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 그런데 우리는 열네 살에 무엇을 믿었던 걸까요? 우리의 우정과 형제애, 우리 나라와 우리의 독립이었습니다. 우리는 만일 부름을 받는다면 피로 맺어진 의형제들과 조국을 위해 우리 자신을 희생할 수 있으리라 믿었지만, 우리가 어떤 식으로 부름을 받게 되고 무엇이 될지를 정확히 알지는 못했습니다. - P68
설사 사정상 우리가 죽음으로 형제애의 대가를 치러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해도, 나는 만과 내가 당연히 대가를 치르리라는 것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 P68
3장
(전략). 내가 ‘우리가 나 우리에게‘라고 말할 때, 그것이 무슨 뜻인지를 물으셨습니다. 파견된 스파이로서 첩보 활동의 대상인 남쪽 군인들이나 철수자들을 나 자신과 동일시하는 순간들에 그렇게 불렀던 겁니다. 그 사람들, 나의 적들을 ‘그들‘이라고 불러야하지 않을까요? - P70
독신 생활은 ‘잡종 새끼‘로 사는 데서 비롯된 뜻밖의 혜택들 중 하나였습니다. 나는 대부분의 가족들에게 그리 대단한 신랑감으로여겨지지 않았으니까요. 혼혈 혈통의 딸이 있는 가족들조차 나를 환영하지는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대개 딸 자신이 순수 혈통인 누군가와 결혼해 사회적 신분 이동이라는 엘리베이터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려고 미친 듯 날뛰었기 때문입니다. - P71
나는 직업 매춘부들의 전문가 기질에 변치 않는 존경심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부정행위를 변호사들보다 더 솔직하게 드러냈기 때문입니다. 시간 단위로 청구서를 발행하기는 피차일반인데 말입니다. - P72
(전략). 하지만 수도와 교외 도시들에 있는 매춘부들의 70~80퍼센트에 대해서는 그렇게 말할 수 없었습니다. (중략). 대부분은 열아홉 살 먹은 미군 병사의 음모에 붙은 진드기처럼 살며 달리 생계를 꾸릴 수단이 없는 가난하고 글도 모르는 시골 아가씨들이었습니다. 이런 미군 병사는 바지가 물가 상승을 유발할 지폐 한 뭉치로 불룩하고, 젊은 뇌는 아시아 국가에 오는 수없이 많은 서양 남자들을 괴롭히는 황열병*으로 부푼 채 놀랍고 기쁘게도 젖가슴이 녹색으로 물들어 있는 이 세계**에서 최소한 여성에 관해서는 자신이 더 이상 클라크 켄트가 아니라 슈퍼맨임을 깨달았습니다.
* 진짜 황열병이 아니라 중의적으로 동양 여성에 대한 욕망을 의미하는표현. ** 달러 지폐가 녹색임을 빗댄 표현. - P73
여러 해 동안 수영장은 내내 미국인 전용 구역이었습니다. 다른 나라 백인들과 국제 통제 및 감독위원회(ICCS)의 인도네시아인들, 이란인들, 헝가리인들, 폴란드인들을 위한 출입도 있었지요. 우리 나라에는 두문자어들이 득시글거렸습니다. "똥을 제어할 수는 없어(I Can‘t Control Shit)."라고도 알려진 ICCS를 포함해서 말입니다. - P78
(전략). 활주로 어딘가에서 다시 한번 폭발이 일어나 흥분을 극도로 고조시켰습니다. 남자들, 여자들, 그리고 아이들이 훨씬 더 새된 소리로 아옹거리듯 아우성쳤습니다. 선회하던 비행기가 문에서 불길이 아니라 오로지 암흑만 내다보이는 각도로 갑작스럽게 멈춰서 버리자 한 남자가 악을 쓰며 말했습니다. 우리는 모두 죽게 될 거야! - P85
여행 가방들은 잊혀 버렸고, 남아 있는 엔진 두 개에서 천둥 같은 소리를 내며 쏟아져 나오는 후류*에 어린아이들은 발을 딛고 서 있기 힘들 지경이었고 어른들도 휘청거릴 정도였습니다.
