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장
표적이 된 시민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빅데이터 - P298
보내기 버튼을 누르자마자 청원서는 페이스북의 세상으로 들어가고,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은 이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판단한다.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은 가장 먼저, 청원서가 내 친구들 각자에게 관심을 이끌어낼 가능성을 계산한다. 개 - P298
알고리즘의 판단에 따라 내 청원서가 자신의 뉴스피드에서 맨 아래쪽에 위치해 아예 보지 못하는 친구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인터넷 세상에서 15억 명의 사용자들과 공유하는 막강한 소셜 네트워크가 주주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상장기업일 경우, 위와 같은 현상이 빚어진다. - P299
현재 미국 성인 3명 중 2명이 페이스북 계정을 보유하고 있다.¹ 이들이 매일 페이스북에서 소비하는 시간은 평균 39분이고, 직접 만나 얼굴을 보며 사교하는 시간은 이보다 4분 더 많은 평균 43분이다.² - P299
1 Andrew Perrin, "Social Media Usage: 2005-2015," Pew Research Center, October 8, 2015, www.pewinternet.org/2015/10/08/social-networking-usage-2005-2015/.
2 Victor Luckerson, "Here‘s How Facebook‘s News Feed Actually Works," Time, July9, 2015, http://time.com/3950525/facebook-news-feed-algorithm/. - P385
페이스북의 막강한 영향력은, 광범위한 도달 범위reach와 더불어 사용자들이 친구들에게 영향을 미치도록 부추기는 능력에서 나온다. 투표 독려 실험에서는 6100만 사용자 거의 모두가 자신의 뉴스피드에서 몇 장의 사진이 포함된 투표 독려 메시지를 보았다. - P302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나는 투표했다"라는 친구들의 메시지를 보았을 때, 투표 독려 캠페인에 훨씬 깊은 관심을 보였고, 관련 메시지를 더 적극적으로 공유했다. 친구들이 투표했다는 메시지를 본 사용자들의 약 20%는 "나는 투표했다" 버튼을 눌렀다. 반면 친구들에게서 그런 메시지를 받지 못한 이들은 18%만 버튼을 눌렀다. 물론 "나는 투표했다" 버튼을 누른 모든 사용자가 실제로 투표를 했는지, 버튼을 누르지 않은 이들이 실제로 투표하지 않았는지는 알 길이 없다. - P303
선거가 끝난 후 메싱은 설문지를 배포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약 200만 명의 실험집단의투표 참여율은 전체 유권자 투표율인 64%보다 높은 67%였다. 페이스북에서 컴퓨터 사회과학자 computational social science* 로 일하는 라다아다믹은 "친구들이 신문을 전달할 때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라고말했다. 친구들이 신문을 가져다주었다는 표현은 페이스북이 기사를전달해주었다는 뜻이다.¹⁰
*컴퓨터 사회과학은 사회과학의 새로운 분야로, 디지털화된 대량의 정보나 데이터를 이용해 개인이나집단의 행동 패턴을 분석하는 학문이다. - P304
2013년 일리노이 대학교의컴퓨터과학자 캐리 캐러핼리어스는 페이스북 알고리즘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자의 62%가 페이스북이 뉴스피드를 조작한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답했다. 대부분의 응답자가 게시하는 콘텐츠를 페이스북이 즉각적으로 모든 친구에게 전송한다고 알고 있었다.¹¹ - P305
