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더군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세세한 부분에서 크게 참고가 된 점이 있었어요."
"그런 부분이 있었어?"
"이를테면 선생님과 히다카 씨가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는부분인데, 그때 히다카 씨는 담배를 한 대 피웠어요. 그런 건선생님의 수기를 읽지 않고서는 알수 없어요."
"아니, 정말로 한 대만 피웠는지 어떤지는 나도 몰라 어쩌면 두 대였는지도 모르지. 아무튼 그가 담배를 피운 건 기억이나서 그렇게 쓴 것뿐이야." - P79

"너무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홧김에 저지른 일이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녀가 히다카가를 나왔을 때, 히다카 씨는 아직 살아 있었어요."
"일단 나왔다가 다시 갔는지도 모르지."
"죽일 생각으로요?" - P80

"그래? 그렇다면 더 이상 그녀에 대해서는 생각할 필요가없는 건가."
"선생님은 그녀를 의심하십니까?"
"의심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우선 동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녀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했어."
"동기라는 건 친오빠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히다카 씨를 살해해도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잖아요."
"너무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홧김에 저지른 일이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 P80

가가 형사는 테이블 위에서 두 손을 깍지 꼈다. 그리고 양쪽엄지를 맞붙였다 뗐다 했다. 그렇게 한참을 꼼지락거린 뒤에 그는 말했다. "침입은 현관으로?"
"아니, 창문 쪽이 아닐까? 왜냐하면 현관은 잠겨 있었으니까."
"정장 차림의 여자가 창문으로 침입했다는 말씀인가요? 그가 표정을 무너뜨리며 웃었다. "게다가 그 모습을 방 안의 히다카 씨는 멍하니 보고 있었다?"
히다카가 화장실에 갔을 때 슬쩍 들어가면 되잖아. 그리고 그가 돌아올 때까지 문 뒤에 숨어서 기다린다든가." - P81

"그렇겠네요." 그는 커피 잔을 손에 들었지만 이미 비어 있는 것을 깨닫고 잔을 다시 내려놓았다. "근데 왜 현관문으로나가지 않았을까요?"
"그건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아마 남의 눈에 띌까봐서 그런거 아닐까? 그러니까 심리적인 거야. 하지만 그녀에게 명백한 알리바이가 있다니까 이런 이야기는 단순한 공상일 뿐이겠지만." - P82

"제대로 된 추리를 할 자신은 없지만, 어떤거야?"
"범인은 어째서 방의 전깃불을 끄고 갔을까요?"
"그건……." 나는 잠시 생각하고 나서 대답했다. "집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그랬겠지. - P82

"그러면 범인은 사체의 발견을 늦추고 싶었다는 건가요?"
"그게 일반적인 범인의 심리가 아닐까?"
"그렇다면 컴퓨터는 왜 켜놓은 채로 놔두었을까요?"
"컴퓨터?"
"네, 선생님이 방에 들어갔을 때, 컴퓨터 화면이 하얗게 빛을 뽑고 있었다는 게 수기에도 적혀 있던데요." - P83

"그렇군요. 깜빡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더 이상은 어떻게 얘기할 수가 없어서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다고 말하고 가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 일도 수기에 쓰실 건가요?"
"그럴 생각이야."
"그럼 그것도 볼 수 있게 해주세요."
"응, 괜찮지."
그는 계산대 쪽으로 가려다가 도중에 멈춰 섰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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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소메이 출판사의 월간지 이름을 말했다. 하지만 그는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노노구치 선생님의 글이 실린 잡지 말입니다."
나는 겸연쩍은 것을 감추려고 잠시 얼굴을 찡그린 뒤에 약간 퉁명스럽게 잡지 이름을 말해주었다. 가가 형사는 그것을 수첩에 메모했다. - P47

히다카의 죽음은 다음 날 조간신문에 벌써 실려 있었다. 어젯밤에는 텔레비전을 보지 않았지만, 이런 상황으로 봐서는 뉴스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가 되었을 것이다. 요즘에는 11시가 넘어서도 뉴스 방송이 나온다. - P48

신문기사가 전하는 바로는, 경찰은 외부인의 우발적인 범행과 평소 안면이 있는 자의 범행이라는 양쪽 방향으로 수사할 전망이라고 했다. 현관문이 잠겨 있었기 때문에 아마도 범인은 작업실 창문을 통해 드나들었을 것으로 보고 있었다. - P49

"아, 노노구치 선생님이십니까?" 여자 목소리였다. 몹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그런데요."
"아침 일찍 죄송합니다. XX텔레비전에서 나온 사람인데요,
어젯밤 사건에 대해 잠깐 여쭤볼 수 있을까요?" - P49

"어젯밤에 히다카 구니히코 씨가 자택에서 살해된 사건에대해서 여쭤보려고 합니다. 부인 리에씨와 함께 사체를 발견하신 분이 노노구치 선생님이라고 들었는데요, 그게 사실입니까?" - P50

"선생님께선 무슨 볼일로 히다카 씨 댁을 방문하셨던 건가요?"
"아, 미안하지만 필요한 이야기는 경찰에 다 했어요."
"히다카 씨 댁의 상황을 보시고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리에씨에게 연락하셨다고하던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셨습니까?"
"죄송하지만 경찰 쪽에 문의해주세요." 나는 인터폰을 껐다. - P50

하지만 우유를 전자레인지에 데우고 있는데 다시 차임벨이울렸다.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나온 사람인데요, 잠깐만 문 좀 열어주시겠습니까?" 이번에는 남자 목소리였다. "전국의 시청자들이 자세한 정보를 원하고 있습니다."
히다카의 죽음이라는 비극만 아니었다면 나도 모르게 쓴웃음이 터져버렸을 듯한 과장된 말이었다. - P51

