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인물의 매력이
작품의 매력


1장

악당의 매력은
동기에서 나온다



악당을 창조하는 것은 매력적이면서도 쉽지 않은 일로, 이번 장에서는 악당을 구성하는 요소 중 하나인 악당의 동기에 관해 자세히 살펴보려고 한다. 탐욕, 사랑, 질투, 독선, 야망, 권력, 트라우마, 복수, 절망, 그리고 모래를 싫어하는 마음까지 거의 모든 것이 악당의 동기가 될 수 있다. ㅣ - P105

이번 장에는 ‘주동 인물protagonist‘과 ‘반동 인물antagonist‘이라는 용어가 본격적으로 나온다. - P105

악당의 가치관을 드러내자

(전략).
반동 인물이 자신의 목표를 어떤 것보다 상위 가치로 두는지 밝히면 그를 반동 인물로서 눈에 띄게 할 수 있다. 특히 그의 동기와 주동 인물의 동기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면 더욱 눈에 띌 것이다. - P106

이에 더해,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감수할 의지가 ‘없는‘ 것은 무엇인지 보여주면 인물을 다차원적으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돈과 같이 피상적으로 느껴지는 가치보다 가족, 친구, 사회의 인정 등 많은 독자가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가치를 반동 인물이 기꺼이 내놓을 수 있는지, 혹은 내놓을 수 없는지 그릴 때 더욱 효과적이다. - P107

반동 인물의 목표와 우선순위는 여러 개가 될 수 있으며, 각각의 중요도에 차이가 있을 것이다. 한편 목표들이 서로 충돌하도록 설정하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 P107

주인공의 반영인 악당


반동 인물의 동기를 주동 인물의 맥락에서 궁리해내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주동 인물의 동기를 반동 인물의 동기에 반영하는 방법이 있다 - P107

(전략). 이렇게 반동 인물의 동기는 근본적으로 주동 인물의 동기가 반영된 것이지만 일치하지는 않는다. 이에 따라 두 인물은 부딪히고, 자연스레 반드시 둘 중 한쪽이 승리해 정당성을 입증받아야 끝이 나는 성격의 갈등으로 접어든다. - P108

두 번째 방법은 두 인물이 갈등에 휘말릴 수 있는 방식으로 반동 인물도 주동 인물과 같은 동기를 갖게 하는 것이다.  - P108

반동 인물이 자신의 동기를 뒷받침하는 가치 때문에 자연스럽게 주동 인물과 부딪히는 상황으로 나아가지 않으면 애초에 두 인물이 이야기 속에서 얽힐 명분이 약해 보이게 된다. - P109

수동적 동기와 능동적 동기

반동 인물의 동기는 ‘수동적‘ 동기와 ‘능동적‘ 동기 사이의어딘가에 위치할 것이다. 수동적 동기를 지닌 반동 인물은 주인공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행동한다. - P109

주기도 한다. 반동 인물의 수동성이 개입될 때 주인공은 이야기를 이끌어가기 위해 더욱 큰 주체성을 발휘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이야기의 방향을 결정하면, 반동 인물은 그에 ‘반응‘한다. 그렇지만 이를 절대적인 규칙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 P110

악당은 ‘좋은 사람일수록 강해진다

(전략).
반동 인물이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고 믿도록 설정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를 통해 《실낙원》의 사탄처럼 믿을 수없을 정도로 매력적인 인물이 탄생하기도 한다. 존 밀턴은 이 작품에서 사탄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반동 인물로 그렸다. 앨런무어의 그래픽 노블 <왓치맨>에서도 공권력에 환멸을 느끼며끝없이 서로 싸우는 인간들에 분노하는 오지만디아스가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 P112

 이는 이러한 복잡성이 반동 인물이 아직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미묘한 주제에 대해 특정 도덕적 태도를 보임에 따라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반동 인물의 복잡한 도덕적 동기가 사랑, 탐욕, 두려움, 그 밖의 모든 인간적 경험과 분명히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 P113

응원하게 되는 악당

‘좋은 사람‘인 반동 인물은 다른 인물에게는 기대할 수 없는방식으로 이야기의 긴장을 끌어올린다. 다음과 같은 흔한 조언이 한 가지 있다.

가장 좋은 반동 인물은 패배했을 때 독자가 환호하게 만드는반동 인물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와 같은 진술은 열에 아홉이 완전히 틀렸거나 너무 일반적이어서 전혀 쓸모가 없거나 둘 중 하나다. - P113

주제의 확장성을 좌우하는 악당

반동 인물이 ‘좋은 사람‘일 때는 그의 동기를 이용해 주제를발전시키기도 쉽다. (중략).
일반적으로 주제는 이야기 속에서 주인공이 여러 과제에맞서 나아가는 모습에 담겨 있다. 그렇지만 이때 주제는 행간에 감춰져 있어 잘 드러나지 않거나 미묘하기도 하다. - P114

반동 인물의 동기가 도덕적 회색 지대에 존재하면 반동 인물이 무조건적인 ‘악‘을 대변할 때와 달리 작가가 주제를 펼칠 수 있는 통로가 생긴다.  - P114

어쨌든 이 모든 이점에도 불구하고 반동 인물이 반드시 자신을 ‘좋은 사람‘이라고 믿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 행하기도 하고, 두려움이나 중독 때문에 행하기도 한다.  - P115

반동 인물이 스스로를 ‘선‘ 또는 ‘악‘으로 규정하면 그가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범위를 제약하고, 사실 동기란 훨씬 복잡한 것임에도, 그의 동기를 이분법적 잣대에 따라 단순히 나누게 된다. 그 결과, 반동 인물의 동기와 연결된 주제가 약해지기도 하는데,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가의 문제로 간단히 바꿀 수 있는 주제는 극히 적기 때문이다. - P116

사람을 구해야 세상도 구한다


(전략).
그리고 이렇게 반동 인물이 세상을 파괴하거나 장악하기를바랄 때, 또는 세상을 뒤집어엎어 아포칼립스로 몰아넣고 싶어할 때, 우리는 ‘세상을 구원하는 서사‘에 대해 곰곰이 따져봐야한다. ‘죽기 아니면 살기 순간의 긴장은 그 순간 걸려 있는 이해관계를 과연 독자가 잃을 수 있다고 믿는가에 달렸다. - P117

사람들은 자라면서 비록 죽음을 맞이하는 개개의 인물들은 있을지언정 세상은 계속되고 영웅들은 앞으로도 승리할 것이라는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이야기를 수없이 보았고, 무척 익숙해져 있다. - P117

바쁜 작가를 위한 n줄 요약

1

반동 인물의 동기에 감춰진 가치관을 드러내면 그 인물이 반동 인물이라는점이 부각된다. 또 반동 인물의 동기 수준을 드러내면 그가 어떤 유형의 위협이 될지 보여줄 수 있다. 반동 인물의 목표는 두 가지 이상일 수도 있으며, 이 목표들이 서로 충돌하는 상황을 연출해 이야기에 흥미를 더하는 방법도 있다.

(중략).

3

수동적 동기를 지닌 반동 인물의 개입은 주인공의 주체성을 돋보이게 한다. 한편 능동적 동기를 지닌 반동 인물은 더욱 위협적인 세력으로 비치는 경향이 있다. - P120

5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는 클라이맥스에서 긴장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 한 가지는 세상이 아니라 관련 상황과 인물의 운명을 중심으로 긴장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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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드래곤이야! 정말 화이트 드래곤이야! 우와 멋있어!"
"홍, 달밤에 뱀 밟았을 때의 네 얼굴만큼이나 창백하군그래?"
"후치 네드발! 네! 그 말 하지 말라고 그랬지?"
나는 피식 웃었다. 제미니는 펄쩍 뛰면서 누가 들었을0세라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 P9

"드래곤 라자야 드래곤에게 잡아먹힐 염려는 없겠지만 저 말은 정말 불쌍하군."
"응?"
"웬만한 배짱이 아니면 드래곤 옆에서 저렇게 나란히 걷기 힘들걸."
"어머? 그렇구나" - P10

화이트 드래곤을 귀족으로 바꾸고 백마를 평민으로 바꾸면 꽤나 그럴듯한 은유가 되겠지만 우리 마을의 단순한 사람들은 아무도 알아듣지 못했다. 제기랄, 내가 이상한 것인가? - P10

"쳇. 드래곤 라자는 나이와 상관없어. 드래곤이 보기엔 다섯 살 꼬마든 여든 살 현자든 모두 어린애로 보이니까."
주위의 어른들은 나에게 놀란 눈길을 보내었고, 갑자기 시선을 받게 된 제미니는 어쩔 줄 몰라하는 모양이었다. 부끄러워서 몸을 꿈틀거리는 것이 그대로 내게 전해졌다. 여러 가지 하네. - P11

그리고 나라면 1000 셀을 준다고 해도 서고 싶지 않을 자리, 즉 드래곤의 바로 옆에는 말을 탄 어린 소년이 가고 있었다. 말도, 망토도, 입고있는 옷도 그 소년에겐 죄다 너무 컸다. 물론 주어진 의무도 그 소년에겐 너무 크겠지. - P12

