관용과 아주 동떨어진 곳에서는-영국의 중산층은 늘 이런 성향이 강하다-그저 조금만 부추겨도, 박해받아야 마땅한 대상이라고 확신하는 사람들에게 실제로 박해를 가하게 된다.³⁰



30) (저지주) 오도된 사명감에 사로잡힌 사람이 박해에 앞장을 서게되면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1857년 영국 동인도회사의 인도인 용병인 세포이가 영국 식민 지배에 저항해 일으킨 항쟁의 경우, 영국 국민들의 국민성 가운데 가장 나쁜 부분이 함께 뒤섞여 표출되었다. 광신자들의 소행이나 교회의협잡꾼들에 대해서는 구태여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런데 저(低)교회파 Evangelical Party, Low Church [영국 국교회, 즉성공회 안의 자유주의적 ·프로테스탄트적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 전개한 교회 운동으로, 고(高)교회, 광교회 노선과 대비된다. 복음주의를 내세워 주교직, 사제직, 성사(聖事) 등을 가벼이 여겼다-옮긴이)의 지도자들은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들을 겨냥해서, 성서를 가르치지 않는 학교에는 일절 공공 자금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실제 그리스도교 신자이거나 적어도 겉으로라도 교회를 다니는 척하는 사람이 아니면 그 누구도 공공기관에 취직할 수 없음을 뜻한다. 국무차관이라는 사람은 1857년11월 12일 자신의 선거구 주민들을 상대로 행한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영국 정부가 ‘그들의 신앙 (수억에 이르는 영국 신민들의 신앙과 그들이 종교라고 부르는 미신‘ 에 대해 관용을 베푼 것이 영국의 이름을 드높이는 것을 가로막았고 그리스도교의 영광된 전파 방해했다.………관용은 우리나라가 종교의 자유를 발전시키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다. 그러나 그들이 관용이라는 신성한 이름을 함부로 남용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그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관용은 동일한 원천을 경배하는 그리스도교인들 모두에게 완전한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한 권능을 믿는 모든 그리스도교 교파와 종파에게 관용을 베푸는 것이다. 나는 언젠가 자유주의 정권에서 고위 관직을 차지할 것이 분명한 이런 양반이 그리스도의 신성을 믿지 않는 사람에게는 관용의 문을 열 수 없다며 독선을 고집하고 있는 사실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런 바보 같은 짓이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데, 종교적 박해는 이제 완전히 사라졌고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없다고 한다면 어느 누가 그 말을 믿겠는가? - P68

(전략). 그런 의견이 활활 불길을 토해내듯이 진리 또는 거짓 믿음을 앞세워 인간 사회의 근본 문제에 대해 획기적인 답을 제시해주는 경우는 결코 없다. - P70

이단자들에게 이렇게 침묵을 강요하는 것이 그렇게 나쁘지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런 일이 생기다보면 무엇보다도 이단들이 제기하는 문제에 대해 공정하고 엄밀한 토론을 하는것이 불가능해진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 P71

. 전도유망한 지성인들이 소심해져서, 비종교적또는 비도덕적이라는 평가를 받을까 두려워하여 용감하고 씩씩하게 독립적인 생각의 날개를 펼칠 엄두를 못 내게 될 때, 도대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어떻게 되겠는가? - P71

사상가라면 모름지기 결론이 어떻게 나든 자신의 논리를 끝까지 따라가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결코 위대한 인물이 될 수없다. - P72

. 정신적인 노예 상태가 일반화된 곳에서도 몇몇 위대한 사상가들이 태어났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곳에서는 사람들이 결코 지적으로 활발하지 못했다. 또 앞으로도 그럴 수 없을 것이다. - P72

고집 센 사람들은 자기 생각이 틀릴 수 있음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사람도, 비록 자기 생각이 옳다 하더라도 충분히 자주 그리고 기탄없이 토론을 벌이지 않을 경우 그것은 살아 있는 진리가 아니라 죽은 독단이 되고 만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 P73

