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더군요."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세세한 부분에서 크게 참고가 된 점이 있었어요." "그런 부분이 있었어?" "이를테면 선생님과 히다카 씨가 방에서 이야기를 나누는부분인데, 그때 히다카 씨는 담배를 한 대 피웠어요. 그런 건선생님의 수기를 읽지 않고서는 알수 없어요." "아니, 정말로 한 대만 피웠는지 어떤지는 나도 몰라 어쩌면 두 대였는지도 모르지. 아무튼 그가 담배를 피운 건 기억이나서 그렇게 쓴 것뿐이야." - P79
"너무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홧김에 저지른 일이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지만 그녀가 히다카가를 나왔을 때, 히다카 씨는 아직 살아 있었어요." "일단 나왔다가 다시 갔는지도 모르지." "죽일 생각으로요?" - P80
"그래? 그렇다면 더 이상 그녀에 대해서는 생각할 필요가없는 건가." "선생님은 그녀를 의심하십니까?" "의심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우선 동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그녀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했어." "동기라는 건 친오빠의 프라이버시가 침해되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히다카 씨를 살해해도 그 문제는 해결되지 않잖아요." "너무 무성의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홧김에 저지른 일이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 - P80
가가 형사는 테이블 위에서 두 손을 깍지 꼈다. 그리고 양쪽엄지를 맞붙였다 뗐다 했다. 그렇게 한참을 꼼지락거린 뒤에 그는 말했다. "침입은 현관으로?" "아니, 창문 쪽이 아닐까? 왜냐하면 현관은 잠겨 있었으니까." "정장 차림의 여자가 창문으로 침입했다는 말씀인가요? 그가 표정을 무너뜨리며 웃었다. "게다가 그 모습을 방 안의 히다카 씨는 멍하니 보고 있었다?" 히다카가 화장실에 갔을 때 슬쩍 들어가면 되잖아. 그리고 그가 돌아올 때까지 문 뒤에 숨어서 기다린다든가." - P81
"그렇겠네요." 그는 커피 잔을 손에 들었지만 이미 비어 있는 것을 깨닫고 잔을 다시 내려놓았다. "근데 왜 현관문으로나가지 않았을까요?" "그건 나도 잘 모르겠지만, 아마 남의 눈에 띌까봐서 그런거 아닐까? 그러니까 심리적인 거야. 하지만 그녀에게 명백한 알리바이가 있다니까 이런 이야기는 단순한 공상일 뿐이겠지만." - P82
"제대로 된 추리를 할 자신은 없지만, 어떤거야?" "범인은 어째서 방의 전깃불을 끄고 갔을까요?" "그건……." 나는 잠시 생각하고 나서 대답했다. "집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그랬겠지. - P82
"그러면 범인은 사체의 발견을 늦추고 싶었다는 건가요?" "그게 일반적인 범인의 심리가 아닐까?" "그렇다면 컴퓨터는 왜 켜놓은 채로 놔두었을까요?" "컴퓨터?" "네, 선생님이 방에 들어갔을 때, 컴퓨터 화면이 하얗게 빛을 뽑고 있었다는 게 수기에도 적혀 있던데요." - P83
"그렇군요. 깜빡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더 이상은 어떻게 얘기할 수가 없어서 나는 입을 다물었다.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고맙다고 말하고 가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오늘 일도 수기에 쓰실 건가요?" "그럴 생각이야." "그럼 그것도 볼 수 있게 해주세요." "응, 괜찮지." 그는 계산대 쪽으로 가려다가 도중에 멈춰 섰다. - P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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