"드래곤 라자 할슈타일 만세!"
"할슈타일 만세!"
(중략). 만세라고? 열 살도 안 된 꼬마에게 만세라니 정말 웃기는군. 차라리 ‘무병장수하소서!‘라고 말하지. - P12

"아무르타트를 무찔러요!"
나는 순간 부르르 떨었다.
아무르타트. 그 이름은 절대로 잊을 수 없다. 그리고 적어도 이때만큼은 마을 사람들의 외침에도 진실성이 담겨 있었다. (중략).
"빌어먹을, 아무르타트를 죽여버려요! 그 새끼를 박살내!"
내가 흥분하는 바람에 제미니는 하마터면 떨어질 뻔한 모양이다.  - P13

나는 제미니를 너무 겁준 것을 후회하게 되었다.
제미니는 자기 혼자서는 죽어도 못 가겠다고 내 팔을 붙잡고 늘어졌고, 그래서 난 어쭙잖게도 기사 흉내를 내며 제미니를 에스코트해야되었다. - P15

이윽고 눈앞에 공터가 나왔다. 적당한 몸집에 갈색 머리, 사람 좋게생긴 중년의 얼굴이 보인다. 거리에서 만났다면 제대로 기억하지도 못할 평범하게 생긴 사나이가 나무를 쪼개고 있었다.
"네드발군이 왔는가?"
칼은 도끼를 내려놓으며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저것 또한 제미니에겐 불가사의한 일이다. - P17

"참 게으르군요. 칼. 해가 질 때 밤에 쓸 장작을 쪼개다니."
"하하하, 네드발 군. 진짜 게으른 건 그게 아니지. 장작 쪼개기도 귀찮아서 그냥 떨면서 자는 게 정말 게으른 거라네. 오래간만이군요. 스마인타그 양"
그리고 바로 이것이 제미니가 칼을 어려워하면서도 이렇게 찾아올수 있는 이유이다. (중략). 칼은 제미니의 부모나 마을사람 대부분이 제미니, 아니면 젬이라고 불러서 나도 가끔 잊어먹는 제미니의 성을 기가 막히게 기억하며 제미니를 이렇게 불러준다. - P18

칼은 잠시 후 한숨을 쉬고는 다시 웃음을 띠었다.
"그러나 음 알았어. 자네가 그럴 결심인 줄은 몰랐군. 언제 출발할건가? 그럼 용맹 무비한 네드발 군이 저 악명 높은 아무르타트를 물리쳐 드래곤 슬레이어의 명예를……………."
"예?""
"어? 아냐? 그럼 스마인타그 께서?"
"풋 프흡, 프하하하하!"
제미니는 죽어라고 웃어대기 시작했고 나도 헛웃음을 지었다. - P20

"예. 드래곤 라자는 겨우 예닐곱 살 정도던데 드래곤은 어마어마한화이트 드래곤이더군요."
"맞춰볼까? 화이트 드래곤이라면, 캇셀프라임이로군?"
제미니는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난 태연할 수 있어서 기뻤다. 칼은푸근하게 웃으며 의자 등받이에 기대었다. - P21

칼은 촛불에 술잔을 비춰보면서 낮게 말했다.
"간단한 덧셈 뺄셈의 결과지. 할슈타일 가에 드래곤 라자의 혈통이허락된 시간은 300년. 그 마지막 300년은 벌써 15년 전에 지나갔다네, 네드발 군. 그런데 그 꼬마는 예닐곱 살이라며? 따라서 그 아이가 할슈타일가의 혈통이라면 드래곤 라자일 수는 없지." - P22

칼은 계속 그 사람 좋은 웃음을 벙긋벙긋 웃으며 말했다.
"자넨 우리 나라의 역사도 모르는가. 300년, 아니 315년 전은 우리나라의 개국 기원이 아닌가? 그리고 그때 영광의 7주 전쟁 때 드래곤로드는 할슈타일 공(公)에게 드래곤 라자의 혈통을 약속했다네. 그가문에 300년 동안 드래곤의 우정이 함께하여 드래곤 라자의 자질을 지닌 후손들이 태어나기로 했어요. 알았나?" - P23

"할슈타일 가문은 다른 개국 공신 가문에 비한다면 원래 반역자 가문이지? 하지만 대대로 드래곤 라자를 배출하는 집안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영화를 누려왔다네. 그런데 할슈타일 가문에서 더 이상 드래곤라자를 배출하지 못하게 된다면?" - P24

"네. 스마인타그 양 300년 동안 권세를 누리고도 모자라 그 권세를더 연장시키고자 가난한 부모들에게서 아이를 빼앗아 그 가문에 입양시키는 거지요. 물론 그 아이들로서는, 어쩌면 그 부모들에게도 좋은일일지도 모르지요. 가난한 집안보다야 할슈타일 가의 양자가 되는 것이 낫다고도 볼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나는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어디에나 운이 튀는 녀석이 있어." - P25

(전략).
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실수였다. 눈앞이 빙 돌면서 다리가 풀렸다. 나무를 짚어 간신히 쓰러지지는 않았다. 제미니도 일어서서는 내 등 뒤에 숨었다. - P28

삽시간에 사방에서 한 손엔 횃불을 들고 다른 손엔 롱소드를 뽑아든병사들이 나타났다.
"영주의 숲에 밤중에 돌아다니다니, 넌・・・・・・ 아니, 뭐야? 후치, 제미니?"
나와 제미니는 어쩔 수 없이 가장 적합한 태도를 취했다.
"에헤헤헤......."
나타난 병사들은 모두 가죽 갑옷을 입고 있는 영주의 병사들이었다. - P30

"음. 후치. 드디어 네가 이 정도의 일을 벌이게 되었군. 돈이 어디서나서 술을 샀냐? 하긴 사랑의 힘으로, 아니 욕망의 힘이랄까? 어쨌든술을 구했군. 그리고 제미니를 잔뜩 취하게 했단 말이지. 의외로 소심하군. 취하게 해놓지 않으면 자신이 없었나 보군?"
"오해예요!"
제미니의 비명은 잘 들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주위의 병사들의 웃음소리가 너무 높았기 때문이다.  - P30

"꽃향기 같은데....... 무슨 꽃인지 모르겠네?"
병사들은 어리둥절해서 서로를 쳐다보았다.
(중략).
"아마 제게서 나는 향기일 거예요."
숲을 헤치고 예닐곱 살 정도의 꼬마가 걸어나왔다. 난 취한 상태에서도 그 꼬마가 낯이 익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보다는 제미니가 확실히 사람을 잘 알아본다.
"드래곤 라자!" - P32

2

숲을 걸어나온 드래곤 라자는 쑥스럽다는 투의 웃음을 지었고 병사들은 그제야 자신들의 임무를 깨달았다. 간신히 풀려난 샌슨이 말했다.
"할슈타일 공. 따라오시지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드래곤 라자는 어설프게 웃으며 말했다.
"저, 노랫소리도 들리고 웃음소리도 들려서 별로 위험할 것 같지는 않더군요."
나는 그 꼬마를 바라보았다.  - P33

그런데 어떻게 사람 몸에서 저런 냄새가 나지? (중략). 우리 영주님은 돈도 별로 없고 성격도 까다롭지 않아서 계피나 정향 등의 고급 향신료 대신흔한 민트를 쓰는 것이다. 어쨌든 냄새를 없애야 먹을 수 있는 게 고기요리니까. - P34

그 드래곤은 주제에 민트 향을 넣어야 밥을 먹는 모양이구나. 하긴 사람이 싫어하는 냄새를 드래곤은 꼭 좋아하라는 법은 없겠지.  - P35

"저, 민트라면 사바인 계곡에 흐드러지게 나 있어요."
"이야! 그래? 잘됐구나. 좀 안내해 주렴." - P35

 나는 샌슨에게 방향을 지시하며 나지막하게 말을 걸었다.
"웃기는 드래곤이군. 냄새가 나서 고기를 못 먹겠다고 그래?"
"항상 민트를 사용해서 먹는다고 그러던데 수도에 있을 때는 항상민트를 가득 준비해 놓는다더군." - P36

"저 드래곤 라자의 이름은 뭐래?"
(중략).
"너 미쳤니? 귀족의 이름을 내가 어떻게 알아? 그냥 할슈타일 공이지"
괜히 기분이 지저분한걸. 하긴, 우리 같은 평민이 귀족의 이름을 알필요 없지. 언제 이름을 부를 기회가 있겠나? - P37

샌슨이 날 잡아먹으려 드는 소동이 있었지만 어쨌든 병사들과 드래곤라자는 계곡 바닥까지 내려왔다. 병사들은 모두 땀을 닦으며 씩씩거리고 있었다. - P38

특히 할슈타일 공께서는 기절할 듯한 모습이었다. 나는 한마디 건네보았다.
"힘드시죠. 드래곤 라자."
"헉헉. 아, 예. 헉"
"이제 다 온 겁니다. 앉아서 쉬십시오. 바로 저 둔덕이거든요." - P39