지성을 단련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변수를 꼽으라면 단연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의 근거를 학습하는 것이다. - P75

수학의 진리는 특이한 성질을 지닌 까닭에 모든 주장이 한쪽으로 쏠린다. 그 결과, 반대가 없고 또 반대에대해 대답할 필요도 없다. - P75

문제가 되는 주장을 지지하는 논거의 4분의 3은 자신과 입장이 다른 의견을 비판하는 데 집중된다. 한 사람³⁴에 다음으로 고대의 가장 위대한 웅변가라고 할 수 있는 키케로Marcus Tullius Cicero³⁵는 자기 문제에 대해 아는 것만큼이나(그 이상은 아닐지라도) 자신과 입장이 다른 사람의 주장을 이해하는 데도 힘을 기울였다는 기록을 남기고 있다.

34) 고대 그리스 최고의 웅변가로 꼽히는 데모스테네스(Demosthenes,기원전 384~기원전 322)를 말한다.

35) 키케로는 고대 로마의 정치가이자 철학자, 변론가(기원전 106~기원전 43)다. 수사학의 대가로 고전 라틴 산문의 창조자이면서완성자로 불린다. - P246

문제가 되는 것의 진실을 가려내기 위해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대하는 진리를 결코얻을 수 없다.  - P77

. 진리는 세상의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 P78

일반 시민은 모르지만 적어도 이러한 어려움을 해결해야 하는 철학자나 신학자들은 문제의 핵심에 대해 소상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 P79

기존의 주장이 사실일 경우 그에 대해 자유 토론을 하지 않음으로써 생기는 부작용이 그저 사람들이 그 주장의 근거에대해 잘 모르게 되는 것뿐이라면, 자유 토론을 하지 않는 것이 지적 측면에서는 어떨지 몰라도 도덕적으로는 크게 해를 주지 않을 수도 있다. - P80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세상을 향해 자신을 변호하든가 아니면 세상을 자기 쪽으로 끌어오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대신, 마지못해 묵인하는 쪽으로 기울면서 할 수만 있다면 반대쪽 주장에귀를 막는다. 또는 그 어떤 상대에 대해서건 (이견을 가진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싸움거는 일을 하지 않는다. - P82

사람의 마음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강력한 충격을 주리라기대되던 교리들이 상상과 감정 또는 지성 속에서 꽃을 피우지 못한 채 죽어버린 믿음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있다.  - P82

물론 초기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그렇지 않았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만일 그들도 그렇게 행동했더라면, 그리스도교가 멸시받는 유대인들의 이름 없는 한 교파에서 벗어나 로마 제국의 종교로까지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 P85

일반적으로 말해서 이런 현상은 전통적인 모든 교리들, 즉도덕이나 종교는 물론이고 인생에 관한 지식이나 지혜를 담고있는 것들에서도 똑같이 발견된다. - P86

내 말은 그런 것이 아니다. 인간의 역사가 발전하면서 더 이상 논쟁과 의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 이론은 당연히 늘어날 것이다. 그리고 의심할 여지가 없는 진리가 얼마나 많은가에 따라 인간의 행복이 결정된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 P88

 우리는 우리와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에게 설명을 하거나 아니면 그들의 입장이 잘못되었다고 비판하는 과정에서 어떤 한 진리에 대해 더 생생하고 깊이 이해하게된다. - P88

변증법은 어떤 문제에 대해 그 본질은 모른 채 그저 상식적인 수준의 지식만 반복하는 사람들에게, 본인은 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정확한 의미를 모른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나아가 스스로의 무지를 깨달은 뒤 그 의미와 논거를 확실하게 파악한 바탕 위에서 굳건한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고안된 최상의 기법이었다. - P89

 오늘날에는 긍정적인 진리를 찾아내기보다는 이론상의 약점이나 실천상의 과오만 지적하는 부정적 논리를 좋지 않게 보는 것이 하나의 시대적 조류가 되고 있다. - P90

