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뭔가 말해서 찾기 위해 다시 읽었다.

제6장

단기적 성 전략


[여자] 종종 좋아하는 연인과 함께 달아난다・・・・・따라서 여자는 흔히 생각해온 것처럼 결혼에서 아주 비참한 상태에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여자는 결혼 전이건 후이건 좋아하는 남자를 유혹할 수 있으며,
때로는 싫어하는 남자를 거부할 수 있다.
찰스 다윈, 1871 - P278

당신이 남자라면 매력적인 여성의 유혹에 넘어갈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어진 연구에서 남자들은 덜 매력적인 여자보다 매력적인 여자의 섹스 제의를 수락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여자들은 감정적 친밀감을 어느 정도 느낀 상황에서라면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고 매력도 많은 남자의 섹스 제의를 수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Greitemeyer, 2005). - P278

단기적 짝짓기 이론들을 살펴보는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하자. 첫째, 남자의 단기적 짝짓기에는 어떤 적응 논리가 있는지, 그리고 왜 그것이 여자의 심리적 레퍼토리보다 남자의 심리적 레퍼토리에서 더 크게 부각돼 보이는지 살펴볼것이다. 둘째, 남자가 단기적 짝짓기에서 부담하는 잠재적 비용을 검토할 것이다. 셋째, 남자가 단기적 짝짓기를 성공적으로 추구하려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구체적인 적용 문제들을 살펴볼 것이다. - P279

똑같은 섹스 행위를 하더라도, 여자에게는 아홉 달 동안 임신에 투자를 해야 하는 결과가 돌아오지만, 남자는 사실상 아무 투자도 하지 않는다. 남자 조상이일년 동안 생식 능력이 있는 여자 수십 명을 만나 단기적 짝짓기를 했다면, 많은 여자를 임신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반면에 여자 조상은 같은 기간에 남자수십 명과 섹스를 하더라도, 아이를 단 한 명밖에 낳지 못한다(쌍둥이나 세 쌍둥이를 낳지 않는 한). - P279

단기적 짝짓기 전략을 성공적으로 추구하는 남자에게 돌아가는 번식상의 편익은 출생하는 자손의 수 증가라는 직접적인 효과로 나타났을 것이다. - P279

단기적 짝짓기가 남자에게 초래하는 잠재적 비용

그러나 단기적 짝짓기 전략은 남자에게 잠재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인류의진화 역사를 통해 남자들은 다음과 같은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1) 성병 감염위험, 섹스 파트너의 수가 늘어날수록 그 위험도 증가한다.
(2) ‘난봉꾼‘이라는 달갑지 않은 사회적 평판을 얻을 위험, 이것은 바람직한 장기적 배우자를얻는 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3) 아버지의 투자와 보호 부족으로 자식의 생존 가능성이 감소할 위험.
(4) 만약 상대 여자가 결혼을 했거나 짝이 있다면, 질투한 남편이나 남자 친구의 손에 폭행을 당할 위험.
 (5) 상대 여자의 아버지나 남자 형제들에게 폭행을 당할 위험.
 (6) 아내가 복수하려고 바람을 피울 위험과 이혼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를 위험 (Buss & Schmitt, 1993: Daly &Wilson, 1988: Freerman, 1983). - P280

어떤 편익이 단기적 짝짓기의 기능이라고 부를 만한 자격을 갖추려면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1) 인류의 진화역사를 통해 반복적인 선택 압력이 작용해어떤 조건에서 단기적 짝짓기 전략을 구사하는 사람들이 그 편익을 반복적으로 누렸어야 한다.
 (2) 단기적 짝짓기 추구가 적합도 자산에 초래하는 비용이 그것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얻는 편익보다 적어야 한다.
(3) 자연 선택은 특정 상황에서 단기적 짝짓기를 촉진하도록 특별히 설계된 심리 기제를 최소한 한 가지는 선호했어야 한다. - P281

생식력이 있는 여자를 확인하는 문제.

 진화 이론에서 나오는 명백한 예측 한가지는 단기적 배우자를 찾는 남자들이 생식력과 관련된 신호를 보이는 여자를 선호하리란 것이다. 생식력이 가장 높은 여자는 한 번의 섹스만으로도 임신할 확률이 높다. 반면에 장기적 배우자를 원하는 남자들은 번식 가치가 더 높은 더 젊은 여자를 선호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그런 여자가 장래에 번식을 더많이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생식력과 번식 가치의 차이에 대해서는 5장을 참고하라). - P282

헌신을 피하는 문제. 

단기적 배우자를 원하는 남자들은 섹스에 동의하기 전에 진지한 헌신이나 투자를 요구하는 여자를 피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특정 여자에 대한 투자가 클수록 남자가 유혹하는 데 성공할 수 있는 섹스 파트너의 수는 줄어든다. 많은 투자를 요구하는 여자는 사실상 남자에게 장기적 짝짓기 전략을 채택하도록 강요한다. 따라서 단기적 배우자를 원하는 남자들은 섹스에 동의하기 전에 헌신이나 많은 투자를 요구하는 여자를 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 P283

랭엄(1993)은 침팬지와 사람 사이의 성 차이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영장류 종의 암컷이 새끼를 한 번 낳을 때 교접하는 수컷 파트너의 수를 조사한 여러 연구 자료를 분석했다. 일부일처제 경향이 매우 강한 고릴라암컷들은 새끼를 한 번 낳는 데 교접한 수컷의 수가 평균 한 마리였다. 사람여자는 한 번 출산하는 데 관계한 남자 파트너의 수가 1.1명으로 추정되었다.
즉, 고릴라보다 10%가 더 많았다. 반면에 비비 암컷은 수컷 섹스 파트너가 8마리였고, 보노보는 9마리였으며, 침팬지는 13마리였다. 따라서 정자 경쟁을낳는 행동암컷이 다수의 수컷과 교섭을 하는 정액의 양에 관한 증거와 잘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사람은 철저한 일부일처제를 따르는 고릴라보다는 정자 경쟁 수준이 높지만, 성생활이 난잡한 침팬지나 보노보보다는 훨씬 낮다. - P284

그렇지만 부부가 5%의 시간만 함께 지낼 경우, 남자가 한 번 사정할 때 정액에 포함된 정자 수는 평균 7억 1200만 마리로, 거의 2배나 증가했다. 부부가 따로 떨어져 바람을 피울 기회가 생겨 다른 남자의 정자가 아내의 생식관 안에 들어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될 때 남편의 정액에 포함된 정자 수가 증가했다. 부부가 재회했을 때 정자 수가 증가하는 현상은 남자가 마지막으로 사정한 시간과는 별 상관이 없었다. - P285

한 연구는 "죽고 난 뒤에 하느님 곁에 있는 것" 에서부터 "창조적 연구를통해 영구적인 기여를 하는 것" 에 이르기까지 "개인적 소원 48가지를 분석했다(Ehrlichman & Eichenstein, 1992). 그 중에서 남녀 차이가 가장 큰 소원은 "내가 원하는 어떤 사람하고도 섹스를 하는 것"이었다. 또 다른 연구는 남녀 676명에게 성욕을 느낀 빈도를 조사했는데, 평균적으로 남자는 일 주일에 37번을느낀 반면, 여자는 9번을 느꼈다(Regan & Atkins, 2006). - P286

한 연구에서는 대학생들에게 일시적 관계와 영구적 관계의 파트너에 대해각각 받아들일 수 있는 최소 나이와 최대 나이를 물었다(Buss & Schmitt, 1993).
일시적 관계인 파트너의 경우,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받아들일 수 있는 나이 범위가 네 살쯤 많았다. 이 연령대의 남자들은 여자의 나이를 적게는 16세부터많게는 28세까지 받아들이려고 한 반면, 여자들은 최소한 18세 이상 많아도 26세를 넘지 않는 남자를 원했다. 남자들이 나이 기준을 완화하는 이 경향은 헌신적인 짝짓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 P288

문 닫는 시간이 가까워지면서 매력에 대한 남자의 지각이 변하는 현상은 알코올 섭취량과는 상관 없이 일어난다. 술을 한 잔 마셨건 여섯 잔 마셨건 그것은 여자들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는 지각 변화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술에 취할수록 여자가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소위 ‘비어 고글 ‘beer goggle‘ 현상은 밤이 깊어감에 따라 캐주얼 섹스 기회가 줄어드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심리 기제 탓으로 대신 설명할 수 있다. 밤은 깊어가는데 아직 여자를 유혹하는 데 실패한 남자에게는 술집에 남아 있는 여자들이 점점 더 매력적으로 보이게 된다.  - P291

성적 환상과 성 충동의 남녀 차이.

