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장
민주주의의 한계
미국 대통령 선거 몇 주 전에 서로 다른 형태의 포퓰리스트 저항세력이 단일한 기치 아래 뭉쳤다. ‘미국 대통령 선거의 마지막 국면에서 무장 민병대 집단이 음모론자 및 백신 거부자 집단과 연합했다. 이들은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이 사기라고 주장하며, 선거일을 앞두고 말썽을 빚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반정부와 반反과학을 선동하는 주동자들은 주말에 가장 큰 규모의 민병대 집단 중 하나의 설립자와 합류하여 힘을 합쳤다.‘*
* 「미 민병대가 선거를 앞두고 음모론자들과 손을 잡다. US militias forge allianceswith conspiracy theorists ahead of election", theguardian.com>, 2020년 10월 14일. - P143
(전략).
이런 관점에서 보면 폭력으로의 비약은 정말 손쉽게 일어난다. 2020년 10월, FBI는 우익 민병대 집단이 미시건 주지사 휘트머Gretchen Whitmer를 납치해서 위스콘신에 있는 보안 장소로 데려가려고 계획했다고 폭로했다. 거기서 휘트머는 ‘반역죄‘로 일종의 ‘인민재판‘을 받게 될 터였다. 민병대 집단에 따르면 휘트머는 주지 - P145
새로운 포퓰리스트 우파는 수십 년 전에 분명 극좌파 ‘테러리스트‘ 집단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절차들을 접수하고 있다. 물론 이는 두 ‘극단‘이 어떤 식으로든 일치한다는 뜻이 결코 아니다. - P146
트럼프 자신은 여기서 양면적인 게임을 벌이고 있다. 폭력 사태와 음모론을 선동하는 급진 우파 집단에 관한 질문을 받았을 때 트럼프는 이 집단의 일반적인 애국적 태도를 칭찬하면서 문제적 측면과는 형식적으로 기꺼이 거리를 두고자 했다. 이 거리두기는 물론 공허하며, 순전히 수사적 태도다. - P147
게다가 이런 추세는 미국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유럽 언론을 장식하는 표제 기사를 그냥 한 번 훑어보기만 해도 된다. - P148
좀 더 일반적 차원에서 의회민주주의 개념에 내재한 모종의 긴장도 눈에 띈다. 민주주의는 두 가지 사항을 뜻한다. ‘인민의 권력‘(다수의 실질적 의지가 국가에서 표현되어야 한다) 그리고 선거 메커니즘 자체에 관한 신뢰다. - P148
(전략). 이 두 가지 차원이 조화를 이루지 못할때 문제가 생겨나며, 좌파와 우파는 모두 종종 인민의 실질적 의지가 선거의 형식성에 우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P149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비중립성은 위기나 무관심의 순간. 대중이 실질적으로 원하거나 생각하는 것을 민주적 시스템이 반영하지 못하는 무능력을 드러낼 때 선명하게 감지된다. - P150
요컨대, 자유주의적 민주주의의 위기는 십 년이 훨씬 넘게 지속된 것이고,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은 그 위기를 어느 한도 이상으로 폭발시켰을 뿐이다. 그래서 해결책은 분명 모든 소수 의견을 좀더 포괄하는, 모종의 더 ‘진정한‘ 민주주의‘에 있지 않다. - P151
직접적 폭력은 대체로 혁명적이기보다 보수적이며, 좀 더 근본적 변화의 위협에 맞선 반작용이다. 하나의 시스템이 위기를 맞으면 자체의 규칙을 어기기 시작한다. - P152
한나 아렌트는 일반적으로 폭력적 분출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원인이 아니라 오히려 자체의 모순들로 인해 이미 수명이 다한 사회에서 새로운 사회를 낳기 위한산통이라고 말했다. - P152
하지만 폭력이라는 ‘산통‘ 없이는 권력의 평화적이고 ‘민주적인‘ 이양은 결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이고 싶다. - P152
그렇지만 오늘날 이 긴장을 야기한 주체는 우파다. 그렇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오늘날 좌파의 임무는 오카시오-코르테스Alexandria Ocasio-Cortez가 지적했듯,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구하는 일이 되어버렸다. - P153
(전략). 트럼프와 그가 남긴 유산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진정한 과제는 (그가 2024년에 귀환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그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이념을 죽이는 일이다. 그래서 그를 그의 모든 쓸모없는 허영과 비일관성과 함께 낱낱이 드러내는일이다. - P154
다시 한번 헤겔적 비유를 들자면, 그의 이념을 죽이는 일은 그를 자신의 이념으로 이끄는 일, 다시 말해 그를 내재적으로 파괴하는 일을 뜻한다. - P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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