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한 의견을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그가 입가에만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혼마 씨께서는 이치하라 집안하곤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분이니 좀 더 객관적인 의견을 갖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만." - P154
말을 너무 많이 하는 것도 안 좋지만 지나치게 숨기면 오히려 의혹을 부른다. 나는 체념하고 동반자살 사건에 대해 유카와 나눈 얘기를 털어놓았다. "이곳에서 발생한 화재사건을 말씀하시는 거죠? 저도 잘알고 있습니다. 왜 그런 얘기를 하게 되었습니까?" - P155
"예. 하지만 얘기가 그런 식으로 전개될 줄은 전혀 생각도못 했습니다." "그러셨겠죠. 그런데 그 유서, 지금 갖고 계십니까?" "방에 있는데 가지고 올까요?"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카노……." 경감은옆에 있는 젊은 형사에게 지시했다. "혼마 씨와 함께 가서 그 봉투 좀 가져오게." - P156
"왜그러십니까?" 다카노 형사가 조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래서 노인은 곤란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일부러 느릿느릿 가방을 뒤졌다. "이상하네." "없습니까?" - P157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없었어요. 있었다면 아침에이불을 깰 때 못 봤을 리 없는데………. "잠깐 실례하겠습니다." 다카노는 수화기를 들더니 0번 버튼을 눌렀다. 야자키가직접 받은 것 같았다. 다카노가 이쪽 상황을 전했다. 목소리가 약간 올라갔다. - P158
몸수색을 하겠다고 하면 어쩌나 불안했다. 여자 경관을 시켜서 속옷까지 검사하게 한다면 내 정체는 금세 발각될 것이다. 하지만 야자키 경감도 이 시점에서는 그렇게까지 강경하게나오진 않았다. "어젯밤 잠들기 전까지는 분명히 머리맡에 있었습니까?" "그럼요. 아침에 갖고 나가는 걸 잊지 않으려고 머리맡에둔 건데요." - P159
"도둑맞은 건가요?" 요코가 물었다. "모르겠어요. 그럴지도 모르죠. 지금 형사들이 방을 조사하고 있으니 곧 알게 될 겁니다." "누가 왜 훔쳤을까?" 소스케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유카 언니를 죽인 강도가 할머니 방에도 들어간 걸까요?" 가나에가 겁먹은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강도가 유서 같은 걸 훔쳐서 뭐하겠냐?" 다케히코가 무시하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 P161
가나에는 발끈했다. "오빠는 유카 언니 사건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거야? 우연치고는 너무 공교롭잖아. 난 당연히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아무도 맞장구를 쳐주지 않았다. 당연했다. 유서만 훔쳐갈 사람은 내부인밖에 없기 때문이다. - P162
"그래, 유산을 노린 동기. 아까 후루키 변호사님이 말했듯이 유카가 죽으면 다른 사람의 상속분이 늘어나는 건 분명해. 그리고 기리유 씨에 대해서는 네가 말해줬잖아. 오빠가 기리유 씨와의 결혼을 생각했다면서? 만약 그렇게 되었다면 재산의 대부분이 기리유 씨한테 넘어갔을 거 아냐? 그것을 두려워한 범인이 동반자살로 위장한 살인을 생각해 냈을 거야." - P163
"그러니까 그 얘기도 유서에 쓰여 있을지 몰라. 그런데 납득할 수 없는 점이 있어. 그 사토나카라는 남자 말인데, 젊고사진으로 봤을 때 상당한 미남이었어. 거기에 비하면 기리유씨는, 이렇게 말하면 실례지만 여성으로서의 매력은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해. 나이 차이도 그렇고 그 두 사람이 연인 관계였다는 게 왠지 믿기지가 않아." - P164