* 비행기가 작동할 때 프로펠러 뒤쪽에 생기는 바람 - P86
(전략). 이 대목에서 나는 좌우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마땅한 대가를 치렀을 깔끔한 집을 가리켰습니다. 회벽에는 도마뱀 붙이 몇 마리와 장식품 몇 개가 군데군데 붙어있었습니다. 시계, 달력, 중국풍 족자, 그리고 전성기의, 즉 자신이 대통령이 미국의 꼭두각시가 아니라고 믿는다는 이유로 암살되기 이전의 옹오딘지엠*의 컬러사진 등등이요.
* 1954년 미국의 지원으로 총리가 되었으며 1956년 국민투표로 공화국을 선포하고 남베트남의 초대 대통령에 취임해 지주층과 군경 세력을 기반으로 강력한 반공정치를 펼쳤으나 독재와 부패 등의 이유로 민심을 잃고, 1963년 부하 장군들이 일으킨 쿠테타로 처형되었다. - P88
(전략). 그러니 제발 제 후원자가 요청하는 호의에 대한 작은 감사 표시를 당신께 전할 수 있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중략) 하지만 차관보가 맞다고 대답했을 때, 나는 남아 있는 현금 4000달러가 든 봉투를 꺼내 보여 주었는데, 그가 관대하다면 비자 두 장을 얻기에는 충분한 액수였습니다. - P89
하지만 관료에게 종이는 절대 그냥 종이가 아니었습니다. 중에는생명이었죠! 차관보는 그 순간 자기 종이를 가져간다는 이유로 나를 증오했고 이 순간에도 나를 증오했지만, 나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습니다. 콘크리트 칸막이에서 웅크리고 있을 때 내가 괴로웠던 건 또시 비참하게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 P90
카튜샤 로켓탄이 하나씩 혹은 일제히 계속 날아오고 있는 동안, 비행기가 곧게 뻗은 활주로를 목표로 천천히 달리기 시작했을 때, 장군과 탑재물 관리 책임자는 경사로에 서서 어서 오라고 손짓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전력질주를 하고 있어서, 폐가 뻣뻣하게 죄어드는 듯했습니다. - P94
비행기가 활주로를 따라 질주하기 시작하자, 장군은 나를 내 무릎 부위까지 잡아당긴 다음 짐칸으로 질질 끌고 갔고, 뒤에서 경사로가 올라갔습니다. (중략). 문가에 M-16을들고 서 있던 승무원이 재빨리 세 발을 연달아 발포했습니다. - P95
4장
우리가 괌에 착륙한 직후에 녹색 구급차가 시신들을 실어 가기 위해 도착했습니다. 나는 덕을 들것에 내려놓았습니다. - P96
우리는 트럭에 실려 아산 기지*로 가는 내내 눈물을 흘렸는데, 장군 덕에 늦게 온 다른 사람들에게 할당된 텐트에 비해서는 아주 쾌적한 막사를 얻었습니다.
*미국령 괌의 서부 해안가 마을에 위치한 미 해병대 기지. 1975년 4월에서 11월까지 남베트남 난민들을 위한 난민 수용소로 사용되었다. - P96
나는 장군의 가족과 막사 안의 백여 명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헬리콥터들이 사이공의 지붕들 위로 내려앉고 난민들을 항공모함 갑판으로 철수시키는 수치스러운 영상들을 보았습니다. 이튿날, 공산당 군대의 탱크들이 대통령궁의 정문을 박살내고 들어간 후 군인들이 대통령궁 지붕 위로 민족해방전선**의 깃발을 올렸습니다.