11 Luckerson, "Here‘s How."
페이스북은 언어 처리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게시물을 긍정적인 것(신난다!)과 부정적인 것(실망스러워!)으로 분류했다. 그러고는 한 집단의뉴스피드에서는 부정적인 게시물을 절반 이하로 줄인 반면, 다른 집단의 뉴스피드에서는 긍정적인 게시물을 줄였다. (중략) 결과부터 말하면, 조작된 뉴스피드는 사용자의 감정을 실제로 변화시켰다. - P305
연구진의 결론은 이랬다. "누군가의 감정 상태는 다른 사람들에게전이될 수 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사람과 똑같은 감정을 경험하게 만든다." 즉, 페이스북 알고리즘은 마음만 먹으면 수백만 명의 감정을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조작할 수 있다. - P306
페이스북에서 일하는 사회과학자들이 정치 시스템을 적극적으로조종하고 있다고 의심할 만한 증거는 없다. 이들은 20여 년 전만 해도 오직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플랫폼에서 연구할 기회를 잡은 학자들일 뿐이다. 그러나 이들의 연구는 페이스북이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어떤 기분을 느끼고, 투표할지 말지 결정하는데 영향을 미치는강력한 힘이 있음을 증명했다. - P306
미국 행동연구 및 기술연구소 AmericanInstitute for Bahavioral Research and Technology, AIBRT 소속의 심리학자 로버트엡스타인은 정치 심리학자 로널드 E. 로버트슨과 공동으로 최근에 미국과 인도에서 검색엔진 조작 실험을 했다.¹³ 그들은 선거를 앞두고 지지할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 유권자들에게 검색엔진에서 선거에 대한 정보를 찾도록 요청했다. 이들이 사용한 엔진은 연구자들이 직접 제작한 것으로, 특정 정당에 우호적인 검색 결과를 보여주도록 프로그램화되어 있었다. 두 심리학자는 왜곡된 검색 결과가 부동층 중 20%의 표심을 변화시켰다고 말했다. - P307
여기서도 앞서와 같은 의문이 든다. 만약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실제로 정보를 조작한다면 대중은 그 사실을 알 수 있을까? 사람들이 인터넷 거대 기업들에 대해 아는 정보는 이들이 자신들의 연구 결과 중 공개한 극히 일부뿐이다. - P307
마이크로 타기팅. 유권자 갈라치기
2012년 늦봄 매사추세츠의 전 주지사 미트 롬니는 공화당 대통령후보로 당선됐다. 다음 단계는 대선을 두고 상대편 후보 오바마와 결전을 치르기 위해 군자금을 모으는 일이었다. - P308
자신을 지지하고 자신과 생각이 비슷하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한몸에 관심을 받자 롬니는, 미국인의 47%가 "받는 사람taker" 들로, 큰 정부big government의 관대함에 빌붙어 살아간다는 자신의 평소 소신을 거침없이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그 47%의 사람은 절대로 자신을 지지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머지 53%미국인의 표를 얻는 것이 자신에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롬니의 판단은 부적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 큰 정부는 정부가 해결자라고 생각하면서 경제, 사회 문제 등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민주당의입장을 대변하고, 작은 정부는 정부가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가급적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는 공화당의 입장을 대변한다. - P309
한 바텐더가 몰래 촬영한 롬니의 저소득층 비하 발언 동영상은 급속도로 확산됐다.¹⁶ 롬니는 국민의 절반 가까이를적으로 만든 말실수로 백악관을 차지할 가능성을 날려버렸다.¹⁷ 그날 롬니가 보카러톤 모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짓기 위해서는 정확한 표적 지지자 선정과 비밀 유지가 생명이었다. - P310
16 David Corn, "Meet Scott Prouty, the 47 Percent Video Source," Mother Jones, March 13, 2013, www.motherjones.com/politics/2013/03/ scott- prouty- 47-percent- video. 17 Henry Blodget, "Bloomberg: Mitt Romney Just Lost the Election," Business Insider, September 17, 2012, www. businessinsider.com/mitt- romney-just-lost-the-election- 2012- 9. - P386
이론적으로 보자면, 정치인들이 각 하위 집단의 구미에 맞는 주장을 펼치는 동시에 외부인들에게는 자신의 주장이 새어나가지 않도록 세심하게 선정된 유세 장소를고르는 것이 가능하다. 따라서 한 명의 후보가 다양한 얼굴의 후보가될 수 있고, 각기 다른 집단은 후보의 다양한 얼굴 중에서 오직 자신들이 좋아하는 얼굴만 볼 수 있다. - P310
현대의 소비자 마케팅은 정치인들을 특정한 유권자들에게로 데려다주는 새로운 경로를 제공한다. 이제 정치인들은 각 유권자 집단의욕구에 맞춤화된 정보를 들려줄 수 있다. 일단 그렇게 하고 나면, 유권자들은 정치인들에게서 들은 정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큰데, 그 주장이 자신들의 기존 믿음을 확인시켜주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확증편향이라고 부른다. - P311
정치와 소비자 마케팅의 결합은 지난 반세기에 걸쳐 계속 발전했는데, 같은 기간 미국 정치의 오랜 관행과 보스 정치ward boss, 기다란전화번호 명단은 마케팅 과학에 밀려 뒷자리로 물러났다.*
*보스 정치는 사회에서 암묵적인 영향력을 지닌 비공식 지도자가 실권을 장악하는 정치를 말한다. 좁은 의미로는 미국 정치에서 정당의 지방 조직을 장악한 실력자가 공식적으로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뜻한다. - P312