 성적 환상은 남자의 일시적인 짝짓기 성향이 진화한 역사에 대해 또 하나의 심리학적 단서를 제공한다. 성적 환상은 남자와 여자의 행동을 자극하는 욕구의 성격을 드러낸다. 연구들을 통해 남자와여자의 성적 환상에는 큰 차이가 있음이 드러났다. 일본, 영국, 미국에서 한 연구들에서 남자는 여자보다 성적 환상이 대략 2배 정도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Ellis & Symons, 1990 : Wilson, 1987). - P292


성 충동에 대한 연구에서도 유사한 남녀 차이가 나타난다. 53개국에서 20만 명 이상이 참여한 가장 큰 규모의 연구에서는 "나는 성 충동이 아주 강하다."와 "나는 성적으로 흥분하는 데 그다지 큰 자극이 필요하지 않다."라는 진술로 성 충동을 측정했다(Lippa, 2009). 태국에서 크로아티아, 트리니다드에 이르기까지 모든 나라에서 남자들은 여자들보다 성 충동이 더 강하다고 보고했다. 자위 비율과 포르노 소비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는데, 두 가지 모두남녀 간에 큰 차이가 나타났다(Petersen & Hyde, 2010). - P293

여자의 단기적 짝짓기에 대한 증거

앞에서 보았듯이, 인류의 짝짓기에 관한 진화 이론들은 단기적 짝짓기가 남자에게 주는 번식의 이익이 아주 크다는 것을 강조했다(예컨대 Kenrick et al.,
1990: Symons, 1979, Tirvers, 1972). 인류의 진화 역사를 통해 단기적 짝짓기가 남자에게 주는 번식의 이익은 자식을 더 얻는 방식으로 크게 그리고 직접적으로 나타났을 것이다. - P297

여자의 몸 속에 남는 정자의 수는 바람을 피우느냐 피우지 않느냐하고도 상관이 있다. 여자들은 바람을 피우는 시기를 남편에게 번식의 손해가 돌아가게끔 맞춘다. 영국에서 전국 각지의 여성 3679명을 대상으로 성 생활에 대해조사한 연구에서 모든 여자는 자신의 생리주기뿐만 아니라 남편과 섹스를 한시기, 그리고 바람을 피웠다면 그 상대와 섹스를 한 시기도 보고했다. 바람을 피우는 여자들은 무의식적으로 섹스를 하는 시기를 배란이 일어날 확률이 가장 높은 때, 따라서 임신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때로 잡는 것으로 나타났다(Baker & Bellis, 1995). 게다가 바람을 피우는 여자들은 정식 배우자보다는 바람을 피우는 상대와 섹스를 할 때 오르가즘을 느끼는 비율이 더 높다(Buss, 2003참고). - P298

단기적 짝짓기로 여자가 얻는 편익에 대한 가설

여자에게 단기적 성 심리가 진화하려면, 일부 상황에서 캐주얼 섹스와 관련된 적응적 편익이 있었어야 한다. 그런 편익은 어떤 것이었을까? 제안된 편익은다섯 종류가 있다. 자원, 유전자, 배우자 교체, 배우자 기술 습득. 배우자 조종(Greiling & Buss, 2000). - P299

유전적 편익 가설. 또 다른 종류의 편익으로 유전적 편익이 있다. 맨 먼저 떠오르는 당연한 편익은 생식력 증가이다. 만약 어떤 여자의 정식 배우자가 불임이거나 성적 능력이 없다면, 단기적 배우자가 생식력을 보충함으로써 임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 P300

지원 가설.
 단기적 짝짓기가 가져다주는 한 가지 편익은 자원 증식이다(Symons, 1979). 여자는 고기나 재화, 서비스를 얻는 대가로 단기적 짝짓기를할 수 있다. 여자 조상들은 다양한 단기적 짝짓기를 통해 자식의 친부가 누구인지 모호하게 함으로써 두 명 이상의 남자에게 자원을 얻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Hrdy, 1981).  - P299

배우자 축출 가설에 따르면, 단기적 짝짓기를 통해 바람을 피우면 여자가 장기적 배우자를 떼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 많은 문화에서는 남자들은 바람을 피운 여자와 이혼하는 경우가 많기때문에(Betzig, 1989), 바람을 피우는 것은 여자가 결별을 시도하기에 효과적인 수단이다. - P301

배우자 조종 가설.

다섯 번째 편익은 배우자를 조종하는 것이다. 여자는 바람을 피움으로써 불성실한 남편에게 복수를 할 수 있고, 이를 통해 남편이 또 부정을 저지르는 걸 막을 수 있다(Symons, 1979). 혹은 다른 남자들이 자기 여자에게 큰 관심을 보인다는 증거를 보고서 정식 배우자가 더 헌신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Greiling & Buss, 2000). - P301

신체적 보호를 제공하는 장기적 배우자가 없는 상태에서 순전히 단기적 짝짓기 전략을 구사하는 여자는 신체적 학대와 성적 학대를 당할 위험이 더 크다.
결혼한 여자도 남편에게 폭행을 당하거나 강간을 당할 위험이 있긴 하지만, 여대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데이트 강간을 경험한 비율이 최대 15%라는놀라운 통계 자료는 장기적 관계에 있지 않은 여자들도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
는 주장을 뒷받침한다(Muehlenhard & Linton, 1987). - P302

 예를 들면, 캐나다에서 1977년부터 1983년까지태어난 전체 아기 중 미혼모가 낳은 아기의 비율은 12% 밖에 안 되었지만 어머니가 자기 아이를 살해한 사건 64건 중 절반 이상을 미혼모가 저질렀다(Daly& Wilson, 1988). - P302

여자에게 편익이 있다는 가설의 경험적 검증

여러 연구자들은 단기적 짝짓기를 하는 여자는 남자의 육체적 매력을 중요시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는데, 이것은 좋은 유전자와 섹시한 아들 가설과 일치하는 발견이다(Buss & Schmitt, 1993; Gangestad & Simpson, 1990: Kenrick et al..
1990). 여자들은 또한 단기적 짝짓기 상황에서 즉각적인 자원에 매기는 중요도를 더 높이는 것처럼 보인다(Buss & Schmitt, 1993). - P303

여러 연구에서는 바람을 피우는 여자들은 피우지 않는 여자들에 비해 현재 배우자에게 감정적으로나 성적으로 훨씬 불만이 많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Glass & Wright, 1985 ; Kinsey et al., 1953). 이것은 배우자 교체 가설을 정황적으로 뒷받침한다. - P303

