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장

마샬한테 가는 게 이렇게 떨릴 일은 아니다. 마샬이 오늘 당장 나를 죽이지는 않을 것 같았다. 다른 때라면 몰라도 요즘같은 때라면 그럴 수 없을 테니까.
최고 사령관이기는 하지만 마샬은 베르토를 제외한 니플하임의 누구보다도 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람이었다. - P94

"자, 힘멜 스테이션에 온 걸 환영한다. 드라카에 탑승할 수있게 될 때까지 이곳이 여러분의 집이다. 내 이름은 예로니모 마샬이고 이번 탐사 임무의 총책임자가 될 예정이다. 행성 밖으로 나온 경험이 있는 사람 있나?"
대여섯 명 정도가 손을 들었다. 마샬은 고개를 끄덕였다. - P97

"사령관님?"
토하고 싶다고 손을 든 사람 중 하나였다. 마샬이 그를 향해고개를 돌렸다.
"말하게."
"생명공학부의 듀건이라고 합니다. 사령관님 혹시...." 그는트림을 한 번 하고는 얼굴을 찌푸리며 침을 꿀꺽 삼키고 나서야 말을 이었다. "그게………… 개인 물품은 언제쯤 받을 수 있습니까? 셔틀에 싣도록 허가를 내주지 않아서요." - P97

"좋다. 이름이?" 마샬이 말했다.
"미키 반스입니다. 제가 듣기로는 개인 물품은 30킬로그램까지 허용된다고 했는데요."
사령관의 미소가 더 경직되었다. 이제는 미소라고 할 수도없을 것 같았다.
"말했듯이, 반스 군, 그 결정은 취소되었다."
"저희는 누구에게도 그런 말을 들은 적 없습니다만, 가방에두고 온 물건 중에 필요한 물건이 있습니다." - P98

"그건 그렇고, 반스 군이 맡은 역할이 무엇인지 아직 듣지못했네만."
"제・・・・・・ 뭐요?"
"역할 말이네. 듀건 군은 생물학자라고 했고, 반스 군은?"
여기에서 실수를 더 저지르고 말았다. 나는 활짝 웃으며 답했다. "익스펜더블입니다. 사령관님."
마샬은 내 미소에 답해 주지 않았다. - P100

그가 사라지자 듀건이 말했다. "와,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
"마샬 사령관은 나탈리스트야." 에어 로크 옆에 매달려 있던검은 머리의 키 큰 여자가 말했다.
듀건은 짧고 날카로운 웃음을 터뜨렸다. "진짜?" 그러고는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넌 이제 끝난 것 같은데." - P101

"사이비 종교 같은 거." 듀건이 말했다.
"사이비 아니야." 여자가 반박했다. 그녀는 마샬 못지않게 능숙하게 벽을 차더니 손잡이를 잡아 급히 내 앞에 멈췄다.
"진짜 종교야. 마샬 사령관은 독실한 신자고. 그의 디지털프로필에서 봤어. 지원하기 전에 사령부 사람들 프로필을 전부 확인했지. 너는 안 했어?" - P102

나는 고개를 저었다. "내 말을 안 듣고 있구나. 나도 선택권이 있었어. 이틀 전에 채용 담당자 사무실에 내 발로 걸어 들어갔어. 그웬이라는 여자랑 인터뷰도 했고, 내가 훌륭한 후보라고 했고 내가 지원해서 좋아하던데."
두 사람은 머리 두 개 달린 괴물을 보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거짓말하지 마." 듀건이 말했다.
"아니, 거짓말이 아니야."
여자가 말했다. "이런 걸 물어봐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대체무슨 생각으로 그랬어?" - P103

브리는 내 쪽으로 돌아섰다. 표정으로 보아 듀건에게 훨씬흥미가 있는 모양이었다. 아마도 나에게 어딘가 심각한 문제가있다고 결론을 내렸는지, 슬슬 성가시게 여기는 눈치였다.
브리가 말했다. "나탈리스트 교회의 주요 교리 중 하나가 하나뿐인 영혼의 신성성을 믿는 거야." - P104

듀건이 덧붙였다. "그래도 네가 익스펜더블이기는 하지만 아직 죽었다 살아난 적은 없잖아? 그러니까 지금 네 몸은 원래 몸이잖아, 안 그래?"
"뭐, 그렇지. 탐사에 자원한 지 이틀밖에 안 됐어. 백업 같은건 어떻게 하는지도 아직 몰라. 적어도 지금은 태어난 몸 그대로야." 내가 말했다. - P105

7장

"자네, 반스 자네 말이야, 지금 몇 번째 재생본이지?"
"음, 여덟 번째인 것 같은데요?"
마샬은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눈썹을 치켜올렸다. "확실하게는 모르는 건가?"
"제 목뒤에 몇 번째 생이라고 표시를 해 두는 게 아니니까요. 그리고 죽었을 때가 기억이 잘 안 나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저더러 에잇이라고 하니까 그런 줄 아는 거죠." - P107

마샬은 좀 더 오랫동안 나를 빤히 보다가 베르토에게 눈길을 돌렸다. "고메즈. 이 사람이 왜 미키 반스의 여덟 번째 재생본인가?"
"그게 말입니다. 프로토콜에 따르면 기지에는 언제나 가동중인 익스펜더블이 있어야 합니다." 베르토가 대답했다. - P108

"됐네. 작업 매뉴얼에 나오는 설명 말고 자네 입장을 설명해보게. 어떻게 단백질과 칼슘 75킬로그램을 낭비하게 되었는지 말이야."
정확히 말하면 나는 1킬로그램이고 그중 대부분은 밖에서넘치게 구할 수 있는 물로 구성되어 있지만, 꼬치꼬치 따져 물을 때가 아닌 것 같았다. - P109

"무슨 말씀이십니까?"
"내 말이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았을 텐데. 미키7을 복구할수 없다는 사실을 어떻게 확인했느냐는 말일세."
"그게………." 베르토가 말을 시작하면서 나를 흘끔 보았다.
"나 보지 마. 나는 죽은 상태였다며?" 내가 말했다. - P110

"사령관님, 제 판단으로는 미키가 떨어진 위치로 안전하게 착륙할 수 없었습니다."
"알겠네. 하지만 그 지점에 반스를 내려 줄 때는 안전하다고생각했지. 내 말이 맞나?" - P111

마샬은 내 쪽을 보았다. "반스, 이제 이야기해 보게. 여기에 대해 할 말 있나?"
(중략)
"흠, 맞는 것 같군. 자네가 그저 구조물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가끔 잊는단 말이지." - P112

"아니, 고메즈, 듣고 싶지 않네. 두 사람의 배급량을 영구적으로 20퍼센트 삭감하도록 하지."
"하지만......."
"듣고 싶지 않다고 했네." 마샬이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한마디 한마디 내뱉었다. 그는 베르토를 내려다보다가 내 쪽으로시선을 돌렸다. "반스, 더 할 말 있나?" - P113

마샬의 사무실에서 충분히 멀리 떨어지자 베르토가 입을열었다. "그래서 개척지 자산이 된 기분이 어때?"
"좋은 질문이야. 너한테도 하나 물을게 거짓말쟁이로 사는 기분은 어때?" 내가 말했다. - P113

이쯤 되고 보니, 그다지 긍정적으로 그려지지 않은 베르토와 내가 애초에 어떻게 친해졌는지 궁금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간단히 말하면 내가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믿은 덕분이다. - P117

예를 들면, 나는 학교를 졸업하기 전 벤 아슬란이라는 친구와 친하게 지냈다. 벤은 좋은 친구였다.
(중략)
그렇게 몇 년이 흘렀다.
내가 그와 계속 친하게 지낸 이유가 뭐였을까? 은행 계좌에 20크레딧 이상 있어 본 적 없는 내가 그 오랜 시간 동안 세계 최고 부호에게 술과 밥을 수없이 산 이유가 무엇일까?
(중략)
베르토와도 마찬가지다. 다만 베르토는 밥값 때문에 치사하게 구는 대신 가끔 내가 구덩이에 빠져도 얼어 죽을 때까지 내버려 두고 자신이 한 일에 대해 거짓말을 할 뿐이다. - P118