** 베트남민족해방전선. 1959년 설립된 남베트남의 반정부 게릴라 정치단체. - P97
모든 종류의 학대를 감내하도록 훈련 받은 병사들 사이에서 격려라는 비료를 뿌리기란 무척 쉬운 일이었지만, 난민들은 대부분 민간인들이라는 점을 우리가 잊고 있었던 겁니다. - P98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는 린의 피로 얼룩이 지는 바람에 운 좋게도 군복을 입고 있지 않았습니다. 군복을 벗고 배낭에 있던 마드라스 셔츠와 치노 바지로 갈아입었지만, 장군은 비행장에서 자기 짐을 잃어버리는 바람에 여전히 옷깃에 별을 달고 있었습니다. - P98
노파가 슬리퍼로 장군의 턱을 후려쳤고, 그녀 뒤에서, 반대편에서, 우리 뒤에서, 젊었든 늙었든, 튼튼하든 허약하든, 여자들이 신발과 슬리퍼, 우산과 지팡이, 햇빛 차단용 모자와 원뿔형 모자를 들고나섰습니다. 내 아들은 어디 있어? 내 아버지는 어디 있지? 내 오빠는 어디 있어? - P99
어차피 이 숙녀들은 악을 쓰며 욕설을 퍼붓기를 선호하며 귀담아 듣지 않았을 겁니다. 나는 장군과 나 사이를 갈라놓고 있는 여자들을 헤치고 나아가 몸으로 그를 감싸고 더 많은구타와 침 덩어리들을 받아 내다가 마침내 그를 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 P100
장군님- 입 닥쳐! 장군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만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결코 다시는 이 일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는다. 우리는 결코 이 일을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 P101
(전략). 이번에는 진짜 창문이 있고 진짜 좌석이 배정된 여객기를 타고서요. 우리에겐 또 다른 난민 수용소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곳의 한층 수준 높은 생활 편의 시설은 우리가 이미 아메리칸 드림으로 불리는 사회적, 경제적 신분 상승으로 이익을 얻고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괌에서 대부분의 난민들이 해병대원들이 급하게 세운 텐트에서 지냈던 데 반하여 여기에는 우리 모두에게 막사가 있었습니다. - P102
그리운 고모님. 나는 그녀가 내 당고모인 양 편지를 썼습니다. 이렇게 오랜만에 고모님께 전하는 편지의 첫 문장부터 끔찍한 일을 알려드려야만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후략). - P103
(전략). 하지만 이 와중에 좋은 소식도 있어. 그가 호주머니에서 오려낸 신문지 한 장을 꺼내서 내게 건넸습니다. 그 친구 기억하나? 권총으로 자살했어. 신문 쪼가리를 만지작거리며 내가 물었습니다. 그게좋은 소식입니까? 그는 영웅이었어. 장군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 P104
내가 말했습니다. 진정한 영웅이지요. 그에게는 아내와 많은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몇 명인지 기억해 낼 수는 없었지만요. 나는 그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았습니다. 철수 대상으로 그의 이름을 고려하기는 했지만, 결국 제외해 버렸습니다. - P105
공산주의자들이 뭘 하는지 감시하는 일에, 그들이 우리가 뭘 하고 있는지 감시하고 있기 십상인데 그거나 매한가지지. 그 점에 대해 뭐라도 생각해 본 거 있나? 그들이 어떤 식으로 우리를 감시하고 있는지에 대해서요? 바로 그거야. 동조자들. 우리 장교들 틈에 낀 스파이들 고정간첩들 말이야. - P106
정말로 우리 쪽 사람들 중 하나가 스파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이제 내 몸에서 땀을 흘리지 않는 유일한 부위는 눈알뿐이었습니다. 군 정보부는 어떻습니까? 아니면 작전참모들은요? - P106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지요. 내가 당황스러운 척하며 말했습니다. 장군의 관심을 딴 데로 돌리려고 내 담뱃값을 건넨 다음, 내가 느낀 공포와 떨림과 식은땀 따위는 빼고 우리 대화의 요점을 당고모께 전하기 위해 막사로 돌아왔습니다. - P107
장군과 부인 역시 한때 장군의 상담역이었던 미국인 대령의 처형에게 신원보증을 받아 결국은 로스앤젤레스로 오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빌라 대신 로스앤젤레스의 조금 후진 지역, 도시의 침체된 중심부인 할리우드 인근 지역에서 목조 단독 주택을 빌렸습니다. - P109