또 다른 조사는 여자에게 바람을 피우도록 부추기는 상황을 살펴보았다.
그레일링과 버스(2000)는 혼외 정사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은 상황은 배우자가 바람을 피운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 배우자가 성관계를 내켜하지 않을 때,
배우자가 학대를 할 때ー모두 다 부부 관계의 파탄을 부추길 수 있는 상황-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런 상황들은 현재의 배우자보다 더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는 남자를 찾을 수 있고, 자신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는 남자를 만날수 있고, 현재의 배우자보다 더 성공해 재정적 전망이 훨씬 나은 남자를 만날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부추겼다. 여러 연구에서 나온 이 발견들은 배우자교체가 여자의 단기적 짝짓기에서 핵심 기능이라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 P304

아주 바람직한 남자는 성가신 헌신 문제라는 부담만 없다면,
종종 덜 바람직한 여자하고도 짧은 관계를 기꺼이 맺으려고 한다. 좋은 유전자가설은 그 동안 많은 검증을 받았다(Gangestad & Thornhill, 1997) 연구자들은 캘리퍼스로 측정한 신체적 대칭성 지표를 통해 유전자의 질을 측정했다. 4장에서 대칭적 특징은 질병과 환경의 공격에 대한 저항력이 강한 유전자의 존재를 시사하므로 유전 가능한 건강과 적합도의 표지로 간주된다고 한 사실을 상기하기 바란다. 연구자들은 대칭적인 남자들은 그렇지 못한 남자들에 비해 이미 다른 남자와 관계를 맺고 있는 여자들과 성관계를 가질 가능성이 높은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 P306

좋은 유전자 가설을 뒷받침하는 가장 유력한 증거는 여자의 생식력이 최고조에 이르는 배란기 무렵에 여자의 선호가 어떻게 변하는지 조사한 많은 연구에서 나온다(Gangestad & Thornhill, 2008; Gangestad, Thornhill & Garver-Apgar, 2005;Garver-Apgar, Gangestad & Thornhill, 2008). - P306

이론적으로 기존의 배우자가 있는 여자는 정식 배우자의 유전자 질이 혼외정사 상대의 유전자 질보다 낮을 때에만 단기적 짝짓기에서 유전적 편익을 얻을수 있다(Pillsworth, Haselton, & Buss, 2004). 실제로 배우자의 성적 매력이 낮다고평가하는 여자들은 혼외정사 상대에게 더 큰 성욕을 경험하지만, 배란기에만 그런 일이 일어난다(Pillsworth & Haselton, 2006). 그리고 여자들은 바람을 피우는상대로 좋은 유전자를 나타내는 지표로 간주되는 대칭적 특징을 가진 남자를 선택하는 것처럼 보인다(Gangestad et al, 2005). - P307

그런 여자들은 단기적 짝짓기가 자신의 매력과 유혹의 기술을 향상시키는데에도 유용하다고 생각하는데 (r = +0.50). 이것은 배우자 기술 획득 가설을뒷받침한다. 이들은 또한 값비싼 명품 옷(r=+0.45), 승진(r=+0.40), 보석(r=+0.37), 파트너의 자동차 사용(r = +0.35)을 포함해 단기적 짝짓기에서 얻는 자원도 유용하다고 간주한다. - P309

성 전략을 알려주는 그 밖의 관찰 가능한 단서는 단기적 짝짓기 전략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배우자 선호에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 아주 훌륭한 두 연구에서는 성적으로 구속을 받지 않는 여자들은 구속을 받는 여성들보다 근육질 얼굴과 몸을 가진 남자에 대한 선호가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 선호는 남자들의 사진을 평가하게 한 조사에서뿐만 아니라, 실험실에서 여자들이 다양한 남성성을 가진 남자들을 만나고 상호작용한 ‘스피드데이팅 연구에서 나타난 행동학적 선택에서도 표현되었다(Provost et al, 2006). - P311

성비. 결혼할 수 있는 여자에 비해 결혼할 수 있는 남자가 많으나 적으냐 하는것도 일시적 짝짓기에 영향을 미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맥락이다. 이 성비에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여자보다 남자가 많이 죽는 전쟁, 육체적 싸움 같은 위험을 수반한 활동, 의도적 살인 (남자 사망자가 여자 사망자보다 약 7배나 많은), 연령별로 차이가 나는 재혼 비율 (그래서 나이가 많을수록 재혼하는 여자가 재혼하는 남자보다 더 적은 결과를 낳는)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남자들은 성적으로 접근할 수있는 여자가 많을 때에는 일시적 관계를 맺는 쪽으로 행동을 전환하는데, 성비가 유리해 성적 다양성에 대한 욕구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Pedersen, 1991). - P313

배우자 가치 등급에서 얻은 점수를 남녀 참여자들이 보고한 성 생활사와 관련지어 보았다. 그 결과는 양성에 대해 서로 아주 다르게 나타났다. 배우자 가치가 높은 남자는 낮은 남자에 비해 더 어린 나이에 성 경험을 하고, 사춘기이후에 섹스 파트너가 더 많고, 지난해에 함께 잔 파트너 수도 더 많고, 지난 3년 동안 섹스 제의도 더 많이 받았고, 전체 섹스 횟수도 더 많았고, 섹스를 하기 전에 그 여자에게 애착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 게다가 배우자 가치가 높은 남자는 SOI 점수도 높은 경향을 보였는데(Clark, 2006), 이것은 이들이 단기적 짝짓기 전략을 추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 P314

성격 특성도 그 사람의 짝짓기 전략을 예측하는 단서를 제공한다. 64개국에서 1만 324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연구에서는 외향성, 낮은 원만성, 낮은 성실성의 성격 특성을 가진 사람은 단기적 짝짓기에 관심이 많고, 남의 배우자와 바람을 피우려고 시도하고, 남의 배우자를 유혹하려는 사람의 시도에 쉽게 넘어가는 기질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Schmitt & Shackelford, 2008). 성격 특성중 ‘어둠의 3요소 Dark Triad‘라 부르는 자기애, 정신병질, 마키아벨리즘 역시 착취적인 단기적 짝짓기 전략(특히 남자에게서)을 추구하는 성향이 나타날 수있음을 알려준다(Jonason et al., 2009; Jonason, Li, & Buss, 2010). - P315

: 요약

20세기에 짝짓기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거의 전적으로 결혼에만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었다. 그러나 사림의 해부학, 생리학, 심리학은 불륜과 단기적 짝짓기로 점철된 조상의 과거를 드러낸다. 남자가 단기적 짝짓기에서 번식의 이득을 얻는다는 것은 너무나도 명백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여자가 단기적 짝짓기에서 이득을 얻을 가능성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다. - P315

그러나 단기적 짝짓기는 수학적으로 두 가지가 필요하다. 강요된 섹스 제외한다면, 단기적 섹스를 원하는 남자의 욕구는 거기에 응하려는 일부 여가 없었다면 진화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역사를 통해 일부 여자가끔 단기적 짝짓기를 한 증거를 찾아보았다. 고환의 크기나 정액에 포함된자수 변화처럼 남자에게 남아 있는 생리학적 단서는 긴 진화의 역사를 통해정자 경쟁ㅡ두 남자의 정자가 한 여자의 생식관에 동시에 들어가는 일-이 일어났음을 시사한다.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일부 적응적 편익이 없었다면 여자가 반복적으로 단기적 짝짓기에 응했을 리가 없다. - P316

이 장의 마지막 절에서는 단기적 짝짓기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맥락 효과를 살펴보았다. 한 가지 맥락은 성비인데, 여자가 남자보다 많은 상황은 남녀 모두에게 단기적 짝짓기를 부추기는 효과를 나타낸다. 또 한 가지 중요한맥락은 배우자 가치, 즉 이성 구성원들이 그 사람을 바람직하게 생각하는 정도이다. - 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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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우리가 ‘클래식‘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는 대개의 경우
‘고전‘을 가리킵니다. 이 책에서 제가 말하는 클래식은 고전음악을말합니다. 넓게는 17세기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모든 음악을 가리키지만 좁게는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등이 활동한 17~18세기의 음악을 일컬어 클래식이라고 말합니다. - P21