나오유키는 한숨을 쉬었다. "누나는 내부에 범인이 있다고생각하고 싶은 거야?" "그런 건 아냐. 그냥 객관적으로 추리해 봤을 뿐이야." "지나친 생각이야. 아무튼 지금은 유카를 왜 죽였느냐가중요해. 나는 강도의 짓일 거라고 믿어. 유서가 없어진 것과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해." "누군들 집안사람들을 의심하고 싶겠니?" - P165
맞는 말이다. 범인은 나만 죽이려고 했던 게 아니다. 오히려 사토나카지로를 없애야 했다. 왜냐하면 내가 다카아키 씨의 아내가 되면유산의 4분의 3을 상속받을 뿐이지만, 지로가 살아 있으면 모든 재산이 그의 것이 되기 때문이다. - P166
다카아키 씨가 유언장 얘기를 처음으로 꺼내고 나서 두 달쯤 지났을 무렵, 그가 병원으로 나를 불러서는 생각지도 못한일을 지시했다. 그 일이란 자신의 아들을 찾아보라는 거였다. 순간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 한 나는 농담인 줄 알았다. "미안하지만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네." - P167
두 사람의 관계가 끊어진 것은 가쓰코가 결혼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쓰코에게 프러포즈한 남자는 그 당시 약간 유명했던 밴드의 멤버였는데, 연주를 하면서 각지를 돌아다니는 생활을 했다. 가쓰코는 상당히 망설였던 것 같지만 배우로 유명해질 가망은 없고, 다카아키 씨와의 관계를 계속 이어가는 것도 좋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그 남자를 따라가기로 마음먹었다. 다카아키 씨는 가쓰코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얼마간의 돈을 건넸다고 한다. 하지만 가쓰코는 받지 않았다. - P168
고민 끝에 가쓰코는 갓난아기를 버리기로 결심했다. 이대로는 모자가 다 굶어죽고 말 것이다. 그보다 제대로 된 시설에서자라는 편이 이 아기를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 자기 합리화를 하기 위한 변명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런 구실을 붙여서스스로를 설득했다. 가쓰코는 지쳐 있었던 것이다. - P171
그러던 어느 날, 20년 전에 헤어진 밴드 멤버와 우연히 재회했다. 남자는 장거리 트럭 운전을 하고 있었다. 가쓰코는남자를 강하게 비난했다. 하지만 상대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주제에 무슨 할 말이 있느냐고 했다. 가쓰코가 부인하자 남자가 말했다. 그때는 자신도몰랐지만 나중에 병원에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몸이라는 걸알게 되었다고, 그러므로 자신의 아이일 리 없다고. - P172
"그런데 가쓰코는 결국 이 장문의 편지를 보내지 않았어. 새삼스럽게 이런 편지를 보내는 게 별 의미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고, 나한테 폐를 끼치게 되는 걸 신경 썼을지도 모르지." 다카아키 씨는 괴로워하며 말했다. "아니면 죽을 때까지 비밀로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죠" 내가 말했다. - P173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했네. 다만 유언장에 써서 남길걸세. 그 아이를 내 자식으로 인정한다고. 나에게는 남들에게자랑할 만한 재산이 있어. 나머지는 법이 해결해 주겠지." 법률에서는 친자관계만 확인되면 유산상속도 일반적인 부모자식 관계와 똑같은 대우를 받게 되어 있다. 다시 말하면아내가 없는 다카아키 씨의 유산이 전부 그 아들에게 간다는뜻이다. - P175
다행히 네 명의 주소를 알아낼 수 있었다. 나는 먼저 네 명모두에게 편지를 써 보냈다. 어떤 사람의 부탁을 받아 20여년 전에 버려진 아이를 찾고 있다. 그 아이가 당신일지도 모르니 꼭 만나고 싶다. 그런 내용이었다. - P177