"엄마 후치! 너도 좀 도와라"
"내 역할은 여기까지의 안내"
"관두자, 관둬."
"달빛 좋은 밤, 우리의 용사들 가슴에 품은 정열, 민트에 내뿜는다."
병사들은 킬킬거렸다. 난 기세가 올라 더욱 목청껏 소리를 지르기위해 고개를 들어올렸다. - P39

아까보다 더 소리가 가까워져 있었다. 병사들의 얼굴빛이 바뀌었다.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며 이윽고 돌멩이를 걷어차는 ‘좌르륵!‘ 하는 소리까지 들려왔다. 다가오고 있었다. 늑대가 횃불로 달려들다니.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데 달려오다니. 보통 늑대가 아니다.
샌슨은 급히 롱소드를 뽑았다. - P40

우리 앞쪽 약 70큐빗 위쪽의 언덕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났다. 달빛을 등 뒤에 받고 있어 실루엣으로 보이는 그 몸은 5큐빗은 되어 보였다. 늑대가 아니다. 두 발로 서 있었고 구부정한 허리 위로 머리를 한두서너 개 더 올려도 충분히 여유가 남을 만한 어깨가 보였다. 어깨 양쪽으로 늘어진 팔에는 달빛을 받아 번뜩이는 대거 같은 발톱들이 보였다.
"위어울프다!" - P41

나는 이빨을 딱딱 부딪치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제기랄. 우리의 민트 채집단께서는 아무도 활을 가져오지 않았다. 저렇게 바보처럼 서 있을 때 한방 날려야 되는데, 아니지. 위어울프가 화살에 맞아 죽을까? 왠지 맞으면 그대로 튕겨낼 것 같은 기분이 드는걸. - P42

위어울프는 이미 죽었다. 그래서 등에 롱소드가 박혀도 꼼짝도 하지않았다. 샌슨은 롱소드를 뽑아들며 한숨을 쉬었다. 나머지 사람들도 롱소드를 뽑아들고는 품에서 수건을 꺼내어 그 피를 닦았다. 특히 피를 완전히 뒤집어쓴 해리의 모습은 가관이었다.
샌슨은 이윽고 나에게 눈을 돌렸다. 그의 눈빛이 번뜩였고, 그건 퍽불안했다.
"너 이 자식! 말이 씨가 된다고…………" - P44

드래곤 라자도 퍼뜩 정신을 차렸다.
"그런데, 어떻게 보통 롱소드로 위어울프를?"
샌슨은 롱소드를 들어올려 보였다.
"제 것과 나머지 세 명의 검은 은으로 코팅되어 있지요. 빛이 예쁘지요?"
드래곤 라자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저것도 우리 영주님을 가난하게 만드는 이유 중의 하나지 뭐. - P45

"귀, 귀하들은 일개 병사인데……………, 수, 수도의 기사들보다 더 용맹해보이는군요."
"글쎄요. 이곳의 병사들은 아무르타트라는 체에 걸러진 알짜배기들이거든요." - P45

"아무르타트 때문에 이 주위에는 몬스터들이 득실거리지요. 그래서 몬스터들과 싸우면서 수많은 병사들이 죽어간답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병사들은 최고로 단련된 병사들뿐이지요. 하지만 우리 중 누구라도 다음번 싸움에서 죽을 수 있습니다. 그걸 아니까 겁없이 싸울 수 있습니다." - P46

내 의문을 알 리 없는 샌슨은 고개를 돌려 위어울프를 조사하고 있던 터너를 바라보았다. 터너는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아는 얼굴이야"
"그래."
"4년 전 위어울프 침입 때 실종되었던 카르도 씨야. 강 건너에 살았지." - P46

숙취와 중노동, 흥분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꿈자리는 무시무시했다.
난 바닥에서 일어나 앉아 멍하게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바라보고 있었다. 꿈자리는 끔찍스러웠는데, 너무 끔찍해서인지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 P47

"아, 아버지. 다리가 완전히 풀렸어요!"
"잘한다. 어서 못 일어나?"
"다리가 완전히 풀렸다니까요?"
"갈수록 태산이다. 했던 말 또 하고, 네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1년 전부터 그랬지."
아버지는 한숨을 쉬며 날 치매 환자로 몰아가셨다. - P48

(전략). 아버지는 그런 내 모습을보며 인자하게 말씀하셨다.
"잘 논다. 귀여워 미치겠구나. 걸음마를 다 하고."
"양초 주문량은 어제 다 만들었지요? 그럼 오늘은 일 없지요?"
"없긴 왜 없냐. 이 자식아! 벌집 모으고 비계도 받아와야지!"
"어? 더 만드실 거예요?"
"성에서 급한 주문이 나왔다. 아무르타트 정벌군에 사용될 양초야."
아무르타트 정벌군이라. 그럼 이번이 제9차 아무르타트 정벌군인가? - P49

드래곤에게는 드래곤으로 맞서야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영주님의 간곡한 부탁과 정성(칼과 나의 추측이지만 틀림없이 많은 뇌물이 오갔을 것이다. 불쌍한 우리 영주님. 돈도 별로 없으면서)으로 마침내 제9차 아무르타트 정벌군에 황송스럽게도 수도의 캇셀프라임을 포함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 P49

"양초는 오늘부터 네가 만들어라"
"예?"
"난 좀 바빠질 것 같구나 집사님께도 이미 말씀드렸다. 품질이 좀 떨어진 모르겠지만 네가 만들 거라고 말씀드렸고 허락도 받았다."
"품질 어쩌고 하는 부분은 잊겠어요. 무슨 일이신데요?"
"이번에 아무르타트 정벌군에 자원했다."
나는 잠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 P51

나는 아버지의 농담에도 불구하고 냉정할 수가 없었다.
"농담하지 마세요. 아버진 가면 돌아가실 거예요. 개죽음이라고요!"
"군대에서 작전을 짤 땐 전체에서 사망자 비율이 30퍼센트 이하가 될 수 있을 때 작전을 추진한다고 들었다. 따라서 내가 죽을 확률도 30퍼센트란다."
갑자기 엄청나게 거리감 느껴지는 변명을 들어서 나는 정신이 없었다. - P51

"아무르타트가 쓰러지는 것을 볼 권리가 있는 사람을 찾는다면, 나도 그중에 들어가기 때문이지."
"아버지가 그러시면 어머니가 기뻐할 것 같아요?"
처음으로 아버지의 표정에 어두운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다. - P52

난 눈초리를 확 바꿨다. 아버지는 껄껄 웃으셨다. 하지만 아버지는내 표정을 잘못 이해하신 것이다.
"그래요! 제가 갈게요!"
"멍청아 군대 징집 하한선도 모르냐? 넌 열일곱 살이야."
아버지는 아주 간단한 말씀으로 내 입이 다물어지게 만들었다.
"……………그거 상한선은 없어요?"
"있지만 내 나이는 아니다. 약오르지?" - P53

난 성으로 걸어갔다.
성에서 버리는 동물의 지방은 유지 양초의 원료로 쓰인다. 그 외에 생선 기름으로 만드는 것도 있고, 난 구경도 못해 봤지만 고래 기름으로 만드는 양초도 있다고 한다. 어쨌든 지방으로 만드는 유지 양초는좀 저급품이지만 평민들에게는 굉장히 값진 것이다. - P54

그러고 보니 사람들의 눈은 전부 언덕 위쪽, 영주의 성을 향해 있었다. 나는 고개를 뽑아들고 성 쪽을 바라보았다.
성벽 위로 거대한 하얀 목이 보였다.
"캇셀프라임?"
(중랴. 나는 잠시 후 그것이 다시 내려갔을 때에야 그것이 캇셀프라임의 날개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날개는 다시 올라왔다가 내려갔다. - P55

"예. 어, 그런데 캇셀프라임은 어딜 가는 거지요?"
"글쎄올시다. 날아간 방향으로 보아 회색 산맥이군. 정찰이 아닐까하는데"
"정찰? 정찰이라면 우습네요. 저건 누구 눈에나 뜨일 테고 당연히 아무르타트에게도 보일 텐데." - P56

난 머리를 딱 쳤다. 물론 그게 어떤 원리인지야 나로선 도저히 알 수없지만, 인비저빌리티는 물체를 투명하게 만든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그런데 그 생각을 떠올리지는 못했던 것이다. - P56

하지만 나로서도 변명할 말은 있다고. 난 태어나서 지금까지 마법사라고는 딱 세 번밖에 보지 못했다. 제6차 아무르타트 정벌군 때 한 명, 그리고 제8차 아무르타트 정벌군 때 두 명을 봤다. 그리고 그들이 마법사라는 것만 알았지 그들이 마법을 쓰는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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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달라졌네! 둘 다 1씩 떨어졌다. 아니, 이런 잠깐만. 나는 토가에서 스톱워치를 꺼낸다(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 중에서도 일류는 늘 토가 안에 스톱워치를 넣고 다녔다).  - P68