‘고전‘의 한자 뜻을 보면 짐작하실 수 있겠지만 ‘오래된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저 막연히 오래된 것이 아니라, 그만한 가치가 있어서 긴 시간을 이겨내고 지금 우리 곁에 있는 고귀한 것을 지칭합니다. 걸작은 스스로가 걸작이라고 이야기하지 않아도 듣는 사람들이 걸작임을 인정해주고, 오래도록 전해지는 것입니다. 음악뿐만 아니라 그림이나 문학작품 등도 시간의 풍화를 이겨내고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걸작이라면 ‘클래식‘이라는 명사를 붙일 수 있습니다. 세월을 뛰어넘는 가치가 있는 고귀한 작품들이기 때문이지요. - P21

2단계: 3분 정도 길이의 음악 들어보기

우리의 청취 감각은 보통 가요의 길이에 익숙해져 있어서 곡의 길이가 3분 이상 넘어가면 길게 느껴지기 십상입니다. 그러므로 처음에클래식 감상 시간의 기준점을 3분 정도로 잡고, 차차 늘려가시길 권합니다. - P23

3단계: 유명 작곡가의 대표작 중 아는 곡부터 들어보기

그다음에는 유명 작곡가의 대표작 중에서 아는 곡부터 조금씩 감상하시면 됩니다. 대표작은 음악가의 삶을 대변해줄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곡이니 먼저 만나보는 것이 좋습니다. - P24

프롤로그에서 밝혔듯이 저는 피아니스트이자 인문학 강연자입니다.
음악을 말과 글로 전하는 일을 하는 동안 저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고 생각해왔습니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
많은 것들이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시절입니다. 이럴 때일수록 내가나이기에 느낄 수 있는 고유한 감정과 정체성이 더욱 중요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것들이야말로 우리를 지켜줄 수 있는 비밀병기가 되어줄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 P26

우리는 오래전 인물의 삶에 지금 내 모습을 비춰볼 수 있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현재 내삶의 문제에 대한 답을 찾을 수도 있고요. 이 책이 부디 독자분들께서 클래식의 기쁨을 오롯이 즐기고, 마음속에 피어오르는 자신만의 고유한 느낌과 자기 본연의 취향을 찾아가는 데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 P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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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의견을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그가 입가에만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혼마 씨께서는 이치하라 집안하곤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분이니 좀 더 객관적인 의견을 갖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만." - P154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것도 안 좋지만 지나치게 숨기면 오히려 의혹을 부른다. 나는 체념하고 동반자살 사건에 대해 유카와 나눈 얘기를 털어놓았다.
"이곳에서 발생한 화재사건을 말씀하시는 거죠? 저도 잘알고 있습니다. 왜 그런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까?" - P155

"예. 하지만 얘기가 그런 식으로 전개될 줄은 전혀 생각도못 했습니다."
"그러셨겠죠. 그런데 그 유서, 지금 갖고 계십니까?"
"방에 있는데 가지고 올까요?"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카노……." 경감은옆에 있는 젊은 형사에게 지시했다. "혼마 씨와 함께 가서 그 봉투 좀 가져오게." - P156

"왜그러십니까?" 다카노 형사가 조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래서 노인은 곤란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일부러 느릿느릿 가방을 뒤졌다.
"이상하네."
"없습니까?" - P157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없었어요. 있었다면 아침에이불을 깰 때 못 봤을 리 없는데……….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다카노는 수화기를 들더니 0번 버튼을 눌렀다. 야자키가직접 받은 것 같았다. 다카노가 이쪽 상황을 전했다. 목소리가 약간 올라갔다. - P158

몸수색을 하겠다고 하면 어쩌나 불안했다. 여자 경관을 시켜서 속옷까지 검사하게 한다면 내 정체는 금세 발각될 것이다.
하지만 야자키 경감도 이 시점에서는 그렇게까지 강경하게나오진 않았다.
"어젯밤 잠들기 전까지는 분명히 머리맡에 있었습니까?"
"그럼요. 아침에 갖고 나가는 걸 잊지 않으려고 머리맡에둔 건데요." - P159

"도둑맞은 건가요?" 요코가 물었다.
"모르겠어요. 그럴지도 모르죠. 지금 형사들이 방을 조사하고 있으니 곧 알게 될 겁니다."
"누가 왜 훔쳤을까?" 소스케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유카 언니를 죽인 강도가 할머니 방에도 들어간 걸까요?" 가나에가 겁먹은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강도가 유서 같은 걸 훔쳐서 뭐하겠냐?" 다케히코가 무시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 P161

가나에는 발끈했다. "오빠는 유카 언니 사건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거야? 우연치고는 너무 공교롭잖아. 난 당연히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아무도 맞장구를 쳐주지 않았다. 당연했다. 유서만 훔쳐갈 사람은 내부인밖에 없기 때문이다. - P162

"그래, 유산을 노린 동기. 아까 후루키 변호사님이 말했듯이 유카가 죽으면 다른 사람의 상속분이 늘어나는 건 분명해.
그리고 기리유 씨에 대해서는 네가 말해줬잖아. 오빠가 기리유 씨와의 결혼을 생각했다면서?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재산의 대부분이 기리유 씨한테 넘어갔을 거 아냐? 그것을 두려워한 범인이 동반자살로 위장한 살인을 생각해 냈을 거야." - P163

"그러니까 그 얘기도 유서에 쓰여 있을지 몰라. 그런데 납득할 수 없는 점이 있어. 그 사토나카라는 남자 말인데, 젊고사진으로 봤을 때 상당한 미남이었어. 거기에 비하면 기리유씨는, 이렇게 말하면 실례지만 여성으로서의 매력은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해. 나이 차이도 그렇고 그 두 사람이 연인 관계였다는 게 왠지 믿기지가 않아." - P164

나오유키는 한숨을 쉬었다. "누나는 내부에 범인이 있다고생각하고 싶은 거야?"
"그런 건 아냐. 그냥 객관적으로 추리해 봤을 뿐이야."
"지나친 생각이야. 아무튼 지금은 유카를 왜 죽였느냐가중요해. 나는 강도의 짓일 거라고 믿어. 유서가 없어진 것과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해."
"누군들 집안사람들을 의심하고 싶겠니?" - P165

맞는 말이다.
범인은 나만 죽이려고 했던 게 아니다. 오히려 사토나카지로를 없애야 했다. 왜냐하면 내가 다카아키 씨의 아내가 되면유산의 4분의 3을 상속받을 뿐이지만, 지로가 살아 있으면 모든 재산이 그의 것이 되기 때문이다. - P166

다카아키 씨가 유언장 얘기를 처음으로 꺼내고 나서 두 달쯤 지났을 무렵, 그가 병원으로 나를 불러서는 생각지도 못한일을 지시했다.
그 일이란 자신의 아들을 찾아보라는 거였다.
순간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한 나는 농담인 줄 알았다.
"미안하지만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네." - P167

두 사람의 관계가 끊어진 것은 가쓰코가 결혼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쓰코에게 프러포즈한 남자는 그 당시 약간 유명했던 밴드의 멤버였는데, 연주를 하면서 각지를 돌아다니는 생활을 했다. 가쓰코는 상당히 망설였던 것 같지만 배우로 유명해질 가망은 없고, 다카아키 씨와의 관계를 계속 이어가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그 남자를 따라가기로 마음먹었다. 다카아키 씨는 가쓰코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얼마간의 돈을 건넸다고 한다. 하지만 가쓰코는 받지 않았다. - P168

고민 끝에 가쓰코는 갓난아기를 버리기로 결심했다. 이대로는 모자가 다 굶어죽고 말 것이다. 그보다 제대로 된 시설에서자라는 편이 이 아기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자기 합리화를 하기 위한 변명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런 구실을 붙여서스스로를 설득했다. 가쓰코는 지쳐 있었던 것이다. - P171