내일은 학과장 비서나 학과장과 공식 대면을 요구하는 학생들을막는 제1방어선 역할이었는데, 일부 학생들은 이전에 한 번도 만난적이 없는데도 나를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습니다. - P110
. 맨 처음에 나는 베트남 공화국 육군의 보병 장교였고, 장군이 대령이었을 때 그를보좌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어 그가 장군이 되고 다소 군기를 잡을 필요가 있던 경찰을 책임지게 되었을 때 나도 함께 자리를 옮겼습니다. 전투를 목격했고, 하물며 공안부와 연관되어 있었다는 것은, 이때만해도 대부분의 대학 캠퍼스에서 말하기 힘든 민감한 주제였습니다. - P111
. 그 당시 나는 학생들의 꾸밈없는 정치적 열정을 질투했습니다. 나는 베트남 공화국에서 온 선량한 시민 역할을 하기 위해 자신의 열정을 깊숙이 감춰야만 했으니까요. - P111
내가 최저 임금을 받으며 해내는 온갖 잡다한 업무에는 모조 다이아몬드가 박힌 뿔테 안경을 쓴 미즈소피아 모리라는 비서를 돕는 일뿐 아니라, 전화를 받고, 교수의 원고를 타자기로 치고, 서류를 철하여 정리하고, 책들을 가져오는 일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중략). 설상가상으로, 미즈 모리는 나를 좋아하는 것같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아무도 죽인 적이 없다는 걸 알게 돼서 기뻐요. 우리가 만난지 오래지 않아 그녀가 말했습니다. - P112
(전략). 하지만 지금 나에게 미국의자선이 필요한 이유가 애초에 내가 미국의 원조를 받은 수혜자였기때문일까, 하고 궁금해 할 수밖에 없는 운 나쁜 사람들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 P113
교수들 가운데 우리 나라에 대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학과장은 우리 문화와 언어에 관한 긴 토론에 나를 즐겨끌어들였습니다. - P114
맞습니다. 그렇지요. 최저 임금이라도 꼭 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하며 내가 말했습니다. - P115
(전략), 그는 심지어 우리 모임 중 한 번을 내게 키플링의 주장을 확인해 보기 위한 숙제를 내면서 마친 적도 있었습니다. 나는 종이 한 장을 가져다가 세로로 반을 접었습니다. 맨 위에, 왼쪽에는 동양, 오른쪽에는 서양이라고 적은 다음 내 동양적인 특징들과 서양적인 특징들을 적어 나가야 했습니다. - P116
이튿날 이 과제를 보여 주자. 그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주 좋아! 멋진 시작이야. 자네는 착실한 학생이로군. 동양인들이 다 그렇듯이. (중략). 그런데 문제점이 하나 있어. 얼마나 많은 동양적인 특성들이 서양적인특성들과 정반대로 대립하고 있는지 보이나? 서양에서는, 유감스럽게도 많은 동양적인 특성들이 부정적인 색채를 띠지. 이것이 동양 혈통의 미국인들이 겪는 심각한 정체성 문제들을 초래해. - P117
나는 교수가 친절하게 대하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웃음을 참고 진지한 표정을 유지하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제가요? 그래. 자네! 자네는 동양과 서양의 공생 관계를 구체적으로 나타내 둘에서 하나가 나올 가능성 말이야. 우리가 서양인의 신체적 특징을 자네와 분리해 생각하지 않듯이 동양인의 신체적 특징 또한 자네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지. - P118
그래, 자네! 자네의 동양적인 본능을 견제하기 위해 자네는 미국인들이 나면서부터 배워 온 무의식적인 행동들을 부단히 연마해야만해. 저도 제 자신을 더 이상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어요. 음과 양 같은건가요? 바로 그거야! - P119
집으로 가는 길에, 나는 식료품점에 잠시 들러서 흰 빵, 살라미 소시지, 플라스틱 병에 든 보드카 1리터, 옥수수 전분, 요오드를 샀습니다. 감정적으로는 쌀 전분을 더 선호했겠지만, 옥수수 전분이 구하기가 더 쉬웠습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물건들을 치워 두고, 내 분열된 자아가 적힌 종이를 냉장고에 붙였습니다. - P120
아마 내 생활 형편과 다소 연관이 있었을 겁니다. 내 집은 1층에 위치한, 배꼽 먼지* 특유의 냄새가 구석구석 배어 있고 음침한 침실 한 개짜리 아파트였습니다.
