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왜 읽었지. 왜 잘 읽히지?













 왜 이런 이야기를 하게 됐는지 경위는 잘 생각나지 않는다. 어쩌다보니 우연히 이야기가 나왔다. 아무튼 내가 열여덟 살이었던 시절은 아득한 옛날이다. - P29

"고등학교는 이미 졸업한 상태였어. 대학은 가지 않았고, 말하자면 재수생 신분이지." 나는 일단 그렇게 설명한다. - P29

(전략), 도서관에 드나들면서 두꺼운 소설책만실컷 읽었지. 부모님은 내가 도서관에서 열심히 수험 공부 하는줄 아셨을 거야. 그래도 어쩌겠어. 미적분 계산의 원리를 파고드는 것보다, 발자크 전집을 독파하는 쪽이 훨씬 즐거운데." - P30

. 하지만 내가 열여섯 살 때 피아노 학원을 그만둔 뒤로 만난 적이 없었다. 지금 와서 왜 갑자기 그런 모임에 초대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나한테 관심이 있는 걸까? 설마. 그녀는 내 취향의 얼굴이 아니었을지언정 이른바 미인형이었고, 늘 세련되고 질좋은 옷을 입었으며, 학비가 비싼 사립여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 P30

팔꿈치가 부딪칠 때도 종종 있었다. 그렇게 어려운 곡도 아니었고 더욱이 나는 쉬운 파트를 맡고 있었는데, 그랬는데도. 그때마다 그녀는 ‘아, 뭐야‘ 하는 표정을 슬쩍 내비쳤다. 작게하지만 똑똑히 들리도록 혀를 차기도 했다. 그 소리를 지금도 떠올릴 수 있다. - P31

어쨌거나 나와 그녀는 우연히 같은 피아노 학원에 다닌 사이일 뿐이었다. 학원에서 마주치면 인사를 하긴 했지만, 친밀하게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눈 기억은 없다. 그러므로 그녀에게서 갑자기 날아온 연주회 독주회가 아니라 세 명이 합동으로 여는 리사이들이었지만) 초대장은 내게는 의외라고 할까, 당황스러운 사건이었다. - P31

공연장은 고베의 산 위에 있었다. 한큐전철 ** 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고 구불구불 가파른 언덕을 올라간다. 산꼭대기 근처 버스정류장에서 조금 걸어가면 한 대기업이 소유해 운영하는 작은 콘서트홀이 있고, 거기서 리사이틀이 열린다는 것이었다. - P32

 쌀쌀하고 흐린 일요일 오후였다. 하늘이 두꺼운 잿빛 구름으로 뒤덮여 당장이라도 찬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바람은 없다. 나는 얇은 무지 스웨터 위에 청회색 헤링본 재킷을 입고 캔버스 숄더백을 비스듬히 메고 있었다. 재킷은 너무 새것이고 가방은 너무 오래된 것이었다. - P32

그리고 한 손에는 셀로판지에 싸인 화려한 빨간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그런 차림으로 버스에 앉아 있자니 주위 승객들이 힐끔힐끔 내 쪽을 쳐다봤다. 혹은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얼굴이 빨개지는 것이 느껴졌다. - P32

(전략), 당장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11월의 일요일 오후에 이런 산꼭대기까지 제 발로찾아오다니. 참석 의사를 밝히는 엽서를 우체통에 넣었을 때부터 머리가 어떻게 됐던 게 틀림없다. - P33

언덕을 올라갈수록 주위 집들이 점점 커지고 호화로워졌다.
어느 집이나 멋들어진 돌담이 받치고 있고, 커다란 대문과 자동차 두 대가 들어가는 차고가 딸려 있었다.  - P33

만일 근처에서 리사이틀 같은 것이 열린다면 왕래하는 사람들이 좀더 보일 법한데.
그런데 주위에 인기척이라고는 없고, 모든 것이 깊은 정적에 싸여 있다. 마치 머리 위의 두꺼운 구름이 소음을 고스란히 빨아들여버린 것처럼.
뭔가 착각한 걸까? - P34