(전략). 이런 부정적 비판은 정말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고, 한번 없어지고 나면 복구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 P90

다양한 견해들이 우리에게 이득을 주는(인류가 현재로서는 까마득히 먼 미래의 일로 보이는 그런 높은 지적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는 계속 그러할 것이다) 중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를 아직 이야기하지 못했다. - P91

 새로운 진리에 대한 욕구가 더 커지고 그것이 시대의 필요에 더 잘 부응한다면, 그것이 바로 개선인 것이다. - P92

18세기의 배운 사람들 거의 대부분, 그리고 그들에 의해 이끌려가는 배우지 못한 사람들 모두는 이른바 문명이라는 것, 그리고 근대 과학, 문학 및 철학의 위용에 흠뻑 빠져 있었다. - P93

그러나 루소의 역설³⁸은 일방적인 의견을가진 대중에게 자기 성찰의 기회를 주고 그들의 생각이 보다나은 형태로 재구성되며, 새로운 힘을 얻게 해준다.

38) 흔히 루소의 역설하면, 그의 《사회계약론Du Contrat Social ow Principes du droit politigue》에 나오는 유명한 말인 "강제로 자유롭게 된다"를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이 말하는 루소의 역설은 "문명이 인간을 타락시키기 때문에 자연 상태의 인간이 더 우월하다"는 주장을 지칭한다[Gertrude Himmelfarb(ed.).
On Liberty). - P93

정치에서도 정당들이 무엇은 바꾸고 무엇은 지켜야 한다는 분명한 판단 아래 질서와 진보를 모두 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정신적인 그릇이 커질 때까지는 질서 또는 안정을 추구하는 정당과 진보 또는 개혁을 주장하는 정당 둘 다 있는 것이 건전한 정치적 삶을 위해 중요하다는 생각이 거의 상식이 되다시피 하고 있다. - P94

. 나는 영국에서는 이런 주제 대부분에 대해 생각이다르다고 해서 억압하는 일이 없음을 잘 안다. 관용의 폭이과거보다 몇 배나 더 넓어진 것이 사실이다. - P95

다음과 같은 반론을 제기할 수도 있다. "통설 가운데 어떤것, 특히 최고, 가장 중요한 주제에 관한 것들은 절반 이상의진리를 담고 있다. (후략)." - P95

그러나 나는 이런 결점들이 어떤 형태나 모양을 띠든 그리스도교 윤리 그 자체에 불가피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 - P99

나는 있을 법한 모든 의견에 대해 아무런 제한 없이 자유롭게 토론을 벌인다고 해서 종교적 또는 철학적 분파주의의 해독을 제거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지 않는다. - P101

나는 아무리 자유 토론을 허용하더라도 사람의 생각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 P1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손승현은 그 무렵 컬리에 MD로 합류했다. (중략). 점심시간에 밥 한 끼 먹으러 갈 식당을 고를 때도 가격부터 맛, 상차림 구색까지 하나하나 꼼꼼히 따졌다.  - P75

당시 김슬아는 손승현처럼 MD 경력은 없지만, 먹는 것에 진심인 사람들을 모으고 있었다. - P72

손승현에게는 딸기와 무화과가 특히 그랬다. 쉽게 무르는 탓에 오프라인에서도 팔기 까다로운 상품들이었다. 지금이야 온라인에서 딸기를 주문하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당시에는 직배송을 제외하고 집 앞까지 배달해주는 플랫폼은 거의 없었다. - P76

문제는 두 가지였다. 배송 중 충격을 피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딸기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 P77

시행착오 끝에 그는 딸기를 1단으로 포장하는 아이디어를냈다. 이후 농가와 함께 달걀 케이스처럼 구획을 조금더 확실히 구분한 포장 케이스를 만들어 선보이기도 했다. (전반적인 상품 포장 기술이 좋아져 현재는 이 포장 방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 P77