에잇은 고개를 들고 나를 보며 눈을 껌벅거리더니 이불을다시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려고 했다. 그때 그의 왼쪽 손목에 감긴 압박붕대가 눈에 들어왔다.
"저기, 손은 왜 그래?" 내가 물었다. - P119

"네 손. 붕대를 감기는 했는데 보라색 멍이 없잖아. 유심히 보는 사람이 있으면 네가 진짜 다치지 않았다는 걸 금세 눈치챌걸."
"그렇게 유심히 보는 사람이 있으면, 우리는 어차피 죽은 목숨이야" - P120

(중략)
결국 나는 이렇게 말했다. "좋아. 마샬이 위험한 명령을 내리면, 그러니까 스리한테 내린 임무 같은 걸 시키면 내가 맡을게.
그래도 위험한 작업을 다 하지는 않을 거야. 탐사 명령을 받거나 보안 경계선에 배치되거나 베르토랑 플리터를 타고 비행해야 할 때는 가위바위보라도 해서 그때그때 결정하기로 해." - P121

"배급 마샬이랑 면담을 했는데, 내가 원하던 대로 흘러가지 않았거든."
순간 에잇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말해 봐."
"우리 배급이 20퍼센트나 감축됐어." - P122

나는 그를 쿡 찔렀다. "자리 좀 내주지?"
그는 침대 가장자리로 몸을 옮겼다. 나는 부츠를 벗어 던지고 그 옆에 누웠다. 나 자신과 침대를 나눠 쓰자니 기분이 이상했지만 어쨌든 적응해야 할 것 같았다.
막 잠에 빠져들려는 찰나 오큘러가 반짝였다.

[Command1]: 즉시 메인 로크로 오기 바랍니다. 반스 문제가발생했습니다. - P125

나는 일어나 앉으며 대꾸했다. "이것도 소환 중 하나야, 에잇"
"그래, 만약 목숨을 잃을 만한 일이면 네가 맡아야지, 안 그래? 별일 아니어도 어차피 오늘은 네 차례야. 나는 오늘 재생탱크에서 나왔으니까" - P125

8장

어떤 부서에도 속하지 않기 때문에 2~3일마다 부서를 바꿔 가며 일손이 필요한곳에 보내졌다. 농업부에서는 토끼를 관리했다. 경비대에서는보초를 섰다. 마샬의 행정관이 병가를 냈을 때 그 자리를 채운 적이 있는데, 나중에 보니 그가 집에서 몰래 담근 술에 문제가 있어 크게 병이 난 것이었다. - P127

힘멜 스테이션에서 첫날을 이하자마자 내 진짜 임무가 무엇인지 알고 놀랄 수박에 없었다.
(중략)
나는 해먹에 누워 낮잠을 자고 있었다. 둥둥 떠 있을 뿐 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었을 때 딱딱하고 뾰족한 물체가 내 갈비뼈를 쿡 찔렀다. 나는 물체를 쳐냈고 그 바람에 해먹이 빙글 돌며 뒤집혔다. 눈을 떠 보니 바닥이 보였다. - P128

첫날 우리는 드라카 엔진 시스템의 설계도를 살펴보았다. 반물질이 어디에 어떻게 저장되는지 배웠고, 반응물을 어디에 두는지, 두 가지 물질을 어떻게 합치는지, 그리고 각각의 장치가고장날 때 어떤 일이 생기는지도 배웠다. 젬마는 이 부분을 특히 강조했다. - P129

"당신을 엔지니어로 만들려는 건 아니에요. 드라카에는 추진력 전문가들이 차고 넘치게 탈 거예요. 당신이 필요해지면 뭘어떻게 하라고 그들이 정확히 말해 줄 거고요. 하지만 실제로 일이 닥치면 해결할 시간은 짧을 테고, 기본 지식이 있으면 훨씬 빨리 일을 처리할 수 있잖아요."
"일이 잘못되었을 때 제 도움이 필요한 이유는......" - P130

젬마와 나는 설계 도면이나 방사능 중독에 관해서만 이야기하지 않았다. 내 머릿속이 기술적인 데이터로 가득 찼다는 확신이 들자 주제는 철학으로 바뀌었는데, 나로서는 훨씬 받아들이기 쉬웠다.
인류는 내 삶의 축이 된 의문을 오랫동안 탐구해 왔던 모양이다. - P131

"맞아요. 테세우스는 나무로 만든 배를 타고 전 세계를 항해했어요. 그동안 배 여기저기가 망가지고 뜯어져 배를 고쳐야했어요. 몇 년이 지나 집으로 돌아왔을 때 원래 선체를 구성했던 목재는 모두 교체되고 없었어요. 이 경우에 테세우스의 배는 출발할 때와 같은 배일까요? 아닐까요?"
"멍청한 질문이네요. 당연히 같은 배죠." - P132

 젬마는 진공 슈트를 어떻게 입고 벗는지도가르쳐 줬다. 전투에 필요한 무기를 조립하는 방법을 보여 주기도 했다. 여섯 번째 날에는 나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서 스테이션 선체를 기어올라 무반동 렌치로 느슨해진 볼트를 조이는연습도 시켰다. - P133

나는 한숨을 쉬었다. "보통은 범죄자들이 익스펜더블이 되니까요. 하지만 힘멜 스테이션의 익스펜더블이 되기로 결심하는 건 좀 다르죠. 정당한 이유 없이 가끔 한 번씩 죽겠다는 데동의하는 거니까요. 나는 개척지 건설 임무에 참여하기로 한거예요. 당신이 말한 것처럼 나름의 낭만이 있다고 할까......."
젬마는 웃음을 터뜨렸다. "저기요, 그쪽 친구랑 이야기한 적있어요. 고메즈라는 당신의 조종사 친구요. 당신이 이 미션에왜 참여했는지 들었어요." - P135

"보통은 자살하는 사람들 두고 그렇게 이야기하던데요."
그녀는 한 손을 내 어깨에 올리며 말했다. "자, 이제 안으로 돌아가요. 존 로크(17세기 영국의 철학자로 민주주의 사상의 선구자-옮긴이)의 철학을 배워야 할 때예요." - P135

"컨디션이 좋은 날이길 바라요. 지금 보이는 모습이 앞으로 남은 일생 동안 재생 탱크에서 나올 때의 모습이 될 거예요."
"이런 딱 한 번밖에 못 하나요?" 내가 말했다.
"아마도요. 스캐너는 에너지를 어마어마하게 소모하거든요.
레콘 소프트웨어는 오늘 추출한 정보를 분류하느라 거의 일주일 내내 돌아갈 거예요. 게다가 방금 당신은 정상적인 상황이었다면 문제가 될 만한 양의 방사선을 흡수했어요." - P136

그 뒤로 정기적으로 반복하고 있는 인격 백업안 신체 백업보다 간단하지만 생소했다.
(중략)
기술자가 말했다. "스퀴드 배열이에요. 조금 불편하겠지만 다치지는 않을 겁니다."
나중에 나는 스퀴드라는 단어가 옛 지구에 존재했던 지능이 높은 무척추 해양 동물을 뜻하기도 하지만 초전도 양자 간섭 소자를 뜻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여러분은 스퀴드가 무슨 뜻인지 나보다는 잘 이해할 수 있길 바란다. - P137

스캔이 끝났을 때 젬마는 장교 식당으로 나를 데려가 테이블에 앉히고 원하는 음식이 있으면 뭐든 시키라고 했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그녀는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축하해야죠. 훈련을 수료하는 날이니까."
"정말요? 수료식도 있나요?"
그녀는 내 눈을 피했다. "식사를 마치는 대로 할 거예요. 천천히 먹어요."
그곳에서 보낸 시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이상한 시간 중 하나였다.
(중략)
그런데 복도로 막 나서는 찰나 젬마가 내 팔을 붙들었다.
"안 되죠. 수료식이 남았잖아요?"
"아, 그냥 농담인 줄 알았어요."
그녀는 나를 오랫동안 지그시 보다가 고개를 젓고는 벽장이있는 쪽 복도로 나를 밀었다. - P138