이윽고 찾던 건물에 도착했을 때, 내가 깨달은 것은 커다란 쌍여닫이 철문이 굳게 닫혀 있다는 사실이었다. 철문에 굵은 쇠사슬이 친친 감겨 있고 거대한 자물쇠까지 채워져 있었다. - P34

문에 달린 인터폰 버튼을 눌러봤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간격을 두고 다시 한번 눌러봤지만, 역시 답이 없다.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벌써 리사이틀 시간 십오 분 전이다. - P35

 그사이 누군가 모습을 드러낼지도 모른다는 옅은 기대를 품고서. 하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다. 문 안쪽에도, 바깥쪽에도, 움직임이라 할 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 P35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오늘 여기서 피아노 리사이틀 같은 것이 열릴 성싶지 않다는 사실만은 명백했다. 빨간 꽃다발을 들고 이대로 집으로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분명히 엄마가 "그 꽃다발은 대체 뭐니?"라고 물어볼 테지만, 대충 둘러대는 수밖에 없다. - P36

한참 전부터 피로가 쌓여 있었는데 모르고 살다가 지금 기우 알아차린 듯한 좀 이상한 피곤함이었다. 정자 입구 쪽에서는 항구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돌제에는 거대한 컨테이너선이 여러 척 정박해 있었다. - P37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때는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귀를 기울였다.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알아듣기 쉬워졌다. 아마도 자동차 지붕에 확성기를없고 언덕길을 천천히 올라오는 모양이다(서두르는 기색은 전혀없었다). 이윽고 그것이 기독교 선교 차량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 P37

벤치에 앉은 채 나는 그 메시지에 귀기울였다. 그리고 왜 이렇게 인적 없는 산 위의 주택가에서 신교 활동을 하는 긴지 의문을 가졌다. 이 일대에 사는 건 자동차를 몇 대씩 소유한 유복한사람들뿐이다. - P38

"그러나 예수그리스도께 구원을 청하고, 스스로 저지른 죄를회개하는 사람은, 주님께 용서를 받습니다. 지옥불을 면할 수있습니다. 그러니 주님을 믿으십시오. 주님을 믿는 자만이 사후에 구원을 얻습니다. 그리고 영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나는 그 기독교 선교 차량이 눈앞 도로에 모습을 드러내고 사후 심판에 대해 더 자세히 말해주기를 기다렸다. - P38

확성기 목소리는 이쪽으로 다가오는가 싶다가 어느 시점부터 갑자기 다시 작고 희미해지더니, 결국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 P38

아니면 특별한 이유 없이 그저 참을 수 없을 만큼 나를 불쾌하게 여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있지도 않은 리사이틀 초대장을 보내고, 내가 속아넘어가는것을 보면서 (라기보다 그 우스꽝스러운 광경을 상상하면서) 어디선가 혼자 소리 없이 웃고 있는지도 모른다. - P39

하지만 사람이 그저 악의만으로 이만큼 치밀하게 누군가를 괴롭힐 수 있을까? 엽서 인쇄만 해도 제법 손이 갔을 것이다. 그렇게까지 사람이 심술궂어질 수 있을까? 그녀에게 미움을 살 만한짓을 한 기억은 전혀 없었다. - P39

당시에는 일 년에 한두 번 그런 증세가 덮쳐오곤 했다. 아마도스트레스성 과호흡 비슷한 것이었으리라. 뭔가 마음이 혼란해지는 일이 생기면 기도가 막힌 것처럼 폐에 공기가 제대로 들어가지 않는다. - P40

. 그 자리에 주저앉아 눈을감고 몸이 정상적인 리듬을 되찾기를 끈기 있게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증세는 크면서 조금씩 사라졌지만(그러고 보니 얼굴이빨개지는 일도 어느새 없어졌다), 십대 무렵의 나는 여러모로 성가신 문제를 안고 있었던 것 같다. - P40