그런데 한 사람한테서 편지가 왔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개봉해 보니 역시 나를 실망시키는 내용이었다. 자신의 부모를 이미 찾았기 때문에 나와 만날 필요가 없다는 거였다. 나머지 한 사람, 그게 사토나카 지로였다. - P178
"하지만 설사 그렇다 해도 범인은 왜 유카를 죽였을까? 저항한 흔적도 없고 뭔가를 훔치려고 했다면 굳이 살인까지는하지 않아도 됐을것같은데." 요코가 말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카가 깨어났을지도 모르죠. 소리라도 지르면 큰일이다싶으니까 칼로 찔러 죽인 게 분명해요. 머리가 돈 녀석의 짓이라고밖에 볼 수 없어요." 다케히코가 언제 가져왔는지 브랜디를 유리잔에 따르며 말했다. - P180
"만약 깨어났다면 유카가 한 번쯤 비명을 지르지 않았을까? 그럴 만한 시간이 없었다 해도 저항한 흔적 정도는 있어야 하잖아. 하지만 형사는 그런 얘긴 하지 않았어." "갑작스럽게 당하면 쉽게 저항할 수 없어. 특히 범인이 남자였을 경우에는." 이렇게 말한 것은 나오유키였다. "그러고 보니 목 졸린 흔적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소스케가야자키 경감의 말을 떠올린 듯 말했다. - P181
두 모녀는 마시다 만 술잔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고 로비를나갔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엉덩이를 들었다가 하나같이 동작을 멈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이 없는 동안 어떤 얘기가 전개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얼굴에 나타나 있었다. 하지만 결국 대부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남은 사람은 다케히코뿐이었다. - P182
"아아, 변호사님. 별일 아니에요. 형사들이 도대체 뭘 하고있는지 궁금해서요." "범인이 외부에서 침입했다면 반드시 정원을 통과했을 테니 혹시 남긴 게 있는지 흔적을 찾는 거겠죠. 그런데 저 형사는 이상한 곳을 조사하고 있네요. 저 연못가에 뭐가 있나?" 후루키 변호사도 나와 똑같은 의문이 든 것 같았다. "물어보고 오겠습니다." - P183
"생각해 보면 그게 다카아키 씨의 마지막 부탁이었던 것같습니다. 친구분 아들이라고 했는데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요즘 젊은 사람들 같으면 싫어할 차 심부름이나 잡다한 일 같은 것도 말입니다. 게다가 공부도 열심이고." "가나에 양이 예쁘다고 하더군요." - P184
"그렇다면 저 발자국은 어제 낮부터 오늘 아침 사이에 생긴게 되겠군요. 그전에 생긴 거라면 비에 씻겨나갔을 테니까요." "그렇지." 후루키 변호사가 감탄한 듯 말했다. 나는 아지사와 히로미의 단정한 얼굴을 보며 위가 쿡쿡 쑤시는 것을 느꼈다. "만약 저게 범인의 발자국이라면 역시 외부인의 소행이 되겠군. 밖을 걸어 다닌 거니까." - P185
"이치하라 씨한테 정말로 자녀가 없었나요? 가령 부인말고 다른 여성과의 사이에・・・・・…." 말을 하고 나서 나는 약간 후회했다. 너무도 무례한 질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후루키 변호사가 이상하다는 듯이 눈썹을 찌푸리며 입을 약간 벌렸다. "갑작스럽게 그런 질문을 하시는 건, 혹시 짚이는 거라도?" - P186
후루키 변호사는 쓴웃음을 지었다. "이치하라 회장님을가장 잘 알았던 사람은 죽은 기리유 에리코씨죠. 혹시 기리유 씨가 무슨 얘길 안하던가요?" "전혀 없었습니다." "그랬군요." - P187
그때 아지사와 히로미가 오더니 후루키의 이름을 불렀다. 전화를 받아야 하는 모양이다. 후루키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물러갔다. 나는 그를 눈으로 좋았다.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고있자니 또다시 위가 콕콕 쑤시는 것 같았다. - P187