그러던 어느 날, 20년 전에 헤어진 밴드 멤버와 우연히 재회했다. 남자는 장거리 트럭 운전을 하고 있었다. 가쓰코는남자를 강하게 비난했다. 하지만 상대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주제에 무슨 할 말이 있느냐고 했다. 가쓰코가 부인하자 남자가 말했다. 그때는 자신도몰랐지만 나중에 병원에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라는 걸알게 되었다고, 그러므로 자신의 아이일 리 없다고. - P172

"그런데 가쓰코는 결국 이 장문의 편지를 보내지 않았어.
새삼스럽게 이런 편지를 보내는 게 별 의미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고, 나한테 폐를 끼치게 되는 걸 신경 썼을지도 모르지." 다카아키 씨는 괴로워하며 말했다.
"아니면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죠" 내가 말했다. - P173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했네. 다만 유언장에 써서 남길걸세. 그 아이를 내 자식으로 인정한다고. 나에게는 남들에게자랑할 만한 재산이 있어. 나머지는 법이 해결해 주겠지."
법률에서는 친자관계만 확인되면 유산상속도 일반적인 부모자식 관계와 똑같은 대우를 받게 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아내가 없는 다카아키 씨의 유산이 전부 그 아들에게 간다는뜻이다. - P175

다행히 네 명의 주소를 알아낼 수 있었다. 나는 먼저 네 명모두에게 편지를 써 보냈다. 어떤 사람의 부탁을 받아 20여년 전에 버려진 아이를 찾고 있다. 그 아이가 당신일지도 모르니 꼭 만나고 싶다. 그런 내용이었다. - P177

그런데 한 사람한테서 편지가 왔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개봉해 보니 역시 나를 실망시키는 내용이었다. 자신의 부모를 이미 찾았기 때문에 나와 만날 필요가 없다는 거였다.
나머지 한 사람, 그게 사토나카 지로였다. - P178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범인은 왜 유카를 죽였을까? 저항한 흔적도 없고 뭔가를 훔치려고 했다면 굳이 살인까지는하지 않아도 됐을것같은데." 요코가 말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카가 깨어났을지도 모르죠. 소리라도 지르면 큰일이다싶으니까 칼로 찔러 죽인 게 분명해요. 머리가 돈 녀석의 짓이라고밖에 볼 수 없어요." 다케히코가 언제 가져왔는지 브랜디를 유리잔에 따르며 말했다. - P180

"만약 깨어났다면 유카가 한 번쯤 비명을 지르지 않았을까? 그럴 만한 시간이 없었다 해도 저항한 흔적 정도는 있어야 하잖아. 하지만 형사는 그런 얘긴 하지 않았어."
"갑작스럽게 당하면 쉽게 저항할 수 없어. 특히 범인이 남자였을 경우에는."
이렇게 말한 것은 나오유키였다.
"그러고 보니 목 졸린 흔적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소스케가야자키 경감의 말을 떠올린 듯 말했다. - P181

두 모녀는 마시다 만 술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로비를나갔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엉덩이를 들었다가 하나같이 동작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이 없는 동안 어떤 얘기가 전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얼굴에 나타나 있었다. 하지만 결국 대부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은 사람은 다케히코뿐이었다. - P182

"아아, 변호사님. 별일 아니에요. 형사들이 도대체 뭘 하고있는지 궁금해서요."
"범인이 외부에서 침입했다면 반드시 정원을 통과했을 테니 혹시 남긴 게 있는지 흔적을 찾는 거겠죠. 그런데 저 형사는 이상한 곳을 조사하고 있네요. 저 연못가에 뭐가 있나?"
후루키 변호사도 나와 똑같은 의문이 든 것 같았다.
"물어보고 오겠습니다." - P183

"생각해 보면 그게 다카아키 씨의 마지막 부탁이었던 것같습니다. 친구분 아들이라고 했는데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 같으면 싫어할 차 심부름이나 잡다한 일 같은 것도 말입니다. 게다가 공부도 열심이고."
"가나에 양이 예쁘다고 하더군요." - P184

"그렇다면 저 발자국은 어제 낮부터 오늘 아침 사이에 생긴게 되겠군요. 그전에 생긴 거라면 비에 씻겨나갔을 테니까요."
"그렇지." 후루키 변호사가 감탄한 듯 말했다.
나는 아지사와 히로미의 단정한 얼굴을 보며 위가 쿡쿡 쑤시는 것을 느꼈다.
"만약 저게 범인의 발자국이라면 역시 외부인의 소행이 되겠군. 밖을 걸어 다닌 거니까." - P185

"이치하라 씨한테 정말로 자녀가 없었나요? 가령 부인말고 다른 여성과의 사이에・・・・・…."
말을 하고 나서 나는 약간 후회했다. 너무도 무례한 질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후루키 변호사가 이상하다는 듯이 눈썹을 찌푸리며 입을 약간 벌렸다.
"갑작스럽게 그런 질문을 하시는 건, 혹시 짚이는 거라도?" - P186

후루키 변호사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치하라 회장님을가장 잘 알았던 사람은 죽은 기리유 에리코씨죠. 혹시 기리유 씨가 무슨 얘길 안하던가요?"
"전혀 없었습니다."
"그랬군요." - P187

그때 아지사와 히로미가 오더니 후루키의 이름을 불렀다.
전화를 받아야 하는 모양이다. 후루키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물러갔다. 나는 그를 눈으로 좋았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있자니 또다시 위가 콕콕 쑤시는 것 같았다. - P187

"당신의 의뢰인, 즉 내 아버지일지도 모르는 사람에 대해 알려주세요. 어디 사는 누구이며 왜 이제 와서 버린 자식을 찾으려고 하는지."
이는 이미 만났던 두 청년들도했던 질문이다. 당연한 의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시점에서는 대답할 수 없었다. - P188

"당연히 그렇겠죠. 하지만 사토나카 지로라는 이름은 언급하지 않을 거예요. 물론 당신의 주소와 연락처도요. 필요한것은 당신이 제 의뢰인의 아들이라는 걸 뒷받침할 만한 물적 증거니까요. 그것을 보고 판단해서 당신이 제 의뢰인의 아들이라는 확신이 서면 그때 만남의 자리를 마련할 거예요. 서로의 이름을 밝히는 것은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러면 공평하겠죠?" - P189

"그리고 수건으로 만든 기저귀 몇 장하고 털모자. 그 정도예요"
"털모자?" 나는 다시 한번 물었다. "털모자가 확실해요?"
"예, 확실합니다."
"어떤 모자죠?"
"그냥 평범하고 동그란 모자예요. 손때가 묻어 약간 더러워졌지만 원래는 흰색이었을 겁니다." - P191

"부탁이 있는데, 지금 말씀하신 물건들을 저한테 잠시 빌려주시겠어요? 이건 특별히 말씀드리는 건데 지금까지 들은바로는 제 의뢰인의 아들일 확률이 아주 높거든요. 그래서 좀더 자세히 조사해 보고 싶은데."
"그거야 상관없지만……… 급한가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요. 하지만 그쪽도 스케줄이 있을테니까 택배 같은 걸로 보내도 괜찮아요." - P192

그는 약속한 물건들을 전부 가져왔다. 벽장 구석에 보관해두기라도 했는지 약간 퀴퀴한 냄새가 났다.
"얼마 동안 빌려줄 수 있어요?"
"얼마나 필요하신데요?"
"길면 1주일 정도요. 조사가 끝나면 전화할게요."
"가능한 한 빨리 받았으면 합니다. 소중한 거라서."
내가 물건을 쇼핑백에 넣는 것을 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쳐다보았다. 정말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P193