 십대 소년에게 노인의 나이를 가늠하기란 간단하지 않다. 다들 그저 똑같은 노인으로만 보인다. 예순이건 일흔이건, 무슨 차이가 있단 말인가? 그들은 우리와 달리 더이상 젊지않다그저 그뿐이다. 노인은 중키에 야윈 편이고 청회색 털 카디건에 밤색 코듀로이 바지를 입고 남색 운동회를 신고 있었다.
어느 것이나 새것이었던 시절로부터 적지 않은 세월이 지난 듯했다. 하지만 허름해 보이지는 않았다. - P41

안경은 쓰지 않았다.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보아하니꽤 긴 시간 내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 기미가 느껴졌다. - P41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묻지 않고, 그저 단단히 접힌 검은색 장우산을 지팡이처럼 양손으로 틀어쥐고 있었다.
황갈색 나무 손잡이가 달린 튼튼해 보이는 우산으로, 여차하면 무기로 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아마 근처에 사는 노인인가보다. 우산 말고는 아무것도 손에 들고 있지 않았으니까. - P42

"중심이 여러 개 있는 원"
나는 똑바로 고개를 들고 상대의 얼굴을 보았다. 눈과 눈이 마주쳤다. 이마가 이상하게 넓고 코가 뾰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치 새부리처럼 날카롭게 솟아 있다. - P42

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당연히 나는 알 수 없었다. 혹시 이남자가 좀전의 기독교 선교 차량을 몰았던 게 아닐까 생각했다.
근처에 차를 세워두고, 여기서 잠깐 쉬는 게 아닐까? - P43

아직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지만 예의상 한번 생각해보았다. 중심이 여러 개 있으면서 둘레를 갖지 않는 원. 그런 것을 그려보기란 불가능했다.
"모르겠습니다." 내가 말했다.
노인은 침묵한 채 가만히 내 쪽을 보았다. - P43

"그런 원이 정말 실제로 있나요?" 내가 물었다.
"있다마다." 노인이 말하고는 몇 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원은 분명히 존재해. 하지만 누구의 눈에 보이지는 않지."
"어르신한테는 보이나요?"
노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 P44

 그러고는 행을 바꾸듯 간결하게 헛기침을 한 번 했다. "그래도 말이야, 시간을 쏟고 공을 들여 그 간단치않은 일을 이루어내고 나면, 그것이 고스란히 인생의 크림이 되거든."
"크림?" - P44

"자, 생각해보게나." 노인이 말했다. "다시 한번 눈을 감고, 열심히 생각하는 거야. 중심이 여러 개 있고 둘레를 갖지 않는 원을 자네 머리는 말일세. 어려운 걸 생각하라고 있는 거야. 모르는 걸 어떻게든 알아내라고 있는 거라고. 비슬비슬 늘어져 있으면 못써, 지금이 중요한 시기거든. 머리와 마음이 다져지고 빚어져가는 시기니까." - P45

하지만 아무리 진지하게 생각해도 그때의 나는 그 의미를 전혀 이해할 수없었다. 내가 아는 원이란 일정한 중심을 놓고 거기서부터 등거리에 있는 점을 연결한 곡선의 둘레를 지니는 도형이었다. - P45

.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똑같은 곳을 빙빙 맴돌 뿐이었다. 중심이 여럿 (혹은 무수히 있는 원이, 어떻게하나의 원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 고도의 철학적 비유 같은 것일까? 나는 단념하고 눈을 떴다. 더 많은 실마리가 필요했다. - P46

하지만 노인의 모습은 이미 그곳에 없었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어디에도 사람 그림자 하나 없었다. 처음부터 그린 사람은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내가 환영을 본 걸까? - P46