"그래도 아주 잠깐만요." 남자는 물고 늘어졌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까지고 집 앞에 사람들이 몰려있어서는 이웃 사람들에게 폐가 될 터였다. 지금으로서는 그게 가장 마음에 걸리는 일이었다. - P51

"초등학교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였다고 하셨는데, 노노구치씨가 보시기에 히다카 씨는 어떤 분이셨습니까?" 여성 리포터가 큼직한 목소리로 질문을 한다.
이 질문에 화면 속의 나는 한참이나 생각에 잠겨 있었다. 나 스스로는 깨닫지 못했지만 침묵의 시간이 의외로 길어서 영상으로서는 지나치게 틈이 벌어졌다. 아마 편집할 시간이 없었던 모양이다. 주변에 있던 리포터들이 답답해하는 것이 이렇게 화면으로 보니 금세 느껴졌다. - P52

"히다카 씨를 살해한 범인에게 뭔가 하고 싶은 말씀은 없으십니까?" 속물스러운 몇 가지 질문 끝에 여성 리포터가 닳아빠진 감상을 물었다.
"딱히 할 말이 없습니다."
내 대답에 리포터들이 잔뜩 실망한 눈치였다. - P53

사회자뿐만 아니라 우연히 오늘 게스트로 불려 나온 탤런트까지 히다카의 죽음에 대해 저마다 생각나는 대로 떠들어댔다. - P53

"어젯밤에는 친정집에서 보냈어요. 여기저기 연락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도저히 그럴 기운이 나지 않아서."
"그러시겠죠. 지금은 어디에?"
"집에 와있어요. 오늘 아침에 경찰에서 연락이 왔는데, 사건 현장을 보면서 다시 이야기를 듣고 싶다고 해서요."
"그건 끝났습니까?"
"네, 끝났어요. 아직 경찰 몇 분이 계시지만." - P54

"그보다 노노구치씨,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댁에 몰려들고정말 큰 고생을 하셨죠? 제가 직접 본건 아니지만 출판사 직원이 알려주더군요. 정말 큰 폐를 끼쳤다 싶어서 전화 드렸어
"아뇨, 나는 괜찮아요. 취재 공세도 이제 어지간히 끝난 모양이고."
"정말 죄송해요."
진심으로 사과하는 말투였다. - P55

전화를 끊은 뒤, 잠시 리에씨에 대해 생각했다. 그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아직 젊고 친정이 운송회사여서 경제적으로 풍족하다니까 생활에 부족함은 없겠지만, 이번 사건의 충격을 딛고 일어서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다.
무엇보다 히다카와 결혼한지 이제 겨우 한 달밖에 안 된 것이다. - P56

가가 형사가 찾아온 것은 저녁 6시쯤이었다. 또다시 매스컴사람들이 찾아왔나, 지겨워하면서 나가보니 그였다. 하지만 혼자 온 게 아니라 그보다 조금 젊어 보이는, 마키무라라는 형사와 함께였다. - P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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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꽤나 오래된 책이었으니...


2 1951년에 의사들은 신생아에게 숨을 편하게 쉴 수 있도록 산소를 많이 공급해 주었다. 그러나 오스트레일리아의케이트 캠벨이란 의사는 그것이 신생아의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녀의 생각이 옳았다! 산소는 신생아의 눈에 있는 혈관을 손상시켰고, 수천 명의 아이가 시력을 잃었다. - P53

이름: 이산화탄소
별명 : CO²(이것을 이산화탄소의 분자식또는 화학식이라 부른다.)
특징 : 공포의 산소 쌍둥이가 새 친구인 탄소 원자와 손을 잡았다. 이렇게 힘을 합친 이들은 색도 냄새도 없고 보이지도 않는 기체가 된다. - P54

자주 출몰하는 곳 : 화톳불과 연탄불, 이산화탄소는 공기 중에서 0.03%를 차지하고 있다.
몸에서 세포가 에너지를 만들 때 부산물로 이산화탄소가 생기는데, 호흡을 통해 밖으로 내보낸다. - P54

요건 몰랐을걸!
여러분의 몸을 질식시킬 수 있는 또 하나의 독가스는 메탄이다. 중앙 난방이나 취사용 연료로 메탄을 사용하는 곳도있다. 창자 속에 있는 세균도 이 독가스를 만들어 내는데,
방귀와 트림이 되어 몸 밖으로 나온다. 1993년, 한 남자는 콩과 양배추를 잔뜩 먹고 사방이 꽉 막힌 방 안에서 잠이들었다. 그러고는 자기 몸에서 나온 메탄 방귀 독가스에 질식되고 말았다. - P55

이름: 이산화황

별명 : SO2

특징 : 냄새가 지독한 기체이다. 그 끔찍한 산소 쌍둥이가 황 원자와 결합한것이다. - P55

좋은 점 : 걸핏하면 선생님이 견학이다 하여 어린이들을 귀찮게 끌고 가는 역사유적 건물을 녹인다. 엉? 여러분은 오래된 건물을 좋아한다고? 음, 그렇다면 한 가지 더! 이산화황은 나쁜 세균도 죽인다. - P56

이름: 일산화탄소

별명: CO

특징 : 산소 하나가 탄소 하나와 결합한것이다. 이 독가스 역시 보이지도 않고,
냄새도 없다. 그런데 산소 하나가 모자라는 일산화탄소가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 P56

끔찍한 버릇 : 일산화탄소는 적혈구에 무임승차하는 걸 무엇보다 즐긴다. 그리고 한번 타면 절대로 내리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면 적혈구가 산소를 운반하지 못해 우리 몸의 세포에 꼭 필요한 산소가 모자라게된다. 그러다 결국에는 우리를 죽게 만든다. - P56