결국 컬리는 무화과를 ‘하루살이‘ 상품으로 팔기로결정했다. 하루살이 상품은 고객에게 딱 하루만 판매하는 상품을 말한다. 컬리에는 무화과 같은 극신선 과일과 식빵, 해산물, 반찬류 등을 포함해 약 1,000종의 하루살이 상품이 있다. - P78

이유는 간단하다.
품질이 가장 좋을 때만 판매하겠다는 것. 하루 안에 안 팔리면 전량 폐기. - P78

‘어려운 것부터 하기‘는 단지 차별화만을 위해서가아니다. 많은 수고로움 때문에 누구도 나서서 하지 않는일을 해내는 브랜드를 만날 때 고객은 브랜드의 진정성에 신뢰를 느낀다.  - P79

반 발짝 앞선 제안이 브랜드를 만든다


우리나라 시장에서 어떤 채소가 가장 높은 값을 받을까? 의외로 생김새가 예쁜 채소다. 크기가 균일하고, 흠집이 없는 채소 말이다. - P80

2023년 초, 양파와 무 같은 채소 가격이 모두 전년대비 크게 상승했다. 그리고 같은 해 6월 손승현은 마침내 ‘제각각‘ 채소 시리즈를 선보였다. ‘못났다‘, ‘못생겼다‘라는 말을 쓰고 싶지 않아 팀원들과 논의한 끝에 ‘제각각‘이라는 발음도 쉽고 의미도 좋은 이름을 붙였다. - P81

컬리의 기획은 이미 있는 트렌드에 올라타는 것이아니라, 편견을 깨고 기준을 먼저 제안해 이끈다는 점이 눈에 띈다.  - P82

컬리다운 고객을 모으는 컬리의 기획


2010년대 들어 유배우자 가구 가운데 맞벌이 가구 비율은 40% 중반대를 유지하며 꾸준히 증가했다. 2018년 46%였던 비율은 2023년 48.2%까지 올라섰다.  - P83

수요자 중심 서비스는 ‘아보카도 한 개‘를 전달하는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중략). 아보카도는 먹고 싶은데 한 망을 구매하자니 너무 많아구매하지 않거나 사더라도 다 먹지 못하고 버리곤 하는 1~2인 가구의 불편을 해결하기 위한 기획이다. - P84

고객의 취향을 확대하는 상품 기획

고객을 알아야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안할 수 있다. 컬리는 처음부터 예상 고객을 정의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김슬아 그 자신이 곧 컬리가 찾는 고객이었기 때문이다. - P87

그 확신을 기반으로 일상의 미식을 풍성하게 해줄 큐레이션을 본격화했다. 대표적인 카테고리가 치즈다. 김슬아는 "밥보다 치즈를 많이 먹는다."라고 말할 정도로 치즈를 유난히 좋아한다. - P87

피자용 모차렐라 치즈나 네모난 슬라이스 치즈에 익숙한 소비자에게 브리, 카망베르 같은 치즈는 무척이나 낯선 영역이었다. 
- P88

(전략).

이 전략은 치즈에만 머물지 않았다. 발사믹 식초, 베이비 채소, 특수 부위 고기까지 같은 방식으로 고객의 미식 경험을 넓혀갔다. 그로서리팀 MD 박태경은 8년에걸쳐 발사믹 카테고리를 설계했다. - P90

VOC는 컴플레인이 아니라 단서다

컬리 슬랙에서는 최고 경영 책임자 김슬아부터 입사 한 달 차인 인턴까지, 그야말로 모든 구성원이 고객의 불편과 요청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보통의 회사에서는 고객서비스팀이 담당하는 VOC*가 컬리에서는 MD부터 마케터, 물류 담당자, 프로덕트 개발자까지 모든 구성원에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기회가 된다.