 항구의 상공에서는 그때까지 촘촘히 뒤덮였던 잿빛 구름이 군데군데 갈라지기 시작했다. 작게 벌어진 구름 틈새로 한줄기 빛이 내려와 크레인 창고의 알루미늄 지붕을 반짝였다. 마치 그 한 점을 정확히 조준한 것처럼.  - P46

내 옆에는 셀로판지에 싸인 작고 빨간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
그날 나에게 일어난 일련의 기묘한 사건의 소소한 증거물처럼.
어떻게 할까 망설이다가 결국 정자 벤치 위에 두고 가기로 했다. - P47

그 늦가을의 일요일 오후, 내가 고베의 산 위에서 맞닥뜨렸던기묘한 상황 - 내 앞으로 온초대장의 지시에 따라 연주회장으로 가보니 아무도 없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왜 그렇게 불가사의한 사태가 벌어졌는지, 그는 그것을 묻고 있다. - P47

그때 일어났던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사의한,
설명이 안 되는 사건이었고, 열여덟 살의 나를 깊은 당혹과 혼란에 빠뜨렸다. 잠깐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고 말 정도로. - P48

"나도 물론 그때는 무척 신경쓰였어." 내가 말했다. "대체 무슨 일인지 곱씹어보았지. 상처도 받았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멀찌감치 물러나 바라보니 전부 아무래도 상관없는 시시한 일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어. 인생의 크림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일이라고." - P48

아는 동생은 한동안 말없이 그 커다란 파도를 생각한다. 경력이 오랜 서퍼인지라 파도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해볼 문제가많은 것이다. 그러다가 마침내 입을 연다. "하지만 아무 생각 안하는 것도 쉽지 않을 테죠."
"그렇지, 쉽지 않을 거야." - P49

"그래서, 그 중심이 여러 개 있으면서 둘레를 갖지 않는 원 말인데요." 아는 동생이 마지막에 묻는다. "해답이라 할 만한 건찾았어요?"
"글쎄." 내가 말한다. 그러고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젓는다. 글쎄. - P49

어떤 것인지 대충 알겠다 싶을 때도 있었지만, 더 깊이 생각하다보면 다시 알 수 없어졌다. 그러기를 되풀이한다. 아마 그것은구체적인 도형으로서의 원이 아니라, 사람의 의식 속에만 존재하는 원일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 P50

 가을이 끝나가는 흐린 일요일 오후, 고베의 산 위에서 그때 나는 작고 빨간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나는 그 특별한 원에 대해, 혹은 하찮고 시시한 것에 대해, 그리고 또 내 안에 있을 특별한 크림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 P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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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0년 스코틀랜드의 애버딘대학과 킹스칼리지가 합병되었다. 중복되는 교수직은 하나로 통합되어야 했다. 애버딘의 제임스맥스웰과 경합을 벌인 사람은 킹스칼리지의 데이비드 톰슨이었다. 정치에 미숙했던 맥스웰은 교수직을 잃는다. - P174

 졸지에 실업자가 된 맥스웰은 낙담하여 고향을 떠나 런던으로 가야 했다. 그곳에서 맥스웰은 과학의 역사에 남을 방정식을 만들게 된다. - P174

 현재 우리는 전기에 기반을 둔 문명 속에 살고 있다. 맥스웰 방정식은 모든 전기 현상을 네 개의 방정식으로 정리한 것이다. - P175

전기의 역사에서 결정적인 국면은 전류가 흐르는 도선 주위에 자기장이 생긴다는 발견이다. 전류는 말 그대로 전하의 흐름이다. 즉, 도선에 전류를 흘려주면 자석이 된다. 이름하여 전자석이다.  - P175

정리해보자. 전하는 전기장을 만들고 전류는 자기장을 만든다. 그렇다면 자석의 자기장은 누가 만드나? 자석은 20세기 양자역학이 탄생한 다음에야 이해된다. - P176