66초
‘측정 속도‘는 66초당 1씩 떨어지고 있다. 재빨리 계산해 보니, 그 말은... 15m/s²이라는 뜻이다. 내가 앞서 계산했던 것과 동일한 ‘중력‘가속도다. - P68

표시된 숫자는 내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전혀 알려주지 않는다. 그저 상대적인 속도만 표시될 뿐이다. 그러니까 이제 내가 던질 질문은 하나다. 내가 태양을 향해서 가는 것일까, 태양과 반대 방향으로 가는 것일까. - P69

나는 헤일메리(절망적인 상황에서 아주 낮은 성공률을 바라보고 적진 깊숙이 내지르는 롱 패스를 뜻하는 미식축구 용어, 버저가 울리는 순간에 득점할 것을 노리고 먼 거리에서 던지는 슛을 뜻하는 농구 용어이기도 하다-옮긴이) 호에 타고 있다.
이 정보로 뭘 어째야 할지는 모르겠다. - P70

푸른 띠 안에는 검은 원이 있다. 검은 원 안에는 무언가를 상징하는 듯한 작은 세 개의 원이 있고, 각각 가운데에 점이 찍힌 노란 원, 흰 십자가가 들어간 파란 원, 소문자가 들어간 작은 노란 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 P70

두 사람을 기억하게 되면 마음이 아플 테니까 두뇌가 그들을 기억하지 않으려는 걸지도 모른다. 잘 모르겠다. 나는 과학선생이지 외상 심리학자가 아니니까.
나는 눈을 깨끗이 닦아낸다. 지금은 그 기억을 너무 열심히 들여다보기에 아직 이를지도 모르겠다. - P71

(전략).

"실험실 전체가 아르곤 가스로 가득 차 있습니다." 스트라트가 말했다. "공기 배관이 꼬이거나 방호복이 찢기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아르곤 가스를 흡입하면...."
"질식하는 줄도 모르고 숨이 막혀 죽겠죠. 네, 알겠습니다." - P74

"저는 그 샘플이 살아 있는지 그레이스 박사님이 알아내 주기를 바랍니다. 만일 살아 있다면 어떤 식으로 활동하는지도요."
(중략).
"그걸 알아내기까지 수천 명의 과학자들이 200년 동안 노력해야 했어요!"
"뭐・・・ 그럼 그것보다 빨리 해보세요." - P75

"아무것도요. 제가 알아낸 바로는 이 점들이 그냥 엑스레이를 흡수해버립니다. 엑스레이가 들어갔다가 다시는 나오지 않아요. 아무것도나오지 않습니다. 아주 이상한 일이에요. 그렇게 할 수 있는 물질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습니다." - P77

 "하지만 이것들은 태양에서도 사니까요 최소한 얼마 동안은 말입니다. 그러니까 열에 대한 저항력이 높은것도 말이 되는 것 같네요."
"태양에서 산다고요?" 스트라트가 말했다. "그러니까 생명체라는건가요?" - P77

"뭐, 이것들은 움직입니다. 현미경으로도 잘 보이고요. 그것만으로 이 점들이 살아 있다는 증명이 되는 건 아니죠. 무생물도 정전하든, 자기장이든, 뭐로든 늘 움직이니까요. 하지만 다른 걸 하나 발견했어요. 그게 이상한 건데, 그 점을 생각하면 모든 게 맞아 떨어져요." - P78

"네. 그래서 제가 이것들이 생명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내가 말했다. "이 점들은 에너지를 소비하고 우리가 모르는 어떤 방식으로 저장했다가 추진력으로 활용합니다. 그건 단순히 물리적이거나 화학적인 과정이 아니에요. 복잡하고 방향성도 있죠. 진화 과정을 거친 존재가 분명합니다." - P79

"이것들이 왜 금성으로 이동하는 거죠?" 스트라트가 물었다. "번식은 어떻게 하고?"
"좋은 질문인데요. 저로서는 답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들이 단세포로 이루어져 자극 반응의 형태로만 활동하는 생명체라면, 아마 체세포분열을 통해 번식할 겁니다." 나는 잠시 말을 멈췄다. "그러니까 세포가 반으로 쪼개져서 두 개의 새로운 세포가 된다는...." - P80

나는 그리스어와 라틴어 어원을 애써 떠올렸다. "아스트로파지[별을뜻하는 아스트로(astro)와 세균을 숙주세포로 하는 바이러스를 의미하는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의 합성어 - 옮긴이]‘라고 부르면 될 것 같네요" - P81

나는 확대된 태양 영상이 떠 있는 모니터를 힐끗 본다. (중략).
자아아암깐.... 맞는 속도로 움직이는 것 같지가 않은데, 나는 스톱워치를 확인한다. 나는 겨우 10분 정도 공상에 잠겨 있었을 뿐이다. 흑점은 아주 조금만 움직였어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화면의 절반 정도를 이동했다. 움직였어야 하는 거리보다 훨씬 멀리까지 - P81

태양의 자전 속도보다 열 배 넘게 빠르다.
내가 보고 있는 저 별은... 저 별은 우리 태양이 아니다.
나는 다른 태양계에 와 있다. - P82

04

(전략).
나는 ‘아스트로파지‘ 패널을 자세히 살펴본다.

잔량: 20,906kg
소비 속도: 6.056g/s

이 숫자들보다 훨씬 더 흥미로운 것은 그 아래에 있는 도표다. - P84

연료 구역은 아홉 개의 작은 원통들로 나뉘어 있다. 나는 호기심에그중 하나를 건드려 보는데, 그러자 그 연료통에 관한 화면이 표시된다. ‘아스트로파지: 0.000kg‘라고 적혀 있다. ‘버리기‘라는 버튼도 있다.
뭐,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이것들이 다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버리기‘라는 이름이 붙은 버튼은 전혀 건드리고 싶지 않다.
보이는 것만큼 극적인 효과를 낳는 버튼은 아닐지도 모른다.  - P85

스핀 드라이브라・・・ 스핀 드라이브. 나는 눈을 감고 그에 관해 떠올려 본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마음대로 기억을 불러낼 수가 없다. - P86

나는 도면을 더 자세히 들여다본다. 어째서 2만 킬로그램의 아스트로파지가 이 우주선에 실려 있는 걸까? 한 가지 강하게 의심되는 가설이 있다. 아스트로파지가 연료라는 가설. - P86

아, 그리고 사방에 온도가 표시되어 있다. 온도가 중요한 요소인 것같다. 선체를 따라서 몇 미터마다 수치가 표시되어 있다. 그리고 모든 수치에 ‘96.415℃‘라고 적혀 있다. - P87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른 실험도 해봤습니다. 극소량의 물방울을 가져다가 그 안에 아스트로파지를 집어넣었어요. 몇 시간후에는 물방울 전체의 온도가 96.415도가 되었습니다. 아스트로지가물을 가열한 거죠. 열에너지가 아스트로파지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결론은요?" 스트라트가 물었다.
나는 머리를 긁으려 했지만 비닐 방호복이 방해가 됐다. (중략).
"온혈 미생물이다?" 스트라트가 말했다. - P88

"박사님도 진짜 과학자가 맞잖아요. 게다가 어느 누구에게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빠르게 진전을 보이고 있고요, 박사님이 혼자 잘 하고있는데 위험을 무릅쓰는 건 의미가 없어요."
(중략).
"또한, 수많은 치명적 질환에는 2주간의 잠복기가 있습니다."
"저 봐, 결국 그거네." - P90

나는 실험 장비를 뒤진 끝에 필요한 물건을 찾아냈다. 나노 주사기였다. 희귀하고 비싼 물건이었지만, 이 실험실에는 있었다. 기본적으로이것은 매우 작은 바늘이었다. 미생물을 찌르는 데 쓸 수 있을 만큼 작고 뾰족한 바늘. 이 녀석을 쓰면 살아 있는 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를채취할 수 있었다. - P91

내가 구멍을 뚫자마자 세포 전체가 투명해졌다. 더는 아무 특징 없는 검은 점이 아니라, 세포 기관 등 나 같은 미생물학자가 보고 싶어 하는모든 것이 들어 있는 세포가 되었다. 스위치를 탁 켜는 것만 같았다.
그러더니 아스트로파지는 죽어버렸다. 찢어진 세포벽이 죽더니 완전히 풀어졌다. - P92

"아뇨!" 내가 말했다. "뭐, 맞긴 맞아요 하지만 아주 과학적인 막대기를 가지고 아주 과학적으로 찔렀습니다."
"막대기로 찔러봐야겠다는 생각을 떠올리기까지 이틀이 걸리신 거네요"
"당신 진짜... 조용히 하세요."
나는 바늘을 분광계로 가져가 아스트로파지 진액을 받침대에 올려놓았다. 그런 다음 나는 분광계의 시료실을 봉인하고 열띤 분석을 시작했다. - P93

"물이에요. 아스트로파지는 대부분 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스트라트의 입이 쩍 벌어졌다. "어떻게요? 태양 표면에 존재하는 물질에 어떻게 물이 들어 있을 수 있죠?"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마 외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내부 온도를 96.415도로 유지하기 때문일 겁니다." - P94