그는 약속한 물건들을 전부 가져왔다. 벽장 구석에 보관해두기라도 했는지 약간 퀴퀴한 냄새가 났다.
"얼마 동안 빌려줄 수 있어요?"
"얼마나 필요하신데요?"
"길면 1주일 정도요. 조사가 끝나면 전화할게요."
"가능한 한 빨리 받았으면 합니다. 소중한 거라서." - P193

"아직 밥 안 먹었죠? 뭐 먹으러 갈래요?"
짐짓 자연스럽게 물었지만 나로서는 상당히 대담한 발언이었다. 개인적으로 누군가에게 밥을 같이 먹자고 권유한 적도, 누군가로부터 권유받은 적도 없었다. 그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짓더니 입을 다물었다.
"괜찮은 스페인 레스토랑을 알고 있거든요." - P194

어쨌든 그에게 보고해야 할 날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지로에게 빌린 물건 중에서 가장 확실한 단서가 된 것은 수건으로 만든 기저귀 몇 장이었다. 그 수건중에 배우의 이름이 인쇄된 것이 있었다. 지금은 거의 아는 사람이 없는 그 배우는 가쓰코가 예전에 소속되어 있던 극단에서 잘 나가던 남자배우였다. - P196

복수를 결심했을 때, 과연 누가 지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지 생각해 보았다. 이치하라 집안사람들이나 혹은 그 관계자 중에 지로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동반자살 사건을 꾸민 범인인 건 분명하다. - P197

"내키지 않으면 친자 관계를 인정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만나보는 것도 안돼?"
"사양하겠어."
"지금까지 협조해 준 건 너도 친부모가 누군지 알고 싶었던거 아냐?"
"그건 그렇지만...……… 어차피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 - P198

나는 다카아키 씨와 가쓰코의 관계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다카아키 씨가 곧바로 아들을 수소문하지 않고 자신의 죽음이 임박한 지금에서야 찾기 시작한 이유에 대해서도.
지로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자신을 둘러싼 상황의 변화를 마음이 따라가지 못하는 거라고 나는 해석했다. - P199

그로부터 20일 동안, 지로에게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내가 두 번 정도 전화를 했지만 그는 부재중이었다.
그리고 30일째 되는 날 밤, 갑자기 그가 내 맨션으로 찾아왔다. 주소를 알려주긴 했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찾아올 줄은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에 당황했다. - P200

워드프로세서 없어?" 그가 불쑥 물었다.
"뭐?" 내가 되물었다.
"보고서,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하는 거 아니었어?"
자신에 관한 보고서를 말하는 모양이다. 나는 맞아, 워드프로세서로 해, 라고 대답했다. - P201

그리고 내 입술을 훔쳤다. 첫키스의 경험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내 심장소리가 그에게 들리지는 않을까, 걱정할 여유조차 없었다.
달콤한 도취와 긴장 그리고 약간의 고통이 동반되는 행위였다. 그는 서투르지도, 그렇다고 능숙하지도 않았다. 하지만그것은 내가 느낀 단순한 인상에 지나지 않는다. - P205

"그렇습니까? 그런데 희귀한 것을 가지고 계시네요. 안에들어 있는 건 위스키인가요?" 다카노가 가방을 내려다보며물었다.
나는 그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금세 알아차렸다. 가방에서비어져 나온 스테인리스로 된 휴대용 술병을 본 모양이다.
"아, 이거요?" 나는 휴대용 술병을 밀어 넣으며 가방을 닫았다. "안에 들어 있는 건 술이 아니에요. 화장을 지울 때 사용하는 알코올 같은 것・・・・・・." - P208

이어서 경감이 나를 쳐다보았다. "혼마 씨, 어제 유카씨를방에 들인 적이 있습니까?"
"아뇨."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경감은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팔짱을 끼더니 조용히 대기하고 있는 일동을 쏘아보며 말했다. "마스터키에서 유카 씨의 지문이 검출되었습니다." - P209

"후지모리 요코 씨." 경감이 요코를 풀 네임으로 불렀다.
"어젯밤 반년 전에 일어난 동반자살 사건에 대해 얘기할 때,
그 사건은 동반자살처럼 꾸며진 것이고 기리유 에리코 씨의유서에는 그 사실을 호소하는 내용이 적혀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리를 하셨다던데, 맞습니까?" - P210

"유카가 왜 그 유서를 훔쳤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유서가 없어진 것과 유카가 살해당한 건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게 아닐까요? 범인이 봉투에 들어 있는 걸 현금으로착각하고 가져갈 수도 있는 거니까요. 실제로 유카의 지갑도 없어지지 않았습니까?" - P212

"그럴 리가요!" 야자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절대 그렇지않습니다. 외부인의 소행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변을 탐문하고 다니는 겁니다. 수상한 사람을 목격한 사람이있나 하고요. 지금까지는 유력한 정보를 얻지 못했습니다만."
"한밤중이니까 목격자가 없는 건 당연하죠."
"그럴지도 모릅니다." - P213

"머리카락으로는 어떤 것을 알 수 있죠?" 소스케가 물었다.
"여러 가지를 알 수 있습니다."
경감이 대답했다. 더 이상은 설명할 마음이 없는 듯했다.
"관계자 이외의 머리카락이 나오면 외부인의 범행일 가능성이 높아지겠군요." 나오유키가 확인하듯 말했다.
"뭐 그렇겠죠." - P214

경감의 말투에서 반년 전의 사건까지 다시 조사하겠다는 결의가 느껴졌다. 로비에는 한층 어두운 공기가 감돌았고, 그와동시에 서로의 표정을 훔쳐보는 시선이 허공에서 교차했다.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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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역사주의라 불리는 태도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다. 역사주의의 핵심적 원리란, 역사는 특수한 역사적 법칙이나 진화적 법칙에 의해서지배되며, 우리가 이 법칙을 발견한다면 우리는 인간의 운명을 예언할수 있다는 것이다. - P13

선민사상이 사회생활의 부족적인 형태에서 성장해 나왔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부족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개인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부족의 절대적 중요성에 대한 강조라고 할 수 있는 부족주의는, 많은 형태의 역사주의 이론에서 발견되는 한 요소이다. - P14

유신론적 역사주의인 선민사상은 종교를 비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역사주의의 한 예증으로 제시된 것이다. 이 사상을 하나의 예증으로 삼은 이유는 이 사상의 중요 특성을 현대의 가장 중요한 두 역사주의 이론인, 파시즘의 역사철학과 마르크스의 역사철학이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종주의에서는 선택된 민족이 선택된 인종으로 대체되며, 마르크스의 역사철학에서는 선민이 선택된 계급으로 대체된다. 두 이론 모두 역사적 예측의 기초를 역사적 해석에 두고 있다. - P14

그러나 역사주의가 쓸모없는 결과를 낳는 그릇된 방법론이라면 역사주의가 어떻게 발생했으며, 어떻게 그렇게 잘 견디어냈는지를 알아보는것이 유익할 것이다. 이러한 목적에서 이루어진 역사적 개관은 동시에 핵심적인 역사주의의 원리 주변으로 서서히 모인 여러 다양한 관념을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역사주의의 핵심적인 원리란, 역사는 특수한 역사적 법칙이나 진화적 법칙에 의해서 지배되며, 우리가 이 법칙을 발견한다면 우리는 인간의 운명을 예언할 수 있다는 것이다. - P16

 예컨대 자연주의적 역사주의는 발전의 법칙을 자연의 법칙으로 취급할 것이고, 정신적 역사주의는 발전의 법칙을 정신적 발전의 법칙으로 취급할 것이며, 경제적 역사주의는 다시 발전의 법칙을 경제적 발전의 법칙으로 취급할 것이다. - P16