맥스웰 방정식은, 전하가 있다면 그 주위 공간에 전기장이 어떻게 분포하는지, 전류가 있다면 자기장이 어떻게 분포하는지 알려준다. 전기장, 자기장은 공간 어디에나 있다. 따라서 이들을 제대로 기술하려면 공간의 모든 지점에서 그 값을 알아야 한다. - P176

맥스웰 방정식에는 이것 말고도 다른 흥미로운 내용이 들어있다. 자기장이 시간에 따라 변해도 전기장이 만들어진다.  - P176

쉽게 말해서 자석을 흔들면 주위에 전기장이 만들어진다. 아니, 이렇게 쉽게? 그렇다. 전기장이 만들어지면 전하가 힘을 받아움직인다. 전류가 흐른다는 의미다. 결국 도선 근처에서 자석을 흔들어주면 도선에 전류가 흐르기 시작한다. - P177

 실제 발전기에서는 고정된 자석 내에서 도선이 회전한다. 회전하는 부분을 터빈이라 부른다. 결국 터빈을 돌려주면 전기가 만들어진다. 수력발전에서는 물이 떨어지며 물레방아 돌리듯이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든다.  - P177

 음양의 조화를 아는 사람이라면 이런 질문을 해야 마땅하다. 그 반대도 가능한가? 즉, 전기장이 변하면 자기장이 만들어지나? 답은 ‘그렇다‘다. - P177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여기서 재미있는 결과를 추론할수 있다. 자기장이 변하면 전기장이 만들어진다. 반대로 전기장이변하면 자기장이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전기장이 자기장을 만들고, 그렇게 만들어진 자기장이 다시 전기장을 만드는 상황이 가능하지 않을까? - P178

 맥스웰은 이것에 ‘전자기파‘란 이름을 주었다. 놀랍게도 전자기파가 정말 존재한다. 바로 ‘빛‘이다. - P178

빛은 전자기파의 일종이다. 전자기파는 파장이나 주파수에따라 그 종류가 나뉜다. 주파수가 커지는 순서로 알아보자. 우선주파수가 작은 영역에 우리에게 익숙한 AM, FM 같은 라디오전파가 있다. - P178

맥스웰의 전자기파를 실험으로 확인해준 사람은 하인리히 헤르츠였다. 그의 이름은 진동수의 단위에 남아 있다. ‘89.1MHz(메가헤르츠) KBS 제2FM‘의 헤르츠 말이다. - P180

헤르츠가 1894년 패혈증으로 사망하지 않았다면 공동수상했을 것이다. 1912년 4월 14일 타이타닉호는 자신이 침몰 중이라는 것을 무선전신으로 송신한다. 1920년대가 되면 라디오가 보급되고 ‘방송‘이라는 개념이 생겨난다. - P180

제2차 세계대전 중에는 전자기파가 영국을 구한다. 영국은
‘레이더‘라는 신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전자기파를 쏘아서 멀리 있는 물체의 존재를 알아내는 장비다. - P180

따라서 영국으로서는 적의 공격 루트를 미리 정확히 알고 재빨리 출격하는 것이 중요했다. 독일공군은 공습을 갈 때마다 번번이 영국 전투기들의 대환영을 받아야 했다. 영국군은 레이더로 적의 움직임을 손바닥 보듯 알았던 거다. - P181

전자기파는 예외지만, 사실 맥스웰 이전에 이미 전기는 실생활에 쓰이고 있었다. 맥스웰의 진정한 업적은 전기와 자기에대해 알려진 사실들을 집대성하여 네 개의 수식으로 정리해낸 것이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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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돼지 사육 기원은 기원전 2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학계에 따르면,
고조선 시대에 한민족이 내려오면서 중국의 북방 대륙에서 가축으로 순치한 집돼지도따라 내려온 것으로 추측된다.  - P26