독살의 추억

피해자 : 마이클 멀로이
직업 : 부랑자
사건 발생 시간 : 1933년
살해된 장소 : 뉴욕
가해자 : 술집 주인 토니마리노, 그 밑에서 일하던 대니얼 ‘레드 머피‘와 장의사 프랭키 파스카사건 경위 : 토니와 프랭키는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았다. 술집장사가 신통치 않았고, 프랭키의 장의사 사업도 파리를 날리고있었다. 그래서 그들은 연고가 없는 부랑자를 죽이고는 대신에거액의 보험금을 타내려고 모의했다. 문제는 부랑자가 완전히죽지 않았다는 것! 그들은 불쌍한 멀로이에게 다음과 같은 것을 주었다.
2131314HanIL 그거다 그거 그거 아닙니 - P57

일산화탄소는 정말로 위험한 독가스이다. 수십 년 전만 해도연탄을 때던 가정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많은 사람이 죽었다. 지금도 가스 연료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일산화탄소 감지기를 달아 두는 게 안전하다. 그런데 독가스 중에는 우스꽝스러운 성질을 지닌 것도 있다. 정말이다! 그중 하나는 여러분을 쉬지 않고 웃게 만들고, 어리석은 짓을 하게 만든다. - P58

이름 : 일산화이질소(아산화질소)

별명: N2O

특징 : 산소 하나가 공기 중의 질소 원자 쌍둥이와 결합한 것이다. - P58

좋은 점 : 약간의 일산화이질소는 근육을 이완시키고 혈압을 낮추는 작용을 한다.
그래서 수술을 할 때에나 여자가 아기를 낳을 때 일산화이질소를 산소와 섞어 통증을 완화시키는 데 사용한다. - P59

요건 몰랐을걸!

1996년, 이탈리아의 한 클럽 주인은 자기 클럽에 웃음 가스를 살포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 아마도 그는 자신의 재미없는 농담에도 사람들이 웃도록 하기 위해 그랬던 것 같은데,
재판관은 조금도 웃지 않았다. 그 얼빠진 클럽 주인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애걔, 고작 벌금형이야? 그래서 여러분도그런 장난을 치고 싶은 생각이 드는가? 뭐, 말리지 않겠다.
앞으로 2000년 동안의 용돈을 벌금으로 내고 싶다면야! - P61

4위 : 머스터드 가스

제1차 세계대전 때 양측에서 모두 사용했다. 피부에 물집이생기며 썩어 들어간다.
희생자는 잠깐 동안 눈이 멀고, 위와 폐에 큰 손상을 입는데,
그 후유증이 몇 년이나 계속된다. - P62

2위 : BZ

아주 역겨운 독가스 무기. 정신 혼란과 설사를 일으키고, 창자와 입을 바싹 마르게 해 역겨운 입 냄새가 나게 한다. 12시간이 지나면 희생자는 실제로 있지도 않은 것이 눈에 보이고, 나무와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 P64

1위: 신경가스

27쪽에서 이야기했던 그 끔찍한 신경 독을 기억하는가? 신경 가스는 독가스 중에서도 가장 지독한 것이다. 얼마나 무서우냐 하면 피부에 몇 방울만 묻어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 희생자는 두통과 구토가 나고, 화장실로 급히 달려가게 된다. 침을 계속 질질 흘리고, 숨을 쉬지 못하게 돼 죽는다. - P65

요건 몰랐을걸!
전쟁에서 화학 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1925년부터 금지되었다. 오늘날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과 과학자들은 이 끔찍한무기를 완전히 폐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 P65

이름 : 독성 금속

기초 사실 : 1. 독성 금속은 효소(26쪽 참고) 같은 단백질에 들러붙는 아주 나쁜 버릇이 있다. 그렇게 되면 여러분을 살아가게 만드는 복잡한 화학과정이 엉망이 될 수 있다.

2. 곧 알게 되겠지만, 독성금속은 놀라울 정도로 주변에 흔하게 널려 있다. 여러분 !
집에서도 볼 수 있고, 심지어여러분 몸속에도 들어 있다!

끔찍한 사실 : 1. 가장 위험한 금속은 베릴륨이다. 0.000002그램만 있어도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 - P67

나도 과학자가 될 수 있을까?

여러분이 독일의 유명한 과학자 로베르트 분젠이라고 상상하라. 지금 베릴륨을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데, 파리가 날아오더니 한 조각밖에 없던 그 베릴륨을 날름 삼켜 버렸다. 여러분은 어떻게 하겠는가?

a) 파리를 겨자 소스를 뿌린햄 샌드위치에 집어넣고 먹어버린다.

b) 파리를 죽인 다음, 그 시체를 녹이거나 태워 베릴륨을 되찾는다.

c) 파리를 애완동물로 키우면서 독성 금속이 파리에게 어떤 효과를 나타내는지 관찰한다. - P68

답 : b). 파리는 베릴륨이 단맛이 나기 때문에 삼켰다. 분젠은 파리를 먹을 만큼 정신이 나간 과학자는 아니었지만,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릴 만큼 미친 화학자였다. - P68

명예의 전당 : 로베르트 분젠(Robert Bunsen; 1811~1899)
국적 : 독일

교수였던 아버지는 어린 분젠에게언어를 가르쳤지만, 분젠은 화학에 푹빠졌다. 화학을 얼마나 좋아했던지 괴팅겐 대학, 파리 대학, 베를린 대학, 비엔나 대학 등 대학을 네 군데나 다니며 화학을 공부했다. - P69

그는 연구를 계속해 새로운 원소를 두 가지 발견했는데, 그것은 바로 세슘과 루비듐이었다. 엉? 뭐라고 했지? 질문 잘 했다! 분젠 버너를 발명한 사람은 분젠이 아니다. 분젠 버너는 사실은 1855년에 그의 조수이던 페터 데사가가 발명했다. - P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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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이야기는 잘 만들지만 그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5년 전에 마지막으로 ‘천공의 별‘을 읽은 다음엔 손도 댄 적이 없다. 그래도 ‘백야행‘은 잘 쓴 작품이라고 말을 할 수 있다.