* Voice of Customers, 고객의 목소리. - P91

고객의 니즈가 분명히 존재하는데도 왜 다른 회사들은 이런 제품을 만들지 못할까.  - P94

고객의 목소리를 끝까지 파고들어야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보이고, 그에 맞는 상품을 설계할 수 있다. - P94

확장하되, 무너지지 않는 기준


컬리의 사업 규모가 확대될수록 컬리의 고객 구성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중략).
컬리는 매스 마켓 고객*의 니즈를 품을 때가 왔다고 판단했다. 

*mass market customer, 특정 타깃 시장이 아니라, 대중 시장을 이루는 일반 소비자층 - P97

그렇게 컬리는 신라면도 팔고 진라면도 파는 플랫폼이 됐다. 그로 인해 매스 마켓 고객의 만족도가 높아졌고, 바스켓 사이즈*도 꾸준히 커졌다.


*basket size, 고객이 한 번의 구매에서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하는 평균 금액 또는 상품 수 - P99

그 결과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졌다. 한때는 "없는게 너무 많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지만, 상품이 점차 보완되면서 이런 불만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 P100

두바이 초콜릿이 한창 유행 가도를 달릴 때, 컬리의 상품위원회에도 두바이 초콜릿이 올라왔다. 하지만 컬리는 두바이 초콜릿을 팔거나 광고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 P100

데이터로 ‘사게 하라‘


컬리는 꾸준히 고객을 관찰하고 시장의 흐름을 읽어왔다. 고객의 목소리에서 단서를 찾아 상품을 기획하고,
그에 맞는 마케팅과 광고로 고객과 만났다.  - P113

MD가 상품을 만들어내는 사람, 즉 생산자라면 온사이트 마케터는 고객에게 말을 거는 큐레이터인 셈이다. 이들은 유저 데이터를 기반으로 ‘오늘 어떤 상품을전면에 내세울 것인가?‘, ‘오늘 어떤 스토리를 소개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 P114

온사이트 마케팅팀은 여느 회사에서나 흔히 볼 수있는 부서가 아니다. 컬리에서는 큐레이션이 특히 중요하기 때문에 프로모션 마케팅팀에서 하던 일을 분리해 온사이트 마케팅팀을 별도의 조직으로 구성했다.  - P115

감과 메시지 중심의 마케팅은 끝났다


이제 마케팅은 ‘느낌‘이 아니라 ‘해석과 실험‘의 영역이다. 온라인 환경에서는 한 명의 유저에게서도 수십, 수백 개의 데이터 포인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 P116

물류는 거절하지 않는다:
마감 대신 ‘연결‘하는 방법

좋은 상품과 광고가 고객을 불러온다면, 물류는 고객과의 약속을 현실로 만드는 일을 한다. - P119

고객이 주문한 상품이 제대로 포장되어 정확히 배송되게 하는 모든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고객 불만에 응대하고 내부 개선으로 연결하는 전체 사이클을 총괄하는 허태영은 물류를 ‘고객 경험 극대화‘와 ‘효율성‘이라는 두 가지 핵심 축으로 바라본다.  - P120

실제 수요와 예측 사이, 그 아슬한 줄다리기


(전략).
물류 업계에는 "수요 예측은 신의 영역이다."라는 말이 있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예측의 정확도가 아무리 높아져도, 여전히 헤아리기 힘든 현실의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 P121

컨티뉴이티와 익스텐션을 도입한 이후, 주문 시간과관련된 고객 불만은 눈에 띄게 줄었다. 수요를 예측하고 준비해야 한다는 물류 현장의 부담도 한층 가벼워졌다. - P123

‘비용‘은 ‘고객 경험을 우선할 수 없다


컬리 운영의 방향은 언제나 고객을 향한다. 여느 회사가 고객 만족과 비용 사이에서 그때그때 우선순위를 고민하는 것과 달리, 컬리에서 고객 경험은 가장 우선적으로 충족해야 하는, 모든 결정의 전제 조건이다. - P123

 대표적인 것이 상품의 파손이다. - P124

컬리는 자체적인 방식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허태영은 결국 요거트 판매를 과감히 중단했다. - P124