우리 전통의 재래돼지는 굉장히 크기가작은 것으로 알려지는데, 일본 식민지 시기의 기록인 ‘권업모범장 성적요람(1923년)‘에는다 성장해도 22.5~23.5kg에 그칠 정도로 극히 왜소하다고 적혀있다. - P26

재래돼지는 새끼를 평균 5~8마리 정도로 적게 낳는데 발육이 저조해 100일령 체중이 25.5kg 정도다. 재래돼지의 비육돈 출하 체중인 70kg에 도달하는 데 185일 정도가걸린다. 일반 돼지인 삼원교잡종 YLD가 같은 기간 동안 110kg 넘게 성장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느리게 자라난 셈이다. - P26

현재 사육되고 있는 재래 돼지들은 과거에 버크셔종과 교잡된 상태인 것이 주종을 이룬다. - P27

재래돼지의 사육이 교통이 불편하고 정보 교환이 불리한 산간 지대와 섬 지방에서계속적으로 이루어졌을 것으로 추정해, 경기도 강화도 지방의 ‘강화‘, 경북도 김천지례 지방의 ‘지례‘, 경남 사천 지방의 ‘사돈‘, 전북 정읍지방의 ‘정읍돈‘, 제주도 지방의 ‘제주돈‘ 등의 사례를 수집하고 연구했다. - P27

재래돼지 순종 복원과 개량에 힘쓰는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등지방 등 비계가 단단하고 흰색으로 고소한 데다가 고기 맛이 담백하고 육질이 우수하다. 근섬유가 가늘고 수도 많아 쫄깃한 특성이 있다.  - P27

1986년에 제주축산진흥원에서 간신히 찾아낸 순종 제주 흑돼지는 암컷이 네마리,
수컷이 1마리였다. 이중 수컷에 ‘김문‘이라고 이름을 붙여 주고 번식을 거듭한 결과,
350여 마리까지 늘리는 데 성공했다. 제주축산진흥원은 종 보존을 위해 적정 사육두수인 250마리를 유지하고 나머지는 일반 농가에 분양하고 있다. - P28

 우리 흑돈(토종 돼지 개량좀)
‘우리 흑돈‘은 2015년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이 우리나라 고유 재래 돼지인
‘축진참돈‘과 개량종인 ‘축진듀록‘을 활용해 개발한 흑돼지 품종이다.  - P28

국립축산과학원이 개발한 또 다른 재래 흑돼지 개량 품종으로 ‘난축맛돈‘이 있다.
‘난축맛돈‘은 제주 재래돼지와 번식 능력이 우수한 랜드레이스 품종을 이용해 개발한것으로, 내륙의 재래돼지와 성장 능력이 좋은 듀록 품종을 이용한 ‘우리 흑돈‘에 비교된다. ‘난축맛돈‘은 저지방 부위에도 근내지방이 높으며, 소비자 기호도 평가에서 맛의 차별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P29

맛은 좋지만, 성장이 엄청 느리고 체구가 작다는 재래 흑돼지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품종 개량의 노력은 다각도로 진행되어 왔다. - P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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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강 (In Kang Kim)
한국 고등과학원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젊은과학자 상 - P180

나에게 아름다움을 알게 해준 이 세상의 모든 친구들, 모든도시들, 모든 순간들이 내 기억 속의 현실로 살아나 지금 흘러나오는 오보에의 애절한 외침으로 되살아난다. 나에게 인생의 아름다움과 고독과 슬픔과 인내와 기쁨을 일깨워준 친구가 있다면 무엇일까. 그중 하나는 분명히 수학이다. - P180

나는 수학을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배웠다. 긴어둠과 불확실성을 건너 밝아오는 논리의 빛을 따라 해결되는 수학의 정리들은 인내와 절제가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 친구였다. - P180