사건이 일어난 날은 4월 16일, 화요일이었다.
그날 나는 오후 3시반에 집을 나와 히다카 구니히코의 집으로 향했다. 히다카의 집은 내가 사는 곳에서는 전차로 역 하나 거리다. 역에서 잠깐 버스를 타야 하지만 그래도 걷는 시간까지 합해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 P9

몇 년 전 히다카에게서 이쪽에 집을 샀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역시나 하고 생각했다. 이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에게 이 동네에 산다는 건 큰 꿈 중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 P10

남의 집이기는 하지만 친구라는 입장을 앞세워 널름 들어가보기로 했다. 현관으로 들어가는 길이 중간에서 갈라져 건물남쪽으로 이어졌다. 나는 그 위를 걸어 정원으로 돌아 들어갔다.
벚꽃은 그새 많이 떨어져버렸지만 아직 기분 좋게 바라볼만큼은 꽃잎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감상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었다. 그곳에 낯선 여자가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 P11

"미안해, 잠깐 쇼핑하려고 나갔는데 길이 막혀서 말이지. 아,
힘들어." 차에서 내리자마자 히다카는 얼굴 앞에서 손을 내저었다. "오래 기다렸어?"
"아냐, 별로. 내 마음대로 여기 정원 벚나무를 구경하고 있었어."
"이제 많이 떨어졌지?"
"조금 그래도 정말 근사한 나무야." - P13

"아, 내일까지 보내야 할 원고가 아직 남아 있는 모양이지?"
내 질문에 히다카는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연재 1회분이 남았어. 오늘 밤 안에 팩스로 보내주기로 했어. 그래서 아직 전화는 해지 수속도 못 하고 있고."
"소메이 출판사의 월간지?"
"응."
"앞으로 몇 매나 써야 하는데?"
"30매, 뭐, 어떻게든 될 거야." - P14

"글쎄, 모르겠네. 이번에 가서 살게 될 집 근처에는 없었던것 같아." 그렇게 말하고 히다카는 커피를 마셨다.
"근데 아까 좀 이상한 여자가 정원에 와있었어." 나는 약간망설였지만 역시 알려주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말하기로 했다.
"이상한 여자?" 히다카가 미간을 좁혔다. - P15

"꽤 자세히 알고 있네. 친하게 지내는 모양이지?"
"그 여자하고? 천만의 말씀." 히다카가 창문을 열자 모기장덧문만 남았다. 부드럽게 바람이 들어왔다. 바람에는 잎사귀 냄새가 스며들어 있었다. "그 반대야." 히다카는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그 여자한테 원한을 산 것 같아." - P16

"내가 독을 넣은 경단을 뿌려놓아서 고양이가 그걸 먹은 게아니냐고 의심하는 모양이야."
"자네가? 그 여자는 왜 그런 생각을 했지?"
"그게 아주 말도 안 되는 이유라니까." - P17

그것은 반 페이지 정도의 수필이었다. 제목은 인내의 한계」 옆에 히다카의 얼굴 사진이 나란히 실려 있었다. 나는 그수필을 대충 훑어보았다. 글의 내용은, 내놓고 기르는 고양이때문에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침에 나가 보면 정원에는 반드시 고양이 똥이 널려 있고, 주차장 자동차의 보닛에는 고양이 발자국이 점점이 찍혀 있다. 화분의 꽃이며 잎사귀를 물어뜯기도 한다. 흰색과 갈색의 얼룩 고양이가 범인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대책을 세울 도리가 없다. 페트병을 주욱늘어놓으면 고양이가 도망간다는 속설이 있어서 그것도 해봤지만 전혀 효과가 없고, 그야말로 인내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는 나날이다. 대략 그런 내용이었다. - P17

"지난주였던가. 그 여자가 험악한 얼굴을 하고 우리 집에 쳐들어왔어. 차마 독을 뿌렸다는 말까지는 못 했지만 거의 그 비슷한 얘기를 하더라고. 우리는 그런 짓 안 한다. 하고 리에가 화를 내면서 돌려보냈는데, 오늘도 정원을 어정거렸다는 걸보니 아직도 의심하는 모양이네. 혹시 독이 든 경단이 어딘가 떨어져 있지 않나 하고 살펴봤겠지." - P18

"내가 그 고양이를 죽였다고. 독 경단을 정원에 뿌렸었어.
설마 그게 그렇게 잘 먹힐 줄은 생각도 못 했지만."
그 말을 듣고서도 여전히 나는 히다카가 농담을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느물느물 웃고는 있어도 그 얼굴은 농담할 때의 표정이 아니었다.
"독 경단 같은 걸 어떻게 만들어?"
"별것 아냐, 캣푸드에 농약을 섞어 정원에 던져두기만 하면돼 버르장머리 없는 고양이는 뭐든 덥석 집어먹는 모양이야." - P19

"부동산 중개소에서 계속 세입자를 찾고는 있는데, 지난번에 약간 마음에 걸리는 소리를 하더라고."
"어떤 소리를?"
"집 앞에 페트병을 늘어놓으면 이미지가 나빠진다는 거야.
그야말로 고양이한테 시달리는 집이라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래, 당연히 그래서는 아무도 이 집에 들어오고 싶지 않겠지." - P20

"그래서 죽였어?"
"이건 기르는 사람한테 책임이 있어. 그걸 그 니미라는 여자는 전혀 이해를 못 하는 것 같아." 히다카는 담배를 재떨이에 비벼서 껐다. - P20