역사에 관한 유신론적 해석에 대한 비판은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 행해질 것이며, 그곳에서 몇몇 위대한 기독교 사상가들이 이 이론을 우상숭배라고 거부한 사실도 밝혀질 것이다. 그러므로 역사주의의 이런 형태에 대한 공격이 종교에 대한 공격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 P17

 마르크스의 역사철학에서는 선민 대신에 선택된 계급이 대체된다.
이 계급은 계급 없는 사회를 창조하기 위한 도구이며, 동시에 이 지상을 다스려가도록 운명 지어진 계급이다. 두 이론 모두 그들의 역사적 예측의 기초를 역사발전의 법칙을 발견할 수 있는 역사적 해석에 두고 있다. - P18

 그리고 헤겔은 주로 몇몇 고대 철학자들을 추종하고 있으므로, 보다 근대적인 역사주의의 형태를 논하기 전에 헤라클레이토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들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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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단 한가지예요. 그 무렵에당신이 이번 일을 계획했을 거라고 짐작했으니까요. 이번 일이라는 건 물론 히다카 구니히코 씨를 살해한 사건입니다. - P364

왜냐하면 이 영상은 당신이 만들어낸 거잖아요. 당신이 연출하고 당신이 촬영했죠. 감독 겸 주연인 셈이군요. 그러니 지겹도록 보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할 수밖에요. - P364

예, 그러니까 그것을 증명하려는 거예요. 이 사진을 사용해서 말이죠. 하지만 별로 대단한 건 아니에요. 내가 이 사진을통해 말하고 싶은 건 단 한 가지입니다. 이 비디오 영상은 귀퉁이에 표시된 7년 전의 이 날짜에 촬영된 게 아니라는 것이죠. - P365

아, 당신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 있습니다. 7년 동안 나무가 많이 자랐다지만 그건 빛이 들어오는 상태 등에 따라서달라지기 때문에 단순히 그림자만 비교해서는 그것이 최근의 벚나무인지 오래전의 벚나무인지 알기는 어렵겠지요. - P365

아직 알아듣지 못한 것 같으니까 내가 답을 알려드리죠. 만일 이 영상이 정말로 7년 전의 정원을 촬영한 것이라면 이곳에는 나무 그림자가 두 개가 있어야합니다. 왜 그런지 아세요? 간단한 거예요. 예, 그렇습니다. 7년 전에는 히다카 씨의정원에 벚나무가 두 그루였어요. 사이좋게 나란히 서 있었죠.
반론이 있으십니까? - P366

 왜냐하면 히다카 구니히코 씨는 바깥에 술을 마시러 갈 때는 열쇠를 가져가지 않고 현관 앞 우산대 뒤에 감춰두곤 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두어번 바깥에서 열쇠를 잃어버린 뒤로 그렇게 하게 되었답니다. 그걸 노노구치 씨가 알고 있었다면 굳이 열쇠를 복제할 필요도 없었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리고 노노구치 씨라면 열쇠를 둔 장소를 알고 있었을 거라고리에 씨는 증언했어요. - P367

이건 틀림없이 위조된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일부러 수없이 비디오테이프를 돌려보고, 히다카가의 오래된 정원이 찍힌 몇 장 안 되는 사진을 어렵사리 찾아내면서까지 그 모순점을 발견한 것이지요. 그렇다면 어째서 이 비디오 테이프는틀림없는 위조품이라고 생각했는가. 그건 다른 증거물에 대한 의심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 P367

이번 사건에서 노노구치 씨를 체포하고 또 고백의 글까지읽고 난 뒤에도 나는 아무래도 이해되지 않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의문점 하나하나에 대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설명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설명이 가능하다는 것과 이해가 된다는 것은 달라요. 노노구치 씨, 당신의 고백에서는 뭔가 미묘한어긋남이 느껴졌어요. 그 미묘한 어긋남 때문에 당신이 고백한 내용을 나는 아무래도 진실이라고 받아들일 수 없었어요. - P368

노노구치 씨, 오른손을 좀 보여주시죠.
왜 그러십니까, 오른손입니다. 정 뭐하시면 오른손 가운뎃손가락만이라도 좋습니다.
그 가운뎃손가락 끝, 그건 펜으로 글씨를 써서 생긴 굳은살이지요? 정말 큼직하게 굳은살이 박이셨군요. - P368

그렇다면 뭐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나한테는 펜으로 글을 써서 생긴 굳은살로 보였다는 점이니까요. 내 눈에 그렇게 보였기 때문에 나는 다시 이 사건을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워드프로세서만 쓰는 노노구치 씨의 손가락에 어째서 펜으로 인한 굳은살이 생겼는가, 그런 것이 생길 만큼 엄청난 양의 뭔가를 손으로 일일이 써야 했는가, 하고 고민했습니다. - P369

그렇습니다. 나는 다음과 같이 추리했어요. 그 엄청난 양의 작품은 옛날에 쓴 것이 아니라 최근에 노노구치 씨가 급하게 써놓은 게 아닐까………. - P369

쓰지무라 헤이키치 씨라는 분은 바로 그때의 폭죽 장인입니다.
예, 그건 나도 알아요. 이름을 잊어버렸다고 하시는데, 그건그리 큰 문제가 아니죠. 아마 히다카 구니히코 씨에게 물어봤어도 그 노인의 이름은 잊었다고 하지 않았을까요? - P370

당신과 히다카씨의 중학교 때 앨범을 보여드렸는데, 그때 놀러왔던 아이의 얼굴을 한 번 보자마자 금세 이아이라고 집어내셨어요.
바로 히다카 구니히코 씨의 얼굴을요.
노노구치 씨, 당신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 아이라고 하셨고요. - P371

이미 다 아시겠지요? 나는 고민 끝에 그 비디오테이프를 의심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당신이 살인미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건 그 비디오테이프뿐이니까요. 그때 사용했다는 나이프에는 아무런 증거 능력도 없습니다. 단순히 당신의 지문이 찍혀 있다는 것뿐이니까요. - P371

그러면 당신이 살인미수의 계기였다고 고백했던 히다카 하쓰미 씨와 당신과의 관계는 어떻게 된 것인가. 당신이 말한 그런 불륜 관계가 정말로 있었는가.
여기서 잠깐 복습을 좀 해보죠. 당신과 히다카 하쓰미 씨의 관계를 암시해주는 증거들은 어떤 것이었지요? - P372

 목걸이는 당신이 하쓰미 씨에게 선물하려고 했다는 당신 스스로의 증언뿐이었어요. 그러면 에이프런은 어떤가. 그건 아무래도 하쓰미 씨의 물건이라는 게 틀림이 없습니다. - P372

그날, 당신은 에이프런 외에도 또 한 가지를 더 훔쳐냈을 가능성이 있어요. 바로 사진입니다. 당신이 훔쳐내야 할 사진의조건은 아마 이런 것이었을 겁니다. 우선 하쓰미씨 혼자 찍은사진, 같은 장소에 구니히코 씨는 나오지 않는 사진, 그리고 또한 가지, 가능하다면 그곳에서 찍은 풍경 사진이 한 장 있으면 좋겠다. - P373

예, 물론 당신이 훔쳤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하지만 훔쳐내는 건 얼마든지 가능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것이 가능한 이상, 당신이 고백한 하쓰미 씨와의 불륜 관계에 대해서는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입니다. - P373

그리고 『얼음의 문』에 대해서는 당신이 그 전개를 열심히 생각해내야 했을 겁니다. 그 아이디어 메모를 반드시 형사의 눈에 띄도록 해야 하고 또한 히다카 씨를 살해하던 날의 알리바이 조작용으로 다음 연재분을 당신이 직접 써야 했기 때문입니다. - P375