"당신의 의뢰인, 즉 내 아버지일지도 모르는 사람에 대해 알려주세요. 어디 사는 누구이며 왜 이제 와서 버린 자식을 찾으려고 하는지." 이는 이미 만났던 두 청년들도했던 질문이다. 당연한 의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 시점에서는 대답할 수 없었다. - P188
"당연히 그렇겠죠. 하지만 사토나카 지로라는 이름은 언급하지 않을 거예요. 물론 당신의 주소와 연락처도요. 필요한것은 당신이 제 의뢰인의 아들이라는 걸 뒷받침할 만한 물적 증거니까요. 그것을 보고 판단해서 당신이 제 의뢰인의 아들이라는 확신이 서면 그때 만남의 자리를 마련할 거예요. 서로의 이름을 밝히는 것은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해요. 이러면 공평하겠죠?" - P189
"그리고 수건으로 만든 기저귀 몇 장하고 털모자. 그 정도예요" "털모자?" 나는 다시 한번 물었다. "털모자가 확실해요?" "예, 확실합니다." "어떤 모자죠?" "그냥 평범하고 동그란 모자예요. 손때가 묻어 약간 더러워졌지만 원래는 흰색이었을 겁니다." - P191
"부탁이 있는데, 지금 말씀하신 물건들을 저한테 잠시 빌려주시겠어요? 이건 특별히 말씀드리는 건데 지금까지 들은바로는 제 의뢰인의 아들일 확률이 아주 높거든요. 그래서 좀더 자세히 조사해 보고 싶은데." "그거야 상관없지만……… 급한가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요. 하지만 그쪽도 스케줄이 있을테니까 택배 같은 걸로 보내도 괜찮아요." - P192
그는 약속한 물건들을 전부 가져왔다. 벽장 구석에 보관해두기라도 했는지 약간 퀴퀴한 냄새가 났다. "얼마 동안 빌려줄 수 있어요?" "얼마나 필요하신데요?" "길면 1주일 정도요. 조사가 끝나면 전화할게요." "가능한 한 빨리 받았으면 합니다. 소중한 거라서." 내가 물건을 쇼핑백에 넣는 것을 그는 걱정스러운 얼굴로쳐다보았다. 정말 소중히 여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 P193
그는 약속한 물건들을 전부 가져왔다. 벽장 구석에 보관해두기라도 했는지 약간 퀴퀴한 냄새가 났다. "얼마 동안 빌려줄 수 있어요?" "얼마나 필요하신데요?" "길면 1주일 정도요. 조사가 끝나면 전화할게요." "가능한 한 빨리 받았으면 합니다. 소중한 거라서." - P193
"아직 밥 안 먹었죠? 뭐 먹으러 갈래요?" 짐짓 자연스럽게 물었지만 나로서는 상당히 대담한 발언이었다. 개인적으로 누군가에게 밥을 같이 먹자고 권유한 적도, 누군가로부터 권유받은 적도 없었다. 그는 약간 놀란 표정을 짓더니 입을 다물었다. "괜찮은 스페인 레스토랑을 알고 있거든요." - P194
어쨌든 그에게 보고해야 할 날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지로에게 빌린 물건 중에서 가장 확실한 단서가 된 것은 수건으로 만든 기저귀 몇 장이었다. 그 수건중에 배우의 이름이 인쇄된 것이 있었다. 지금은 거의 아는 사람이 없는 그 배우는 가쓰코가 예전에 소속되어 있던 극단에서 잘 나가던 남자배우였다. - P196
복수를 결심했을 때, 과연 누가 지로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지 생각해 보았다. 이치하라 집안사람들이나 혹은 그 관계자 중에 지로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동반자살 사건을 꾸민 범인인 건 분명하다. - P197
"내키지 않으면 친자 관계를 인정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만나보는 것도 안돼?" "사양하겠어." "지금까지 협조해 준 건 너도 친부모가 누군지 알고 싶었던거 아냐?" "그건 그렇지만...……… 어차피 아닐 거라고 생각했어." - P198
나는 다카아키 씨와 가쓰코의 관계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했다. 다카아키 씨가 곧바로 아들을 수소문하지 않고 자신의 죽음이 임박한 지금에서야 찾기 시작한 이유에 대해서도. 지로는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자신을 둘러싼 상황의 변화를 마음이 따라가지 못하는 거라고 나는 해석했다. - P199