"편집자야?"라고 나는 물었다.
"응, 소메이 출판사의 야마베씨. 내 원고 늦게 나오는 거 뻔히 알면서도 역시 이번만은 애가 타는 모양이야. 아무튼 지금놓쳤다가는 내일모레면 나는 일본에 없으니까."
"그럼 자네 일 방해되지 않게 이만 슬슬 가볼게."  - P21

"서둘러 가시게 해서 미안해요." 손을 맞대고 한쪽 눈을 찡긋하면서 죄송하다는 듯 그녀는 말했다. 몸집이 작고 마른 편이라서 그런 식의 몸짓을 하면 소녀 같은 분위기가 났다. 도저히 삼십이 넘은 나이로는 보이지 않았다.
"모레는 공항으로 배웅하러 갈게요." - P23

집으로 돌아와 잠시 일을 하고 난 참에 현관 차임벨이 울렸다. 내가 사는 곳은 히다카와는 달리 겨우 5층짜리 건물의 원룸맨션 한 칸이다. 작업실 겸 침실로 쓰는 세 평짜리 방 하나에 네 평정도의 거실과 부엌으로 이루어진 작은 집이다. 그리고리에 씨 같은 아내도 없다. 차임벨이 울리면 내가 직접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 P24

"여전히 시간에는 정확하군."
"제 특기가 그거 하나뿐이거든요. 이거 좀 드시라고 가져왔습니다." 그가 내민 것은 모유명 제과점의 상호가 새겨진 과자 상자였다. 그는 내가 단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 P24

"바쁘다고 할까, 지금 손님이 와 있어."
"그래? 몇 시쯤 끝날까?"
나는 벽시계를 보았다. 6시를 조금 넘어선 참이었다.
"앞으로 조금 더 걸릴 거야. 근데 무슨 일이야?"
"응, 전화로는 말하기가 어려워. 잠깐 자네하고 상의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 그래. 이쪽으로 좀 와줬으면 좋겠는데." - P25

내가 무선 전화기를 내려놓자 오시마 군이 소파에서 엉거주춤 몸을 일으켰다.
"볼일이 있으시면 저는 이제 그만………."
"아냐, 괜찮아, 괜찮아." 나는 그에게 어서 앉으라고 손을 흔들었다. "8시에 누구하고 좀 만나기로 약속한 것뿐이야. 아직 시간이 넉넉하니까 마음 편히 읽어봐도 돼." - P26

히다카에게는 『수렵 금지구역』이라는 제목의 소설이 있었다. 어느 판화가의 생애를 묘사한 소설이다. 일단 픽션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실은 이 작품에는 실재 모델이 있었다. 후지오 마사야라는 사내였다. - P26

 하지만 이 소설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즉 작품 속에 후지오 마사야에게 그다지 명예롭다고 할 수 없는 일까지 그대로 묘사한 것이다. 특히 그의 중학교 시절의 수많은 기행에 대해 히다카는 거의 실제 사실 그대로 써버렸다. 등장인물의 이름은 물론 다르지만, 그 부분만 읽어보면 나처럼 후지오 마사야를 아는 사람은 도저히 픽션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또한 후지오 마사야가 창녀의 칼에 찔려 살해되는 대목도 완전히 실제 사건과 똑같았다. - P27

후지오의 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항의에 나선 것은어머니와 여동생이었다. 그녀들의 주장은 이러했다. 소설의 모델이 후지오 마사야라는 것은 누가 봐도 명백하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소설의 집필을 허락한 적이 없다. 또한 이 소설 때문에 후지오 마사야의 사생활이 폭로되고 그 결과 부당한 명예훼손의 피해를 입었다. 우리는 이 소설책의 회수와 전면적인 개고(改稿)를 요구한다ー. - P27

조금 전에 걸려온 히다카의 전화 목소리를 통해 추측해보자면 후지오 미야코와의 협상은 잘 풀리지 않은 모양이다. 하지만 자기 집에 와달라는 건 또 무슨 말인가. 일이 크게 틀어져버린 건가. 그렇다고 나 같은 사람이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을까. - P28

"히다카 씨하고 아는 사이예요?"
"응,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같이 다녔어. 내 본가가 바로 이근처였거든. 여기에서라면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곳이야. 지금은 그 친구 집이나 우리 집이나 다 철거되고 맨션이 들어섰지만"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군요."
"뭐 그렇지. 그래서 요즘에도 서로 연락하고 지내고."
"와아." 그의 눈에 선망과 동경의 빛이 떠올랐다. "저는 그건 또 몰랐네요." - P29

"언젠가는 써볼 생각이야. 기회만 닿는다면, 이라고나 할까?" 이건 나의 진심이었다.
7시 반에 패밀리 레스토랑을 나와 역까지 둘이서 나란히 걸었다. 반대 방향의 전차를 타고 가는 오시마 군을 플랫폼에서배웅했다. 곧바로 내 쪽의 전차도 왔다. - P30

그때는 내가 뭔가 착각한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히다카가아까 전화로 8시에 와달라고 말했지만, 그것이 꼭 자기 집으로 8시에, 라는 의미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 P30

"여보세요, 히다카입니다." 리에 씨의 목소리가 들렸다.
"노노구치인데요. 히다카, 그쪽에 있습니까?"
"아뇨, 아직 호텔에 안 왔어요. 지금 집에 있을 거예요. 일이 남았을 테니까요." - P31

"호텔에는 서둘러도 한밤중에나 올 거라고 했었는데?"
"그럼 잠깐 어디 나간 건가?"
"그럴 리가 없을 텐데요." 리에 씨는 생각에 잠긴 듯 잠시 침묵하더니 이윽고 마음을 정한 모양이었다. "알았어요. 제가 지금 그쪽으로 갈게요. 40분쯤이면 도착할 거 같은데, 노노구치씨는 지금 어디 계세요?" - P31