그리고 또 한 가지 중요한 작업이 남았습니다. 히다카 부부는 캐나다에 보낼 짐을 일주일 동안 꾸렸다고 합니다. 그 일주일 사이에 당신이 딱 한 차례 그 집에 왔었다고 하던데요. 당신이 히다카 씨 집을 찾아간 목적은 두 가지 물건을 이삿짐 속에 슬쩍 넣어두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까?  - P375

아뇨, 그건 결코 충동적인 범행이 아니었어요. 오랜 시간 공들여 준비한, 참으로 무섭고도 치밀한 사전 계획에 따른 범행이었지요. - P376

그런데 당신의 범죄 계획은 그것과는 완전히 목적이 달랐습니다. 당신은 체포되는 것을 전혀 피하지 않았어요. 아니, 그러기는커녕 모든 계획이 자신이 체포될 것을 전제로 해서 세워졌던 거예요.
간단히 말하자면 이런 얘기입니다. 노노구치씨, 당신은 오랜 시간과 수고를 들여 범죄의 동기를 만들어냈어요. 히다카 구니히코 씨를 살해하기에 적합한 동기를 말이죠. - P376

비디오테이프도 그렇습니다. 만일 경찰이 일찍부터 의심을품었다면 그 테이프가 위조품이라는 건 훨씬 더 일찌감치 알아냈을 거예요. 하지만 수사진은 전혀 의심하지 못했습니다.
당연하지요. 그 비디오는 당신의 범행 동기를 증명하는 중요한 증거인데, 설마 그런 증거를 범인인 당신 스스로 조작했으리라고 어느 누가 생각할 수 있었겠습니까. - P377

유감스럽게도 우리 경찰은 피의자에게 유리한 증거에는엄격하지만, 불리한 증거 쪽은 허술하게 지나쳐버리는 경향이있습니다. 당신은 그런 약점을 기막히게 뚫고 들어왔어요. - P377

당신이 특히 교묘했던 것안 그 가짜 동기를 직접 나서서 밝힌 게 아니라 수사진 쪽에서 어렵게 알아내게 하는 식으로 유도했던 점입니다. 만일 그 동기를 처음부터 술술 불었더라면아무리 둔감한 형사들이라도 뭔가 이질감을 느꼈을 거예요. - P378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하쓰미 씨의 사진을 너무 늦게 찾아내는 바람에 당신은 내심 초조했을 거예요. 언젠가 내게 말했었지요?
그렇게 집 안을 다 휘젓지 마라, 남에게서 맡아둔 중요한 책이있다. 그 말을 힌트 삼아 우리는 국어사전 속에서 히다카 하쓰미 씨의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 P378

세 번째 덫에서도 당신의 교묘한 유도 작전이 있었습니다.
사건 후에 당신은 히다카 리에 씨에게 구니히코 씨의 비디오 테이프가 어디 있느냐고 물었어요. 리에씨가 캐나다로 보낸 이삿짐에 있다고 대답하자 당신은 그 이삿짐이 돌아오면 곧바로 알려달라고 부탁했었죠. - P378

그러고 보니 사건이 일어났던 날 밤에 거의 10년 만에 나를 다시 만난 당신은 히다카 구니히코 씨의 소설 중에서도 가장 먼저 『야광충』을 추천했었지요? 그것 역시 앞을 내다본 유도 작전이었던 것이죠. 참 대단하십니다. - P379

문진이 없을 경우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당신은 그럴 경우를 대비하여 일단 스스로 흉기를 준비해갔습니다. 그것이 바로 샴페인 돔페리뇽입니다. 혹시라도 문진이 없을 경우, 그 술병을 흉기로 쓸 생각이었던 거예요. - P381

그럴 경우에는, 이사를 축하할 겸 가져갔던 샴페인을 졸지에 흉기로 쓰고 말았다는 식으로 역시 제삼자에게 충동적인 범행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었을 거예요. - P381

하지만 당신은 체포되더라도 진짜 동기는 끝까지 감춰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당신에게는 살인범으로 체포되는 것보다 진짜 동기가 모두에게 알려지는 게 훨씬 더 무서운 일이었으니까요. - P383

이 안에 어떤 데이터가 들어 있는지, 몹시 마음에 걸리실 것같군요. 사실 이 CD 안에는 당신이 눈에 핏발을 세우고 찾아다녔던 그 내용이 들어 있으니까요. - P384

당신은 그 사진에서 내가 무엇을 봤는지 알고 있겠지요? 나도 막상 사진을 보고 확인하기 전부터 이미 짐작은 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 여학생이 꼼짝 못 하도록 붙잡고 후지오 마사야가 성폭행하도록 도운 사람은 노노구치 씨, 바로 당신이었어요. - P385

이제 와서 엉뚱하게 히다카 씨가 그 사진을 구실로 당신을 협박했다는 둥의 거짓말은 하지 말아주시지요. 그런 식으로 대충 둘러대는 거짓말은 금세 들통이 나고, 그보다 이번처럼 완벽한 범죄를 구축해온 당신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일이에요. - P387

나는 그 기록 중에서 이번 사건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부분에 의식을 빼앗겼던 겁니다. 아니, 얼핏 아무것도 아닌 듯한 그 글의 한 부분에 깊은 의미가 담긴 트럭이 숨어 있었던거예요. - P390

당신은 농약으로 경단을 만들고, 히다카 부부가 집에 없는때를 노려 히다카가의 정원에 뿌렸습니다. 그렇게 그 고양이를 죽였어요. 왜 그런 짓을 했는가. 이유는 한 가지, 아까 내가말했던 히다카 씨의 나쁜 이미지를 조작하기 위해서였습니다. - P391

당신은 거짓으로 점철된 수기를 통해 히다카 구니히코라는 인물의 잔혹성을 묘사해서 일찌감치 독자, 즉 우리에게 나쁜이미지를 심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기 위해 준비한 에피소드가 그 ‘고양이 죽이기‘였던 거예요. - P392

즉 당신의 궁극적인 목적은 히다카 씨의 인간성을 깎아내리는 데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번 사건의 전체상이 뚜렷하게 잡히지요. - P393

그런 악의는 대체 어디에서 나온 걸까요. 나는 당신과 히다카 씨에 대해 나름대로 상세하게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내가 알아낸 것은 히다카 씨가 당신에게 미움을 살 만한 이유는 하나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는 훌륭한 학생이었고, 당신에게는 오히려 은인이라고 해도 좋을 사람이었어요. 당신이 후지오 마사야와 한패가 되어 그를 심하게 괴롭힌 시절이 있었는데도 그는 당신에게 큰 도움을 주었어요. - P395

하지만 당신의 길은 험난하기만 했습니다. 운이 없었던 것인지 아니면 재능 때문인지, 그건 나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어떻든 당신은 작가로서 별반 성공하지 못한 채 건강까지 나빠지고 말았습니다. - P396

자, 그러면 수술이 성공하기를 진심으로 빌겠습니다. 어떻든 건강이 회복되어 살아 있어주셨으면 합니다.
법정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 P397

주의) 본 해설에는 작품의 중요한 내용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桐野夏生(기리노 나쓰오), 작가 - P399

하지만 이야기는 거기서부터 돌연 독자를 전율의 세계로 몰아넣는다. 이 책은 범인을 먼저 밝히고 시작하는 이른바 범인찾기가 아니라 동기 찾기라는 신비한 여행으로 독자를 데려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 P403

다만 여기서 말할 수 있는 것은 사건그 자체뿐만이 아니라 이 소설 또한 복잡한 양상을 겹겹이 갖고 있다는 것이다. 메타픽션인가 했는데 전혀 아니었고, 작가의 솔직한 마음을 토로한 것이라고 믿었는데 그건 거짓말이었고, 그런가 하면 거짓인가 싶더니 정직한 얘기이기도 하고, 도무지 꼬리를 잡기가 쉽지 않다. - P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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