나는 수학을 통해 절망의 쓴맛을 삼키는 법을 배웠다. 몇 년 동안을 인내하며 증명해낸 나의 정리가 한순간에 무너질 때 느꼈던 그 절망의 깊이를나는 처음 알았다. 그로 인해 나는 세상을 향해 담대해지며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웠다. - P180

나는 수학을 통해 세상을 알아갔다. 어느 나라 어느 곳에 서든지 우리는 해독되지 않은 공통의 문제로 하나가 되었다. 그들과 함께 사색하고 토론하며 우리는 또한 서로를 더 알아갔다. - P180

드니 오루(Denis Auroux)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
매사추세츠 공과 대학 - P200

처음 본 사람이 내 직업이 뭐냐고 물으면 나는 수학자라고 대답한다. 내 대답을 들은 사람이 보이는반응에는 그 사람이 하는 걱정 (어쩌지? 난 수학은 정말 젬병인데)과 호기심 (‘수학? 수학으로 연구를 한다니 그게 뭐지?‘)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 P200

내가 처음 수학 연구를 접했던 때가 생각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개념들 때문에발을 동동 굴렀고 결국 이해하지 못했을 때에는 실망감에 휩싸였다. 그러나 호기심이 발동해서 매주빠지지 않고 세미나에 참석했다.  - P200

나는 진짜 수학자이고 내 발표도 "칼라비야우 다양체를X라 하자"로 시작한다(왼쪽 사진을 보시라). 이 짧은 문장 다음에이어지는 말들은 청중 중 적어도 한 사람에게는 끔찍한 경험일 것이다.  - P201

그러나 그 사람이 수학의 아주 작은 조각을 길들일 수 있도록 내 설명이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꼭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라는 것은 아니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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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전후, 마루노우치의 마루 빌딩을 시작으로 롯폰기 힐즈, 시오도메, 시나가와 등, 여러 빌딩이 새로 도심에 건설되면서 도심 재개발 붐이 일었다. 그러던 중 「2003년 문제」라고 불리는 공급 과잉으로 인한 임대 건물의 세입자 부족에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 P76

어느 지방 도시의 역앞에 「아담 빌딩」과 「거대 빌딩」이라는 빌딩 두 채가 서 있는데, 관광객이나 그 지역 주민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두 빌딩 모두 조금 낡아서빌딩의 소유자들은 동시 재건축을 생각 중이다. 한쪽 빌딩만 재건축을 하면 다른 한 쪽 빌딩에서 손님을 약간 빼앗아 오게 되어 손님이 더 늘어나 수익이 재건축 비용을 훌쩍 넘는다고 한다. 그러나 두 빌딩 다 재건축을 해버리면 동시에 메리트는 줄어든다고 한다. - P76

이 투자 경쟁은 치킨 게임이라고 하는 게임이다. 내쉬 균형은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아담 빌딩이 현재 상태 유지, 거대 빌딩이 재건축이고, 또 하나는 「아담 빌딩이 재건축, 거대 빌딩이 현재 상태 유지」이다. 이 게임에서는 재건축에 성공한 쪽이 승자고,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쪽이 패자(=겁쟁이)이 된다. 그러나 두 사람이 승자가 되고자 동시에 재건축을 하면 두 사람에게 모두 불이익이다. 그보다는 차라리 자신이 「겁쟁이」가 되는 편이 낫다. - P78

결과를 알 수 없는 「치킨 게임」

치킨 게임에 존재하는 두 개의 내쉬 균형 중 어느 것이 최종적인 결과가 될지는현재 게임이론에서도 쉽게 결론이 나지 않는 문제다. - P80

● 「아담 빌딩」의 주인이 승자가 되려면?
자, 당신이 「아담 빌딩」의 소유주라고 하자. 치킨 게임대로라면 어쩌면 「패자가 될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승자」가 될 방법은 없을까?
힌트는 「불리한 산페이가 유리한 루이스를 추월」한 전장 46 페이지의 「산페이vs루이스」 속에 있다. 이 결과를 응용해보자. -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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