내가 찻집이라고 말한 곳은 히다카가 기분 전환을 위해 자주 찾는 커피 전문점이었다. 나도 몇 번 와본 적이 있었다. 찻집 주인은 나를 기억해주었다. 오늘은 히다카 씨와 함께 안 오셨습니까, 라고 물었다.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집에 아무도 없더라고 나는 대답했다. - P32

"정말로 컴컴하네." 그녀가 말했다.
"아직 안 돌아온 모양이죠."
"하지만 외출할 예정이 없었는데요……………"
가방에서 열쇠를 꺼내며 그녀는 현관으로 걸어갔다. 나도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 P32

"외출할 때 항상 문을 잠가줍니까?" 내가 물었다.
그녀는 열쇠를 꺼내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다. "요즘에는 거의 문을 잠근 적이 없어요."
열쇠를 꽂고 그대로 문을 열었다. 작업실도 불이 꺼져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어두운 건 아니었다. 컴퓨터를 끄지 않았는지 데스크톱의 모니터 화면이 빛을 뿜고 있었다. - P33

나도 멈칫멈칫 다가갔다. 히다카는 엎드린 상태로 고개를틀어 왼쪽 옆얼굴을 내보이고 있었다. 눈을 가늘게 뜨고 있었다. 이미 죽은자의 눈빛이었다.
"죽었어...………." 나는 중얼거렸다. - P33

사코다 경감은 선 채로 우리가 사체를 발견하기까지의 경위를 질문했다. 이야기의 흐름상 나는 후지오 미야코의 일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히다카 씨가 선생 댁에 전화를 한 게 몇 시쯤이었어요?"
"6시 지나서였어요."
"그때 히다카 씨는 뭔가 그 후지오라는 여자에 관한 얘기를했습니까?"
"아뇨, 그냥 나한테 상의할 일이 있다고만 했어요." - P35

"어디 보자, 오늘 밤과 내일 밤은 크라운 호텔에서 머물고모레는 캐나다로 출발할 예정이었군요. 그런데 남편분은 일이 다 끝나지 않아서 혼자 이 집에 남았다...…." 자신이 메모한 내용을 보며 그렇게 말한 뒤에 사코다 경감은 얼굴을 들었다.
"이런 사정을 알고 있었던 사람은 누구누구입니까?"
"나하고, 또・・・・・・." 리에 씨는 내 쪽을 쳐다보았다.
"물론 나도 알고 있었어요. 그 밖에는 소메이 출판사 편집부 직원이겠죠." 히다카가 오늘 밤에 하려던 작업이 소메이 출판사에 건네줄 원고였다고 나는 설명했다. "하지만 그것을 근거로 범인을 특정하는 건 좀・・・・・…" - P36

한바탕 질문이 끝나자, 자택까지 부하 경관이 차로 데려다줄 거라고 경감이 내게 말했다. 나는 리에 씨 곁에 있어주고 싶었지만, 경감의 말로는 그녀의 본가에 연락했으니 곧 누군가 데리러 올 거라고 했다. - P37

제복을 입은 젊은 경관이 나를 찾아왔다. 그는 나를 문 앞에 세워둔 경찰차 쪽으로 안내해주었다. 경찰차에 타보는 건 속도위반에 걸렸을 때 이후로는 처음, 이라고 이번 일과는 아무관계도 없는 생각을 했다. - P37

"엇, 자네는?"
"저, 아시겠어요?"
"물론 알지, 알아. 이름이..." 머릿속에서 확인한 다음에나는 말했다. "가가 교이치로였어."
"예, 가가예요." 그는 공손히 인사를 건네왔다. "그때는 제가선생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아냐, 나야말로." 나도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다시금 그를보았다. 10년, 아니, 좀 더 오래전인가. 예리한 얼굴 생김새가 한층 더 연마된 것 같았다. "경찰관으로 전직했다는 말은 들었지만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이야." - P38

가가는 내가 전에 교편을 잡았던 중학교에, 대학 졸업 후 곧바로 부임했던 사회 과목 교사였다. 그 역시 수많은 신임 교사들과 마찬가지로 기백과 열의가 넘쳤다. 검도의 달인이기도해서 검도부를 척척 인솔하는 모습은 그의 열의를 한층 더부각시켰다. - P39

"노노구치 선생님, 요즘 근무하시는 학교는 어디예요?" 차가출발하자마자 가가 선생이 물었다. 아니, 이제 선생이라는 호칭은 이상하다. 가가 형사라고 하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얼마 전까지 이 구역의 제3중학교에 있었는데 올 3월에 사직했어." - P39

"교직에 계시면서도 계속 글을 썼던 거예요?"
"그런 셈이지. 근데 1년에 두 번, 30매 남짓한 단편을 쓴 것뿐이야.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작품 활동에 전념해야겠다 싶어서 결심 끝에 학교를 그만뒀어."
"그렇습니까. 정말 대단한 결단이었네요." - P40

"죄송합니다. 이름은 들었지만 그의 소설은 읽어본 적이 없어요. 요즘에는 특히 독서와는 답을 쌓고 살게 되었어요."
"하긴 일이 워낙 바쁘겠지."
"아뇨 그냥 게으른 거예요. 한 달에 두세 권은 꼭 읽자고 항상 생각은 하는데." 그는 머리에 손을 얹었다. 최소한 한 달에 두세 권의 독서는 필요하다. 그건 내가 국어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에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었다. 가가가 그 말을 기억하고 그렇게 말했는지 어떤지는 알 수 없었다. - P41

"저도 읽을 만한 소설이에요?" 가가 형사가 물었다. "이를테면 추리소설이라든가."
"많지는 않지만 그런 소설도 있지." 나는 대답했다.
"참고삼아 대표적인 소설을 좀 알려주세요."
"흠, 글쎄."
나는 야광충』이라는 소설 제목을 알려주었다. - P41