* 입고 있는 옷의 섬유 직물이 체모에 쏠리면서 생기는 조그만 보풀들이 배꼽 안쪽에 모여 형성되는 먼지 덩어리의 일종. - P120
나는 드러누워서 우리가 군인들과 똑같은 방식으로취침하는 거라고 상상했습니다. 아동용 2단 침대를 살 만한 장소라고는 차이나타운 근처의 번지르르한 가구점들의 아동 코너밖에 없었고, 이 가게들은 멕시코인들이나 멕시코인들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감독하는 곳이었음에도 말입니다. - P122
다음날, 본이 목사의 교회를 청소하기 위해 몇 시간 동안 나가 있을 때, 편지에 바르면 일련의 숫자들이 자줏빛으로 나타나게 해줄 요오드 용액을 만들 예정이었습니다. 그 숫자들은 만이 너무나도교묘하게 선택한 암호책이자, 이미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책이 되어 있던 리처드 헤드의 『아시아의 공산주의와 동양적인 파괴 방식』의 페이지와 행과 단어를 가리켰습니다. - P123
당고모께도 말씀드렸듯이, 만일 함께 지낼 수만 있었다면 우리는 어지간한 크기의 자급자족적 공동체, 즉 미국이라는 정치적 통일체의 엉덩이에 난 뾰루지 같은 집단을 만들 수 있었을 겁니다. - P125
우리 문화의 주요 요리 재료들을 어떻게든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중국인들의 시장에 의존하고 있었기에 우리의 음식은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중국적인 색채를 띠었습니다. 이는 우리가 굴욕적이고 혹독한 채찍질 같은 시련을겪는 동안 새콤달콤한 맛에 관한 애매한 기억들만 남긴 또 한 번의 타격이었습니다. - P126
하지만 우리는 집주인들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우리의 감정을 마음속에만 담아둔 채, 꺼끌꺼끌한 소파며 따끔따끔한 카펫에서 서로바싹 다가앉거나, (후략). - P127
우리는 냄비로 토사(土)를 걸러내듯 나쁜 소식을 치워 버린후, 사금을 가려내듯, (중략), 즉 사이공 함락 이후 어느 나라도 들여보내주려 하지 않는 데다가 친구인 미국의 유명 영화배우들 가운데 어느 누구도 그녀의 절박한 전화에 응답해 주지 않아서 이공항에서 저 공항으로 전 세계를 빙빙 돌다가 마침내 마지막 동전으로 미국 여배우 티피 헤드런과 연락이 닿아 헤드런이 비행기에 태워할리우드로 데려간 유명 영화배우의 이야기를 채취했습니다. 그렇게해서 우리는 슬픔에 잠겨 스스로를 닦고 희망으로 스스로를 헹궜던것입니다. 우리는 들려오는 거의 모든 소문을 믿었음에도, 우리 나라가 패망했다는 사실만은 좀처럼 믿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 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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