"미키, 이게 수료식이에요. 익스펜더블이 되는 게 어떤 의미인지 이해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해요."
(중략)
"빨리 끝내는 게 좋아요. 고개를 최대한 돌리고 귀 바로 뒤말랑한 부분에 총구를 놓으세요. 각도는 살짝 위로 향하게 하고요. 부채꼴로 발화되도록 설정되어 있어요. 제대로 하면 뇌연수 전체와 소뇌 일부까지 한 번에 파괴할 수 있어요. 장담하는데,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거예요. 제대로 하지 못하면 내가 나머지 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건 우리 둘 모두한테 못할 짓이에요." - P140

나는 눈을 감고 숨을 크게 들이쉰 다음 내뱉었다.
그리고 방아쇠를 눌렀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얼어붙은 채 몸을 달달 떨며 자리에 서 있었고, 젬마가 다가와 버너를 내 머리에서 멀리 치워 주었다.
그녀가 나지막이 말했다. "축하해요. 오늘부로 공식적으로 미키1이 되었어요." -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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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장

표적이 된 시민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빅데이터 - P298

보내기 버튼을 누르자마자 청원서는 페이스북의 세상으로 들어가고,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은 이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판단한다.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은 가장 먼저, 청원서가 내 친구들 각자에게 관심을 이끌어낼 가능성을 계산한다. 개 - P298

 알고리즘의 판단에 따라 내 청원서가 자신의 뉴스피드에서 맨 아래쪽에 위치해 아예 보지 못하는 친구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인터넷 세상에서 15억 명의 사용자들과 공유하는 막강한 소셜 네트워크가 주주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상장기업일 경우, 위와 같은 현상이 빚어진다.  - P299

현재 미국 성인 3명 중 2명이 페이스북 계정을 보유하고 있다.¹ 이들이 매일 페이스북에서 소비하는 시간은 평균 39분이고, 직접 만나 얼굴을 보며 사교하는 시간은 이보다 4분 더 많은 평균 43분이다.² - P299

1 Andrew Perrin, "Social Media Usage: 2005-2015," Pew Research Center, October 8,
2015, www.pewinternet.org/2015/10/08/social-networking-usage-2005-2015/.

2 Victor Luckerson, "Here‘s How Facebook‘s News Feed Actually Works," Time, July9, 2015, http://time.com/3950525/facebook-news-feed-algorithm/. - P385

페이스북의 막강한 영향력은, 광범위한 도달 범위reach와 더불어 사용자들이 친구들에게 영향을 미치도록 부추기는 능력에서 나온다. 투표 독려 실험에서는 6100만 사용자 거의 모두가 자신의 뉴스피드에서 몇 장의 사진이 포함된 투표 독려 메시지를 보았다. - P302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나는 투표했다"라는 친구들의 메시지를 보았을 때, 투표 독려 캠페인에 훨씬 깊은 관심을 보였고, 관련 메시지를 더 적극적으로 공유했다. 친구들이 투표했다는 메시지를 본 사용자들의 약 20%는 "나는 투표했다" 버튼을 눌렀다. 반면 친구들에게서 그런 메시지를 받지 못한 이들은 18%만 버튼을 눌렀다. 물론 "나는 투표했다" 버튼을 누른 모든 사용자가 실제로 투표를 했는지, 버튼을 누르지 않은 이들이 실제로 투표하지 않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 P303

 선거가 끝난 후 메싱은 설문지를 배포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약 200만 명의 실험집단의투표 참여율은 전체 유권자 투표율인 64%보다 높은 67%였다. 페이스북에서 컴퓨터 사회과학자 computational social science* 로 일하는 라다아다믹은 "친구들이 신문을 전달할 때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라고말했다. 친구들이 신문을 가져다주었다는 표현은 페이스북이 기사를전달해주었다는 뜻이다.¹⁰

*컴퓨터 사회과학은 사회과학의 새로운 분야로, 디지털화된 대량의 정보나 데이터를 이용해 개인이나집단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는 학문이다. - P304

 2013년 일리노이 대학교의컴퓨터과학자 캐리 캐러핼리어스는 페이스북 알고리즘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자의 62%가 페이스북이 뉴스피드를 조작한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응답자가 게시하는 콘텐츠를 페이스북이 즉각적으로 모든 친구에게 전송한다고 알고 있었다.¹¹ - P305

11 Luckerson, "Here‘s How."

페이스북은 언어 처리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게시물을 긍정적인 것(신난다!)과 부정적인 것(실망스러워!)으로 분류했다. 그러고는 한 집단의뉴스피드에서는 부정적인 게시물을 절반 이하로 줄인 반면, 다른 집단의 뉴스피드에서는 긍정적인 게시물을 줄였다. 
(중략)
결과부터 말하면, 조작된 뉴스피드는 사용자의 감정을 실제로 변화시켰다. - P305

연구진의 결론은 이랬다. "누군가의 감정 상태는 다른 사람들에게전이될 수 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사람과 똑같은 감정을 경험하게 만든다." 즉, 페이스북 알고리즘은 마음만 먹으면 수백만 명의 감정을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조작할 수 있다.  - P306

페이스북에서 일하는 사회과학자들이 정치 시스템을 적극적으로조종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증거는 없다. 이들은 20여 년 전만 해도 오직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플랫폼에서 연구할 기회를 잡은 학자들일 뿐이다. 그러나 이들의 연구는 페이스북이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어떤 기분을 느끼고, 투표할지 말지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치는강력한 힘이 있음을 증명했다. - P306

 미국 행동연구 및 기술연구소 AmericanInstitute for Bahavioral Research and Technology, AIBRT 소속의 심리학자 로버트엡스타인은 정치 심리학자 로널드 E. 로버트슨과 공동으로 최근에 미국과 인도에서 검색엔진 조작 실험을 했다.¹³
그들은 선거를 앞두고 지지할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 유권자들에게 검색엔진에서 선거에 대한 정보를 찾도록 요청했다. 이들이 사용한 엔진은 연구자들이 직접 제작한 것으로, 특정 정당에 우호적인 검색 결과를 보여주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었다. 두 심리학자는 왜곡된 검색 결과가 부동층 중 20%의 표심을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 P307

여기서도 앞서와 같은 의문이 든다. 만약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실제로 정보를 조작한다면 대중은 그 사실을 알 수 있을까? 사람들이 인터넷 거대 기업들에 대해 아는 정보는 이들이 자신들의 연구 결과 중 공개한 극히 일부뿐이다. - P307

마이크로 타기팅.
유권자 갈라치기

2012년 늦봄 매사추세츠의 전 주지사 미트 롬니는 공화당 대통령후보로 당선됐다. 다음 단계는 대선을 두고 상대편 후보 오바마와 결전을 치르기 위해 군자금을 모으는 일이었다. - P308

자신을 지지하고 자신과 생각이 비슷하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한몸에 관심을 받자 롬니는, 미국인의 47%가 "받는 사람taker"
들로, 큰 정부big government의 관대함에 빌붙어 살아간다는 자신의 평소 소신을 거침없이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그 47%의 사람은 절대로 자신을 지지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머지 53%미국인의 표를 얻는 것이 자신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롬니의 판단은 부적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 큰 정부는 정부가 해결자라고 생각하면서 경제, 사회 문제 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민주당의입장을 대변하고, 작은 정부는 정부가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가급적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공화당의 입장을 대변한다. - P309

 한 바텐더가 몰래 촬영한 롬니의 저소득층 비하 발언 동영상은 급속도로 확산됐다.¹⁶ 롬니는 국민의 절반 가까이를적으로 만든 말실수로 백악관을 차지할 가능성을 날려버렸다.¹⁷
그날 롬니가 보카러톤 모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기 위해서는 정확한 표적 지지자 선정과 비밀 유지가 생명이었다.  - P310

16 David Corn, "Meet Scott Prouty, the 47 Percent Video Source," Mother Jones,
March 13, 2013, www.motherjones.com/politics/2013/03/ scott- prouty- 47-percent- video.
17 Henry Blodget, "Bloomberg: Mitt Romney Just Lost the Election," Business Insider,
September 17, 2012, www. businessinsider.com/mitt- romney-just-lost-the-election- 2012- 9. - P386