시간이 흐름에 따라 정치인들은 더욱 세밀한 접근법을 원하게 됐다. 무엇보다 각각의 유권자에게 개인화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접근법이 개발됐다. 대표적으로 직접우편을 통한 선거운동direct-mallcampaign이 있다. - P312
직접우편물은 보조바퀴들을, 다른 말로 세분화된 소규모 집단을목표로 하는 마이크로 타기팅micro-targeting* 시대를 열었다. 빅데이터와 소비자 마케팅의 결합은 오늘날 정치인들에게 훨씬 강력한 마이크로 타기팅 도구를 제공한다. - P313
* 정당과 예측 시장 세분화를 포함하는 직접마케팅 데이터 마이닝 기법의 선거 캠페인. - P313
미국 정치권의 빅데터 활용법
카네기 멜론 대학교를 졸업한 컴퓨터과학자 가니는 오바마 재선20캠프에서 데이터 팀을 총괄했다.²⁰ 오바마 캠프에 합류하기 전 시카고에 위치한 글로벌 IT 컨설팅업체 액센추어 랩Accenture Labs에서 빅데이터 기반 소비자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그는 관련 기술을 정치에도 적용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 P313
20 Alexis Madrigal, "What the Obama Campaign‘s Chief Data Scientist Is Up to Now," Atlantic Monthly, May 8, 2013, www.theatlantic.com/technology/archive/2013/05/what- the- obama275676/. campaigns chief data scientist- is- up- to- now/ - P387
그런데 기술적 문제가 있었다. 가니의 팀이 최종적으로 내놓은 결과물을 구현하려면 컴퓨터에 의해 작동되는 인공지능 쇼핑 카트가필요했다. 그런데 현재도 그런 카트가 널리 사용되고 있지 않을 뿐더러 미래에도 그럴 것 같지는 않다. 하물며 당시에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가니의 ‘작품‘은 액센추어의 기업 고객들에게 그림의 떡이었다. - P315
가령 브랜드 충성도가 가장낮은 15%의 갈대 고객들을 확인해서 그들에게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식이었다. 이를 위해선 현명한 목표물을 선정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기꺼이 정상가를 지불할 마음이 있는 고객들에게 할인쿠폰을 제공해봤자 소용없을 게 분명하지 않은가. 그런 행위는 돈을 불태우는것이나 다름없다(비슷한 맥락에서 전자상거래업체 웹사이트들은 로그인하지 않는 사. 람들에게 할인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이것은 당신의 쿠키cookie* 를 규칙적으로 삭제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다).
*사용자가 웹사이트를 방문할 경우 그 사이트가 사용하고 있는 서버를 통해 사용자의 컴퓨터에 설치되. 는 작은 기록 정보 파일. - P316
먼저 다양한 집단에 속하는 수천 명을 선별해 심층 인터뷰를 시작했다. 교육이나 성소수자의 권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도 있었고, 사회보장제도나 수압파쇄공법fracking 이 지하수에 미치는 영향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을 절대적으로 지지하는사람들도 있었고, 중도층도 있었으며, 오바마를 좋아하지만 투표에 잘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 P316
이 모든 사전 작업이 마무리되고 난 뒤에 오바마 캠프는, 각 집단에 페이스북과 언론 사이트를 통해 맞춤화된 광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반응을 관찰했다. 이를 위해 가니 팀은 구글이 어떤 색조의 파란색이 방문자들로부터 더 많은 클릭을 유발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과 똑같은 종류의 A/B 테스트를 진행했다. - P317
분석 과정 전반에 걸쳐 각 단계마다 선거 유권자들의 프로필이 작성됐다.²² 프로필에는 각 유권자를 잠재적 투표자, 자원봉사자, 기부자로서 가치를 매긴 점수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안에 대한 각자의 입장을 수치화한 많은 점수가 포함됐다.
4년 후 벌어진 대통령선거에서 힐러리 클린턴의 대선 전략은 오바마 데이터 팀이 구축한 방법론을 기반으로 했다.²³ 클린턴 캠프는마이크로 타기팅 스타트업으로 구글의 에릭 슈밋 회장이 출자했고2012년 오바마 캠프에서 최고기술책임자 chief technology officer. CTO를맡았던 마이클 슬레이비가 운영하는 그라운드워크Groundwork와 계약을 체결했다. - P318
22 Sasha Issenberg, "How President Obama‘s Campaign Used Big Data toRally Individual Voters," Technology Review, December 19, 2012, www. technologyreview.com/featuredstory/509026/how-obamas-team-used-big-data-to-rally-voters/. 23 Adam Pasick and Tim FernHolz, "The Stealthy, Eric Schmidt-Backed Startup That‘ s Working to Put Hillary Clinton in the White House," Quartz, October 9, 2015, http://qz.com/520652/groundwork-eric-schmidt-startup working-for-hillary-clinton-campaign/. - P387
이런 현상은 참신하고 유의미한 데이터에 대한 수요가 막대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 그러나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 사용되는일부 기법이 사생활을 침해할 뿐 아니라 도덕적으로도 온당하지 못했다.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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