그로부터 20일 동안, 지로에게서는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내가 두 번 정도 전화를 했지만 그는 부재중이었다. 그리고 30일째 되는 날 밤, 갑자기 그가 내 맨션으로 찾아왔다. 주소를 알려주긴 했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찾아올 줄은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에 당황했다. - P200
워드프로세서 없어?" 그가 불쑥 물었다. "뭐?" 내가 되물었다. "보고서,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하는 거 아니었어?" 자신에 관한 보고서를 말하는 모양이다. 나는 맞아, 워드프로세서로 해, 라고 대답했다. - P201
그리고 내 입술을 훔쳤다. 첫키스의 경험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내 심장소리가 그에게 들리지는 않을까, 걱정할 여유조차 없었다. 달콤한 도취와 긴장 그리고 약간의 고통이 동반되는 행위였다. 그는 서투르지도, 그렇다고 능숙하지도 않았다. 하지만그것은 내가 느낀 단순한 인상에 지나지 않는다. - P205
"그렇습니까? 그런데 희귀한 것을 가지고 계시네요. 안에들어 있는 건 위스키인가요?" 다카노가 가방을 내려다보며물었다. 나는 그가 무슨 얘기를 하는지 금세 알아차렸다. 가방에서비어져 나온 스테인리스로 된 휴대용 술병을 본 모양이다. "아, 이거요?" 나는 휴대용 술병을 밀어 넣으며 가방을 닫았다. "안에 들어 있는 건 술이 아니에요. 화장을 지울 때 사용하는 알코올 같은 것・・・・・・." - P208
이어서 경감이 나를 쳐다보았다. "혼마 씨, 어제 유카씨를방에 들인 적이 있습니까?" "아뇨."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경감은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 팔짱을 끼더니 조용히 대기하고 있는 일동을 쏘아보며 말했다. "마스터키에서 유카 씨의 지문이 검출되었습니다." - P209
"후지모리 요코 씨." 경감이 요코를 풀 네임으로 불렀다. "어젯밤 반년 전에 일어난 동반자살 사건에 대해 얘기할 때, 그 사건은 동반자살처럼 꾸며진 것이고 기리유 에리코 씨의유서에는 그 사실을 호소하는 내용이 적혀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리를 하셨다던데, 맞습니까?" - P210
"유카가 왜 그 유서를 훔쳤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유서가 없어진 것과 유카가 살해당한 건 직접적으로 관계가 없는 게 아닐까요? 범인이 봉투에 들어 있는 걸 현금으로착각하고 가져갈 수도 있는 거니까요. 실제로 유카의 지갑도 없어지지 않았습니까?" - P212
"그럴 리가요!" 야자키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절대 그렇지않습니다. 외부인의 소행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주변을 탐문하고 다니는 겁니다. 수상한 사람을 목격한 사람이있나 하고요. 지금까지는 유력한 정보를 얻지 못했습니다만." "한밤중이니까 목격자가 없는 건 당연하죠." "그럴지도 모릅니다." - P213
"머리카락으로는 어떤 것을 알 수 있죠?" 소스케가 물었다. "여러 가지를 알 수 있습니다." 경감이 대답했다. 더 이상은 설명할 마음이 없는 듯했다. "관계자 이외의 머리카락이 나오면 외부인의 범행일 가능성이 높아지겠군요." 나오유키가 확인하듯 말했다. "뭐 그렇겠죠." - P214
경감의 말투에서 반년 전의 사건까지 다시 조사하겠다는 결의가 느껴졌다. 로비에는 한층 어두운 공기가 감돌았고, 그와동시에 서로의 표정을 훔쳐보는 시선이 허공에서 교차했다. - P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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