이론적으로 보자면, 정치인들이 각 하위 집단의 구미에 맞는 주장을 펼치는 동시에 외부인들에게는 자신의 주장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세심하게 선정된 유세 장소를고르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한 명의 후보가 다양한 얼굴의 후보가될 수 있고, 각기 다른 집단은 후보의 다양한 얼굴 중에서 오직 자신들이 좋아하는 얼굴만 볼 수 있다. - P310

현대의 소비자 마케팅은 정치인들을 특정한 유권자들에게로 데려다주는 새로운 경로를 제공한다. 이제 정치인들은 각 유권자 집단의욕구에 맞춤화된 정보를 들려줄 수 있다. 일단 그렇게 하고 나면,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에게서 들은 정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큰데, 그 주장이 자신들의 기존 믿음을 확인시켜주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확증편향이라고 부른다. - P311

정치와 소비자 마케팅의 결합은 지난 반세기에 걸쳐 계속 발전했는데, 같은 기간 미국 정치의 오랜 관행과 보스 정치ward boss, 기다란전화번호 명단은 마케팅 과학에 밀려 뒷자리로 물러났다.*

*보스 정치는 사회에서 암묵적인 영향력을 지닌 비공식 지도자가 실권을 장악하는 정치를 말한다. 좁은 의미로는 미국 정치에서 정당의 지방 조직을 장악한 실력자가 공식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뜻한다. - P312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정치인들은 더욱 세밀한 접근법을 원하게 됐다. 무엇보다 각각의 유권자에게 개인화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접근법이 개발됐다. 대표적으로 직접우편을 통한 선거운동direct-mallcampaign이 있다. - P312

직접우편물은 보조바퀴들을, 다른 말로 세분화된 소규모 집단을목표로 하는 마이크로 타기팅micro-targeting* 시대를 열었다. 빅데이터와 소비자 마케팅의 결합은 오늘날 정치인들에게 훨씬 강력한 마이크로 타기팅 도구를 제공한다.  - P313

* 정당과 예측 시장 세분화를 포함하는 직접마케팅 데이터 마이닝 기법의 선거 캠페인. - P313

미국 정치권의
빅데터 활용법

카네기 멜론 대학교를 졸업한 컴퓨터과학자 가니는 오바마 재선20캠프에서 데이터 팀을 총괄했다.²⁰ 오바마 캠프에 합류하기 전 시카고에 위치한 글로벌 IT 컨설팅업체 액센추어 랩Accenture Labs에서 빅데이터 기반 소비자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그는 관련 기술을 정치에도 적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 P313

20 Alexis Madrigal, "What the Obama Campaign‘s Chief Data Scientist Is Up to Now,"
Atlantic Monthly, May 8, 2013, www.theatlantic.com/technology/archive/2013/05/what- the- obama275676/.
campaigns chief data scientist- is- up- to- now/ - P387

그런데 기술적 문제가 있었다. 가니의 팀이 최종적으로 내놓은 결과물을 구현하려면 컴퓨터에 의해 작동되는 인공지능 쇼핑 카트가필요했다. 그런데 현재도 그런 카트가 널리 사용되고 있지 않을 뿐더러 미래에도 그럴 것 같지는 않다. 하물며 당시에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가니의 ‘작품‘은 액센추어의 기업 고객들에게 그림의 떡이었다. - P315

 가령 브랜드 충성도가 가장낮은 15%의 갈대 고객들을 확인해서 그들에게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식이었다. 이를 위해선 현명한 목표물을 선정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기꺼이 정상가를 지불할 마음이 있는 고객들에게 할인쿠폰을 제공해봤자 소용없을 게 분명하지 않은가. 그런 행위는 돈을 불태우는것이나 다름없다(비슷한 맥락에서 전자상거래업체 웹사이트들은 로그인하지 않는 사.
람들에게 할인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이것은 당신의 쿠키cookie* 를 규칙적으로 삭제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사용자가 웹사이트를 방문할 경우 그 사이트가 사용하고 있는 서버를 통해 사용자의 컴퓨터에 설치되.
는 작은 기록 정보 파일.
- P316

먼저 다양한 집단에 속하는 수천 명을 선별해 심층 인터뷰를 시작했다. 교육이나 성소수자의 권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도 있었고, 사회보장제도나 수압파쇄공법fracking 이 지하수에 미치는 영향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사람들도 있었고, 중도층도 있었으며, 오바마를 좋아하지만 투표에 잘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 P316

이 모든 사전 작업이 마무리되고 난 뒤에 오바마 캠프는, 각 집단에 페이스북과 언론 사이트를 통해 맞춤화된 광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반응을 관찰했다. 이를 위해 가니 팀은 구글이 어떤 색조의 파란색이 방문자들로부터 더 많은 클릭을 유발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종류의 A/B 테스트를 진행했다. - P317

분석 과정 전반에 걸쳐 각 단계마다 선거 유권자들의 프로필이 작성됐다.²² 프로필에는 각 유권자를 잠재적 투표자, 자원봉사자, 기부자로서 가치를 매긴 점수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안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수치화한 많은 점수가 포함됐다.

4년 후 벌어진 대통령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대선 전략은 오바마 데이터 팀이 구축한 방법론을 기반으로 했다.²³ 클린턴 캠프는마이크로 타기팅 스타트업으로 구글의 에릭 슈밋 회장이 출자했고2012년 오바마 캠프에서 최고기술책임자 chief technology officer. CTO를맡았던 마이클 슬레이비가 운영하는 그라운드워크Groundwork와 계약을 체결했다. - P318

22 Sasha Issenberg, "How President Obama‘s Campaign Used Big Data toRally Individual Voters," Technology Review, December 19, 2012, www.
technologyreview.com/featuredstory/509026/how-obamas-team-used-big-data-to-rally-voters/.
23 Adam Pasick and Tim FernHolz, "The Stealthy, Eric Schmidt-Backed Startup That‘
s Working to Put Hillary Clinton in the White House," Quartz, October 9, 2015,
http://qz.com/520652/groundwork-eric-schmidt-startup working-for-hillary-clinton-campaign/. - P387

이런 현상은 참신하고 유의미한 데이터에 대한 수요가 막대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그러나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사용되는일부 기법이 사생활을 침해할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온당하지 못했다.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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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클러는 시체 구덩이에 버려지는 모든 것들을 분해해 원자 단위로 쪼갠 다음 필요에 따라 다시 재조립한다. 이렇게 하려면 에너지가 어마어마하게 들지만 우리는 반물질로 돌아가는 우주선 엔진을 발전기로 사용한다. 에너지만은 유일하게 차고 넘친다는 뜻이다. - P60

에잇은 몸을 틀고 나와 나란히 서서 구덩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있잖아, 좋은 일을 하는 셈 치고 네가 자진해서 저 아래로내려갈 수도 있어." 그가 말했다.
나도 지지 않고 대거리했다. "그럼, 그래도 되지. 너도 그래도되고"
에잇은 자기 팔을 내 어깨에 둘렀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 - P61

 그럼 바위를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결정을 바꾸기에는 늦은 마지막 순간이 왔고 내 손은 아직 주먹을 쥐고 있었다.
나는 우리 둘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의 쫙 펴진 손이 보인다.
"미안하게 됐다. 형제야." 그가 말했다.
그래, 미안하게 됐지. - P63

돌이켜 보면 이 문제의 근원, 그러니까 내 모든 문제의 뿌리는 베르토였다.
베르토는 드라카에 탄 사람 중에서 내가 그웬에게 DNA를주고 내 인생을 팔아넘기기 전부터 알고 지낸 유일한 사람이다. - P65

돌이켜 보면 이 문제의 근원, 그러나까 내 모든 문재의 뿌리는 베르토였다.
베트로난 드라타에 탄 사람 중에서 내가 그웬에게 DNA릉 주고 내 인생알 팔아넘기기 전부터 알고 지낸 유일한 인물이다.
(중략)  2년 뒤 전문 비행사 훈련을 받기 위해 포그볼을 그만뒀을 때는 행성 전체에서 열 번째로 뛰어난선수가 되어 있었다.
그로부터 9년 후 내가 키루나의 후미진 지역에 있는 후진아파트에 살지 않았고, 베르토가 드라카의 선원으로 선발되지않았다면, 이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 P66