사실 비용 절감의 유혹은 어디에나 있다. 택배 상자의 종이 두께를 더 얇게 바꾸고 냉장/냉동 상품 포장에들어가는 냉매만 줄여도 비용을 상당히 아낄 수 있다. - P125

2025년 6월 도입된 대파 박스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선택이다. 대파 한 단을 떠올려보자.  - P126

개인 보냉백이라는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


(전략).
2021년 컬리는 재사용 보냉백 ‘퍼플 박스‘를 도입했다. 상품을 신선하게 전달하면서도 포장 폐기물을 줄이기 위한 실험이었다. 컬리는 이미 2019년에 ‘올 페이퍼챌린지‘를 통해 모든 배송 포장재를 종이로 바꾸는 등 퍼플 박스 이전에도 끊임없이 개선해왔다. - P127

좋은 것을 좋은 것으로 인식시키는 언어

브랜드의 언어는 태도를 만들고, 그 태도가 곧 고객의경험이 된다. 그래서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우리 브랜드가 사람이라면, 그는 누구이며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 P12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보, 당신은 정말로 좋은 여자야..…………. 손 좀 줘볼래?
당황한 그녀가 수줍은 미소를 짓자 에르도사인은 그녀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내 사랑, 화난 건 아니지?" - P91

"당신이란 걸 알고 이렇게 말하겠지. ‘엘사, 당신 엘사 맞지? 그렇지?"
(중략).
"그럼 지금 난 너무 행복해서 가슴이 터질 지경이야." - P92

"말해 봐. 저 녀석과 잔 거야?"
(중략).
"솔직히 털어놔, 엘사 잤어, 안 잤어?"
"안 잤어."
문간에서는 여전히 대위가 기다리고 있었다.  - P93

어둠의 장막

에르도사인은 어떻게 침대로 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
시간이 영원히 멈춰버린 것 같았다. 온갖 고통과 슬픔으로얼룩진 그의 육신도 이젠 지쳤는지 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 P93

고통과 슬픔은 파도처럼 끊임없이 밀려와 흰 거품을 일으키며 사라져갔다. 그 어디에도 빠져나갈 틈은 보이지 않았다. - P94

시간이 흐를수록 콘크리트 구덩이 밑바닥에 갇혀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완전히 다른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 P95

순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 에르도사인은 자신의 존재가 납작하게 짓이겨지는 것을 느꼈다. - P96

(전략).
그리고 갑자기 엘사가 소리친다.
"그래요, 오, 내 사랑. 저도 마찬가지예요."
얼굴이 발그스레하게 상기된 엘사는 가볍게 떨고 있는 남자의 단단한 근육을 황홀한 눈길로 바라본다. - P97

이미 팽팽해져 있던 신경이 무섭게 뒤틀리더니 급기야는 모두 끊어지고 말았다. 갑자기 나른한 기운이 전신에 퍼지기 시작했다.
이제 이 세상에 더 이상 바랄 것도 없었다. - P98

엘사의 모습이 그의 기억 저편으로 멀어지고 있었다. - P98

(전략)∙∙∙∙∙. 아, 맙소사! 엘사는 떠나고 없었다………. 게다가 회사에 600페소 7센타보를 갚아야 했다…………. 아니, 수표가 있으니 그 문제는 해결된 거고…………….
아, 이놈의 현실. 넌덜머리 나는 이 현실! - P99

이마와 관자놀이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결국 엘사는 그의 곁을 떠나고 말았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까? 바르수트가 이 사실을 알면 뭐라고 할까? - P100

에르도사인, 뺨을 얻어맞다

그때 문밖에서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바르트라는 것을 알고 에르도사인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 P100

에르도사인이 입을 열었다.
"혹시 봤나? 저기 떨어져 있는 권총 말이야. 두 연놈을 죽일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진 않았어. 인간이란 참 알다가도 모를 족속이야, 안 그래?" - P102

아닥친 이 상황이 그저 빨리 끝나기만을 바랐지만, 벽에 머리를 세게 부딪치면서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 P103