하지만 대체 여기 있는 사람이 나인 이유는 뭘까? 내가 한 일이라고는 평생 가져온 신념이 틀렸다는 걸 증명한 것뿐이었는데.
그 부분은 나중에 기억날 것 같다. 일단 지금은 저게 무슨 별인지 알고 싶다. 왜 우리가 이곳으로 사람을 보낼 우주선을 만들었는지도. - P94

실험실에는 온갖 도구가 있었다. 이걸 비틀어 열 만한 납작 드라이버도 분명 있을 것이다. 아니면...
"어이 컴퓨터! 이 판을 열어줘."
(중략).
"음... 비품실로 들어가는 입구를 열어줘."
"비품실을 개방합니다." 컴퓨터가 말한다. - P95

통제실의 도면에서 봤듯, 창고는 약 1미터 높이이며 부드러운 용기들로 꽉꽉 차 있다. 안으로 들어가려고만 해도 그런 짐을 한 무더기는치워야 할 것이다. 굳이 들어가야겠다면 말이지만, 아마 언젠가는 들어가야겠지. 솔직히 말해, 좀 폐소공포증이 생기려 한다. 주택 밑에 파놓은 방공호 같다. - P96

내가 그걸 어떻게 아는 거지...? 당연히 안다. 야오 사령관. 그는 우리의 리더였다. 이제는 그의 얼굴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 P97

나는 다른 제복을 꺼낸다. 사령관의 제복보다 훨씬 작다. (중략). 러시아 항공우주국 로스코스모스의 상징이다. 이름은 ‘HJIHOXHHA‘라고 적혀있다. 이것 역시 로고에서 봤던 이름이다. 이건 ‘일류키나‘의 제복이다. - P97

그런 다음, 나는 세상을 떠난 동료들에게 옷을 입히는 우울한 작업을 시작한다. 깡마르고 건조한 그들의 시신에 입히니 작업복은 터무니없이 커 보인다. 양말도 신겨준다. 안 될 것도 없잖아? 이건 우리의 제복이다. 우주 여행자에게는 제복을 입고 묻힐 자격이 있다. - P98

"올레샤 일류키나." 나는 그렇게 말한다. (중략). 하지만 최소한 그녀의 이름만큼은 기억난다. "당신의 몸을 별들에게 맡깁니다." 적당한 말인 것 같다. (중략).
다음으로 나는 야오 사령관을 에어로크로 운반한다. (중략). "야오 리지에" 나는 그렇게 말한다. 그의 이름이 어째서 온전히 기억나는지 모르겠다. 그냥 그 순간 떠올랐다. "당신의 몸을 별들에게 맡깁니다." - P99

(전략).

나는 실험실에 고립되어 있었기에 대통령이 연설을 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나는 바로 어제 스트라트를 위해 그 단어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그 짧은 사이에 그 단어가 스트라트에게서 대통령에게로, 다시 언론으로까지 퍼져나가다니. 우와.
"음, 그래, 아스트로파지. 그게 태양에서 자라고 있어. 아니면 태양근처에서든지, 확실히는 모른단다." - P101

"너희들도 기후변화에 대해서 알지? 우리가 배출한 이산화탄소가 환경에 어떤 식으로 엄청난 문제들을 일으켰는지 말이야."
"우리 아빠는 지구온난화가 사기래요." 터모라가 말했다. - P101

"기후학자들은 앞으로 30년 안에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 생각해"
바로 그렇게, 모든 아이들이 안심했다.
"30년이요?" 트랭이 웃었다. "엄청 나중이네!"
"그렇게까지 먼 미래는 아닌데..." 내가 말했다. 하지만 열두 살, 열세 살짜리 아이들에게는 30년이 100만 년이나 마찬가지였다. - P103

나는 서둘러 운전했다. 지나칠 만큼 빠르게. 빨간불도 그냥 지나갔다. 사람들을 칠 뻔했다. 나는 원래 그런 일을 절대로 하지 않지만, 그날만은 달랐다. 그날은 뭐였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끼익 소리를 내며 실험실 주차장으로 들어가 이상한 각도로 차를 대놨다.
미군 두 명이 빌딩 문 앞에 서 있었다. (중략).
"막아야 되나?" 한 병사가 다른 병사에게 물었다. 나는 답이 뭐든 관심 없었다. - P104

스트라트는 팔에 태블릿을 꼈다. "박사님 꿈이 실현될 예정이거든요. 저는 아스트로파지를 나눠서 전 세계의 서로 다른 실험실 서른 곳에 보낼 생각입니다. 세른(CERN, 순수과학을 연구하기 위해 유럽 국가들이1954년에 공동 설립한 가속기 연구소로, 세계 최대 입자가속기 연구소 중 하나-옮긴이)부터 CIA 생화학 무기 실험실까지 전부 말이죠."
"CIA에 생화학 무기 실험실이 있어요...?" 나는 입을 열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제가 이 작업을 좀 더 진행하고 싶습니다." - P105

"아뇨, 다 못했습니다. 알아내야 할 게 훨씬 더 많아요."
"당연히 그렇죠." 스트라트가 말했다. "그걸 알아내는 작업을 시작할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실험실이 서른 군데 있고요."
내가 앞으로 나섰다. "아스트로파지를 일부라도 여기 남겨 주세요. 조금 더 연구하게 해주십시오." - P105

스트라트는 태블릿을 가리켰다. "이 실험실들은 전부 국가 단위의 거대한 실험실입니다만 각자 대여섯 개의 세포를 받을 겁니다. 그게다예요. 그 정도로 아스트로파지가 부족하다는 말입니다. 그 173개의 세포들이야말로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중요한 물건이에요. 우리가 그 세포들을 분석한 결과가 인류의 생존을 결정하게 됩니다." - P106

"지금도 제가 외계 생명체에 대한 이론적 모형을 만드는 데에 경력을 다 바친 미생물학자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거의 필적할 만한 사람이 없는 기술을 가진, 쓸모 있는 자원이에요." - P106

스트라트는 한 걸음 물러나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는 내 말을 곱씹으며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런 다음 다시 나를 보았다. "셋이요. 아스트로지 세 개를 받으세요." - P107

지구가 곤경에 빠져 있다. 태양이 아스트로파지에 감염됐다. 나는 우주선을 타고 다른 태양계에 와 있다. 이 우주선을 만드는 것은 쉬운 작업이 아니었고, 우주선의 승조원들은 국제적으로 모집된 사람들이었다. 지금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항성계를 넘나드는 임무다.  - P108

나는 더 많은 정보를 찾아 화면들을 뒤진다. 대부분의 화면은 우주선에서 볼 법한 것들이다. 생명 유지 장치, 항법 장치, 뭐 그런 것들. 어떤 화면에는 ‘딱정벌레‘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다음 화면에는…….
잠깐 딱정벌레라고?
그래, 이게 무엇과 어떻게 관련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우주선에 딱정벌레가 있다면 알아봐야겠다. 그런 것이야말로 알아봐야 할 문제다. - P108

나는 임의로 ‘존‘이라는 딱정벌레를 골라 자세히 살펴본다.
존은 곤충이 아니다. 우주선이 틀림없다. - P109

잠깐... 이 탐사선이 존재하는 의미가 5테라바이트의 저장 공간이라면?
문득 어떤 깨달음이 든다.
"이런, 너무한걸." 내가 말한다.
(중략). 다른 별로 우주선을 보내는 데에는 아마 터무니없는 양의 연료가 필요했을 테니까. 그 우주선을 다른 별로 보냈다가 다시 데려오는 데에는 그 열 배는 되는 연료가 필요할 것이다. - P109

나는 기억을 되살리려고 ‘아스트로지‘ 창을 확인한다.