나는 이렇게 말하려고 했다. ‘그래, 넌 전설이 될 거야, 글로벌 토너먼트에서 우승해 해피엔딩을 맞이해서가 아니라 9년이나 공백기를 가졌는데도 우승할 수 있다고 믿은 것 때문에, 너,
첫 경기에서 열여덟 살짜리 선수에게 100점 이상 내주고 완전히 패배하게 될걸‘
하지만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베르토가 9년 동안 비행 중이거나 우주선에 타고 있지 않을 때면 거의 모든 순간을 나와빈둥거렸다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모른다는 사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 P67

역시 고맙게도, 베르토는 자신이 우승하는 바람에 내가 겪게된 일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리고 상황을 해결해 주겠다며한 가지 제안을 했다. 내게 드라카에 승선하라고 권한 것이다.
베르토는 나를 경비대에 넣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유명했고, 어쨌든 지금까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가질수 있는 인생을 살아왔으니 안 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 P69

경비대원을 모집할 때 인터뷰 신청을 하기는 했다. 그리고거의 신청을 하자마자 불합격 통지를 받았다.
다음 날 오후 나는 셰이키 조에서 베르토를 만나 커피를 한잔했다. 나는 태블릿으로 불합격 통지를 보여 주었다. - P69

베르토가 고개를 저었다. "미키, 조금이 아니라 아주 많잖아. 그리고 다리우스 블랭크는 절대 용서하거나 잊는 사람이 아니야. 10만 크레딧쯤 되나? 그 많은 돈을 어떻게 갚을 계획인데?"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할부로?"
"지금 중고 플리터(본 작품에서 양력을 이용하는 초보적인 비행운송 수단 옮긴이)를 산 게 아니잖아." - P70

그날 밤 나는 드라카의 구인 공고 페이지에 로그인했다.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일자리가 올라와 있었고 이제까지 누가 채용되었는지도 알 수 있었다.
모든 일자리가 채용 완료되었다.
남아 있는 자리는 딱 하나였다.
나는 베르토에게 연락했다.
"베르토, 익스펜더블이 뭐야?"
"그거, 드라카 일자리인데, 별로 하고 싶지 않을 거야."
"아직 남아 있는 자리가 이것뿐이야. 하고 싶어." - P72

"도와줄 거지?"
베르토가 한숨을 쉬었다. "솔직하게 말해 줘? 그 자리라면내 도움도 필요 없을 거야."
그는 통신을 끊고 사라졌다.  - P73

5잘

"그게 아니야. 이건 아닌 것 같아. 네가 저기 뛰어드는 걸 보고 있을 수 없어." 에잇이 내 발꿈치를 잡아끌더니 내게 손을내밀었다.
그가 나를 부축해 일으켰다. 서 있기도 힘들 정도로 몸이 떨렸다.
"그래, 나도 같은 생각이야." - P75

내가 말했다. "제발 농담은 좀 기다렸다 해 줘. 진짜 우리 어떻게 해야 하지? 숙소도 하나고 배급 카드도 한 장뿐이야. 그리고 가장 큰 문제는 등록된 신분도 하나라는 거야. 우리가 중복된 걸 누가 알게 되면……………." - P75

"들어 봐. 배급량은 충분하잖아. 지난번 엊로드 이후 멍청한 짓만 하지 않았다면 우리 둘이 하루에 2000킬로칼로리는 섭취할 수 있어.
(중략)
내 얼굴이 움찔거리다 결국 일그러졌다. "하루에 1000킬로칼로리만 먹는다고? 너무하잖아. 그것보단 더 잘 살아남아야지. 베르토는 어때? 일이 이렇게 된 건 거의 베르토 때문이야.
무슨 일이 있는지 이야기하면 죄책감을 느끼고 사이클러 페이스트라도 좀 나눠 주지 않을까?" - P77

미드가르드 궤도를 벗어나고 일주일이 지나 다리우스 블랭크와 내 사연을 알게 된사령관 마샬은 개척지에 범죄의 씨앗이 침입했다고 여겼다. 이에 더해 그는 독실한 종교인이어서 한 번에 한 명씩일지라도 사람을 재생 탱크에서 꺼낸다는 생각 자체를 혐오했다. - P78

내가 말했다. "내 생각에는, 그냥 우리 둘만 아는 비밀로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좋아. 그러니까, 착륙한 이후 일어난 일들을 생각해 보면 우리 둘 중 하나는 어차피 곧 죽을 거잖아? 이제 다 해결됐네."
에잇의 대답이었다. - P79

"대체 그 형편없는 아침 식사는 뭐야?" 나샤가 말했다.
나는 600킬로칼로리짜리 무가당 사이클러 페이스트를 반쯤 해치운 상태였다. 여기 상륙거점 개척지에서는 1킬로칼로리가 진짜 1킬로칼로리가 아니다. 음식들은 실제로 먹고 싶은음식과 얼마나 비슷한지에 따라 파격 할인가로 팔리기도 하고 프리미엄이 붙어 팔리기도 했다. - P81

 토끼 뒷다릿살과 시들한 토마토도 있었지만, 프리미엄이 40퍼센트나 붙어 있었다. 에잇이 살아 있는 한저런 사치는 절대 누릴 수 없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 P82

"그래, 불멸이란 참 이해하기가 어려워, 그렇지?"
"여기 있었네." 베르토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가 얌과 귀뚜라미 요리를 들고 내 뒤에서 있었다.
"좋은 아침이야, 베르토, 앉지 그래?" 나샤가 인사를 건넸다.
그는 자기 쟁반을 내 쟁반 옆에 놓고 벤치 위로 몸을 구겨넣었다. "꿀꿀이죽이 웬 말이야 미키? 손은 또 왜 그래?" - P83

베르토가 대답했다. "그런 것 같은데, 내가 방에 들르고 얼마나 있다가?"
"모르겠는데, 여기 내려오기 바로 직전인가 봐. 한 30분 전쯤에?"
"샤워장에 있었을 때는 손목이 괜찮았잖아." 나샤가 말했다.
"맞다. 그 후인가 보다." 내가 둘러댔다. - P84

베르토는 포크 한가득 귀뚜라미와 얌을 떠서 입안에 넣고천천히 씹다가 목구멍으로 내려보냈다. "모르겠어, 미키. 최근들어 재생 탱크에서 여러 번 나왔잖아. 이번에 나온 너는 조금얼이 빠진 것 같아."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내가 재생 탱크에서 나와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를 눈여겨보는 대신에 애초부터 재생 탱크에서 나올 일이 없게끔 내 목숨을 지키는 데 신경을 더 써 줬으면 이런 대화를 할 일이 없었을 텐데 말이지." - P85

베르토는 나샤 쪽으로 몸을 숙이고 목소리를 낮추며 이야기했다. "누가 사라졌대."
"사라져? 어떻게 사라졌는데?" 나가 물었다.
베르토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 동쪽 검문소를 지키던 경비대원이래. 대니 말로는 게이브 토리첼리라던데 8시에는 통신이 됐는데 8시 반에는 안 됐다더라.
사람을 보내 수색했는데 헤집어진 눈밭 말고는 아무것도 없더래." - P86

베르토가 말했다. "너 진짜 바지에 오줌이라도 싼 표정이야,
미키. 대체 뭐야? 그 사람이랑 친했어?"
이 행성에 사는 인구가 고작 200명이 안 되고, 지난 9년을 똑같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상한 질문이었다. - P87

"크리퍼한테 잡힌 거야." 베르토가 말했다.
나샤가 한 입 남은 얌을 두고 고개를 들었다. "확실해?"
"확실하지는 않지만 다른 이유가 뭐가 있겠어? 이 바위 행성에서 아메바보다 큰 생물체는 크리퍼밖에 못 봤잖아." - P88

"무장을 했든 안 했든, 게이브는 고사양 버너를 가지고 있었을 거야, 그렇지? 버펄로도 구워 버릴 무기를 가지고 다니면서곤충 떼에 먹히는 게 말이 돼?" 베르토가 말했다.
"버너는 소용없어" 내가 말했다.
(중략)
"아냐, 아냐, 사실 미키 말이 맞아. 미키도 지난밤 임무를 수행하면서 버너를 가지고 있었잖아. 결국 도움이 안 됐고, 그걸 잊어버렸네." 베르토가 말했다. - P89

"갈기갈기 찢겨? 나는 미키가 크레바스 바닥에서 얼어 죽은 줄 알았는데." 나샤가 말했다.
나는 베르토를 향해 ‘혼란스러우면서 화가 난 듯한 표정을지어 보였다. "얼어 죽다니, 베르토?" - P90

 그런 다음 베르토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래서 말인데, 너는 오늘 아침에 왜 일을 안 해? 어제도 나보다 적게 일했으면서"
베르토가 어깨를 으쓱했다. "마샬이 나를 더 좋아하나보지."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내 오큘러에 채팅창이 나타났다. - P90

[Command1]: 10:30까지 사령관 마샬의 사무실에 보고 바랍니다.
보고 없을 시 불복종으로 간주하여 할당 배급량 감축으로 이어질 수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수신 확인 메시지를 보내는 찰나 첫 번째 창 옆에 두 번째창이 열리면서 나샤의 얼굴이 살짝 가려졌다.