"이제 모든 걸 솔직하게 털어놓을게. 더 이상 숨기고는 못살 것 같아. 못 믿겠으면 내 가슴에 손을 한번 대봐. 진심이야. 음…………, 바로…………, 내가......, 그러니까 회사에 자넬 고발한 사람이 바로 나야…………. 내가 익명으로 투서를 보냈어."
그 말을 듣고도 에르도사인은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바르수트가 그랬든 다른 사람이 그랬든, 달라질 게 뭐란 말인가? - P104

"이봐, 자네가 얼마나 화가 났을지 나도 잘 알아. 마음만 먹었으면 날 죽일 수도 있었겠지. (중략). 폭탄 소포나 독사를 넣은 상자를 자네에게 보낼까 생각한 적도 있어. 아니면 운전기사에게 돈을 먹여 길거리에서 자네를 깔아뭉개 버릴까도 생각했었지. (후략)." - P106

조바심이 난 에르도사인이 다시 그 얘길 꺼냈다.
"그런데 말이야, 정말로 그녀를 사랑했던 거야?" - P107

‘에르도사인은 한 시간 전쯤 엘사가 했던 말이 문득 떠올랐다. ‘레모,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지금 난 행복하니까. 앞으로 당신은 홀로 지내야겠지?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문이 열리고・・・・・・ 문 뒤에 바로 내가 서 있을 거야…………. 내가 돌아온 거라고! 그럼 레모, 당신은 얼마나 놀랄까?‘ - P108

에르도사인은 엘사의 말이 그의 영혼을 영원히 구원하게 될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 순간에도 복수심에 불타는 바르트는 분노를 주절대고 있었지만 말이다. - P109

참, 에르도사인의 이야기를 옮기다 하나 빠뜨린 게 있다. 그의 이야기를 잘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을 찾을 수 있는데, 많은 행성들이 태양 주변을 돌듯 그가 털어놓은 많은 얘기들도 한가지 ‘생각‘을 중심으로 선회하고 있었던 것이다. - P112

에르도사인은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자네도 알다시피 뭐 내가 돈이 없어서 자네 집까지 걸어갔겠나. 그건 그렇고, 집에 도착해서 자네를 찾았더니 글쎄그녀는 나와 보지도 않은 채 ‘미안하지만 그냥 돌아가. 지금 남편이 없거든? 이러는 거야. 못된 년 같으니." - P113

"자넨 사람 마음을 꿰뚫어 보는 능력이 있구먼. 물론 나도몰라. 자네가 말한 그 강박관념, 아니면 망상이 뭔지…………. 그나저나 참 재미있군. 자네가 내 아내를 그렇게 쫓아다녔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어떻게 그런 이야기를 그렇게 태평스럽게 할 수 있지!" - P114

순간 에르도사인의 머릿속에 섬뜩한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잠깐! 그건 좀 있다 다시 얘기하고…………. 자네도 아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아침 회사에서 날 부르더니 그 익명의 투서에대해 말해 주더군. 내일까지 그 돈을 메워 놓지 못하면 난 감방에 가게 돼. 이게 다 자네 때문이야. 자네도 이제 와서 오리발을 내밀 순 없겠지. 그러니까 돈 좀 내놔. 내 처지에 그런 큰돈을 어디서 구하겠어" - P115

바르트가 놀란 표정으로 벌떡 일어섰다.
"뭐라고? 날 남의 아내에게나 치근대는 개자식으로 만들어놓고 나보고 책임지라고? 제정신이야? 그러니 그녀가 도망 안가고 배겨! 내가 누구 좋은 일 시키려고 600페소를 내놔" - P115

에르도사인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뭔가를 찾았다. 마침내 바닥에 떨어져 있는 권총이 눈에 들어왔다. - P116

나는 범죄를 통해서 ‘존재‘ 한다

우체국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희미한 한 줄기 불빛이 템페를레이 역 플랫폼을 외롭게 비추고 있었다. - P116