잔량: 20,862kg
소비 속도: 6.043g/s

소비 속도가 전에는 초당 6.045 그램이었다. 그러니까 약간 줄어든셈이다. 그리고 연료의 양도 줄어들었다. - P110

저게 무슨 별인지는 모르지만, 태양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다른 어떤 별에서든 1.5g의 중력가속도로 겨우 40일 안에 지구에도착할 방법은 전혀 없다. 아마 지구에서 여기까지 오는 데에는 몇 년이 걸렸을 것이다. - P110

아무튼 이 모든 것의 의미는 한 가지뿐이다. 헤일메리호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왕복이 아니라 편도다. 이 딱정벌레들은 내가 지구로 정보를 보낼 방법일 것이다.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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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는 마저리와 나를 앞으로 불러냈다. 마저리와 빌리는 훌쩍거리기 시작했고 판사는 측은하게 그들을 내려다보았다. 그가 법봉으로 나무 받침을 세 번 치고 나서 우리 아들을 풀어주었다. 이보다 더 종교적일 수가있을까? - P192

집으로 돌아오는 동안 빌리는 한 번도 입을 열지 않았다. 수치심과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반쯤 왔을 때 내가 침묵을 깬다.
"빌리, 이제 곧 경찰이 수색영장을 들고 들이닥칠 거야."
(중략).
"미해결 절도 사건까지 한 번에 처리하려는 거지. 네가 과거에도 그 가게를 털러 들어간 적이 있었다는 증거를 찾으려는 거야." - P193

"빌리, 우리가 다 처리했어. 아버지가 다 처리하셨다고."
그제야 이해가 됐는지 아이는 더 부끄러워했다. - P193

"그걸 사주실 형편이 못 됐다는 거 알아요‘
아이가 말했다. (중략).
그건 틀린 말이 아니다. 그걸 사줄 형편이 못 된다는 것. (중략).
"무사히 지나갈거야, 빌리, 금세 잊힐 거고."
나는 말했다.
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굳게 닫힌 입은 끝내 열리지 않았다. - P194

무뚝뚝한 경관들이 집 안 구석구석을 수색하는 동안 우리는 거실에서 묵묵히 기다린다. 물론 그들은 아무 소득도 올리지 못한다. 그들이 원한다는 내 사무실에 보관된 이력서 폴더도 기꺼이 내줄 용의가 있다. 그게 그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 P195

갑자기 매사추세츠의 에드워드 릭스가 떠오른다. 나이 든 교수와 눈이 맞아 문제를 일으켰던 그의 딸, 주니도 황당한 오해는 나로 하여금 그 아이의 어머니까지 죽이게 했다. (중략).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주니도 피해자였다. 아버지가 실직만되지 않았어도 주니는 나이 든 교수와 엮이지 않았을 것이다. - P196

24

6월 1일 일요일, 저녁을 먹은 식구들이 거실에 모여앉아 텔레비전을 보는 동안 나는 슬그머니 사무실로 들어간다. 다시 작전을 세워야 할 때가온 것이다. 더 이상의 지체는 곤란하다. - P197

나는 대학 시절 ‘정리‘에 대해 배웠다. 항상 역사에 관심이 많았다. 내게 역사는 그저 흥미로운 이야기일 뿐이었다. 실제로 성적도 좋았고, 그 덕분에 평균 점수도 많이 끌어올릴 수 있었다. - P198

정리 2. (땅에서) 삼림, 낡은 집, 거주자 등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개척하는 것


역사가 승리자들에 의해 쓰였다는 증거 중 이보다 더 확실한 것은 없다. 생각해보라. 쉼표가 하나 빠졌더라면 ‘거주자‘는 ‘등‘에 포함됐을 것이다. - P198

25

(전략).
"다 끝났어요."
아내가 속삭인다. (중략).
물론 나는 그게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 또 다른 남자, 그 자식, 남자 친구. 그와의 관계가 끝났다는 뜻이다. 더 이상의 부정함은 없을 거라는 얘기. - P200

내가 생각해도 완벽한 뒤처리였다. 하지만 몇 년 전이었다면 이런 방법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직장에 다니며 정상적이고 변화 없는 인생을살고 있었을 때, 그 당시, 그러니까 내가 해고를 당하기 전까지 나는 무척 수동적인 사람이었다. 특히 이런 일에 대해서는 더 그랬다.  - P201

북쪽으로 3킬로미터쯤 더 올라가면 작은 주차장이 나온다. 소나무로 덮인산과 골짜기의 황홀한 풍경을 감상하기 좋은 곳이다. 서쪽으로는 평화로워 보이는 작은 마을들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다. 나는 그곳에 차를 세우고 루거를 레인코트 밑으로 밀어 넣는다. 다시 지도를 펼쳐들고 작전을 짜보지만 소용이 없다. - P203

(전략).
그렇게 1.5킬로미터쯤 더 내려가자 오른쪽으로 샛길이 나타난다. 나는방향을 틀어 스캔틱 리버 가를 벗어난다. 작은 동네로 들어서니 가장 먼저 ‘막다른길‘이라는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이제 앞뒤로는 차가 없다. - P204

나는 걸음을 멈춘다. 과연 이게 좋은 아이디어인가? 여기서 길이라도잃으면 어쩌지? - P206

사슴이라면 별 문제없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맞닥뜨리고 싶지 않다. 블랙스톤이 피살된 시간 전후로 현장 인근의 숲속을 배회했던 수상한 남자로 찍히면 곤란하다.
알돌. 나는 잽싸게 그 뒤로 몸을 숨긴다. 날카로운 소음이 다시 들려온다. 나는 최대한 몸을 낮추고 오솔길을 흘끔 내다본다.  - P206

아내 그의 아내다. 우편물을 확인하던 바로 그 여자. 그녀는 여전히 같은 모자와 카디건, 그리고 코르덴 바지 차림이다. 그녀는 혼자 걷고 있다.
한 손에는 곤봉처럼 생긴 두꺼운 지팡이가 쥐어져 있다. 그녀는 지나는 나무들을 지팡이로 딱딱 두드린다.
오 뱀을 쫓으려는 거였군. 그녀는 뱀을 겁내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가거슬리는 소리를 내면 뱀이 도망친다고 귀띔해준 모양이다. 딱딱. 그녀는계속 빠르게 다가온다. - P207

수영장과 잔디밭 너머로는 커다란 집이 우뚝 서 있다. 아래층은 돌로, 위층은 흰색 물막이 판자로 둘러져 있다. 지붕창도 몇 개 보인다. 골목에서 봤던 집이 맞다. 아직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 P208

4시. 해가 서쪽의 높은 언덕들 너머로 사라지니 공기는 점점 차가워진다. (중략).
그는 끝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도 마찬가지다. 이곳에서는 그들의 사유 차도도 내려다보인다. 그들은 하루 종일 차를 쓰지 않았다. 나는 아직도 블랙스톤이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그의 차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 P209

26

어제 상담에서 마저리가 말했다.
"버크가 해고당했을 때 난 그걸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 인생엔 아무 문제가 없었죠. 원하는 모든 걸 가질 수 있었고, 생계를 위해 바둥거려본 적이 없었어요. 서로에게 자신을 증명해 보일 필요도 없었고요. (후략)." - P211

퀸란이 나를 돌아보며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는 상대의 말을 잘들어주는 사람이다. 퀸란 그가 말했다.
"이젠 자신을 좀 녹여볼 생각이 있습니까, 버크? 벽을 허물어버릴 생각이 있나요?"
"내가 그래 왔다는 걸 몰랐습니다. 그냥 무너져 내리지 않으려고 나 자신을 꼭 붙들고 있었을 뿐이에요"
나는 말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 P216

"우리 모두가 병적으로 의심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마저리."
그가 어깨를 으쓱했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죠 흑인 남자에게 상담을 받는 기분이 어떻습니까?
지금 날 놀리고 있는 건가요? 둘이 차에서 내 흉을 보며 웃진 않습니까?"
그가 말했다.
"우린 뭘 보고도 웃지 않아요." - P217

물론 나는 앞으로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얘기하지 못했다. 우리가 상담에서 무엇을 하든 별 영향은 없을 테니까 이제 남은 건 두통의 이력서, 그리고 업튼 레이프 팰런뿐이다. 이제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마저리의 말을 들으니 기분이 나아지긴 했다. 아내를 잃고 싶지않다. 빌리를 감옥으로 보내고 싶지 않은 만큼.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는것은 확실히 막아야 한다. - P218

어쨌든 이제는 그 문제의 남자의 신원이 확인됐다. 제임스 할스테드, 항상 제임스로 부른다. 절대 짐으로 줄여 부르지 않는다. 은행 임원 출신의 메르세데스 세일즈맨, 이제는 모든 게 밝혀졌지만 상관없다. - P219

27

(전략).
어제 내가 재교육에 대해 했던 말이 떠오른다. 허튼소리가 아니라 꽤진지하게 했던 말이다. 지금까지 내 가족을 챙기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지만 그 과정에서 마저리가 겪었을 정신적 고통에 대해서는 철저히 무시해왔다. - P220

재훈련 그것은 회사의 퇴직 패키지의 일부였다. 그들이 얘기하는 재훈련은 비참하고, 부적절하게 들렸다. - P221

11시 15분. 그녀가 나타난다. 같은 모자에 같은 카디건, 같은 코르덴 바지 차림이다. 달라진 건 블라우스뿐이다. - P222

그는 안에 있나? 한번 들어가볼까? 그녀가 돌아올 때까지 30분 정도의 여유가 있다. 적어도 지난번에는 그랬다. 언제까지나 여기서 이렇게 기다릴 수만은 없다. 내가 무슨 레프리콘 (장난을 좋아하는 아일랜드의 작은 요정)도 아니고 - P223

그는 외출을 한 것이다. 대체 어디로 간 거지? 에버릿 다인스처럼 카운터 점원으로 일하나? 자동차 딜러로 일하는 건 아닐까? 어떻게 찾지? 어떻게 하면 그를 찾아 일을 마무리 지을 수 있지? - P224

식당을 가로지르는 그녀의 둔탁한 발소리가 들려온다. 이쪽으로 오는걸까? 아니면 반대쪽으로?
반대쪽이다. 작은 거실과 현관 홀을 지나 화장실로 향하고 있다. 역시기운차게 산책을 했으니 방광도 자극을 받았겠지. 그래서 오늘은 풀코스를 돌지 못했던 거야. 그녀가 화장실 문을 닫는다.  - P225