(중략)

[Mickey8]: 이런 우리 둘 다 미키8이야?
[Mickey8]: 그런 것 같은데.
[Mickey8]: 멋지네. 굉장히 헷갈리겠어.
[Mickey8]: 무슨 수가 나겠지. - P91

샤워장에서 나를 봤다던 이야기와 조금 전 그녀가 한 이야기를 연관 짓는 데 몇 초가 걸렸다. 그리고 그녀가 에잇과 함께있는 모습을 머릿속에서 몰아내는 데 또 몇 초가 걸렸다. 내가나를 질투하면 안 되지 않을까?
하지만 질투가 났다. - P92

‘마샬이 하는 말 너무 담아 두지 마. 쓴소리 듣는 것도 네일이고, 넌 명령을 받고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었어. 명령대로 이행한 걸 가지고 화를 낼 수는 없어."
그러고는 다시 한번 이마에 키스했다. "돌아오면 방에서 잠을 좀 자야 할 거야. 그러고 나서 연락할게. 알겠지?"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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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모든 장애유형 중 가장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비율이 가장 높고 감금 생활하는 사람의 수가 가장많은 정신장애인의 문제를 인권문제와 더불어 복지의 부재문제로 인식하게 되었다. 이러한 흐름에서 장애인복지법상의 장애인범주에 속하지만 그 적용을 일부 제한하는 법률적 근거가 되고있는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주요 이슈로 부각되었다. - P34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에 대한 정부의 의견¹¹은 (1) 정신장애인의 인권보호를 위해서는 입원중심의 정신장애인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으며 지역사회복귀를 위한 복지지원 강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법안의 제정 취지에는 동감하나, (2) 장애의 고착성으로 인하여 계속적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병원과 지역사회를넘나드는 보건과 복지의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여 치료적 접근과사회통합을 위한 지원체계를 이원화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고, (3) 정신보건법에 따른 정신보건센터가 설치·운영되고있어 새로운 전달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현실적 어려움이 있으며 동법안의 제정 취지는 정신보건법 관련 규정 보완을 통해 달성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었다. - P36

조)하는 것이다. 이 개정안은 일부수정을 거쳐 2014년 1월 16일(의안번호 1909081호) 국회에 제출되었다. 그러나 정부가 입법예고한 개정법률안은 정신장애인의 복지 지원문제를 담지하지 못하고 추진됨에 따라 당사자단체와 인권단체의 저항이 나타났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결성된 ‘정신장애인지역사회생존권연대‘⁹는 개정안에 대한 반대성명을 발표하였다.¹⁰


9) ‘정신장애인지역사회생존권연대(이하 생존권연대)‘는 정신보건법 전부개정안에 반대하는 대한정신보건가족협회, 한국정신장애인연합, 한국정신장애연대(KAMI),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국장애인복지학회 등 6개의 단체로 구성되었다.
10) 비마이너(2013. 7. 8.), 정신장애인지역사회생존권연대 공식출범.
http://beminor.com/detail.php?number=5592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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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빨리 개봉했음 좋겠습니다.

[Mickey7]: 응, 확실해. 너무 깊이 들어왔어. 그리고 바닥에 너무 세게떨어진 것 같아. 솔직히 말하자면, 날 데려가도 결국은 폐기처분하게될 거야.
[BlackHornet]:.....
[BlackHornet]: 알겠어. 네가 선택한 거야. - P16

[BlackHornet]: 죽을 때 말이야, 미키. 네가 파이브처럼 끝나지는않았으면 좋겠어. 무기는 있어?
[Mickey]: 아니. 떨어질 때 버너(본 작품에서 일종의 지향성 에너지무기를 가리킨다-옮긴이)를 잃어버렸어. 솔직히 있었어도 사용했을까싶어. 빨리 끝낼 수는 있었겠지만.......
[BlackHornet]: 그래, 나쁘지 않았을 텐데. 칼은 있어? 쇄빙 도끼는?
[Mickey7]: 아니, 없어. 그런데 쇄빙 도끼로 대체 뭘 할 수 있지? - P17

통신이 가능한 범위의 경계에 멈춰 있는 모양이었다.

[BlackHornet]: 백업은 해 뒀지?
[Mickey7]: 최근 6주 동안은 안 했지.
[BlackHornet]: 왜 업로드를 안 했어?

지금은 그 질문에 대답할 기분이 아니다.

[Mickey7]: 게을러서지, 뭐. - P18

이쯤에서 사고 실험을 한번 해 보기로 하자. 여러분이 잠자리에 들면 잠이 들었다가 다시 깨어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상상해 보자. 당신은 죽는다. 당신은 죽고 내일 아침부터 다른 사람이 당신의 삶을 대신 산다. 그는 여러분의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다. 모든 희망, 꿈, 두려움, 소망을 기억한다. 그는 자신이 당신이라고 생각하고 당신의 친구들과 사랑하는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전날 밤 잠자리에 들었던 그가 아니다.  - P19

그 모든 죽음의 경험에서 괜찮은 점이 있다면 내가 진짜로 어떤 면에서는 빌어먹을 불멸이라는 것이다. 나는 단순히 미키1이 했던 일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로 살았던 삶을 기억한다. 뭐, 그의 마지막 몇 분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 P20

 만약 내가 이 동굴 바닥에 누워 눈을 감고 호흡기를 뗀다면 나는 내일 아침 미키8으로 깨어날 것이다.
하지만 어쩐지 의심이 든다.
나샤와 베르토는 차이를 느낄 수 없을지 모르지만, 이성 너머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P20

역시 수상했다.
하지만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나는 동굴 중 하나를 골라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30분쯤 지난 뒤, 나샤에게 가만히 앉아 얼어 죽기만을 기다리진 않을 거라고 말해 둘걸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샤가알았다면 내가 진짜로 죽기 전까지 베르토가 손실 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하도록 했을 것이다. - P21

나사가 나를 구하러 오겠다고 강력하게 우기지 않은 이유는 내가 심하게 망가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가벼운 두통에 시달리면서 손목을 살짝 삔 상태로 일어나 동굴 안을 배회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면 나샤는 당장 가던 길을 멈추고 나를 구하러 왔을 것이다. 내가 원하든원하지 않든.
그럴 수는 없었다. 나샤는 지난 9년 동안 나에게 찾아온 유일한 행복이었고, 그녀를 위험에 빠뜨린다면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았다. - P22

당장은 괜찮지만 땅 위로 올라가는 길을 찾게 된다면 곤란해질 수도 있었다. 동굴 입구를 덮고 있던 얇은 얼음막을 밟고굴러떨어질 때 바깥 기온이 영하 10도였다. 밤이 되면 기온은영하 30도 이상으로 떨어지고 바람도 그치지 않고 불었다. 나가는 길을 찾는다면 해가 뜰 때까지 안에서 기다리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 - P23

동굴 두 개가 교차하는 지점을 지날 때면 소리가 앞에서 나는지 뒤에서 나는지도 분간할 수 없었다. 나는 문득 걸음을 멈추고반쯤 뒤를 돌아보았다.
바로 거기, 팔을 뻗으면 닿을 만한 거리에 소리의 정체가 서있었다.
녀석은 크리퍼와 생김새가 비슷했다. - P23