"리에씨라면, 부인 말이죠? 아직 한창 젊은분으로 보이던데."
"바로 지난달에 혼인신고를 했어. 리에씨하곤 재혼이야."
"그렇군요. 그러면 전부인과는 이혼?"
"아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어. 벌써 5년 전 일인가." - P42

"그런데요." 가가 형사는 수첩을 펼쳤다. "니시자키 나미코라는 이름을 아십니까?"
"그 밖에 오사노 데쓰지, 나카네 하지메라는 이름도 있었어요" - P43

"사망직전까지 히다카 씨가 그 소설을 집필했던 모양이던데요."
"그러고 보니 컴퓨터 전원이 켜져 있었어."
"그 화면에 이 소설이 있었습니다."
"아, 그렇군." 나는 문득 생각나는 게 있어서 가가 형사에게질문했다. "그 소설, 어느 정도나 쓴 상태였어?"
"어느 정도라니, 무슨 말씀이신지?" - P43

"글쎄, 어느 정도일까. 아, 전에 한 시간에 4매쯤 쓴다고 얘기한 적이 있어."
"그러면 아무리 서둘러 썼다고 해도 6 매쯤인가요?"
"그런 정도겠지?"
내 말을 듣고 가가 형사는 잠시 침묵에 잠겼다. 머릿속에서뭔가를 계산하는 모양이었다.
"무슨 이상한 점이라도 있어?" 내가 물었다. - P44

"그 점에 대해서는 내일 출판사에 문의해볼 예정입니다."
나는 재빠르게 생각을 굴렸다. 리에씨의 말에 따르면 후지오 미야코가 돌아간 것은 5시쯤이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 집으로 히다카가 전화를 했던 게 6시가 지난 시각, 그사이에 집필을 계속했다면 아마 5매에서 6매는 썼을 것이다. 문제는 그 외에 몇 매가 더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 P45

 "사망 추정 시각이라는 게 있지?
경찰에서는 몇 시쯤이라고 보고 있어?"
"그건 분명 수사상의 비밀이죠."가가 형사는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뭐, 말해도 괜찮을 겁니다. 자세한건 부검 결과에따라 달라지겠지만, 5시부터 7시 사이라는 게 우리 쪽 판단이에요. 아마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겁니다."
"내가 6시 조금 넘어서 전화를 받았으니까..………."
"예, 그렇게 되면 6시부터 7시 사이라는 얘기가 되겠죠." - P45

"히다카를 어떤 방법으로 살해한 거야…………."
그런 나의 중얼거림에 가가 형사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사체 발견자가 하는 말이라기엔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정말로 그가 어떤 방법으로 살해되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고백하자면, 무서워서 사체를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던 것이다. - P46

"그리고 또 한 가지, 외상이 있었습니다. 후두부를 맞은 것같아요. 현장에 떨어져 있던 놋쇠 문진을 흉기로 썼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뒤에서 내리치고 정신을 잃은 참에 교살했다는 건가?" - P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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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글러스 모슨과 나머지 일행은 무전으로 배를 다시 불렀다.
모슨은 영웅 대접을 받으며 오스트레일리아로 돌아왔고, 파키타는 여전히 그와 결혼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머츠를 죽이고, 모슨까지 거의 죽음 직전으로 몰고갔던 그 불가사의한 질병은 무엇이었을까? 당시에는 아무도 그진상을 몰랐으나, 결국 그들은 간에 중독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들이 데리고 간 개는 북극 지방에 살던 에스키모개였다. 북극에 사는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에스키모개의 간에는 다량의 비타민 A가 저장돼 있다. 그래서 그 간을 먹은 그들은 비타민 A 과다증으로 복통과 구역질이 나고, 피부가 벗겨져 나가고, 머리카락이 빠지는 증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그리고 간을많이 먹은 머츠는 목숨까지 잃었다. - P37

독보다 더 섬뜩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독을 사용하는사람이다! 여기서는 사람들이 독을 어떻게 사용해 왔는지 그소름 끼치는 이야기를 들려주겠다.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알 수 없지만, 수천년전부터 사람들은 독을 무기로 사용하는 법을 터득했다. 일본, 남아프리카, 남아메리카를 비롯해 세계 각지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은 사냥을 할 때 무기에 독을 묻혀 사용했다. - P38

헤라클레스 이야기는 그저 신화일 뿐이지만, 고대 그리스인과 로마인은 독으로 사람을 죽이는 방법을 잘 알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독살되었지만, 그중에서 한 가지만 소개하고자 한다. - P39

피해자 : 아가토클레스
직업: 시라쿠사의 왕
사건 발생 시간 : 기원전 289년
살해된 장소 : 시칠리아
가해자 : 그의 손자
사건 경위 : 아가토클레스는 깃털의 뾰족한 끝부분으로 이 사이에 낀 음식물 찌꺼기를 청소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걸 알고있던 그 나쁜 손자는 깃털을 독에다 담갔다.
중독된 왕은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그것은 아마도 신경 독의 일종이었을 것이다). 모두들 왕이 죽었다고 생각해 전통 장례의식에 따라 화장했다. 그러나 그는 그때까지 살아 있었다! - P39

독은 중요한 사람을 죽이는 데 자주 사용되었다. 16세기에 이탈리아에서는 독살이 아주 빈번하게 일어났고, 독살을 전문 직업으로 삼은 사람까지 있었다. - P41

피해자 : 비앙카 카펠로
직업 : 독살 전문가
사건 발생 시간 : 16세기
살해된 장소 : 이탈리아의 피렌체
가해자 : 자기 자신
사건 경위 : 피해자는 페르디난도 추기경을 독살하려고 아주 먹음직스러운 파이에 독을 집어넣었다. 그러나 영리한 추기경은 파이를 몰래 바꾸었고, 비앙카는 자기 독에 자기가 당하고 말았다. - P41