28

(전략). 아무튼 어떤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그는 내가 감시한 지난 이틀간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제는 직접 나서서 어떻게 된 상황인지 확인하는 수밖에 없다.
(준략). 나는 블랙스톤의 이력서를 통해 알아낸 번호로 전화를 건다. 두 번째 신호음이 가고 그녀가 응답한다.
"블랙스톤의 집입니다." - P227

나는 말한다.
"개럿 블랙스톤 씨를 부탁드립니다."
(중략).
"제지회사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입니다. 어떻게 하면 그와 통화를 할수 있을까요?"
(중략).
나는 말한다.
"거기로 연락해봐도 되겠습니까?"
그가 어디서 일하는지 알아내야 한다.
"글쎄요."
그녀가 말한다. 남편의 옛 동료를 불쾌하게 만들 생각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무언가가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 P228

오늘 그를 죽여버리겠어. 한 시간 안에 죽여버릴 거야! 수화기를 쥔 손에서 쥐가 난다. 흥분은 쉽게 가라앉지 않는다. 나는 말한다.
"다시 제지회사에 취직이 된 건가요?"
"네! 윌리스&켄덜이에요. 아시는 곳인가요?"
순간 안도의 물결이 밀려든다. 춤이라도 덩실덩실 추고 싶다. 나는 말한다.
"통조림 라벨!" - P229

그를 죽여야 할 이유가 없어졌다.
잘됐어. 아주 잘됐어. 나는 보야저에 시동을 걸고 유턴을 한다. 얼굴에서는 환한 미소가 가실 줄 모른다.
집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흥분도 서서히 가라앉는다. 이제 두 명 남았다. - P229

29

토요일 아침. 나는 사무실에 들어와 있다. 파일 서랍에서 마지막 이력서를 꺼내고, 지도를 펼치려는데 마저리가 문을 두드린다. 나는 지도로 이력서를 덮어놓는다.
(중략).
"버크, 경찰이 왔어요 당신과 할 얘기가 있대요. 형사예요."
공포가 내 식도를 꽉 막는다. (중략).
"그런 것 같진 않아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버크 그는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 P230

"버튼 형사입니다. 주 검찰국 수사과 소속이죠 이렇게 불쑥 찾아와 저송합니다. 제가 중요한 볼일을 방해하진 않았습니까?"
(중략).
"혹시 허버트 에벌리를 아십니까?"
날 용의자로 찍은 모양이군. 하긴 그런 엄청난 일을 벌이고 무사할 거라 믿은 내가 어리석었지. 하지만 어쩌겠나. 일단은 모르는 척 능청을 떨어야지. - P232

 그는 여전히 수첩을 쥐고 있다.
"며칠 전 윌리스&켄덜이라는 제지회사의 인사 담당자가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중략).
"그 후로 연락을 받지 못했습니다. 제가 뽑히지 않은 모양이죠."
나는 말한다.
"2차 면접을 위해 연락을 받은 사람은 총 네 명이었습니다. 그중 두 명은 살해됐고요. 둘 다 총에 맞아 숨졌습니다." - P233

"그들의 옛 동료가 범인이었습니까?"
나는 말한다.
"그들은 서로 모르는 사이였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의 수사 결과는 그렇습니다. 그들이 같은 자리를 노리고 이력서를 넣었다는 것 말고는 두사람을 엮을 연결고리가 없습니다."
버튼이 말한다. - P234

"저희도 회사의 연락을 받았기 때문에 수사를 시작한 겁니다. 구체적으로 뭘 찾아야 하는지를 몰라서 그냥 떠오르는 모든 걸 다 살펴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제지 업계 사람들이 총출동하는 무역 박람회라든지......" - P235

첫 번째와 네 번째 이력서의 주인공. 내가 총알을 박아 넣기 전의 온전한 얼굴이다. 사진들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엄청난 슬픔이 밀려든다. 눈도 따가워진다. 미안한 마음을 숨길 수 없다.  - P236

사진을 돌려주며 나는 말한다.
"이 사람들을 만난 기억이 없습니다."
(중략). 수첩은 다시 그의 재킷 안주머니로 사라진다.
이게 다야? 다 끝난거야? 난 여전히 자유의 몸인 거야? 잡힌 것도 아니고, 용의자도 아닌 거야? 나는 말한다. - P237

30

나는 다시 사무실로 돌아온다. 버튼은 돌아갔고, 나는 마저리에게 그가 나를 찾아온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두 살인 사건에 대한 마저리와의 대화가 필요 이상으로 길어지기는 했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 P239

같은 총. 내가 어리석었다. 그리고 굉장히 운이 좋았다. 그들이 두 사건을 이렇게 연결 지을 줄은 몰랐다. (윌리스&켄덜의 인사 담당자가 참견하지 않았으면 영영 밝혀지지 않을 일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그걸 모를 수 있었을까?  - P239

마지막 표적에게도 이 총을 쓸 수 없게 됐다.
그럼 어쩐다? 더 이상 루거를 쓸 수 없게 됐으니. 내게는 또 다른 총이없다. 흔적을 남기지 않고 새 총을 구할 수 있는 방법도 모른다. 범죄자들이야 식은 죽 먹기이겠지만 나는 그들 세상에 살지 않는다.  - P240

31

"현재 아내." 그 안에는 숨은 뜻이 많다. 비정한 해병대 출신. 그가 지금껏 몇 명의 아내를 지쳐 떨어져 나가게 했는지 궁금하다.
여자보다 고용주에게 더 충실한 타입인 모양이다. 제대 직후 그는 오크크레스트에 입사했고, 최근에 해고당할 때까지 그곳에서만 근무해왔다.
조금만 더 버텼으면 연금도 받을 수 있었을 텐데. 1년 반쯤? - P243

뒤에서 호크 엑스먼의 집으로 접근하는 건 불가능하다. 리버 가는 완전히 노출된 곳이고, 긴 굽이 주변에는 집도 많다. 공용 주차장이 없다는 것도 문제다. 엑스먼의 집 주변에는 비어 있는 듯해 보이는 집이나 매물 표지판이 하나도 없다. 강변 쪽 작은 집들은 육체 노동자들의 여름 별장이보인다. (중략).
해병대 출신 엑스먼은 나머지 표적들보다 접근이 까다롭다. - P246

하지만 일단 그를 찾는 게 급선무다. 신원을 확인한 후에는 그를 미행하며 기회를 노려야 한다.
몇 시간 후에 귀가할까? 어디서 임시직 한자리를 찾아낸 걸까? 다른 제지회사에 채용된 건 아닐까? 그렇다면 더 이상 나와 경합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인데, 과연 두 번 연속으로 그런 행운을 누릴 수 있을까?
하지만 대체 어떤 직장이기에 오전 11시 30분에서 정오 사이에 집을 나서는 거지? - P247

32

(전략).
"퀸란 씨, 우린 잘리기 5개월 전부터 전문가들에게 이력서 작성법과 면접을 위해 옷 입는 법 따위를 배웠습니다. 그들은 해고된 후 재정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었고, 전혀 도움이 안 되는 말로 우릴 격려하려 했습니다. 어떻게든 우리 기분을 풀어주려 무던히 노력했죠. 그런데 이젠 당신이 그걸 하고 있군요." - P251

"당신에겐 이게 어떤 의미입니까, 데보레 씨?"
"나 자신 외엔 믿을 사람이 없다는 뜻입니다."
나는 마저리를 돌아보았다.
(중략).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버크 당신에겐 내가 있잖아요." - P254

상담이 끝난 후에도 퀸란은 그 후로 5분 동안 내가 마저 주절댈 수 있도록 잠자코 있어주었다. 그는 사무실을 나서는 우리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를 이해해보려 애쓰는 것 같았다.
이해하려 하지 마십시오, 퀸란씨. - P255

33

(전략).
이력서. 그걸 이용해볼까? 나는 『페이퍼맨』에 광고를 싣고 이력서를 접수했다. 그중 쓸 만한 것들을 추려내고, 거기 적힌 주소를 이용해 일을 벌여왔다. 딱 거기까지였다. 그 광고 자체를 써먹어볼 수는 없을까?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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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의 동기에 관한 설명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인물이 어떤 결정을 내린 ‘까닭‘을 해명해주는 정보를 전달해야 할 때도 있다. 작품의 주요 서사에 드러나지 않는 과거의 트라우마나 인물이 세상을 보는 관점을 변화시킨 경험 같은 전사가 있을 때 이러한 설명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 P73

어떤 인물의 전사가 작가의 머릿속에 있다고 해서 독자도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스터리한 인물은 독자의 호기심을자극할 수 있다.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스네이프의 전사는 독자가 이 작품의 서사를 이해하는 데 진정으로 필요한 순간이 됐을 때, 즉 마지막 권에 이르러서야 밝혀진다.  - P73

한편 인물을 더욱 친근하게도, 흥미롭게도 만들지 못하는 백스토리는 작품에 실어도 서사적으로 아무런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 채 어설픈 설명으로 끝날 공상이 크다. - P73