맞서야 할까, 아니면 도망쳐야 할까? 어느 쪽도 좋은 선택이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나는 손바닥이 보이도록 양손을 들며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녀석이 반응을 보였다. - P24

방어할 틈도 없이 녀석의 턱뼈들이 내 다리 사이와 오른쪽 어깨, 허리를 감싸더니 나를 들어 올렸다. 녀석의 앞발이 내가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붙잡았다. 1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녀석의 목구멍이 리드미컬하게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했다. 입속에는 검은 이빨이 겹겹이 나 있고 그 뒤로 뜨거운용광로처럼 생긴 식도가 이어졌다.
하지만 나는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았다. 녀석은 나를들어 올리고 앞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 P25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헷갈렸지만 우선 녀석과 멀리 떨어지고 싶었다. 동굴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동굴 막다른 벽에서 조금 이상한 것이 눈에 띄었다. 몇 초 후에야 오큘러가 몇 시간 만에 가시광 범위의 광자를 감지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P26

그 순간, 9살 무렵 미드가르드의 시골 할머니 댁에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중략) 나는 양손을 모아 조심스럽게 거미를 들어 올렸고, 뾰족한 다리로 손바닥 여기저기를 훑으며 돌아다니는 거미의 움직임을 느끼며 아래층 현관 밖으로 달려 나갔다. (중략) 거미가 허둥지둥 내 손에서 벗어날때, 마치 내가 자애로운 신이라도 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벽에 난 구멍으로 2킬로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눈덮인 돔 기지 지붕이 보였다. 내가 거미였던 셈이다. 나는 거미였고, 동굴 안에 있는 저 녀석이 방금 나를 마당에 풀어 주었다. - P27

하지만 한동안은 내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나만 알고 있어야 할것 같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 P28

돔에서 반경 100미터는 보안경계선으로 정해져 센서 탑, 회전 버너 포탑, 각종 덫과 장애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여태 우리가 본 커다란 동물이라고는 크리퍼뿐이었고, 그들은 센서가 감지할 수 없는 눈 속으로 이동했기에 이런 장치들이 다 무슨 소용인가 싶었지만, 그저 관행이겠거니 생각했다. - P28

"그렇지. 밖에서 발견한 거라도 있어?"
있다마다. 중량 우주선만 한 크리퍼를 만났어. 그런데 그 녀석이 내가 돔으로 돌아올 수 있게 동굴 밖까지 데려다줬다고. 지각이 있는 생물이 틀림없어 멋지지? 안 그래?
"아니." 내가 답했다.
"그래, 항상 그렇지 뭐. 마샬이 쓸데없는 데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니까, 그렇지 않아?" - P59

 경비대에 미키8으로 등록한 사람이 아직 없다는 뜻이었으니까. 베르토가 게으름을 피워 준 덕분에 무척이나 번거로운 절차를 밟지 않고도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애초에 나에게 이런 상황이 생긴 것 역시 베르토의 게으름 때문이었다. 쉽지 않았겠지만, 어젯밤 베르토가 장비를 갖춰 돌아왔다면 동굴에서 나를 꺼내줄 수도 있었다. - P30

 지금 보니 부러진 것 같지는 않지만, 손목이부어 있고 보라색으로 멍이 들어 있었다. 아마 적어도 몇 주는고생깨나 할 것 같다. 그러고 나면 베르토에게 연락해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라고 이야기해야지. 나에게도 내가 살아 돌아왔다고 메시지를 보내야겠다. - P38

나는 두 걸음 안으로 들어서며 방문을 닫았다. 문고리가 딸깍하고 잠기는 소리에 그의 눈이번쩍 뜨였다.
"저기." 내가 말했다.
그는 반쯤 몸을 일으켜 얼굴에 손을 가져다 댔다. "대체 뭐야……………." 나를 발견한 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망할, 난 미키8이구나, 그렇지?" 그가 말했다. - P31

2장

익스펜더블이 필요한 사람들은 ‘익스펜더블이 돼라‘고 설득하지 않는다. 대신 불멸의 삶을 살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어쨌든 듣기에는 훨씬 좋다.
내가 멍청하게 그 말에 넘어갔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 P32

사실, 그들이 나에게 뭘 할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익스펜더블 자리를 차지하려면 어차피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나는 조종사도 아니고, 의료진도 아니었다. 유전학자나 식물학자, 우주생물학자도 아니었다. 우주선의 말단 직원조차도 못됐다. 쓸 만한 기술이 전혀 없었지만 나는 진심으로 미드가르드를 벗어나고 싶었고, 최대한 빨리 벗어나야 했다. 우리가 정착한 후 200년 만에 처음으로 우주선이 발사될 예정이었고,
그 우주선에 타려면 익스펜더블이 되는 수밖에 없었다. - P33

하지만 그웬의 장황한 설명을 다 듣고도 이해하지 못한 사실이 있었으니, 상륙거점에서는 위험하거나 치명적인 임무가 정말 많이 생겨나고, 내가 그런 임무에 정말 자주불려 가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 P34

하지만 실제로는 별의별 일이 다 생겼다. 치명적인 방사능에 노출되어야 하는 임무를 비롯한 여러 작업은 기계보다 인간의몸이 훨씬 더 오랫동안 견딜 수 있었고, 기계로는 할 수 없는의학 실험과 관련된 임무도 있었다. 게다가 상륙거점에서는 익스펜더블이 기계보다 교체하기 훨씬 쉬웠다.  - P34

그웬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여전히 이 임무를 맡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요?"
나는 자신감 있어 보이려고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그런 것 같은데요."
그웬은 계속 나를 뚫어져라 보았고 나는 이마에 땀방울이맺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P35

(중략), 그녀가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물었다.
"당신, 정신이 아예 안드로메다로 가 버린 겁니까?"
그 말에 나는 잠시 멈칫했다. "아니요, 그렇진 않은 것 같은데요."
"내 이야기를 듣기는 했나요? 당신이 맞닥뜨릴지 모를 끔찍한 일들 말이에요." - P35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요. 제가 방사능에 피폭될 수도있겠죠. 하지만 그렇게 오랫동안 고통에 시달리며 진이 빠진채로 죽음을 맞이하지는 않을 거잖아요. 자살할 수도 있지 않나요? 약을 먹고 눈을 감고 새롭게 태어나면 되니까요. 그러려고 백업이란 걸 하는 게 아닌가요?"
"네, 그렇게 생각하겠죠. 하지만 실제로 익스펜더블들은 그렇게 하지 않아요."
나는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웬이 더 이상은 말을 하지 않으려 해서 내가 물었다. "뭘 안 한다는 거죠?" - P36

"반스 씨 이야기를 한번 들어 보죠. 대체 무엇 때문에 이 임무를 맡으려고 하나요?"
그녀는 팔꿈치를 책상에 올리고 모은 두 손 위로 턱을 고였다.
"그러니까 제가 한두 번쯤 죽더라도 어차피 저는 불멸의 존재 아닌가요?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그녀는 다시 한번 한숨을 쉬었다. 이번에는 한숨 소리가 더컸다. "그래요. 당신이 멍청한 건 알겠군요. 차별은 하지 않는게 우리 방침이지만, 이 경우 문제는 개척지 탐사에서 익스펜더블 미션이 실제로도 대단히 중요한 임무라는 거예요. (후략) - P37

그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이 임무에 몇 명이나 지원했는지 알아요?"
"어, 아니요."
"맞혀 봐요. 이번 탐사 임무에 지원한 사람은 수만 명이었어요. 관심을 보인 조종사만 600명이 있었고요. 조종사를 몇 명이나 뽑는지 알아요?"
(중략)
그녀가 말했다. "두 명이요. 두 명을 뽑는 자리에 600명이 지원했어요. 주말에 취미 삼아 비행기를 몰아 본 사람들도 아니에요. 600명이 저마다 엄청난 경력을 자랑한다고요. (후략)." - P38