역 우체국의 노란색 유리창 앞으로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녀석을 죽일 것인가 말 것인가? 지금 그게 뭐가 그리 중요하단 말인가? 하지만 놈을 죽이는 게 좋을까? 솔직히 말해 보자. 녀석을 죽이는 게 좋을까? 아니면 그를 죽이든 살리든 별상관이 없는 걸까? 하지만 솔직한 심정을 말하면, 그놈을 죽여야 한다는 의지만은 갖고 싶다. (후략)." - P118

"(전략).
그러나 속으로 그런 생각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도 저 멀리 중국에서 일어난 참사 소식처럼 전혀 실감이 나지 않으니 참 이상하지. 지금 살인 계획을 꾸미고 있는 게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인 것 같은 착각이 든다니까. 나와 비슷하긴 한 것 같은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사람, 아니면 영화 속에나 나오는 그림자 인간이 범죄를 꾸미고 있는 건 아닐까? (후략)." - P120

역무원이 지나가면서 수상한 듯 에르도사인을 힐끗 쳐다봤다. 낌새를 알아차린 에르도사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점성술사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구름에 가려 달도 보이지 않았다. - P122

살인 계획

점성술사가 막 잠자리에 들려는 순간,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개도 안 짖는데…………… 이 시간에 대체 누구야?‘
이상하게 여긴 점성술사는 문을 반쯤 열고 내다보았다.  - P122

"주무시는 줄 알았는데……………."
"어서 들어와요."
에르도사인은 서재로 들어갔다.  - P123

‘파타고니아에서 금 찾으러 돌아다니는 자들도 저런 모습아닐까? - P123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만약에..…………, 제 질문에 절대 놀라진마세요……………. 그러니까 그 비밀 조직을 설립하는 데 2만 페소가필요하다고 하셨죠? 그런데 만일 그 돈을 얻기 위해서 누군가를 죽여야 한다면…………, 만약 그래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겁니까"
뜻밖의 질문에 놀란 점성술사는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뻔했다. - P124

"간단하지만 기가 막힌 아이디어예요. 오늘 밤 내 아내가 딴놈이랑 집을 나가 버렸습니다. 그런데 그자가……………."
(중략).
"바르트라고, 아내의 사촌입니다..... 그레고리오 바르트. 아내가 떠나고 얼마 안 돼서 그자가 우리 집에 왔는데, 들어오자마자 한다는 소리가, 참 기가 막혀서! 자기가 날 회사에밀고했다는 거예요." - P1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ENSE TWO

컬리다움의 확장

좋은 것으로
브랜드를 만드는 일


컬리는 어떻게 시장의 판도를 바꾸었는가. 네 개의 현장에서 그 질문의 답을 찾는다. 상품 기획, 광고와 마케팅, 운영과 물류, 고객 경험에 이르기까지 컬리는 기존 리테일의 공식을 흔들며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왔다. 그 힘은 디테일을 집요하게 파고드는 태도에서 나온다. - P69

아무도 하지 않는 일을,
아무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리테일은 인류가 정착 생활을 시작한 이후 줄곧 존재해왔다. 그러나 그 형태가 물물교환에서 상점, 백화점, 쇼핑몰을 거쳐 이커머스로 변했을 뿐, (후략). - P71

김슬아는 이런 시장에서 컬리가 무엇을 해낼 수 있을지 고민했고 ‘고객에 대한 이해‘에서 새로운 리테일강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았다. - P71

김슬아는 컬리를 ‘리테일 테크 기업‘으로 정의한다. 모든 의사 결정은 ‘데이터‘에서 출발한다.  - P72

이런 철학을 바탕으로 컬리가 시장에 던진 첫 번째혁신은 바로 샛별배송이다. - P73

그렇다면 무엇부터 팔아야 고객이 풀 콜드체인 시스템의 가치를 압도적으로 느낄 수 있을까. - P74

대표적인 것이 ‘장안농장‘의 쌈 채소였다. - P7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