작가가 넣고 싶은 설명

(전략). 이야기는 내가 원하는 대로 써야 한다. 반드시 독자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는 정보가 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나에게 몹시 중요한 내용이라면 어떻게든 집어넣을 방법을 찾아라. - P74

독자의 해석 욕구를 자극하라


독자는 작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예리하다. 잘 쓴 설명은 갈등과 환경에 대한 묘사를 통해 넌지시 이야기를 전달한다. 독자는 어느 정당의 다른 정당들에 대한 프로파간다 하나만 봐도 여러 정파가 복잡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 P74

설명은 타이밍


흥미와 공감대, 무엇을 얻고 싶은가

(전략). 인물의 전사를 밝힐지 여부가 중요한 것은 맞지만, 그에 따라 흥미 또는 공감대 둘 중 한 가지를 선택하고 다른 한 가지를 포기하게 되는것은 아니다. - P75

한편 시점 인물의 경우 대개 이야기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전사가 나오는데, 여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중략). 전사 설명을 이야기 초반에 싣는 것이 해당 인물에 대한 독자의 감정 이입을 이끌어내는 데 유용한 기법이며, 그것이야말로 대다수 작가가 자신의 주인공에게 벌어지기 바라는 일이기 때문이다.  - P76

반전은 언제나 효과가 있다

설명을 인상적으로 만들 수 있는 더없이 효과적인 방법으로는 반전이 있다. 설명 ‘앞‘에 반전을 넣어도 되고, 설명 ‘뒤‘에 반전을 넣어도 좋다. - P76

좀 더 미묘한 반전을 만들고 싶다면 인물이 착오를 하게 하면 된다. (중략). 이를 입증하는 장면이 나오면서 관객이 믿도록 유도됐던 정보는 거짓으로 판명되고 옳은 정보는 더욱 기억에 남는다. - P77

첫 장에 ‘올인‘할 필요는 없다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세계의 역사와 인물들에 관한 설정을 보기 좋게 나열하며 성대한 설명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기 쉽다. 그리고 톨킨이 《반지의 제왕 1: 반지원정대》를 샤이어 전체 역사를 개관하며 시작하는 등 위대한 작가들이 그렇게 하기도 했지만 최근에 나오는 작품들은 설명적 구절로 시작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 P78

이유는 비교적 명확한데, 관심이 가는 맥락이 주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독자가 작중 세계나 사회에 주의를 쏟거나 마법체계를 기억하기가 버겁기 때문이다.  - P78

바쁜 작가를 위한 n줄 요약


2

주인공과 설명 사이에 장애물과 미스터리를 배치하면 독자와 주인공 둘 다 답을 얻고 싶어 할 것이고, 따라서 설명이 한층 보상처럼 느껴지게 된다.

3

‘교황이 수영을 하는 동안 전략의 목표는 독자가 설명에 집중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이 전략을 실현하는 데는 맥락상 인물 창조에 기여하는 대목, 충격적인 작중 환경에 대한 묘사, 또는 갈등과 관련된 극적 장면에 설명을 삽입하는 방법이 있다. - P80

7

설명 전후에 반전을 넣으면 설명의 내용을 독자가 기억하기 쉬워진다. - P81

4장

복선 심기에도
기술이 있다


복선은 이야기의 구성 요소라기보다 이야기를 짜는 데 필요한 도구에 가깝다. 복선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야 없지만, 복선을 어디에 넣어야 하는지, 복선을 효과적으로 사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 P85

복선을 제시하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지만, 여기서는 가장 흔히 사용되는 예비 장면, 이례적 서술, 체호프의 총, 상징주의, 이례적 행동을 중점적으로 살펴보려 한다. - P86

예비 장면 보여주기


‘예비 장면‘이란 뒤에 나올 훨씬 더 중요한 순간의 작은 버전이 이야기 초반에 나타나는 것이다. - P86

이례적 서술로 궁금증 유발하기


‘이례적 서술‘이란 보통은 조명되지 않는 대상을 특별히 서술해 부각하고, 보통 때보다 자세히 그리는 것을 말한다.  - P86

자. 다른 대상들은 보통 잇따라 열거되는 반면, 이례적 대상은하나의 독자적 문장이나 단락을 통해 다루며 대비를 이룬다. 이례적 서술을 다른 대상들이 열거된 구절에 가까이 배치할수록 대비는 더욱 선명해진다.  - P87

총을 보여줬다면 반드시 쏴라


‘체호프의 총‘은 아마도 가장 중요하고 자주 사용되는 복선의 유형일 것이다. 이는 러시아의 극작가 안톤 체호프Anton Chekhov가 "1막에서 벽에 총이 걸려 있다면, 3막에서 반드시 그 총을 쏴야 한다"라는 말을 통해 제시한 법칙이다. - P88

체호프의 총은 특히 게임 매체에서 굉장히 흔히 사용된다. 플레이어는 특정 아이템 또는 능력을 손에 넣지만, 게임이 훨씬 많이 진행되기 전까지는 그다지 그 아이템과 능력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다. - P89

상징주의, 은은하거나 은밀하거나


아나킨이 ‘제다이 훈련을 받는 값을 치르려면 팔이랑 다리까지 내놔야겠다‘라고 말하는 것에서부터 이슬람교 경전 코란의 비유로 가득한 구절들에 이르기까지, 복선의 스펙트럼은 굉장히 넓다. 예비 장면과 체호프의 총은 비교적 독자가 알아차리기 쉽지만, 상징주의는 훨씬 감지하기가 어렵다. - P90

상징을 이용하는 복선의 한층 효과적인 형태 중 하나로는모티프가 있는데, 이때 상징은 대체로 이야기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반복 덕분에 상징이 눈에 띄고 효과를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 P91

물론 은유와 상징으로 가득한 예언, 환영, 꿈 등, 판타지 장르에서 복선을 마련하기 위해 즐겨 사용되는 장치들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장치들은 복선은 복선이지만, 알아차리기가 훨씬 더 쉽다. 예언의 중대성을 의심하는 인물이 거의 없을뿐더러 설령 누군가 의심하더라도 독자는 절대 의심하지 않는다.  - P91

인물이 안 하던 짓을 한다면?


‘이례적 행동‘이란 인물이 앞서 보인 자신의 성격과 일치하지 않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독자가 그 이유를 궁금해하게 만든다. - P92

특히 미스터리한 전개가 요구되는 작품에서 인물의 이례적 행동 장치가 자주 발견되는데, 어떤 인물의 특정 행동 양상이 나중에 미스터리가 폭로된 후에야 해명되는 식이다. - P93

그 밖의 도구들

간단한 어구를 통해 복선을 그리는 방법도 있다. (중략).
한편 인물들이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터무니없을 정도로 걱정하거나 농담을 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중략). 둘 다 독자나 시청자가 작품을 한 번 더 볼 때라야 알아차릴 수 있는 굉장히 영리한 표현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 P93

복선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

서사 구조 강조


복선을 활용하면 무엇보다 작품의 특정 극적 줄거리를 독자가 눈치채도록 강조할 수 있다.  - P94

크리스토퍼 놀런의 <다크 나이트>를 보면 영화가 시작되는부분에서 하비 덴트의 유명한 대사가 나온다.

"영웅으로 죽거나, 계속 살아서 악당이 되거나."

(전략). 하지만 이 대사를 중심으로 이야기의 긴장이 고조되리라 기대할 것이다.  - P94

어조 변화

복선을 통해 이야기의 후반에서 어조를 변화시키기 위한초석을 깔아놓을 수도 있다. 《해리 포터와 불의 잔》 초반에는 다음의 대사가 나온다.

얼굴을 가린 손가락 아래 이마의 번개 모양 흉터가 타들어 가듯 아팠다. 꼭 누군가 뜨거운 철사로 피부를 짓누른 것 같았다.

이 장면은 퀴디치 월드컵과 함께 즐겁고 들뜬 분위기로 시작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음을 먹는 자들의 공격과 함께 훨씬 어두운 어조로 급변하는 이야기를 암시하는 예비 장면이다. - P95

어조가 난데없이 극적으로 변화하면 독자는 당황한다. 물론 반전까지 독자가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반전은 어조의 변화와 함께할 때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 P96

만족스러운 보상

어떤 사건을 복선으로 암시해야 잘 쓴 이야기가 될 수 있는가는 완전히 다른 문제다. 본질적으로 복선이란 단순히 독자에게 정보를 전달하고자 넣는 구절이 아니다. (중략), 복선은 오로지 예상치 못한 사건을 그럴듯하게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 P96

또 중요한 사건일수록 이야기 전체에 걸쳐 복선을 깔아둬야 한다는 의미도 된다. - P97

바쁜 작가를 위한 n줄 요약

(전략).

4

복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다양하지만, 어조 변화든 반전이든 인물의 변화든 클라이맥스에서 나올 문제의 해결이든, 예상치 못한 사건을 그럴듯하게 만드는 데 우선 기여해야 한다.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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