마리코 베리건이 누군지는 몰랐지만, 물리학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인간인 듯했다.
그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는 사실은 나중에 알게 되었다.
또한 마이코 베리건이 개자식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이야기와는 관련이 없지만. - P39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다시 익스펜더블 이야기로 돌아가면 말이죠, 지원자가 몇 명이나 있을 것 같아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 그 자리를 맡겠다고 자원한 사람은 당신뿐이에요. 당신이 저 문으로 걸어 들어오기 전까지 우리는 이 자리를 채울 누군가를 징집할 권한을 의회에 요청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었어요. 적성 검사 점수를 보면 당신이 완전히 멍청이는 아닌 것 같군요. 당신이 하는 일이 그러니까………… 역사가라고요?" - P39

그웬은 약 5초쯤 말없이 나를 바라보다가 이내 고개를 젓더니 한숨을 쉬었다.
"어떤 경우에도 지금 당신이 지원한 이 자리는 취미가 될 수없어요. 분명 하나의 임무이고, 맡게 된다면 절대 중도에 포기할 수 없어요. 반스 씨, 이 행성에서 이 임무에 자원한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요?" - P40

"이 임무에 자원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고, 징발까지 고려했다면서 제가 이 임무를 맡지 않게 하려고 애쓰는 이유가 뭐죠?"
그녀는 다시 태블릿으로 시선을 내리며 답했다. "매우 좋은 질문입니다. 반스 씨. 아마도 당신이 꽤 착한 사람처럼 보였나 보죠. 나는 이 임무를 쓰레기 같은 인간한테 맡기고 싶었거든요."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태블릿을 책상에 내려놓고는 악수를 청했다.
"뭐 어쩌겠어요. 당신이 이 일을 맡게 되었네요. 승선을 환영합니다." - P41

그웬이 내게 물어야 했으나 묻지 않은 질문이 있다. 나는 대체 미드가르드의 무엇이 그토록 싫었길래 내장이 녹아내릴 수도 있는 임무를 맡으려고 했을까? - P41

미드가르드 사람 중에 돈 문제를 겪는 사람은 없다.
미드가르드도 유니언에 속한 다른 모든 행성처럼 실질적으로 거의 모든 산업과 농경업이 자동화되어 있고 정부는 수확물을 인구수로 나누어 배급한다. 미드가르드는 어떤 면으로 보나거의 천국이나 마찬가지다. - P43

하지만 미드가르드에는 별볼 일 없는 학문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그웬이 아주 친절하게지적했듯 역사를 공부하려고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큘러를 한 번 깜박이면, 또는 태블릿을 몇 번만 두드리면 필요한 정보는 무엇이든 알 수 있었다. - P43

내게 주어지는 생활비는 먹고 살기에 충분했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그런 삶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어느 날 아침, 문득 내가 발코니 밖으로 몸을 던진들 아무것도 달라지는 게 없을 텐데. - P44

그는 나를 뚫어져라 보고는 수건질을 계속했다. "나도 알아,
멍청아 네가 재생 탱크에서 깨어나던 날을 나도 기억한다고.
식스나 파이브, 스리까지 싹 다 기억한다고. 네 기억이 곧 내 기억이니까."
"전부는 아니야. 한 달 이상 업로드를 안 했거든."
"아주 잘하는 짓이다. 고마워서 어쩌지."
나는 한숨을 쉬었다. "걱정하지 마. 네가 놓치기 아까울 만큼 좋은 일은 없었으니까." - P46

그는 다시 침대에 걸터앉아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검은 머리가 아직 뻣뻣하고 반들거렸지만 적어도 이젠 가닥가닥떨어지기는 했다. 하지만 수세미로 두세 번쯤 박박 문질러 닦아 내기 전까지는 여전히 떡이 져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인제 어쩌지?" 그가 입을 열었다.
나는 그를 뚫어져라 보았다. 그 역시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다 말고 나를 뚫어져라 보았다.
"뭐가?" 그가 말했다. - P47

그의 날카로운 눈빛에 분노가 서리기 시작했다. "세븐,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왜 이래,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너도 잘 알잖아. 우리 둘중 하나는 없어져야 해." - P48

처음 착륙했을 때 배급량은 기본적으로 하루 1400킬로칼로리였고, 지방을 뺀 체중과 작업 일정에 따라 추가되었다. 지금까지 두 차례 배급량을 줄였는데 알 수 없는 이유로 수경재배탱크에서 거의 아무것도 기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중략)
말하자면, 유니언에서 여러 명의 내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을극도로 금기시하지 않더라도 중복된 익스펜더블까지 먹일 만큼 식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얘기다. - P49

"우리끼리 말싸움해 봐야 소용없어. 타협할 수 있는 문제가아니라고." 결국 그가 입을 열었다.
물론 에잇의 말이 맞는다. 누군가 양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식당에서 계산서를 누가 먼저 낚아채느냐 같은 문제와는 달랐다. 사이좋게 차례를 기다릴 수도 없었다. - P50

내가 말했다. "잘 들어 방법이 생각날 거야. 난 옷 좀 갈아입고 씻을게. 넌 3층 화학 샤워장에 가서 보존액 찌꺼기를 씻어내. 그리고 30분 뒤에 사이클러 앞에서 만나자" - P51

 잠시 눈을 붙이려는 찰나, 조용히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똑 똑 똑
"들어와" 내가 말했다.
문이 휙 열렸다. 베르토가 머리를 들이밀고 방 안을 살피더니 안으로 들어와 문을 닫았다. - P52

"그래? 식스가 죽었을 때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나?"
그는 다시 나를 보았다. "그럴 수도 잘 모르겠네. 그게 중요한가?"
"응. 중요한 것 같은데. 너는 조종사 아냐? 최후를 맞을 때 끝까지 잊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임무가 뭐야?"
베로토가 눈을 가늘게 뜨고 답했다. "무엇 때문에 죽음에이르게 됐는지 알리는 것." - P53

베르토가 말했다. "식스랑 세븐 모두 같은 이유였어. 크리퍼떼에 당했지."
"그랬구나, 그런 일이 어디에서 일어났고 나는 뭘 하고 있었는데?"
베르토가 한숨을 쉬었다. "너는 마샬이 내린 왜 해야 하는지 모를 명령에 따라 순찰 중이었지. 마샬은 지난 몇 달 동안 너에게 돔 근처 크레바스를 파악하고 크리퍼가 있는지 정찰하는 임무를 맡겼어.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가지만, 마샬은 그 임무에 굉장히 집착하는 것 같았어." - P54

"웅, 일이 잘못됐어. 내가 세븐을 거의 내려 주자마자 별안간 놈들이 쌓인 눈 더미에서 튀어나왔어. 스무 마리, 아니 서른마리는 됐을거야. 내가 바로 위에서 날고 있었지만 구조 장비를 내려 주기도 전에 세븐은 갈기갈기 찢겨 버렸어."
죽어 가는 나를 내버려 두고 떠났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은 마음은 이해했다.
(중략)
베르토가 식스에 대해서도 거짓말을 했을까? - P55

나는 당연히 사령부에 보고서를 제출하러 갈 마음이 없었다. 우선 에잇과 이야기를 마쳐야 했다.
"알잖아. 사실 나 아직도 정신이 덜 깼어. 먼저 가서 아침 먹어. 나는 낮잠 좀 잘게. 그러고 일어나서 경비대에 등록한 다음에 사령부에 보고하러 가자."
베르토는 나를 찬찬히 뜯어보았다. 뭔가 낌새가 이상한 걸 눈치챈 것 같았다. - P56

등줄기를 타고 오싹한 기운이 흘렀다. 이런 게 불길한 예감일까?
베르토가 말했다. "저기, 너 괜찮은 거야?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데."
오른손으로 눈을 비비며 여태 왼손을 이불 밖으로 꺼낸 적이 없다는 사실을 베르토가 눈치채지 못하길 바랐다. - P57

물론 지금 상황은 이제까지와는 달랐다. 우선 다른 미키들은 자기가 곧 죽는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하지만 이번에 죽게될 확률은 에잇이 내 등에 칼을 꽂지 않는 이상, 50대 50이다.
그게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다.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확실히 아는 데서 오는 평화가 있다. 내가 오늘 아침에 살아남을 가능성은 희망에도, 불안에도 먹잇감이 되어 준다. - P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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