이처럼 독살을 하려는 사람들이 사방에 우글거렸기 때문에,
통치자들은 독살당할까 봐 두려움에 떨며 지낼 수밖에………. 특히 오스만튀르크(오늘날의 터키)의 술탄이던 압둘 하미드(1842~1918)는 누구보다도 독살을 두려워한 나머지……….
• 비밀장소에 있는 샘에서 길어 온 물만 마셨다.
• 우유에 독이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젖소에게도 호위병을 붙였다. - P43

결국 압둘 하미드는 그의 통치에 환멸을 느낀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는 바람에 권좌에서 쫓겨나고 말았다. 그렇지만 그래도 그는 최소한 독살은 당하지 않았다! - P44

아무리 중독이강한 독도 물리치는 위석!
중독이 되었다고요? 걱정 마세요.
이 위석(石)을 사용하면 문제없습니다.
위석은 염소 위에 생기는 딱딱한 돌 같은 물질입니다. - P45

점토로 독을 빨아들이세요!
만약 중독이 되었다면, 이 향긋한 테라 시길라타를 써보세요!
아, 사실은 향긋하진 않습니다.
이것은 에게해에 있는 렘노스섬에서 나오는 적갈색 점토를 염소 피와 섞은 것입니다. 식사때마다 한 덩어리씩 드세요. 혹시나 음식에 수상쩍은 게 들었을지도 모르니까요. - P45

프랑스 왕 샤를9세(1550~1574)는 에스파냐의 한 영주에게서 위석을 살까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샤를9세는 국왕의 주치의인 앙브루아즈 파레에게 위석이 효과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파레는 실험을 통해 그 답을 알아내기로 했다. 절도 혐의로 사형 신고를 받은 요리사가 있었는데, 파레는 요리사에게 독과 위석을 함께 삼키는 실험을 한다면 사형을 면하게 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던 요리사는 기꺼이 그러겠다고 대답했다. 그는 독을 마시고 나서 위석을 삼켰다. 그러고는・・・・・・ 심한 고통 속에서 몸부림치다가 죽어갔다. - P46

목숨을 건 실험1581년 독일의 바덴.
난 이제 죽을 수밖에 없다. 난 도둑으로 잡혀 왔는데, 지금와서 도둑이 아니라고 해 봤자 세상에 믿어 줄 사람은 아무도없다. 나는 법을 어겼으므로 교수형을 당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말이다. 죽기에는 너무나도 젊은 나이가 아닌가 말이다! 나는 의학도 조금 공부했다. 만약 살아남는다면, 언젠가 내가 중요한 발견을 할지 누가 알겠는가? - P47

"독이라고?" 재판관이 이마를 찌푸렸다. "그건 교수형보다 훨씬 고통이 심할 텐데…………. 죽을 때까지 시간도 더 오래 걸리고 말이야. 그냥 편안히 죽는 게 좋지 않은가?"
"그렇긴 해요. 그렇지만 독과 함께 점토도 조금 먹게 해 주세요. 과학 실험을 위해서요. 만약 내가 죽는다면, 밧줄 값은 아끼지 않겠어요?"
재판관은 서기와 집행관을 불러 뭔가 소곤거렸다.
그러더니 마침내 재판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다. 피고가 원하는 대로 해 주겠다. 염화수은을 마시고 죽도록 해 주겠다. 아까도 말했지만, 피고는 더 고통스러운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다." - P48

독을 꿀꺽 삼키면 목의 근육이 마비될 것이다. 나는 그 독이어떤 효과를 나타내는지 잘 안다. 나는 침을 질질 흘리고, 토하고, 고통에 못 이겨 돌돌 구르면서 바지를 적실 것이다. 고통은 몇 시간이고 계속되다가 비참하게 죽게 될 것이다.
유일한 희망은 한 줌의 흙이다. 이 흙은 해독 작용이 있다고 알려져 왔으나, 나처럼 실험을 해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나는 잠을 자지 않으려고 했으나, 새벽녘에 얼핏 잠이 들고 말았다. - P48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은 탁자 위에 놓인 포도주 잔, 숟가락, 독이 든 병, 작은 점토덩어리뿐이다. 사형 집행관은 다음과 같은 경고로 연설을 마쳤다.
"만약 죄인이 독을 마시고도 살아남는다면, 석방될 것이오.
그러나 만약 죽는다면, 매우 고통스럽고 추한 최후를 맞이하게될 거요. 끔찍한 광경을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지금 떠나오." - P49

점토는 활성 탄소와 같은 작용을 했다. 즉, 독을 일부 흡수하여 혈액 속에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사실은 숯이 점토보다 효과가 훨씬 뛰어나다. 숯은 탄소덩어리니까. 그러나 점토나 숯도 아무 효과가 없는 독들이 있다. 다음 장에서 그 무시무시한 독들을 소개하겠다. - P50

이름 : 치명적인 산소

기초 사실 : 1. 산소는 전체 공기 중 21%를차지한다. 산소는 색도 맛도 냄새도 없지만,
우리 주위에 존재하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려면 반드시 산소를 호흡해야 한다.

2 산소는 폐로 들어온 다음, 거기서 혈액에 실려 온몸 구석구석으로 간다. 산소는 세포가 에너지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하다. - P52

끔찍한 사실 : 1. 산소에 독성이 있다는 사실을 맨 처음 알아낸 과학자는 프랑스 화학자 앙투안 라부아지에(1743~1794)였다. 그는 기니피그를 100% 산소로만 이루어진 공기속에 집어넣어 보았다.
그 결과는 여러분이 상상해 보라! - P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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